아들의 백일잔치 날, 평소에 짠순이로 소문난 시누이가 웬일로 명품 젖병을 선물했다. 하지만 나는 두말하지 않고 젖병을 XYY 증후군에 걸린 옆집 아이에게 줬다. 전생에서 기뻐하며 젖병을 받은 나는 항상 그 젖병으로 아들에게 분유를 먹였다. 그러다 한 달 뒤의 어느 날 한밤중에,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킨 아들은 내 품에서 그대로 싸늘하게 식어갔다. 놀라운 사실은 내 아들이 죽은 다음 날,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서 줄곧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지냈던 시누이의 아이가 멀쩡한 모습으로 퇴원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잃은 뒤 멘탈이 무너진 나는 날마다 눈물로 지새웠다. 남편은 내가 불길한 운명을 타고 난 여자라고 몰아붙이면서 이혼을 요구했고, 나를 맨몸으로 쫓아내려고 했다. 내가 거부하자 남편은 시누이와 함께 나를 무참하게 폭행했고, 급기야 그들에게 맞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죽은 뒤에야 시누이가 남편의 친동생이 아니고, 시어머니가 민며느리로 삼기 위해 집에 들이면서 겉으로는 여동생이라고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한통속이 되어 나를 속이고 죽인 것이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누이가 내게 젖병을 주던 날로 돌아와 있었다.
View More늦은 밤,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문성의 축 처진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 서희가 죽었어.] 나는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곧바로 정신을 차린 뒤 경찰서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이미 정리된 후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민우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심서희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러 병원 근처의 상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마침 물건을 사러 왔던 이웃집 여자와 마주쳤다. 이웃집 여자는 가게 앞에서 아이에게 줄 분유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젖병을 본 순간, 심서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거의 반사적으로 이웃의 손에서 젖병을 낚아챘다. “이 젖병... 이게 왜 당신 손에 있지?” “이건 내가 내 아들 목숨과 바꾸려고 준비한 건데!” 그 한 마디에 이웃집 여자의 눈이 뒤집어졌다. “뭐? 네 자식 살리려고 우리 애를 희생시키겠다고!?” “이 개 같은 X이 죽고 싶은 거지! 내 아들이 병원에 입원한 것도 다 네 년 때문이었어!” 감정이 격해져서 분노가 폭발한 이웃집 여자는 심서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여자는 곧바로 상점 안에 있던 칼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단 한 번 내리친 그 칼날은 심서희의 대동맥을 정확하게 베었다. 심서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심서희가 놓친 젖병도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 순간. 수술실에 있던 민우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이웃집 여자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경찰서 대기실에서 가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심문성은 떨리는 손을 맞잡았다. “여보... 이제 나한텐 당신밖에 없어.” 심문성을 바라보던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여보?” “함부로 여보라고 부르지 마!”“난 당신 마누라가 아니야!” 심문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서류 한 장을 천천히 꺼내서 내밀었다. “똑똑히 봐.” 서류를 집어 들고 확인하는 순간, 심문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
우리 회사의 업무 속도가 빠르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소파에서 깊이 잠든 남편을 보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따귀를 날렸다. “...!” 심문성은 순간 잠에서 깬 남편이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 대체 왜 이래!?” 나는 대꾸하지 않고 다시 한번 그의 뺨을 후려 갈긴 뒤, 곧바로 핸드폰을 던지듯 그에게 넘겼다. “아직도 할 말이 있어?” 남편은 갑작스러운 내 태도에 당황한 듯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더니, 남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천천히 비웃으며 말했다. “심문성 씨, 당신 요즘 아주 호화롭게 살았더군요?” “여보...!” “여보, 내 말 좀 들어봐!” “이 사진이 대체 어디서 난 건지 나도 전혀 모르겠어.” 나는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치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모르겠다고?” “지금 터진 이 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회사 주식은 폭락 중이에요.” “이제 어떡할 건지 한번 말해 보시죠. 심문성 씨?” 남편의 손이 떨렸다. “어, 어떻게 하지...” “여보, 정말 미안해. 나는 진짜 몰랐어.” 나는 태연하게 천천히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근데 이 사진 속 뒷모습은... 서희 아가씨 맞지?” “맞아, 맞아! 서희야!” “이런 양심 없는 매체들이 가짜 뉴스들 멋대로 쓴 거야! 여보, 제발 믿지 마! 나는 정말로 당신만 사랑해!” 식은땀을 흘리면서 금방이라도 내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 듯한 태도였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여보, 당신이 아가씨하고 한 가족이라는 걸 나는 당연히 잘 알아요.” “하지만 이 매체들은 믿지 않아요. 그리고 회사에는 다른 이사들도 있어요.” “지금 회사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회사도 난리가 났어요.” “나는 반드시 주주들에게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고 설명해야 해요.” 남편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집으로 올라오자마자 나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 병원을 다녀온 뒤라, 혹시 몸에 바이러스라도 묻어 있을까 봐 철저하게 소독했다. 옷까지 갈아입은 뒤 비로소 안방으로 가서 하준이를 살폈다. 아들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보고하세요.” 환생한 이후 겉으로는 남편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회사의 모든 일은 매일 내가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남편이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 이유는, 내 명의로 회사 공금을 빼돌리고 내 주식을 자기 앞으로 명의 이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알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오로지 아이를 돌보는 데만 신경을 썼고, 회사의 운영은 전부 남편에게 맡겼다. 사실 그때 내 비서가 나를 찾아와서 걱정스럽게 말하면서 알려주기도 했다. “이상해요. 심 대표님이 오로지 회사를 위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요.” “요즘 들어 계약들은 죄다 손해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렇게 단련하면서 경험도 쌓아야 돼.” 지금 생각하면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다 보고했어요?” 나는 짧게 확인한 뒤에 말했다. “며칠 뒤에 내 기사가 메인 뉴스로 올라갈 수 있게 홍보팀에서 준비하도록 하세요. “돈은 아끼지 말고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드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회의를 마친 후, 나는 다시 침실로 향했다. 여전히 잘 자고 있는 하준이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아이의 작은 체온이 느껴지자 안도감을 느꼈다. 지민이는 늘 내가 애처럼 너무 긴장한다고 웃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실 전생에서도 지민이는 나를 말렸다. “수많은 재벌 딸들과 흙수저 남자들이 결혼하지만, 잘된 커플이 몇이나 있어?”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대체 왜 대저택을 놔 두고 이런 허름한 곳에서 사는 거야?” “솔직히
환생한 뒤 나는 줄곧 아들의 성장에 신경을 썼다. 하준이는 매일 잘 먹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서 건강해 보였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 전, 남편이 회사에 갔을 때, 나는 서둘러 인터넷으로 어린이 종합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자 바로 민우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들킬까 봐, 결국 내가 직접 가지 않고 미진이가 하준이를 데리고 가도록 했다. 검진 결과가 전부 '정상'이라는 글씨를 확인한 순간. 나는 비로소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야. 이번 생에서는 내 아이를 지켜냈어.’ 병원을 나와서도 남편은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도 수술실에 자신의 아이가 누워 있지만, 함께 할 수 없으니 떠나는 게 쉽지 않겠지.’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점도 있었다. ‘민우와 하준, 둘 다 남편의 자식이야.’‘그런데 왜 그렇게 모질게 내 아이를 희생시키려고 했을까?’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차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낡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자 마음속에서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내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런 허름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겠다고 했을까? 내 저택이 있는데 말이야.’ 전생에 내가 출산을 앞두었을 때.심문성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우리 집이 너무 커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집에 오래된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가 하나 있어.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해서 이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아이도 틀림없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거야.”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그 말을 믿고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가 대저택에서 이사하자 심서희가 바로 들어와 살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내가 산 대저택은
심서희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나도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이웃집 여자가 심서희의 손에서 젖병을 빼앗았다.“지랄하고 있네. 뭐가 네가 산 거야?” “이건 우리 아들 건데 너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이렇게 말하면서 이웃집 여자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까지 훑어봤다. 혹시라도 내가 이 젖병을 다시 가져가겠다고 할까 봐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이웃집 여자의 반응을 보고 나는 재빨리 심서희를 부축했다. “빨리 가요. 이 집 사람들은 절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아가씨가 사 준 젖병은 우리 집에 있어요. 이건 저 사람 거예요.” 내 말과 이웃집 여자의 말이 일치하자, 심서희의 의심도 없어진 듯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심서희가 돌아보더니 기절한 민우의 모습을 발견했다. “민우야!” “민우야!” “언니! 얼른 오빠한테 전화해 주세요! 빨리요!!” 심서희는 내 팔을 붙잡고 거의 울부짖었다. 나는 속으로는 비웃으면서도 심서희의 요구대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119에 전화할 생각을 했을 거야.’ ‘하지만 심서희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어.’‘하지만 내 자식도 아닌데 상관없지 뭐.’ 심문성이 도착한 건 무려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그동안 심서희는 아이를 안고 울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민우는 다리 외에는 심각한 부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분노가 폭발했다. “너 뭐 하는 거야? 제 정신이야?” “애가 이 모양인데, 빨리 병원에 안 가고 젠장, 멍청하게 뭐 하는 거야!?” 심서희의 품에서 거칠게 민우를 빼앗은 남편이 민우를 들고 차로 향했다. 남편이 싸늘한 표정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자, 분위기가 싸해졌다.심서희가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나... 나는 그냥... 오빠를 기다렸다가 같이...” “됐어. 입 닥치고 빨리 타!” 짜증을 참지 못한 심문성이 심서희의
일주일 뒤, 심서희가 한껏 들뜬 표정으로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심서희가 다시 찾아온 건 전혀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우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민우의 병은... 병원에서 퇴원해도 된다고 했어요?” 미숙아로 태어난 민우는 장기 발달이 완전하지 않아서, 출생했을 때부터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육 시간에 갑자기 쓰러져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의사는 아이의 심장이 너무 약해서 앞으로 3개월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고 했다. 그날, 심서희는 남편의 품에 안겨서 한없이 울었다. 그런 심서희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서 내가 병원비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내 인맥을 모두 동원해서 치료할 수 있는 명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조심했음에도 심서희가 결국 내 아들의 심장을 노릴 줄은 몰랐다. 내가 묻자 순간 머뭇거리던 심서희는 이내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 “맞아요. 의사 선생님도 깜짝 놀랐어요.” “민우의 심장이 갑자기 멀쩡해졌다는 거예요!” 심서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덧붙였다. “언니, 신기하지 않아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이 건강이 좋아진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요.”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면서도 내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민우에게 향했다. 심서희는 아들의 심장이 좋아졌다는 소식에 기쁜 나머지, 정작 자기 아들의 이상한 점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 하준이는요?” “요즘 잘 지내요?” 심서희의 질문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일부러 상심한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하준이가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밥도 잘 먹지 않아요” “또 계속 잠만 자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할까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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