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우연은 자신을 팔았다. 20억에 팔아서 경안시 차씨 가문의 독신주의 외동아들에게 접근했다. 차씨 가문의 핏줄을 이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비서 노릇을 반년 가까이하고 나서야 우연은 차가운 워커홀릭이 취한 틈을 타서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밤새 힘을 뺀 결과 다른 사람과 잤다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눈앞의 사람은 차씨 가문의 외동아들 차현율이 아닌 그의 삼촌 차시헌이었다. ... 우연의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밖에 없었다. 계약대로 차씨 가문에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지불하던가, 아니면... 차시헌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현율을 꼬시던가. ... 어느 날 결국 참지 못한 남자가 그녀를 억지로 벽으로 몰아세우면서 말했다. “차 대표님, 일단 제 말부터 들어주세요. 저 진짜 돈이 궁해서 두 번째 길을 선택한 거예요.”
view more“차, 차 대표님...?”“자리 옮기고 싶어?”그 순간 우연의 머릿속은 태엽 끊어진 시계처럼 완전히 멈춰 버렸다.목구멍이 꽉 막힌 것처럼 조여 와서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저어야 할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차시헌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구렁텅이 같았다. 우연만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단 한 마디도 더하지 않았다.거의 1분쯤,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그리고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나가.”...그날 이후, 우연과 차시헌은 냉전 상태에 돌입했다.정확히 말하면 그가 일방적으로 차갑게 선을 긋고, 그녀는 그 이유를 전혀 모르는 채 멍해 있는 상태였다.오후에 자리 얘기가 나온 뒤로, 차시헌은 단 한 번도 우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심지어 주주 회의 때도 필요한 자료를 가져오라고 부를 때 평소처럼 대표 비서를 찾지 않고, 프로젝트 보조를 따로 불러 보냈다.겨우겨우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쯤, 우연은 ‘집에 가면 눈치라도 살짝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회사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저택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이미 식탁 위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그가 먹고 난 건지, 자기 몫까지 남겨 둔 건지, 그런 건 알 수 없었다. 당사자는 이미 서재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무엇보다 우연은 오늘 하루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한 상태라 마음이 완전히 편치 않았다.심장이 괜히 덜컥거려서 발소리까지 죽여 가며 서재 문 앞에 가 귀를 대 보았다.‘...음.’지금은 화상 회의 중인 것 같았다.해외랑 국내는 시차가 있으니, 밤에야 맞춰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었다.우연은 한숨을 쉬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여자 마음은 알기 어렵다더니, 남자 마음이 훨씬 더 모르겠네 진짜...”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의자를 빼고 앉았다. 막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카톡 알림이었다.[우 비서님, 이거 비서님 머리핀 맞죠?]그 아래에는 사진이 하나, 보낸 사람은 차현율이었다.우연은 사진을 보자마자 허겁지겁 답장을 쳤다.
“그럼 그 비서가 동의만 하면 나를 네 비서로 써 주겠다는 거네?”임나정은 슬쩍 말을 바꾸며 스스로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 보려고 했다.차시헌을 공략하는 일이 쉽지 않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여비서를 설득하는 일이라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싸움은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돈을 좀 더 쓰는 문제일 뿐이니까.그녀는 이미 상상까지 해 봤다. 차시헌의 곁에 있는 여자라면, 누구든 그에게 마음이 안 갈 수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차시헌은 일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다른 감정을 나눠 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그렇다면 지금처럼 자기 손으로 건네는 돈까지 챙기고 물러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고 생각했다.차시헌이 막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사무실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저예요.”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잠깐 쉰 뒤 차시헌에게 서류를 가져온 우연이었다.“들어와.”대표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연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언제나처럼 먼저 보고했다.“대표님, 요청하신 실사 자료 전부 다... 찾았습니다.”말이 중간에 끊긴 건, 대표실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여자였다.우연이 이 상황에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차시헌 주변에는 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임나정 역시 우연을 곧바로 눈여겨봤다. 차시헌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그쪽이 시헌이 비서죠?”‘대표님을 뭐라고 부른 거지? 시헌이?’호칭이 꽤 가깝게 들렸다.우연은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차 대표님 비서예요.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임나정은 우연에게로 몇 걸음 다가왔다.목소리는 부드럽고 당당했고, 한눈에 봐도 차시헌과 비슷한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상류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저는 대표님과 같은 학교를 나왔어요. 곧 하얀 그룹에서 일하게 될 텐데,
“핑계야! 이건 무조건 핑계지!”진원호는 답답하다는 듯 이를 꽉 물었다.“시헌아, 나정이 좀 더 잘 봐. 내가 장담하는데, 세상에 나정이보다 예쁜 여자애 또 찾기 힘들걸? 진짜 안 만날 거야?”차시헌은 말이 안 나왔다. 그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너 한가하게 아무나 엮고 다니는 거 보니까, 아저씨한테 전화라도 해야겠다.”그 말을 듣자마자 진원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야야야, 그러지 마! 나 그냥 장난친 거잖아. 넌 맨날 너무 진지해서 문제라니까.”이 이상 뭐라 했다가는 진짜로 전화할 것 같았다.그는 더 떠들 용기가 없어 황급히 차시헌을 다시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임나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일 얘기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난 먼저 간다? 저쪽에서 친구들이 술 한잔하자고 불러.”임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술 마시면 운전은 하지 말고.”“걱정하지 마. 나 교통법규 제일 잘 지키는 사람이야!”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시선을 참지 못하고 다시 차시헌 쪽으로 돌렸다.역시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었던 그 사람이었다. 그가 눈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심장 박동이 자기 마음대로가 되지 않았다.차시헌은 대표실 문을 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임나정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그의 책상 위를 한 번 더 훑어보았다. 깔끔하고 정돈된 책상. 그 위에는 여자 사진도, 누군가와 함께 찍은 사진도 한 장 없었다.그래서 어젯밤에 차시헌이 보낸 그 문자도, 진원호 말처럼 사실은 이성 상대와 어울리는 게 서툴러서 얼버무리려고 한 거짓말이었을 거라고 임나정은 생각했다.하지만 괜찮았다.임나정은 애초에 차시헌을 좋아하는 일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쉽게 마음을 내주는 타입이 아니었다.오히려 쉽사리 공략되는 남자는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자기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차시헌 뿐이라고 믿고 있었다.“이 일은 아직 인사팀에
우연은 몸을 돌려 직접 의자를 하나 끌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차현율과 마주 보며 손을 한 번 살짝 흔들었다.“사람마다 자기 삶의 방식이 있는 거죠. 결혼 안 해도 아무 문제 없어요.”“그럼 비서님은요?”차현율이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우연은 그것을 받아 들고 웃었다.“웃기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지금은 일만 하고 싶어요. 다른 건 아직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그래도 굳이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자면, 저도 아마 결혼은 안 할 것 같아요.”이 말은 그를 맞춰 주려고 하는 빈말이 아니었다.어차피 남동생이 골수 이식을 받는다고 해도, 의사들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리 말했다.보수적으로 치료를 이어 가든, 계속 골수 기증자를 찾든, 둘 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솔직히 말해서,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여자친구의 남동생까지 같이 책임지고 떠안아 줄 남자가 얼마나 될까?나중에는 분명히 자기 그녀가 동생만 퍼붓는 여자라는 말이나 들을 것이다.우연은 누군가를 그런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남동생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그러니 사랑이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은 지금의 그녀에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뿐이었다.사는 것 자체가 너무 벅차서 그런 걸 꿈꿀 여유가 없었다.“비서님은... 혹시 개인적으로 무슨 사정이 있어요? 말해도 돼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어요.”차현율의 말은 꽤 진심이 느껴졌다.그렇다고 해서 우연이 대뜸 입을 열어 ‘저 도와서 임신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그랬다가는 아마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 주며 나가라고 할 것이다.우연은 고개를 숙이고 반찬을 집으면서 겉으로만 웃는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팀장님이 도와주신 것만 해도 이미 충분해요.”“비서님은 내가 돌아와서 처음 사귄 친구거든요.”“그럼 영광이네요!”그 말에 차현율도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젓가락을 들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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