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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8 05:42:16

잔뜩 인상을 찌푸린 이현이 투덜거렸다.

“뭐야, 너는 왜 또 여기 앉아?”

“자리가 남길래.”

태하는 담담하게 국을 떠먹었다. 태도는 가벼워 보였지만, 그 속에는 '적당히좀 해라' 라는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갑작스러운 태하의 착석에 은하와 민희 역시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

모두가 퍽 어이없는 상황, 이현이 은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야 전학생.”

“…….”

“넌 좋겠다. 정태하가 매번 나서서 도와주네?”

도발적인 말이 떨어지고, 은하보다 태하가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백이현.”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날이 서려 있었다. 

민희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지켜보며 숨을 죽였다. 더는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 없던 은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들어올렸다.

“민희야. 다 먹었지? 우리 그만 일어나자.”

“응. 가자.”

태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수저질을 이어갔고, 이현의 시선은 여전히 은하에게 향해 있었다.

정태하, 이 자식은 매번 왜 이렇게 간섭질을 해대는 건지. 남의 일엔 관심이라곤 없더니, 전학생 일에는 유독 다르게 구네?

“야, 왜 자꾸 방해질이야?”

“너야말로 매번 왜 이런 식인데?”

“내가 뭘?”

“애들 좀 그만 괴롭혀.”

아, 전학생을 괴롭히는게 싫었구나. 확실히 꽉 막힌 놈이라니까.

“알잖아. 난 너빼곤 죄다 싫다니까?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싫으면, 그냥 신경을 끄면 되잖아.”

“지들이 뭘 안다고 졸부라니 뭐라느니. 처음부터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만들어줘야 돼.”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동안 백이현은 분명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했었다. 언제나 여유롭고, 장난스럽고, 모든 걸 가볍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투는 그런 말을 들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가 아니라, 신경 쓰지 않는 척 해왔다에 가까웠다.

“넌 정말, 네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

“뭐, 효과는 좋으니까.”

“허구언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질문에 이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태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이내 표정을 바꾸고 태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계속 이런 식으로 살 거냐고. 그리고 강은하는 너한테 졸부라는 말, 한적 없는것 같은데.”

“됐어. 하여튼 선비라니까. 너랑 말 섞어봐야 답은 늘 뻔하지. 먼저 간다.”

한편, 교실로 향하는 은하와 민희는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은하가 작은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괜찮아. 근데 은하야… 백이현 말이야… 걔 심기는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어.”

“왜?”

“그냥. 걔랑 안 좋게 엮여서 학교생활 제대로 한 애가 없거든.”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복도에 있던 몇몇 학생들은 은하를 힐끔거리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언제쯤 이 관심이 사그라들까. 그러려면 백이현의 관심이 은하에게서 떨어져야 할텐데.

“지금도 애들은, 네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 기다리고 있을걸?”

“상관없어.”

“진짜…?”

“응.”

은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민희는 그런 은하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거렸다.

‘강은하. 보기보다 단단한 애였네.’

그렇게 은하의 두 번째 등교가 무사히 끝났다.

오늘도 백이현과 약간의 충돌은 있었지만, 역시나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달력에 동그라미 두개가 더해질, 지독히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일 뿐.

***

종례가 끝나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서던 은하를 향해 민희가 다가왔다. 

“집이 어디야? 여기서 가까워?”

“응. 걸어서 20분 정도.”

“와! 가깝네. 어느 쪽으로 가?”

“…그, 대형 문구점 쪽.”

“대박! 나도 다니는 학원이 그쪽이야. 같이 가자.”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듯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평범한 학생처럼, 어쩌면 아직은 서먹한 친구처럼.

민희의 표정은 밝기만 했지만, 내심 어제 오늘 자꾸만 백이현과 부딪히는 은하가 신경 쓰였다. 1학년 때부터 이현의 모습을 지켜봐 왔기에, 요즘 그의 태도는 불안한 요소였으니까.

“근데 은하야. 백이현 말이야.”

“또 걔 이야기야?”

“진짜 못되 쳐먹은 놈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냥 무시해. 알았지?”

“응.”

“그래도 다행이다.”

“뭐가?”

“태하가 중간에서 애써주잖아. 태하는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도 대단하시고. 애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그렇구나.”

역시나 은하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백이현, 정태하.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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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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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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