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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8 20:10:27

다음날도 어김없이 시작된 학교생활.

우주는 한결같이 동생 은하의 등교를 챙겼고, 교문을 지나던 은하는 커다란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이틀이나 잘 해왔잖아. 이대로만 하면 돼.’ 

다행히 은하의 생각대로 오늘은 별일 없이 무난한 시간이 끝나가는 듯 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 시간이 되자,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은하는 이번 주, 교실 청소 담당이었다.

표정 없이 칠판을 닦고 있던 은하가 잠시 손을 멈추고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누군가 철제로 된 청소 도구함 문을 힘껏 닫았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철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

순간 은하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릿하게 얼어붙는 느낌과 함께 귀에서는 둔탁한 울림이 퍼졌다.

은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면서, 손 끝이 강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철문이 닫힌 소리였을 뿐. 

하지만, 그 단순한 소리 하나가, 은하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듯 불안한 요소였다. 

“은하야?”

누군가의 목소리에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민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괜찮아?”

“응….”

대답과 동시에 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떨리는 손으로 서둘러 가방을 열고, 가방 안쪽 깊숙이 숨겨둔 작은 약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손바닥 위에 알약 하나를 올려놓는 내내 심장이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이 거지 같은 감각은 매번 예고 없이 찾아온다. 끔찍하리만큼 서늘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는 감각 말이다.

손에 쥔 약을 바라보던 은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입 안으로 넣어 꿀떡 삼켰다.

민희는 그런 은하의 곁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어디가 안 좋아? 왜 그래 갑자기.”

두 사람은 몰랐지만, 교실 뒷문 너머로 두 개의 시선이 은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이현. 그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눈빛에는 확실한 흥미가 서려 있었다.

‘뭐야? 전학생? 설마… 이깟 문 닫힌 소리에 놀란 거야?’

동시에 은하의 손끝이 부르르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꺼낸 작은 약통. 물 한모금 없이 익숙한 동작으로 알약을 삼키는 모습까지. 

새로운 호기심이 피어오르는 이유는 대체 뭐지?

이현의 옆에 서 있던 태하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너무도 순수한 걱정으로 은하를 바라보는 눈빛.

은하의 손끝이 흔들리는 걸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보았을 때, 태하는 재미가 아닌 위험을 느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백이현.”

“왜?”

“하지 마. 네가 하려는 게 뭐든.”

애석하게도 이현의 시선은 이미 은하에게 박혀 있었다. 그는 눈앞에서 더 알고 싶어지는 존재가 생겼을 때,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태하는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이현의 발걸음이 교실 안으로 향했다. 태하는 제 자리에 서서 이를 악물었다.

‘백이현. 제발….’

역시나 그의 바람은, 백이현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꺾기엔 터무니 없었다.

자리에 힘겹게 서서 숨을 가다듬고 있던 은하는 목을 타고 내려간 약 효과가 부디 빨리 나타나길 바랐다.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멎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쾅—!’

“…!”

백이현이 보란 듯이 청소 도구함 문을 세게 닫아버린 것.

그 소리는,  알량한 호기심과 흥미가 담긴 행동이었다는 걸 너무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은하는 귀가 멍해졌다. 물 안에 갇힌 듯한 이명과 동시에 심장은 방금 전보다 더 빠르게 뛰어댔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 자신이 서있는 이 공간이 대체 어딘지 금방이라도 잊어버릴 것만 같은 상태.

“은하야…?”

민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려 책상 모서리를 힘겹게 붙잡았다. 오로지 책상만을 의지한 채 필사적으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현은 그런 은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상한 상황.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 장난처럼 툭 내뱉은 말.

“아, 미안. 놀랐어?”

은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은 보았다. 

책상을 붙잡은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다는 걸, 그 떨림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걸.

그 모습에 이제야 조금 놀란 듯 했다. 표정에선 장난기가 씻은듯이 사라졌다. 

‘뭐야 진짜…? 고작 이 소리가 뭐라고…?’

평범한 사람에겐 그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소리일 뿐이잖아. 근데, 전학생 반응은 왜 이러냐고? 

금방이라도 넘어질것 같이 위태로운 몸. 붙잡아 줘야 하나, 아니. 사과가 먼저인가?

뭐냐고 대체. 어떡해야 되는 거냐고.

지금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건,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마치 더 깊은 곳을 두드리며 올라오는 본능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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