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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مؤلف: 인가인
냉담한 아버지와 비굴한 어머니가 있는 집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곳이라면 진작에 진절머리가 났다.

천무진이 얼굴을 찌푸린 채 뒤따라 올라갔다. 하지만 말리진 않고 짐을 싸는 강소안을 차갑게 지켜보기만 했다.

새벽 4시,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으나 실내는 조명을 환하게 켜 대낮처럼 밝았다. 강소안이 창백한 얼굴로 캐리어 지퍼를 닫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천무진이 자리에 가만히 서서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강소안에게 말했다.

“강소안, 나 인내심이 별로 없어. 내가 널 잡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마.”

“내일 오전 9시에 가정법원 앞에서 봐.”

강소안은 또다시 움찔했다. 그의 말투에 담긴 짜증과 분노, 그리고 지독한 혐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요즘 바빠. 이혼하고 싶으면 비서한테 연락해서 일정 잡아. 내가 부부로서의 도리를 저버렸다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일정 잡기 전까지 후회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줄게.”

천무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캐리어가 터질 듯이 빵빵했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그녀의 사진과 작은 인형 두 개까지 모조리 챙겼다.

유능한 부하 직원이 퇴사를 통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지금까지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안 해준 게 있었어? 지난 2년 동안 돈을 쓰는 것에 제약을 둔 적도 없었고 집안 대소사까지 모두 너한테 맡겼었는데.’

강소안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을 말이다.

강씨 가문이 강소안의 이혼을 순순히 놔둘 리 없었다. 돌아가 봤자 욕만 먹고 돌아올 게 뻔했다.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던 그녀의 말은 귀담아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일 뿐이라 생각했다.

곱게 자란 강소안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까지 일하는 직장인의 고단함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떠나는 강소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천무진이 침실 밖으로 나가 2층 난간에 서서 현관에 걸어뒀던 차 키를 챙기는 강소안을 보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차 내가 너한테 사준 거야.”

그리 값비싼 차도 아니었다. 4천만 원대인 차였는데 천무진이 사준 건 사실이었다.

강소안이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초보라 혹시라도 긁힐까 봐 걱정되어 본인이 직접 저렴한 모델을 골랐다. 고르고 난 뒤에 천무진의 카드를 긁었다.

임효정에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선물을 척척 사주면서 강소안에게 4천만 원대 차 한 대를 주는 것도 아깝단 말인가?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바닥에 마른 나뭇잎이 날아다녀 더욱 쓸쓸해 보였다.

강소안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다. 차 키를 꽉 쥐고 호흡을 다듬은 뒤 차 키를 현관에 두고 캐리어를 끌면서 문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밤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헝클어졌고 가냘픈 뒷모습이 어둑한 풍경 속으로 점차 사라졌다.

강소안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문이 쾅 하고 닫힌 순간 천무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침실로 들어와 통유리창 앞에 서서 가로등 아래 외롭게 서 있는 강소안을 내려다봤다.

별장이 교외에 위치해 있어 시내까지 나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차를 타야 했다. 택시도 없고 버스도 끊긴 시간이라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 생각이 확고했지만 시간이 1분 1초 흐를수록 그 확신에 틈이 생기더니 결국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강소안이 캐리어를 끌고 차가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점점 멀리 걸어가더니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천무진이 싸늘하게 웃었다.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여자라는 딱지 외에 또 다른 낙인을 찍어주었다.

‘부질없는 자존심.’

...

강소안은 별장 단지를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절친 소윤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윤지가 차를 몰고 도착했을 땐 이미 한 시간을 꼬박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은 뒤였다. 길게 뻗은 속눈썹 위에 하얀 서리가 촘촘히 맺혔다. 캐리어를 끄느라 손도 시뻘겋게 꽁꽁 얼어붙었다.

소윤지는 차에서 뛰어 내리자마자 강소안을 차에 태우고는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은 다음 다시 운전석에 올라탔다.

조금 전 통화하면서 천무진과 이혼하겠다는 말만 들었기에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넋이 나간 친구의 모습을 보니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막막했다.

차 안의 히터를 세게 튼 덕에 강소안의 속눈썹과 눈썹에 맺힌 서리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토록 견고하다고 믿었던 그녀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굵은 눈물방울이 붉게 얼어버린 손등 위로 떨어졌다. 피부가 델 것처럼 뜨거웠다.

“소안아, 혹시 임효정 생일 파티 때문에 싸웠어?”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소윤지도 당연히 봤다.

“싸운 게 아니야. 이혼하려는 거지.”

강소안의 두 눈은 초점이 없었지만 말투만큼은 단호했다.

소윤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설득했다.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물어본 거 맞아? 오해일 수도 있잖아.”

“오해인지 아닌지는 이거 보면 알 거야.”

강소안이 휴대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띄워 소윤지에게 보여줬다. 외도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아도 천무진의 태도가 이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영상 썸네일을 확인한 소윤지가 급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세상에, 미친.”

소윤지의 성격이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화끈했다.

“그 자식이 바람을 피웠어? 미안한 줄도 모르고 한밤중에 감히 널 집에서 쫓아내? 빈털터리로 쫓겨나야 할 사람은 이 자식이지!”

강소안이 다시 휴대폰을 가져왔다.

“이 일을 따지지 않았어.”

소윤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한테 명분이 있는데 왜 그냥 둬?”

“따져봤자 우스워지는 건 나니까.”

천무진의 외도를 밝혀낸다고 해서 강소안이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

이혼해서 천무진을 빈털터리로 내쫓는 건 불가능했다. 강씨 가문이 천씨 가문을 이길 힘이 없었고 강소안의 부모 역시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천씨 가문 덕분에 먹고사는 처지니까.

소윤지가 입을 벙긋거렸다가 하려던 말을 끝내 삼키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소씨 가문도 은강시에서 알아주는 가문이었고 소윤지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는 소윤지에게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비싼 오피스텔을 한 채 마련해줬다.

오피스텔에 도착하고 보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

강소안이 짐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 쓸쓸한 모습을 본 소윤지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선 천무진의 비서한테 연락해서 시간 잡고 이혼해야지.”

강소안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취직해서 내 힘으로 먹고살 거야.”

매달 1억 원의 용돈은 사실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2년 동안 쓰고도 남을 액수였다.

하지만 강소안은 천무진의 일상생활을 챙기느라 가장 좋은 것들만 먹고 썼다.

그리고 매주 있는 가족 모임마다 천씨 가문 어른들에게 드릴 선물까지 챙기다 보니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지금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고작 천만 원뿐이었다.

“그럼 일자리 구하기 전까지 나 좀 도와줘.”

소윤지는 친구가 혼자 집에서 슬퍼하는 걸 볼 수가 없었다. 물론 진심으로 급한 이유도 있었다.

“내가 예약한 피아니스트가 펑크를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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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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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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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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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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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6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도 천무진을 단번에 알아봤다.천무진이 임효정을 품에 안고 있었고 임효정의 이마에 자그마한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들 맞은편에 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가득했다.“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고소할 거라는 걸 알고는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손을 대더라고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무진 오빠가 곁에 있어 줘서 망정이지...”임효정이 가련한 표정을 지으면서 별빛이라도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무진을 바라봤다.천무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임효정을 품에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이 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그의 온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기자들은 본래 강성일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참이었다.그러다가 임효정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왔고 천무진이 곁을 살뜰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취재 대상을 바로 바꿔버렸다.강소안이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외래 병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두 눈에 흔들린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 심각한 표정을 한 천무진의 얼굴이 비쳤다.하지만 천무진의 눈에는 품속의 임효정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아무래도 돌아서 가는 게 좋겠어요.”정문이 가로막혀 간호사가 옆문으로 가자고 했다.강소안이 천무진과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 서더니 몇몇 기자들을 지나 천무진을 빤히 응시했다.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일까, 천무진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강소안이 그의 앞에서 이토록 비참하고 엉망인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볼에 긁힌 상처가 있었고 피 한 방울이 반쪽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 위에 채소가 붙어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가 옷을 흠뻑 적셨다.이젠 천무진의 두 눈에 스친 감정도 온전히 읽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혐오, 혹은 경멸이었을지도...품에 안겨 있던 임효정이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그가 이내 시선을 거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5화

    강소안이 길고 까만 머리칼을 쓸어 넘기다가 멈칫했다.“못 했어. 다음 날에 해야지, 뭐.”“천무진 그 자식이 애지중지하는 여자의 개 소송을 신경 쓰느라 너랑 이혼할 시간도 없었겠지. 개 한 마리 때문에 그 난리를 치다니. 처남이 소송 중인데 매형이란 작자가 개를 위해 나섰다는 걸 남들이 알면 얼마나 웃겠어.”소윤지는 성격이 거침없었고 솔직했다. 기사를 봤을 때 정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강소안이 상처받을까 봐 밤새 꾹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강소안이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으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옅은 미소를 지었다.“잘됐네. 나도 마침 이혼하러 갈 시간 없거든.”그녀가 가방을 챙겨 들고 경찰서에 가려 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 주변의 CCTV를 조사 중이라 해서 혹시 실마리가 될 만한 게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차를 몰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장모연이었다.다급하게 울려대는 벨 소리에 강소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침에 최후통첩을 날리고 이렇게 빨리 다시 전화를 걸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장모연의 다급한 목소리에 험한 욕설이 뒤섞여 있었다.“소안아, 빨리 영산 병원으로 와. 그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우리를 때리려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그 사람들이 유가족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인터넷의 극성 네티즌들인지 알 수 없었다.강소안이 즉시 차를 돌려 영산 병원으로 달려갔다.소윤지네 집이 영산 병원과 가까워 10분 만에 도착했다.차가 병원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람들이 강성일의 차를 둘러싸고 있는 걸 봤다.그들이 날달걀과 채소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바람에 차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앞 유리창 너머로 차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강성일과 장모연이 어렴풋이 보였다.강소안이 차에서 내려 경비원에게 사람을 더 불러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강성일이 창문을 살짝 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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