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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مؤلف: 인가인
천무진이 시선을 거두고 무미건조한 말투로 답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강소안이 찾아왔다고 해서 체면을 세워줄 천무진이 아니었다. 천무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강소안에게 전해졌다.

‘모르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강소안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

강소안이 정신을 차리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들어온 이상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다. 여기서 소란을 피워 다른 손님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레스토랑의 명성에 누를 끼칠 것이 뻔했다.

그녀는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쥔 채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요청한 곡이 유명한 피아노곡인 ‘캐논’이었는데 여자에 대한 남자의 찬사와 사랑을 상징하는 곡이었다.

강소안이 악보를 한참 동안 응시한 뒤에야 손을 올렸다. 대체 누가 이 곡을 요청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때 외국인 남성이 계속해서 농담을 던졌다.

“임 부대표님 같은 여장부를 곁에 두시다니 정말 보물을 얻으셨어요, 대표님.”

“맞는 말씀입니다. 부대표가 참 유능한 사람이에요.”

천무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임효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임효정이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유능하진 않았어요. 다 대표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

곡의 전주가 낮아 그들의 대화 소리가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뚫고 강소안의 귀에 고스란히 꽂혔다.

악보를 전부 외운 터라 볼 필요가 없었다. 강소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은 그들에게 향했다.

천무진이 임효정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아 있었고 손을 임효정의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었다.

임효정은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 남성과 협력 사업에 관해 논의하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 천무진과 나지막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강소안도 영어를 알아들었으나 업무와 관련된 전문 용어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천무진과 임효정의 호흡이 아주 완벽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여유롭게 외국인 남성을 상대했다.

짧디짧은 5분이었지만 강소안에게는 한 세기처럼 길게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고 강소안이 움직임을 멈추자 맴돌던 선율이 사라지고 식탁 앞 세 사람의 대화 소리가 다시 선명하게 들려왔다.

“두 분 정말 천생연분이세요.”

외국 남자가 이번 협상에서 이득을 보진 못했으나 천무진과 임효정을 진심으로 극찬했다. 천생연분이라는 소리에 천무진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상대가 외국인이라 그 표현이 두 사람을 형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임효정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세요, 마이클 씨.”

강소안이 코웃음을 쳤다가 천무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어쩌면 천무진은 강소안이 부끄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룸으로 들어왔을 때 힐끗 본 것 말고 그 뒤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행여나 더 쳐다봤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그의 아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체면이 깎일까 봐 두려워하는 듯한 눈치였다.

소윤지가 이 피아노를 끔찍이 아껴서 일반 피아니스트는 만지지도 못하게 했건만 천무진 같은 부유층의 눈에는 그저 유흥을 제공하는 서비스 인력으로 비칠 뿐이었다.

이젠 룸에서 나가야 했다. 하지만 강소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천무진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임효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겨 강소안에게 다가갔다. 임효정이 5만 원짜리 몇 장을 강소안에게 내밀었다. 얼핏 보니 대략 2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연주 아주 좋았어요. 이건 나랑 내 남자친구가 주는 팁이라고 생각해요.”

임효정의 목소리가 아주 낮았다.

‘남자친구, 팁...’

강소안은 심장이 찌릿하게 저렸다. 임효정을 쳐다보니 평온해 보이는 눈동자 속에 의기양양함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임효정이 그녀를 알고 있을 거라고, 낯선 번호로 영상을 보낸 사람 역시 임효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천무진의 차가운 태도는 견딜 수 있어도 임효정의 도발은 용납할 수 없었다. 강소안이 뭐라 말하려던 그때 천무진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안 가고 뭐 해?”

천무진이 경고 섞인 눈빛으로 강소안을 쏘아보았다. 강소안이 정말 눈치가 있다면 이런 곳에 따라오는 게 아니라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 잘못을 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시선에 강소안이 움찔하더니 임효정이 건넨 돈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임효정의 이런 당당함이 천무진이 만들어준 것이라 지금의 강소안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억지로 자존심을 세우려다 더 비참해질 수가 있었다. 그러니 돈이라도 챙기는 게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홀로 돌아온 강소안은 계속하여 연주를 이어가다가 열 시가 되어서야 마무리했다.

소윤지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강소안이 옷을 갈아입고 입구에서 기다렸다.

초가을의 밤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강소안이 옷깃을 여미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뒤 텅 빈 거리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때 천무진이 뒤에서 걸어와 강소안의 옆에 멈춰 서더니 곁눈질로 강소안을 내려다봤다.

“앞으로는 이런 곳에 찾아오지 마. 할 말이 있으면 집에서 해.”

강소안이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봤다. 옆에 선 천무진이 강소안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고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조명이 그를 금빛으로 감쌌다.

수려한 이목구비와 턱선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천무진에게서 풍기는 나른하면서도 고고한 분위기가 강소안을 덮치자 감각이 무뎌져 가던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천무진의 눈에 비친 강소안이 너무나 비굴한 여자라 천무진 때문에 이곳에 쫓아온 것이라 단정 지은 것일 수도 있었다.

“오해야. 난 윤지를 도와주러 왔어.”

강소안이 옆으로 비켜서며 천무진과 거리를 두었다.

‘말로는 절대 지지 않는다니까.’

천무진의 눈빛이 서늘해졌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입김이 피어올랐다.

“이유가 뭐가 됐든 이런 곳엔 오지 마. 내 망신 좀 시키지 말란 말이야.”

“우리 비밀 결혼했잖아. 내가 당신의 아내라는 걸 아무도 몰라. 정 그렇게 신경 쓰이면 내일 당장 이혼 도장 찍으러 가.”

천무진의 차가운 말에 강소안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쓸쓸한 밤, 한때 가장 가까웠던 부부 사이에 살벌한 긴장감만 감돌았다.

천무진이 갑자기 헛웃음을 짓더니 혀로 볼 안쪽을 밀어내면서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나랑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런 수작 나한테는 안 통해. 조만간 후회하면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날이 올 거니까 두고 봐.”

강소안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조금씩 붉어지는 눈시울을 천무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때 천무진의 뒤에 있던 마이클이 다가왔다.

“대표님, 앞으로 잘해봅시다.”

천무진이 강소안을 향하던 경멸 어린 표정을 거두고 마이클에게 웃어 보였다.

“잘해봐요, 우리. 국내에 며칠 더 머무르시는 게 어떨까요? 부대표한테 이곳저곳 구경 좀 시켜드리라고 할게요.”

마이클이 크게 웃었다.

“대표님의 사람을 제가 뺏을 순 없죠. 부대표님은 대표님의 옆에 두도록 하세요.”

마침 임효정이 차를 몰고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와 천무진의 곁에 섰지만 시선은 마이클에게 고정했다.

“마이클 씨, 호텔까지 모셔다드릴게요.”

마이클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광입니다. 고마워요, 부대표님.”

천무진이 임효정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커다란 손을 그녀의 허리에 얹었다.

“조심해서 가.”

임효정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마이클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 더는 강소안을 쳐다보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은 강소안을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강소안이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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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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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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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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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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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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