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제7화

مؤلف: 인가인
빌딩이 구름을 찌를 듯이 높아 고개를 끝까지 젖혀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강소안은 목이 다 꺾일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운무 그룹에 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강씨 가문이 천씨 가문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쯤은 강소안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거대한 빌딩 앞에 서서 끊임없이 드나드는 수많은 직원을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건 비할 바가 못 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비교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처럼 몰락한 강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예전의 전성기 시절이라 해도 천씨 가문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 여직원들이 유독 많았는데 안내 데스크의 직원들도 모두 깔끔한 정장 차림에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천무진이 가정주부인 강소안을 무시하더라니, 일하는 환경이 이런데 어찌 무시하지 않겠는가?

비록 그녀가 가정주부가 된 게 천무진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말이다.

강소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괴감이 밀려와 숨이 턱 막혔다.

그녀가 구석진 곳을 찾아 손정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모님.”

“손 비서님, 저 지금 회사 밑에 왔는데요. 번거로우시겠지만...”

강소안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손정후더러 천무진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정후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제가 지금 회의 중이라서요. 다른 사람을 보낼게요.”

“아니 저...”

강소안이 뭐라 하려던 그때 전화가 뚝 끊기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정후의 부하가 내려와 공손한 태도로 그녀를 위층으로 안내했다.

“이것 좀 천무진 씨한테 전해주세요.”

강소안이 서류와 보온병을 함께 건넸다.

“대표님께 전달되는 서류는 저희가 함부로 손댈 권한이 없습니다. 직접 올라가셔서 전해주세요.”

부하가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강소안을 회사 안으로 안내했다. 강소안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대표실.

방금 회의를 마친 천무진이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채 마디가 굵은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쳤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

손정후가 뒤따라 들어오며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천무진이 멈칫하더니 잔뜩 찌푸려졌던 미간이 미세하게 펴졌다. 깊은 두 눈에 예상했다는 기색이 스쳤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내 옆으로 돌아오려 할 줄 알았어.’

“10분 뒤에 회의 있는데 미룰까요?”

손정후의 질문에 천무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30분 미뤄.”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잘못을 빌러 온 강소안을 쉽게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그녀의 콧대를 꺾어놓아야 다음부터 이런 짓을 안 할 터. 그러려면 10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알겠습니다.”

손정후가 즉시 휴대폰을 꺼내 각 부서에 회의 연기를 알렸다.

강소안이 손정후 부하의 안내를 받아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층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바람에 제법 시간이 걸려서야 최고층에 도착했다.

“천무진 씨 사무실에 있나요?”

강소안이 물었다.

“대표님께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십니다. 회의가 연달아 잡혀 있거든요. 손 비서님 말씀으로는 며칠째 회사에서 지내시면서 밤에도 화상으로 국제회의까지 참석하셨대요. 정말 엄청 바쁘고 고단한 일정을 소화하고 계세요.”

손정후의 부하가 엉뚱한 이야기로 빠지며 정작 강소안이 던진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소안은 그 말에 신경이 쓰여 얘기가 이어질수록 미간을 점점 더 찌푸렸다.

천무진이 위장이 좋지 않았다. 늘 일에 치여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한 탓에 생긴 고질병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손정후의 부하가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 보세요. 저는 다른 업무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강소안이 정신을 차렸을 때 손정후의 부하는 이미 저만치 멀어진 뒤였다.

그녀의 시선이 눈앞에 있는 두 짝의 검은색 원목 문으로 향했다. 엄숙하고 위압적인 기운이 그녀를 덮쳤다.

강소안의 머릿속에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이 문을 드나들었을 천무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건만 내려놓고 바로 나오는 거야. 천무진이 무슨 모진 소리를 하든 그냥 못 들은 척 한 귀로 흘려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 내부가 짙은 그레이 톤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천무진처럼 차갑고도 고결하며 절제된 화려함이 묻어났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 사무실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기 중에 천무진 특유의 은은한 향가가 감돌면서 강소안의 코끝을 스쳤고 동시에 때늦은 기억 조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두 사람이 은밀한 온기를 나누던 때 천무진이 넓고 뜨거운 손바닥으로 강소안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언제나 그의 탄탄한 구릿빛 가슴팍이었다.

오직 그렇게 살을 맞대고 있을 때에만 천무진의 존재를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고 그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실 수 있었다.

널찍한 사무실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고 천무진도 자리에 없었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듯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천무진이 정말 바쁜 걸까, 아니면 강소안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자리를 피한 걸까?

애초에 천무진을 만날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정말로 만나지 못하자 상실감이 그녀를 집어삼킬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다.

사무실 한가운데에 한참을 서 있던 강소안이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천무진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보온병과 서류를 내려놓던 중 양복 재킷의 소매가 책상 모서리에 걸쳐져 있는 걸 봤다.

재킷이 구겨져 있었고 담배 냄새가 약간 배어 있었다. 천무진이 결벽증이 있어서 아무리 바빠도 손정후더러 집으로 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면 강소안은 그가 벗어놓은 옷들을 전부 깔끔하게 씻은 뒤 다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곤 했었다.

이 옷을 집으로 가져가서 빨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으로는 망설였지만 손은 이미 재킷을 집어 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재킷이 어느새 그녀의 팔뚝에 걸쳐져 있었다. 가져가기로 결심한 듯했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습관적인 행동에 진저리가 난 강소안이 서둘러 재킷을 제자리에 놓으려던 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강소안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임효정이 검은색 셔츠 차림으로 걸어 들어왔다. 셔츠 깃 아래 단추 두 개가 풀어져 있어 우윳빛 피부와 아찔한 가슴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 시선을 강탈했다.

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짧은 스커트 아래로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길고 곧은 다리가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여기에 커리어 우먼 특유의 당당한 아우라까지 더해지니 남자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누구 마음대로 여기 들어온 거예요?”

임효정이 다가왔다. 강소안을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그녀가 들고 있던 재킷을 가로챘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놓인 보온병과 서류를 힐끗거렸다가 한마디를 던졌다.

“천씨 가문에서 일하는 도우미예요?”

강소안이 키가 큰 편이라 임효정이 5, 6cm 되는 힐을 신고서야 눈높이가 엇비슷해졌다.

그녀가 텅 빈 손과 임효정이 빼앗아간 재킷을 번갈아 보더니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거기에 임효정의 무례한 질문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닙니다.”

임효정이 더는 말 섞기 귀찮다는 태도로 쏘아붙였다.

“그쪽이 누구든 상관없는데 앞으로 대표실에 함부로 드나들지 마세요. 대표님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

그러고는 휴게실로 걸어갔다.

휴게실 문을 활짝 열자 2인용 침대가 보였는데 어지럽기 그지없었다. 남자의 흰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 그리고 짙은 남색 드로즈 팬티가 침대 발치에 널브러져 있었다.

임효정이 그것들을 하나씩 주워 욕실로 가져간 다음 침대 위의 이불과 베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불을 들추는 순간 검은색 스타킹 한 짝과 호피 무늬 브래지어가 강소안의 시야에 들어왔다.

강소안은 숨이 멎는 것 같았고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저 휴게실에서 임효정이랑 뒹굴 시간은 있었나 봐?’

“아직도 안 가고 뭐 해요?”

임효정이 스타킹과 브래지어를 욕실로 던져 넣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강소안이 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걸 보자마자 임효정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

그녀가 책상 위의 서류를 가리켰다.

“이 서류 천무진 씨한테 직접 전해야 해서요.”

“나한테 주면 돼요.”

강소안을 쳐다보는 임효정의 눈빛에 적대심이 더해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임효정에게서는 레스토랑 앞에서 천무진을 보며 수줍어하던 가녀린 모습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천무진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안주인인 것처럼 구는 임효정의 태도에 진짜 아내인 강소안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강소안이 임효정에게 다가갔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30화

    천무진이 손을 내밀어 허벅지 위에 놓인 강소안의 손을 잡았다.거칠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나랑 집에 가자, 응?”천무진의 숨결이 한층 더 거칠어졌다.농밀한 수컷의 향기가 강소안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깨어 있었다.여기서 천무진을 거절하면 은강시 병원들의 진료 기록을 손에 넣을 다른 방도가 있을지 고민해봤다. 안타깝게도 없었다.현실을 직시한 순간 강소안이 선택을 내렸다.천무진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닿아도 피하지 않았다.차 안을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뜨거운 열기로 바뀌었다.늦가을의 첫 비가 갑작스레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조등 불빛이 텅 빈 도로를 비추는 가운데 빗방울이 유리창 위로 떨어졌다가 다시 흘러내렸다.빗소리와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천무진이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는 강소안의 손을 가볍게 제압했다.며칠 동안 억눌렀던 욕망이 터져 나와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강소안을 덮치고 싶었다.아직 차 안에서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오늘 한번 시도할 생각이었다.품 안의 여자가 계속 반항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소안이 거래에 응하든 말든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어차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꽤 고집을 부리긴 했지만 주제 파악을 잘하는 그녀라 그가 던져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천무진의 예상대로 강소안은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했을 때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승낙하지도 않았다.‘내 입으로 동의한다고 말하지만 않으면 돼. 그러면 혁이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고 난 뒤에 다시 이혼을 요구해도 약속을 어겼다고 할 수 없어.’천무진이 점점 통제력을 잃어갔다. 강소안의 옷이 이미 잔뜩 헝클어졌고 정말 이곳에서 끝장을 볼 기세였다.그가 강소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9화

    과거 강소안은 천무진이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강소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몰라.”“말을 잘 들어서. 네가 다른 여자들이랑 다를 줄 알았으니까.”천무진이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댄 채 인내심을 가지고 강소안과 얘기를 나눴다.그는 쩍하면 싸움을 걸거나 피곤하게 구는 여자를 질색했다.남자는 밖에서 일해야 하고 여자는 집에서 내조해야 한다고 여겼던 그인지라 지난 2년간 강소안이 보여준 모습이 꽤 만족스러웠다.강소안은 천무진의 행적을 캐묻지 않았고 일에 대해서도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그 역시 회사에서의 감정을 집에 가져오지 않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 역할을 충실히 했다.무엇보다 두 사람은 속궁합이 제법 잘 맞았다. 강소안의 체력이 조금 약해 천무진의 들끓는 욕구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것만 빼면 꽤 잘 어울리는 부부라고 생각했다.물론 이건 알지 못했다. 그가 남편으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건 잠자리 하나뿐, 나머지 모든 면에서는 낙제점이라는 사실을.천무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강소안이 몸을 틀어 그를 몇 초간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장모연과 강성일이 어떤 식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지 천씨 가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천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고 그녀와 천무진의 혼사 역시 할아버지 대에서 정해진 것이었다.강성일의 지독한 남존여비 사상과 파탄 난 인성 탓에 천승군과 강성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다.강소안이 장모연처럼 남편이 쥐고 흔드는 대로 질질 끌려다니는 성격일 거라고 천무진이 지레짐작한 건 아닐까?그래서 그가 밖에서 임효정과 무슨 추잡한 짓거리를 하든 간섭하지 않고 천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얌전히 앉아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살 거라 생각하여 강소안과 결혼한 것일까?“그럼 당신은 내가 왜 이혼하려는지 알아?”강소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천무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왜 이혼하려는지 관심조차 없는 건지, 아니면 정말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8화

    강소안이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 내내 짙게 끼어 있던 마음속 먹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었다.“그건 그렇고 본가엔 웬일로 왔어?”천승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병원 일 때문에 부탁드리러 왔어요.”그녀의 설명에 천승군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거라면 무진이한테 얘기해도 되잖아.”강소안이 아무 말이 없자 뭔가를 눈치챈 천승군이 다정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모처럼 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 할머니 지금 낮잠 주무셔. 안 그래도 아까 네 얘기를 하시더라.”“아니에요, 아버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천무진이 본가에 거의 오지 않는다는 걸 강소안도 알고 있었다. 최해숙이 그녀를 본다면 천무진에게 전화하여 오라고 할 게 뻔했다.천승군은 강소안이 동생 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따뜻한 위로만 건넸다.강소안이 떠난 뒤 천승군이 다시 신문을 집어 들었다. 그의 시선이 1면 헤드라인에 머물렀다.[운무 그룹 대표, 부대표의 반려견을 위해 발 벗고 나서다...]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천승군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천씨 가문 본가에서 나온 강소안은 경찰을 통해 사망자가 다녔던 직장을 알아냈다.시 외곽에 위치한 전자 제품 공장이었다.공장에 도착했을 때 기자 두 명이 경비원 할아버지를 붙잡고 인터뷰하고 있었다. 강소안은 기자들이 완전히 자리를 뜬 후에야 차에서 내려 경비실로 다가갔다.경비원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그쪽은 또 어느 신문사에서 왔어요?”“작은 신문사예요. 어르신, 이거...”강소안이 차에서 미리 챙겨 온 담배 한 갑을 쓱 내밀었다.강성일이 산 거라 꽤 비쌀 것이다. 담배를 본 순간 경비원의 눈빛이 다 반짝였다.“안혜미 씨는 작업장의 일반 직원이었어요. 사고 나기 이삼일 전부터 무단결근을 하더라고요. 우리 공장에 들어온 지도 아직 한 달이 채 안 돼서 다들 잘 알지 못해요.”비싼 담배 한 갑으로 짧은 몇 마디를 바꿨다. 경비원이 말을 마치자마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7화

    강소안은 천무진의 외도 영상을 보았을 때, 그리고 천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모진 말들을 직접 들었을 때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천무진이 그녀에게 안겨주는 상처에 끝이 없다는 것을. 더 깊고 처절한 아픔만 끝없이 이어질 뿐이었다.그 고통에 비하면 얼굴에 난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의사가 상처 치료를 마치고 약을 처방해주자 강소안이 감사 인사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모에게 방패막이로 버려졌다는 비참함보다 천무진이 안겨준 절망감이 아득히 컸다.그녀는 강성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살길을 위해서라면 친딸을 버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소윤지의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오자마자 장모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안아, 무사히 빠져나왔지?”강소안이 콧소리로 짧게 대답했다.“네.”“다행이다. 네 아빠도 네가 어떻게든 빠져나올 줄 알아서 그냥 두고 온 거야. 아빠한테 화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혁이 일까지 모른 척하면 안 돼. 혁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데.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해...”딸이 걱정돼서 전화한 게 아니라 강소안이 화가 나서 강혁을 내팽개칠까 봐 떠보는 것이었다.물론 강소안도 강혁을 외면할 생각이 없었다.“앞으로 제게 남은 양심은 누나로서의 양심뿐이에요.”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뒤 오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준섭이 이미 인터넷에서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른 영상을 봤다. 구경꾼들이 찍어 올린 영상이 순식간에 순위를 장악했다.“소안 씨, 당분간 외출하실 때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래도 이번 기사는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이성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선을 넘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요.”“감사합니다, 변호사님. 하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네요. 혹시 제가 더 알아봐야 할 게 있을까요?”강소안이 두 다리를 끌어안고 소파에 웅크렸다. 몸이 말라서 그런지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표정도 멍했고 두 눈도 초점을 잃었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6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도 천무진을 단번에 알아봤다.천무진이 임효정을 품에 안고 있었고 임효정의 이마에 자그마한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들 맞은편에 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가득했다.“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고소할 거라는 걸 알고는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손을 대더라고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무진 오빠가 곁에 있어 줘서 망정이지...”임효정이 가련한 표정을 지으면서 별빛이라도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무진을 바라봤다.천무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임효정을 품에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이 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그의 온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기자들은 본래 강성일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참이었다.그러다가 임효정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왔고 천무진이 곁을 살뜰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취재 대상을 바로 바꿔버렸다.강소안이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외래 병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두 눈에 흔들린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 심각한 표정을 한 천무진의 얼굴이 비쳤다.하지만 천무진의 눈에는 품속의 임효정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아무래도 돌아서 가는 게 좋겠어요.”정문이 가로막혀 간호사가 옆문으로 가자고 했다.강소안이 천무진과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 서더니 몇몇 기자들을 지나 천무진을 빤히 응시했다.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일까, 천무진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강소안이 그의 앞에서 이토록 비참하고 엉망인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볼에 긁힌 상처가 있었고 피 한 방울이 반쪽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 위에 채소가 붙어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가 옷을 흠뻑 적셨다.이젠 천무진의 두 눈에 스친 감정도 온전히 읽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혐오, 혹은 경멸이었을지도...품에 안겨 있던 임효정이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그가 이내 시선을 거

  • 전처 결혼식 깽판기   제25화

    강소안이 길고 까만 머리칼을 쓸어 넘기다가 멈칫했다.“못 했어. 다음 날에 해야지, 뭐.”“천무진 그 자식이 애지중지하는 여자의 개 소송을 신경 쓰느라 너랑 이혼할 시간도 없었겠지. 개 한 마리 때문에 그 난리를 치다니. 처남이 소송 중인데 매형이란 작자가 개를 위해 나섰다는 걸 남들이 알면 얼마나 웃겠어.”소윤지는 성격이 거침없었고 솔직했다. 기사를 봤을 때 정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강소안이 상처받을까 봐 밤새 꾹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강소안이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으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옅은 미소를 지었다.“잘됐네. 나도 마침 이혼하러 갈 시간 없거든.”그녀가 가방을 챙겨 들고 경찰서에 가려 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 주변의 CCTV를 조사 중이라 해서 혹시 실마리가 될 만한 게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차를 몰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장모연이었다.다급하게 울려대는 벨 소리에 강소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침에 최후통첩을 날리고 이렇게 빨리 다시 전화를 걸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장모연의 다급한 목소리에 험한 욕설이 뒤섞여 있었다.“소안아, 빨리 영산 병원으로 와. 그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우리를 때리려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그 사람들이 유가족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인터넷의 극성 네티즌들인지 알 수 없었다.강소안이 즉시 차를 돌려 영산 병원으로 달려갔다.소윤지네 집이 영산 병원과 가까워 10분 만에 도착했다.차가 병원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람들이 강성일의 차를 둘러싸고 있는 걸 봤다.그들이 날달걀과 채소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바람에 차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앞 유리창 너머로 차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강성일과 장모연이 어렴풋이 보였다.강소안이 차에서 내려 경비원에게 사람을 더 불러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강성일이 창문을 살짝 내리더니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