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Bab 611 - Bab 620

1254 Bab

제611화

“그건 모르는 일이죠. 너무 심심해서 사서 고생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그러니까요. 고생하는 건 그 사람인데 뭘 그렇게 고민해요?”양시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시연 씨는 쉽게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고 국내 최고 갑부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다가 오빠가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굴면 뻥 차버리면 되잖아요. 침대 밖으로 내쫓는 것처럼 간단한 일 아니에요?”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그런데 부승희가 한숨을 폭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런 프러포즈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 시연 씨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 엄마한테 이 사실을 알리면 당장 비행기 타고 와서 시연 씨를 설득할 거예요.”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엄마는 결혼과 사랑은 다른 거라고 했어요.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사랑만 해서는 결혼이 안된대요. 부부는 파트너 같기도 해서 사랑도 하고 손발도 척척 맞아야 해요. 두 가지가 다 되는 인연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죠.”부승희가 말을 마치고 양시연의 어깨를 다독였다.“정훈 오빠를 놓치면 더 좋은 사람 없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우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애틋한 사랑이라고 해도 결국 끝은 똑같아요.”양시연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부승희를 바라봤다.“부승희 씨답지 않은 얘기인걸요.”경인시에서 사랑에 파이팅넘치는 사람 하면 부승희였다.부승희는 손을 휘휘 저었다.“이제 어리지도 않은데 어떻게 예전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어요?”그리고 부승희가 반우희를 향해 물었다.“우희 씨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요?”“스물둘이요.”그 말에 양시연과 부승희가 서로를 바라봤다.‘젊고 참 좋다.’‘부러워.’부승희는 다시 말을 이었다.“어쨌든 정훈 오빠랑 결혼한다고 해도 아무도 시연 씨 뭐라고 못해요. 다들 과하게 프러포즈한 정훈 오빠를 미친 사람 취급 할 걸요.”반우희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시연 언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양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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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부승희는 반우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렸다.그러자 반우희가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놨다.“과일 도시락이에요. 부승원 변호사님이 다른 변호사한테 나눠주시고 마지막으로 저한테 주셨는데 저는 그냥 평범한 도시락인 줄 알고 그냥 가지고 있었어요.”부승희가 빠르게 질문을 이어갔다.“무슨 과일이었는데요?”“딸기요!”“또 거짓말! 우리 오빤 딸기 안 먹어요. 엄마가 딸기를 싸주셨을 리가 없어요!”“...”반우희는 또 제 발등을 찍었다.양시연은 그 옆에서 웃음이 터졌다.부승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부승원은 딸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반우희가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양시연은 제 코가 석 자였으니 다른 사람의 연애사에 간섭할 겨를이 없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근처 노래방에서 한 곡 하고 나오니 어느새 저녁 10시가 넘었다.“우리 3차 가요!”부승희가 말을 꺼냈다.그러나 양시연과 반우희는 체력이 바닥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두 사람 정말 체력 키워야겠어요.”부승희는 두 사람을 이끌고 신호등 앞에 섰다.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길가에 서 있는데 버스가 지나치고 맞은편의 한 무리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양시연은 경인시가 참 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렇게 좁을 수가 없었다.경인시로 막 돌아온 양시연이 우연히 연정훈을 만나고, 먼 해외에서 돌아온 부승희가 길가에서 이승우를 마주칠 확률은 대체 얼마나 높을까?차 한 대가 지나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부승희의 긴 머릿결을 흩트렸다. 그렇게 시야가 조금 가려지고 부승희는 눈앞의 사람이 흐릿하게 보였다.이승우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매를 반쯤 접어 올렸으며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있었다. 손목에 걸린 시계가 훤히 드러났고, 웃으면 고개가 뒤로 살짝 젖혀지는 습관까지 기억 속과 다를 게 없었다.양시연은 바로 부승희를 살폈다. 부승희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이승우를 향해 미소 지었다.이승우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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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부승희의 말이 끝나고 양시연은 왠지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이승우가 깜짝 놀라더니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그렇게 벌써 남자 친구가 생겼어?”“덕분에.”부승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오늘은 짧게만 얘기하고 다음에 자리 한번 마련할게. 프로그래밍하는 사람인데 오빠랑 얘기가 통할 거야.”“그래...”“이만 가요.”양시연과 반우희를 향해 말했다.부승희가 먼저 앞장을 서고 두 사람은 조용히 이승우의 앞을 지나쳤다.그렇게 그들은 또 큰길 하나 사이 두고 멀어졌다.부승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나 양시연은 이승우를 몰래 살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부승희가 멀어지고 나서야 이승우는 몰래 그곳을 슬쩍 살피다가 몸을 돌렸다.반우희가 작게 중얼거렸다.“승희 씨 정말 멋있지 않아요?”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세 사람은 앞쪽 사거리에서 헤어져 각자 차에 올랐다.양시연은 본가로 향했고 정원에 양석진이 자주 타던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어제저녁부터 양혁수의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집안으로 들어선 양시연은 양지원과 양석진을 찾았다. 인기척을 느낀 여 아주머니가 내려와 양시연에게 말했다.“시연 씨, 어르신이 위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양홍두가 무슨 말을 할지는 대충 예상이 되었다. 연정훈이 그렇게 많은 걸 내주었으니 양홍두의 마음이 흔들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양지원과 양석진의 얼굴을 보아 섣불리 말을 꺼내지는 못할 것이다.똑똑똑.양시연이 문을 두드렸다.“들어오거라.”양시연이 안으로 들어섰다.양홍두의 방은 본가에서도 가장 큰 방이었고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썼었다. 방 안의 공기는 아주 쾌적했으며 잘 정돈이 된 것 같았다.“할아버지, 저 찾으셨어요?”양홍두는 어항의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양시연을 확인한 양홍두는 양시연을 옆으로 부르더니 물고기 밥을 넘겨주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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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양시연은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양홍두의 방에서 나왔다. 마음속에는 또 걱정이 늘었다.거실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오자 양시연이 고개를 들어 그곳을 확인했다. 양지원과 양석진이 함께 있었다.양시연은 너무 기쁜 나머지 깡충깡충 뛰며 외쳤다.“엄마!”양지원이 고개를 들어 양시연을 향해 미소 지었다.“빨리 와. 엄마 쿠키 구웠어!”고개를 끄덕인 양시연이 폴짝폴짝 내려갔다.양지원은 이런 양시연이 익숙했지만 양석진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양시연은 늘 양석진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양시연이 양석진에게 다가가 물었다.“오늘은 다른 일정 없어요?”예전처럼 호칭은 생략되었다.양석진은 소파 등받이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응. 그래서 집에 들렀어.”“그렇군요.”양지원은 쿠키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신경을 써서 만들어도 쿠키가 자꾸 부서졌다.양시연이 말했다.“설탕을 많이 넣어서 그래요.”“정말?”양지원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다시 주방으로 걸어가 다음 쿠키를 체크했다.양석진은 테이블 위로 올려 둔 조각난 쿠키를 대수롭지 않게 입에 넣었다.한 입만 먹어도 너무 단데 양석진은 그 쿠키가 별미라도 된 것처럼 자꾸 입에 넣었다.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 조각 다시 맛보았다.“...”‘음... 내 미각이 잘못된 건 아니군.’양시연은 몰래 물을 반 컵이나 들이켰다.양석진은 이런 양시연을 살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음식은 한 번도 차려본 적이 없던 네 엄마가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성장인 거야.”“...”‘네네. 당연히 그렇겠죠.’“엄마가 만든 쿠키가 맛은 좋은데 시간이 많이 늦어 당이 올라갈 수 있으니 오늘 밤엔 적당히 드시는 게 좋겠어요.”양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부녀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양석진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정훈이가 프러포즈했다면서?”양시연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정확히 말하면 프러포즈는 아니죠.”“그래. 혼사 얘기를 꺼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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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거실에서.양석진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쿠키 포장에 몰두했다.양지원이 소파에 앉아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정훈이가 그렇게 좋은가? 왜 잊어버리질 못하는 걸까요?”“콩깍지라는 게 다 그렇지 뭐.”양지원이 입을 삐죽였다.연정훈의 얼굴만 떠올려도 양지원은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그러자 양석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딸아이가 좋다잖아.”“...”양지원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정훈이 성격도 성격이지만 머리가 너무 좋은 게 문제예요. 시연이에게 프러포즈한다고 그전부터 계약 문제로 혼을 쏙 빼놓더니 일성 그룹에도 손을 대잖아요. 프러포즈할 때가 되니 혁수 사업에 트러블을 만들어 혁수까지 보내버리고!”양석진이 입꼬리를 올렸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사이 나비는 가만히 그 옆을 지켰다. 그릇에 담긴 쿠키는 거의 비워졌다. 대부분 부서진 쿠키는 양석진이 차를 마시며 천천히 먹어버렸다.양석진이 맛있게 먹어주자 양지원은 자신감이 늘었다.그래서 마지막 두어 개 남은 쿠키를 먹지 못하게 막아섰다.“그만 먹어요. 나비한테도 줄 거예요.”그러더니 양지원이 그릇을 들고 일어섰다.양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양지원은 아주 당당하게 나비의 입에 쿠키를 쏙 넣었다.나비는 질겅질겅 씹더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퉤하고 뱉었다.“...”양석진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나비는 뱉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테이블을 향해 몇 번이고 침을 뱉었다. 마치 입안에 작은 부스러기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양지원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양석진은 입꼬리를 꾹꾹 눌렀고 한 움큼의 쿠키를 가리키며 말했다.“나비가 많이 좋아하네. 이거 다 나비 줘.”“...”‘이게 다 연정훈이 버릇없게 키워서 그래!’양시연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해 결국 지식인을 뒤적였다.자신의 고민을 특정 사항만 지우고 서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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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역시 사업하는 남자는 연애도 일처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양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사람이 허락할 리가 없어요.]엔이 말했다.[그래도 현재 주동권은 그 쪽한테 있으니까 시도해 봐요. 변호사 꼭 대동하고요.]양시연은 고민에 잠겼다.그러는데 엔의 상태가 오프로 바뀐 게 보였다.양시연은 마지막으로 엔에게 즐거웠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대화방을 나왔다.창밖으로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마도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양시연은 창문을 열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따끈한 차를 들고 폭풍전야의 세상을 구경했다.그런데 양시연은 왠지 헛웃음이 나갔다.많은 게 변했다.이젠 결혼이 가져올 이득까지 고려하게 되다니.양시연은 침대에 철퍼덕 누워 늦은 밤 불어오는 추위를 느꼈다. 두 눈을 감으면 연정훈과 같은 집에서 지내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눈이 오면 연정훈은 양시연은 껴안고 창가 의자에 앉는 걸 좋아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사계절 중 여름을 같이 보내지 못했다. 여름날 시원한 저녁, 한가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추억은 존재하지 않았다.‘아직 연정훈이 좋은 건가?’여러 고민을 해봤지만 사실 아직 이 문제를 진지하게 직시하지 못했다.양시연은 다시 눈을 뜨고 창밖의 잘 정돈된 정원을 바라보았다.연정훈을 향한 마음은 사랑과 원망이 얼기설기 섞인 미묘한 감정이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연정훈이 걸어온 전화였다.“여보세요?”상대의 핸드폰 너머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연정훈도 양시연처럼 창밖 풍경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아직 안 자고 있었네?”양시연은 허공을 힐끗 노려봤다.“그쪽이 보낸 물건 정리하느라 잘 시간도 없네요.”“내가 대신해 줄까?”“...”양시연이 입술을 꽉 깨물다가 작게 중얼거렸다.“엿처럼 들러붙긴...”“오전에 보낸 선물 박스에 엿은 없지만 꿀은 있어. 빨간색 박스에 든 게 꿀이니까 먹고 싶으면 찾아서 먹어.”“...”양시연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창가에 앉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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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핸드폰 진동이 이어졌다.양시연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연정훈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통화를 걸어왔다.양시연은 그 어떤 것에도 답장하지 않았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내일 오후. 강남 시티에서 만나.]‘쳇. 무슨 상사가 명령하듯 구네.’양시연은 입을 삐죽였다.양시연은 침대 위를 한참이나 뒹굴뒹굴했다. 당연하게도 양시연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아직 정리하지 못한 감정, 채워지지 않은 허영심, 눈앞에 보이는 이득, 그동안의 서러움 등 모든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버렸고 무게의 추가 점점 연정훈을 향해 기울어졌다.지금 생각해 보니 엔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어쩌면 연정훈에게 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양시연은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대로 자리를 잡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비가 그치고 날이 밝았다. 양시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인터참에 다녀왔고 경인에 있는 양씨 그룹 본부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일성 그룹의 마무리 작업까지 마쳤다.그렇게 바쁜 반나절을 보내고 운전하고 있는 양시연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어젯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조금 짜증이 올라올 때쯤 핸드폰이 울렸다.수신자는 연정훈.“여보세요?”“강남 시티로 와. 네가 좋아하는 갈비찜 있어.”“...”그 말에 양시연은 갑자기 배가 고픈 것 같았다.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유턴했다.‘그래. 가보는 거야. 뭐 두려운 것 있어?’강남 시티에 도착하자 마침 정오가 되었고 화창한 날씨에 양시연은 기분이 좋아졌다.정원 앞까지 걸어가는데 문이 먼저 열렸다.연정훈은 검정 티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매치해 입었고 간만에 힘을 뺀 차림이었다. 그제야 제 나이로 보였다.연정훈은 자연스럽게 양시연의 가방을 받아 쥐고 허리 숙여 실내화를 꺼냈다.‘참, 몸 둘 바를 모르겠네.’양시연은 갑자기 부승희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무덤덤한 연정훈의 얼굴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연정훈이 고분고분 말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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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앙시연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결혼에 앞서 여러 조건이 있어요.”그러자 연정훈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바로 고개를 쳐든 연정훈이 말했다.“말만 해.”“정말 뭐든지 말해요?”“그래.”“좋아요.”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하나둘 세기 시작했다.“조건은 총 다섯 가지가 있어요.”“말해봐.”“정인 그룹은 정훈 씨가 준다고 했지, 내가 달라고 한 건 아니였어요.”이게 첫 번째,연정훈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너 줄게.”양시연이 메모장의 첫 번째 동그라미에 체크를 눌렀다.다음 조건.“결혼하고 1년 동안의 기한을 줘요. 1년 뒤 정훈 씨가 별로면 그때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대답해요.”연정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뭐가 별로인데?”“...”양시연은 말을 바꿨다.“그냥 정훈 씨와의 결혼 생활에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거죠.”“내가 별로라 만족스럽지 않을 거라고?”연정훈은 인상까지 찌푸렸다.양시연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톡 쏘아댔다.“연정훈 씨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고 불만이 생긴 경우라고 말을 고치죠!”“그래...”양시연이 턱을 치켜들고 물었다.“동의해요?”“응.”양시연은 또 체크를 하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다음 조건은 그... 거기에 관한 내용이에요.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는 가지지 않을 거예요.”“플라토닉?”“가끔은... 귀찮을 때가 있다고요.”양시연은 꽤 당당하게 대답했다.연정훈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재산을 걸고 보기만 하고 닿을 수 없는 부처님을 모시고 살라는 말이야?”양시연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결혼하지 말던가요.”연정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이 조건은 잠시 보류.”“안 돼요! 반드시 지금 대답해야 해요!”양시연은 연정훈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대답하지 않는다면 곧 말을 바꿀 게 분명했다.별수 없어진 연정훈이 이렇게 말했다.“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난 너와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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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왠지 연정훈이 억울한 것처럼 들렸다.조금 어이가 없어진 양시연이 말했다.“결혼식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데요. 굳이 형식대로 해야겠어요?”연정훈은 팔짱을 척 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다 보니 젊은 사람처럼 유행에 빠릿빠릿하지 못해. 나 같은 사람들은 클래식하게 가는 좋아. 뭐든지 제대로 해야지.”“...”양시연은 입을 삐죽였다.그리고 결혼식 얘기는 성공적으로 양시연의 잡생각을 치우게 했다. 양시연은 이제 어떻게 연정훈을 설득할지 고민했다.“스몰 웨딩으로 양가 친척, 친구들만 모시고 하면 안 돼요?”“우리 가문 친척, 친구들만 해도 식장 꽉 채워.”“...”‘하긴. 양씨 가문도 마찬가지야.’그리고 누굴 초대하고 누굴 초대하지 않을지 그 가늠도 참 어려웠다. 자칫하다가는 초대받지 못한 지인을 서운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양시연이 얼굴을 긁적이며 물었다.“예산은 얼마인데요?”“7천억.”양시연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돈이 넘쳐난다는 거야?’“안돼요!”양시연이 바로 거절했다.연정훈이 입을 열려고 하자 양시연은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 메모장에 글을 적었다.“여섯 번째. 결혼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양시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리고 정인 그룹도 곧 내 소유가 될 텐데 정훈 씨 명의 아래 회사도 잘 정리해 봐요. 얼마 남지 않는 재산 아껴야죠.”연정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네가 날 먹여 살리면 되지. 내가 뭐 걱정할 게 있나?”“굶어 죽지는 않게 해줄 테지만 한번 준 재산은 다시 뱉어내지 않을 거예요.”연정훈은 결혼 후 양시연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상상을 해보았다. 용돈을 받을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양시연을 떠올리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빠듯하게 살지 뭐.’그러나 정인 그룹을 내어준다고 해도 이미 모아둔 재산은 평생 쓰지 못할 액수였다.양시연이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산은 2백억 안으로 하는 게 좋겠어요. 소박하게 해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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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벌써 혼인 신고?양시연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생각에 잠겼다.“돌아가서 고민해 볼게요. 정해진 대로 알려줄게요.”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빨리 알려줘.”양시연이 입을 삐죽였다.‘뭐가 그렇게 급해?’양시연은 연정훈을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습관적으로 양손으로 반듯하게 운전대를 잡았다.이에 연정훈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뒤로 물러서서 떠나는 양시연을 지켜봤다.양시연은 덜컥 혼사를 결정해 버렸고 미처 양지원에게 입장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혼 소식은 날개를 타고 온 세상에 퍼져버렸다.인터참의 사람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진작 소식을 전해 들었다.집으로 끊이지 않는 전화가 걸려 왔고 저녁 늦게 방에 앉아 책을 뒤적이고 있는 양시연은 그제야 결혼을 실감했다.이튿날, 연정훈은 사람을 시켜 여러 웨딩 디자인을 양시연의 사무실로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두 가문 가족을 모시고 상견례를 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늦은 시간, 양시연은 인터참에서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밖에서 잠시 양혁수를 만나기로 했다.양시연은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양혁수는 집 문밖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시선을 마주하다가 양시연이 먼저 말을 건넸다.“막 도착한 거야?”“내가 찾아오지 않으면 결혼 소식도 알리지 않으려고 했어?”양혁수가 비꼬듯 말했다.이에 양시연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양혁수는 바로 걸음을 옮겨 양시연의 좌수석에 올라탔다.양시연은 직접 양혁수에게 끝을 전해야 했다.차창이 모두 닫힌 차 안, 두 사람만 남겨진 공간은 마치 또 다른 세상 같았다.“왜 갑자기 결혼하는 거야?”양혁수가 무표정으로 물었다.잠시 고민하던 양시연이 정면을 주시한 채로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시기도 적당하고 상황이 다 알맞게 돌아가니까 그렇게 하기로 했어.”양혁수는 덤덤하게 말을 꺼내는 양시연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그 사람 아직도 사랑하는 거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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