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601 - Chapter 610

801 Chapters

제601화

결코 회피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나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석지훈은 담배를 끄고 나를 품에 안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안 피곤해?”지금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나는 대답했다.“조금요.”그는 나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잠이 들려는 순간, 석지훈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윤아야, 세상의 많은 일들은 정해진 결말이 있어. 네가 내 아내가 되는 게 바로 그 종착점이지.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난 네가 흔들리지 않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며 스스로를 억누르지 않길 바래. 이것 또한 하나의 믿음이니까.”석지훈은 내가 마음을 굳게 먹길 바라고 있었다.나약한 모습 대신 그의 아내가 되는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기를 말이다.나는 입술을 깨물고 목 안에서 간신히 소리를 냈다.“응.”석지훈이 다시 말했다.“아가야, 넌 내 삶의 전부야.”평소 애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석지훈이 갑자기 날 삶의 전부라고 하니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해요?”“내일 떠나야 하니까.”나는 몸을 돌려 그의 목을 꽉 껴안았다. “우리 안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나 며칠 뒤에 오빠를 찾아갈 건데요 뭐!”“아가야, 떠나기 전에 너와 진심을 나누고 싶고 널 더 많이 사랑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내 마음 알지?”지금의 석지훈은 정말 많이 변했다.이전의 그 차가운 남자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네. 나도 사랑해요!”나는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는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자라고 나지막이 말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초조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석지훈은 일어났다.나는 눈을 감은 채 뜨지 않았다. 석지훈은 욕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내게 등을 보인 채 흰 셔츠로 갈아입고 늘 입던 검은 정장을 걸쳤다. 그리고는 다가와 손바닥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나는 몽롱한 척 눈을 뜨며 물었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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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휴대폰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송이연이 어떻게 신부전증이란 말인가.어떻게 엄마처럼 신부전증이...그래서 아이를 연시혁에게 보낸 것이었다.그를 용서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나는 급히 송이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나는 다시 연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나는 망설이며 물었다.“최근에 이연 씨를 만났어?”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안 만나 줘.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왜 갑자기 걔 얘기를 해?”나는 망설였다. 송이연의 상태를 그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나는 송이연이 걱정되어 연시혁과의 통화를 끝내고 직접 상주시로 향했다. 현정우는 연차였고 비서에게도 며칠 휴가를 줬기에 몇 명의 경호원만 대동했다.상주시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비서가 미리 송이연의 주소를 보내 주었는데 상주 대병원이었다.병원에 도착했는데 뜻밖에도 김예진을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응급실로 들어갔기에 나는 나중에 다시 찾아뵙기로 했다.내가 송이연을 찾았을 때 그녀는 병원 옥상에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오랜만에 본 송이연은 너무 말라 있었다. 병색이 완연한, 마치 뼈만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불렀다.“이연 씨.”그녀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나를 향한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수아 씨, 왔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뼈만 남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쩌다 이렇게 말랐어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 몸이 말을 안 듣네요. 입원해 있는 동안 점점 더 살이 빠졌어요.”“그런데 제 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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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오혜원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녀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기에 오혜원은 단지 인간이 가장 쉽게 하는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그러니 연시혁을 압박했다고 해서 그녀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나는 한숨을 지었다. 송이연은 내 손등을 꽉 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우린 건강하진 않지만 살아갈 희망은 있어요. 수아 씨는 저보다 훨씬 많은 걸 겪었으니 더 잘 알잖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이제 와서 따져봤자 시간 낭비이고 에너지 낭비일 뿐이에요. 그러니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어요. 앞으로 남은 인생은 우리 자신을 위해 사는 거예요. 혜원이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시혁을 용서한 건가요?”송이연은 웃으며 말했다.“이미 용서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승아를 맡기지도 않았을 거예요. 전 결국 저 자신에게 진 거죠.”스스로에게 졌다기보단 사랑에 진 거겠지.나는 다시 물었다.“그럼 시혁이와 다시 만날 건가요?”송이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나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물었다.“왜요?”“그 사람을 용서했지만 그가 저에게 했던 모든 일을 잊을 수는 없어요. 그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남을 테니까. 다시 만난다 해도 예전처럼 그에게 의지할 수 없을 거예요.”그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은 살면서 지켜야 할 선이 있어요. 그 선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거예요.”송이연의 사랑은 너무나 순수했다. 그녀는 예전에 자신의 부모님이 굉장히 사랑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연시혁은 그녀의 마지막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알겠어요. 당신의 생각을 존중해요.”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송이연의 결정이었다.나는 그녀의 어떤 결정이라도 지지할 것이다.그녀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수아 씨, 어쩌면 저도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날지 몰라요. 지금 수아 씨가 석지훈 씨를 만난 것처럼요. 그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더 행복해질지.”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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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간호사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환자 치료 중인데 왜 함부로 들어와요?!”김예진은 나인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말했다.“내 동생이에요. 걱정돼서 온 거니까 이해해주세요.”그녀는 평소엔 유순해 보여도 중요한 순간엔 단호했다. 나는 간호사를 흘끗 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언니,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오빠는요?”그날 밤 나는 두 분이 이혼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오빠는 왜 같이 안 왔어요?”김예진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출근했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다치신 거예요?”그러자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그냥 넘어졌어.”넘어져서 이렇게 다칠 수가 있나?나는 김예진의 앞에서 조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급하게 말렸다.“수아야, 오빠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나는 그녀를 막아서며 말했다.“언니는 오빠의 아내이니 다쳤으면 남편이 옆에 있어야죠. 안 그러면 남편이 왜 필요해요?”김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민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김예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넘어졌어요.”조민수는 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바보로 보여요?”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수아도 있는데.”나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조민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난 상주시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이제 끝나서 급하게 가 봐야 해. 오빠는 언니 잘 챙겨드려. 나중에 또 봐.”조민수가 말했다.“조심히 가.”나는 김예진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언니, 갈게요.”나는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운성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조민수에게서 문자가 왔다. [수아야, 전화해 줘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네 언니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을 거야.]나는 답장을 보냈다.[별말씀. 오빠, 언니 잘 챙겨주고 속상하게 하지 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언니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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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유모는 웃으며 말했다.“요즘 도련님이 없으니까 아가씨가 많이 얌전해졌어요. 도련님이 보고 싶은가 봐요.”나는 웃으며 말했다.“며칠 뒤면 올 거예요.”나는 유모를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아빠 뒤로 가서 아빠의 목을 껴안고 물었다. “엄마는요?”“승아 데리고 정원에서 산책 중이야.”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데 아빠가 갑자기 물었다.“너랑 지훈이는 애도 있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거냐?”나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얼마 전에 약혼했잖아요?”아빠는 말했다.“너희 둘 사이에 아이가 없으면 재촉 안 했겠지만 너희는 벌써 두 아이의 부모잖니. 빨리 결혼하는 게 좋아. 너희 마음도 안정되고 아이들한테도 안정감을 주는 거니까. 그리고 지훈이가 그저께 날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아저씨래. 자기 애들 외할아버지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말이 되냐?”이제 보니 아버지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나는 웃으며 설명했다.“아마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을 거예요. 근데 지훈 씨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아마 적절한지 계속 고민했을 거예요. 우리가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일단 아저씨라고 부른 거죠! 아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신경 안 쓰게 생겼냐? 너희 둘 지금 이게 뭐냐? 약혼은 했지만 뭔가 찜찜해. 너희 둘이 혼인신고 하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그래야 안심하고 내 딸을 시집보낼 수 있지.”아빠는 쓸쓸하게 말했다.“네 결혼식을 보고 싶구나.”석지훈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언젠가 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그저께 밤 그가 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그리고 나는 그를 믿었다.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볼 수 있을 거예요. 결혼하면 꼭 아빠 초대할게요! 아빠, 너무 걱정 마세요. 저 엄마한테 갔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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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진유겸은 요즘 주민솔의 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어제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고정재에게서 문자가 왔다. 비록 주민솔이 아직 경찰서에 있지만 진유겸이 이미 윗선에 압력을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정재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며칠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며칠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둘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어차피 나는 이제 최희연이 주민솔을 쉽게 놔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주민솔 일은 유겸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방해만 하지 말아주세요.”진유겸은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제가 민솔에게 빚진 게 있어서 반드시 구해야 해요.”나는 순간 멍해졌다.“우리 그렇게 친했나요?”그리고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저한테 말하는 이유가, 유겸 씨 사정을 희연이한테 전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죠?”“...”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유겸 씨는 왜 직접 설명하지 않는 건데요?”사실 지금 와서 설명해 봤자 이미 늦었다.나는 원래 최희연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려 했지만 그녀한테서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았다.둘 사이에서 괜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참 바보 같네요.”진유겸은 한마디를 던지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어이없어. 그러니까 희연이를 놓친 거지!”그리고 바로 최희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유겸 씨가 방금 전화해서 네 행방에 대해 묻더라. 난 모른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어.]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의 답장을 받았다.[나 지금 아이스랜드야.]아이스랜드.왕자현이 있는 곳이다.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함승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왕자현의 정보에 대해 조사해 줘요. 희연이가 걱정돼요.]얼마 지나지 않아 함승윤이 답장을 보내왔다.[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습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나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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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최희연은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겨우 두 번 왔던 아이스랜드를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그녀는 오두막의 담장 근처에서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거의 그녀와 키가 비슷할 정도로 큰 대형견이었다. 왕자현의 여동생이 아이스랜드에서 키우고 있었다.여동생은 아이스랜드 수도인 레이카비크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아이스랜드를 떠나야 할 일이 있어 임시로 왕자현에게 맡긴 것이었다. 그는 개를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그는 사람들에게 시켜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위한 작은 통나무집을 문 앞에 지어주게 했다.그런데 알래스카 말라뮤트는 왕자현이 두려운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통나무집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눈치를 아주 잘 보는 개였다.산책을 마친 최희연은 개를 작은 통나무집에 묶어두고서야 연수아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순간 그녀에게 아이스랜드에 왔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연수아가 메시지로 진유겸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그녀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를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너무나도 싫었다.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모순적이었다.그를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얼마나 사랑했을까?진서준이 세상을 떠난 후로 진유겸은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가장 큰 존재였다.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삶에서 사라졌다.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그녀는 생각할수록 서러웠다.“희연 씨,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순간 귓가에 다정하지만 사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는 하얀 고풍스러운 옷을 걸친 왕자현이 서 있었다. 소매는 넓었고 끝부분에는 정교한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원래도 창백한 그의 얼굴은 눈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마치 그림에서 막 걸어 나온 듯했다.최희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자현 씨.”왕자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물었다.“넋이 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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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함승윤이 답장을 보내왔다.[전 그냥 왕재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얘기한 것뿐입니다. 꽤나 폐쇄적인 사람이라 외부 사람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 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부 가문에서 나서서 해결합니다. 사람들은 왕재민을 본 적도 없을 겁니다. 심지어 석씨 가문도 왕재민의 사진조차 본 적 없습니다.]나는 그에게 답했다.[꽤 신비롭네요.]최희연은 이렇게 신비로운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기회가 되면 그녀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그의 이야기에 함승윤은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왕씨 가문은 엄청난 재벌가예요. 그런데 석씨 가문은 단 한 번도 왕씨 가문과 사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희연 씨가 사모님이 되었고 가주님은 희연 씨의 절친이다 보니 어쩌면 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나는 즉시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록 석씨 가문을 위한 말이었지만 모든 걸 이익만으로 따질 수는 없었다.예를 들면 나랑 희연이 관계처럼.나는 더 이상 그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자 갑자기 석지훈이 보고 싶어졌다. 그와 떨어져 있는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언제부터 이렇게까지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을까?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그 모습을 본 김은정은 나를 보며 물었다.“왜 그러니?”나는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그냥... 오빠가 보고 싶어서요.”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분은 잘 계시니?”김은정이 말하는 그분은 나의 친어머니였다.나는 담담하면서도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요.”그녀는 내 곁에 앉더니 마치 어릴 적처럼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때 네게 신장을 기증했을 때 엄마는 그분을 본 적이 없었어. 병원에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거든. 너희 아빠와 난 그 분이 너를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꺼이 신장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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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잘못도 한 적이 없는데 굳이 나와 고현성을 갈라놓으려 했다.겉으로는 유서정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그건 결국 그녀 안에 숨겨진 어두운 인격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었다.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엄마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수아야, 이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네게 숨길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 혜원이가 귀국하고 싶어 해. 네 능력이라면 쉬울 것 같은데 좀 도와줄 수 있겠니?”도와줄 수 있겠냐고?절대 안 되지.오혜원을 해외로 내쫓은 사람이 바로 나고,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도 나였다.그리고 그녀가 돌아와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하지만 나는 엄마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지금까지도 오혜원이 저지른 짓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말해봤자 엄마를 괴롭게 할 뿐이었다.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고현성이었다.나는 급히 엄마에게 말했다.“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러고는 급히 저택 밖으로 나가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고현성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걸어왔다.나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대체 뭐 하는 거야?”차마 예상치 못한 한마디였다.“누구세요?”나는 순간 멍해졌다.“뭔 소리야?”전화 너머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제 핸드폰에 그쪽 번호가 저장된 거예요?”나는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고현성, 재미있어? 설마 또 기억을 잃었다는 소릴 하려는 거야? 이미 한 번 속았는데 또 속을 것 같아? 이제 와서 그런 수작 부린다고...”그는 말을 끊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제 이름이... 고현성이에요?”“...?”설마... 진심인가?그 순간, 누군가 핸드폰을 낚아채더니 전화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 씨, 저 기억하세요?”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지혜 씨?”“네, 저예요.”나는 순간 충격에 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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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미쳤거나 바보가 됐거나 아니면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갖지 못하는 남자가 잘되는 건 절대 못 보죠.”나는 소리쳤다.“미친년.”나는 그녀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곧바로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빠르게 고현성의 행방을 찾아내 병원으로 이송시켰고 나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고현성은 이미 의식을 잃었다.그리고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심지어 얼굴에는 깊게 베인 흉터까지 남아 있었다.나는 병실 밖으로 나와 분노에 차서 물었다.“임지혜는?”“가주님께서 처리하시도록 잡아뒀습니다.”나는 눈이 붉어질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른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데려오세요.”그 순간, 병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고현성이 깨어났다.나는 급히 병실로 들어갔다.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나를 보자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낯선 환경이 불안한 듯 늘 강하던 그가 이토록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나는 화가 났다.아니, 화를 낼 기력조차 없이 가슴이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그가 과거에 내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이미 끝난 사이라는 걸 생각하면 분명 난 그에게 아무런 감정을 가져선 안 된다.그런데도 이 순간만큼은 그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고현성.”그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고현성이... 누구예요?”순간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네 이름이야”그는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제가... 고현성이에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기억하는 건 뭐야?”그는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불안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그쪽은 누구예요?”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난... 네 친구 수아야, 연수아.”그렇게 부르는 게 맞겠지.나는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펴보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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