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소현성은 오늘도 늘 그랬듯 사무실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잡일을 처리하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순식간에 상황은 달라졌다.지금 그는 ‘선임 트레이더’의 상징과도 같은 고가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그 사실만으로도 그의 신분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현성 씨.”이혜림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과 그를 동시에 다독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알아채기 힘든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우린 할 수 있을 거예요. 전처럼 모의투자 할 때처럼만 하면 돼요. 똑같이 집중하고, 똑같이 매매하면 됩니다.”소현성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슬쩍 말했다.“혜림 누나... 다리가 지금 좀 떨고 계신 것 같아요.”“네? 저도 사실...”이혜림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봤다.정말로 두 다리가 제멋대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두 다리를 꽉 모으며 억눌렀다. 그리고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소현성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게임을 통해 알게 된 길드장... 아니, 형님은 혹시 내가 선임 트레이더로 승격된 걸 아셨을까? 아셨다면 깜짝 놀라시겠지?’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회장이 알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이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이니, 고작 트레이드본부 소속팀 내에서의 인사조치까지 신경 쓰시진 않겠지?’“이혜림 씨, 소현성 씨...”갑자기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잔 위를 손톱으로 긁은 듯 거슬리는 울림이었다.언제 다가왔는지, 양건우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곁에 서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비웃음과 적의가 서려 있었다.“아니, 두 분,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 이렇게 웃을 여유가 있으시다니.”그의 시선은 두 사람을 훑으며 불신과 멸시로 가득 차 있었다.“생각이라는 게 있으셔야죠. 팀장님이 승격 얘기를 꺼내셨으면 능력이 부족하다, 책임질 수 없다며 사양했어야 합니다. 어떻게 뻔뻔하게 그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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