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전처 결혼식 깽판기 / Chapter 1 -الفصل 10

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0

30 فصول

제1화

“한 달에 잠자리 값으로 1억씩이나 받아 가면서 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적막이 내려앉은 밤, 남자가 나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은 채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의 무심한 태도에 소파 옆에 서 있는 여자에 대한 경멸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순간 강소안은 머리가 윙 했고 가슴 속 깊이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단숨에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1억? 잠자리 값?”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강소안이 남자의 차가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천무진, 난 당신한테 시집을 온 거지, 몸을 판 게 아니야...”‘돈 좀 쥐여주고 밤마다 잠자리 시중이나 드는 게 결혼이야? 이게 몸을 파는 거랑 뭐가 달라? 단지 합법적인 혼인신고서가 있다는 차이일 뿐이지. 당신이 생각하는 결혼이 고작 이런 거였어? 아니다. 당신 눈에 난 그저 이런 대접이나 받을 자격밖에 없는 여자였구나.’세 시간 전, 강소안이 CCTV 영상 하나를 받았다.깊은 밤, 섹시한 옷차림의 한 여자가 천무진이 묵고 있는 호텔 스위트룸의 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리고 천무진이 그 여자를 룸으로 들인 뒤 무려 세 시간이 지나서야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평소 천무진의 잠자리 시간과 엇비슷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출장 중에 욕구를 풀 도구가 필요했겠거니 생각했다.2년의 결혼 생활 동안 생리 기간을 제외하고 밤마다 그녀를 품을 정도로 성욕이 강한 남자였으니까.강소안은 수만 가지 이유를 찾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고.오늘은 천무진의 생일이었다. 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내일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그녀는 쇼콜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고 늘 그랬듯 생일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지난 2년 동안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항상 강소안이 혼자 설레는 마음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다.원래는 천무진이 낭만과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다. 은강시에서 가장 큰 호텔을 빌려 회사 부대표인 임효정의 생일을 챙겨준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그는 단지 임효정의 웃음을 사려고 전 직원 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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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냉담한 아버지와 비굴한 어머니가 있는 집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곳이라면 진작에 진절머리가 났다.천무진이 얼굴을 찌푸린 채 뒤따라 올라갔다. 하지만 말리진 않고 짐을 싸는 강소안을 차갑게 지켜보기만 했다.새벽 4시,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으나 실내는 조명을 환하게 켜 대낮처럼 밝았다. 강소안이 창백한 얼굴로 캐리어 지퍼를 닫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천무진이 자리에 가만히 서서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강소안에게 말했다.“강소안, 나 인내심이 별로 없어. 내가 널 잡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마.”“내일 오전 9시에 가정법원 앞에서 봐.”강소안은 또다시 움찔했다. 그의 말투에 담긴 짜증과 분노, 그리고 지독한 혐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요즘 바빠. 이혼하고 싶으면 비서한테 연락해서 일정 잡아. 내가 부부로서의 도리를 저버렸다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일정 잡기 전까지 후회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줄게.”천무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캐리어가 터질 듯이 빵빵했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그녀의 사진과 작은 인형 두 개까지 모조리 챙겼다.유능한 부하 직원이 퇴사를 통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지금까지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안 해준 게 있었어? 지난 2년 동안 돈을 쓰는 것에 제약을 둔 적도 없었고 집안 대소사까지 모두 너한테 맡겼었는데.’강소안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을 말이다.강씨 가문이 강소안의 이혼을 순순히 놔둘 리 없었다. 돌아가 봤자 욕만 먹고 돌아올 게 뻔했다.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던 그녀의 말은 귀담아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일 뿐이라 생각했다.곱게 자란 강소안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까지 일하는 직장인의 고단함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떠나는 강소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천무진이 침실 밖으로 나가 2층 난간에 서서 현관에 걸어뒀던 차 키를 챙기는 강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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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소씨 가문의 고급 레스토랑 몇 곳을 관리하고 있었던 소윤지는 매일 업계에서 꽤 이름난 피아니스트를 초대해 공연을 열곤 했다.강소안이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기에 웬만한 전문 피아니스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그녀는 소윤지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잡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고 일거리를 만들어준 것이었다.“알았어.”일이 바빴던 소윤지는 강소안과 함께 집에 있어 줄 수가 없었다.“눈 좀 붙이다가 오후에 동구 지점으로 와. 바빠서 데리러 오지는 못할 것 같아.”“알았어. 가서 일 봐.”소꿉친구였던 강소안과 소윤지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다. 대학 시절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그 견고한 우정은 무엇보다 단단했다.강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하여 강소안은 소윤지에게만은 어떠한 격식도 차리지 않았다.소윤지를 배웅한 뒤 천무진의 비서인 손정후에게 전화를 걸어 천무진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사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손정후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저녁에 퇴근하신 후에 직접 말씀하시면 되잖아요.”“이혼할 시간을 잡으려는 거예요.”강소안이 간결하게 말했다.그 말을 뱉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에 안개가 서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치켜들었다.놀란 손정후가 숨을 들이켰다.“대표님이 바쁘셔서 이번 주 일정이 이미 꽉 찼어요.”“그럼 다음 주로 하죠.”강소안이 옷자락을 꽉 잡고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회사에 가서 일정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감히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던 손정후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천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소안이 얌전히 집으로 돌아오기는커녕 손정후를 통해 약속을 잡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천무진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화가 난 천무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제 주제도 모르고 감히!”손정후가 천무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제가 적당히 핑계를 대서 시간을 끌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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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천무진이 시선을 거두고 무미건조한 말투로 답했다.“모르는 사람입니다.”강소안이 찾아왔다고 해서 체면을 세워줄 천무진이 아니었다. 천무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강소안에게 전해졌다.‘모르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강소안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강소안이 정신을 차리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들어온 이상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다. 여기서 소란을 피워 다른 손님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레스토랑의 명성에 누를 끼칠 것이 뻔했다.그녀는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쥔 채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다.그들이 요청한 곡이 유명한 피아노곡인 ‘캐논’이었는데 여자에 대한 남자의 찬사와 사랑을 상징하는 곡이었다.강소안이 악보를 한참 동안 응시한 뒤에야 손을 올렸다. 대체 누가 이 곡을 요청했는지는 알지 못했다.그때 외국인 남성이 계속해서 농담을 던졌다.“임 부대표님 같은 여장부를 곁에 두시다니 정말 보물을 얻으셨어요, 대표님.”“맞는 말씀입니다. 부대표가 참 유능한 사람이에요.”천무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임효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임효정이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유능하진 않았어요. 다 대표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곡의 전주가 낮아 그들의 대화 소리가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뚫고 강소안의 귀에 고스란히 꽂혔다.악보를 전부 외운 터라 볼 필요가 없었다. 강소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은 그들에게 향했다.천무진이 임효정 쪽으로 몸을 기울여 앉아 있었고 손을 임효정의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었다.임효정은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 남성과 협력 사업에 관해 논의하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 천무진과 나지막이 대화를 주고받았다.강소안도 영어를 알아들었으나 업무와 관련된 전문 용어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천무진과 임효정의 호흡이 아주 완벽했다.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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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임효정을 처음 봤지만 뛰어난 여성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천무진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었어?’임효정을 바라보는 천무진의 두 눈에 강소안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애정이 서려 있었다.천무진의 눈에 강소안이 어떤 존재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강소안의 앞에서도 임효정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만 봐도 강소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강소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하얗고 가느다란 목이 드러났다. 조금 전 실랑이를 벌인 탓에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런 그녀를 쳐다보는 천무진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다.오늘 밤 강소안의 차림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고 그 모습이 천무진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천무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차 쪽으로 걸어갔다.비서 손정후가 급히 차 문을 열자 천무진이 차에 탄 뒤 낮은 목소리를 뭔가를 지시했다. 잠시 후 손정후가 강소안에게 다가갔다.“사모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제가 두 분을 댁으로 모셔다드릴게요.”“됐어요. 전 천무진 씨의 차를 탈 자격도 없어요.”강소안이 문 앞에 서 있는 수억 원짜리 컬리넌을 쳐다봤다. 지금까지 천무진의 차에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사모님도 참,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사모님은 대표님의 아내시니 대표님의 차가 곧 사모님의 차죠.”손정후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평소 온순하기만 했던 강소안이 왜 이렇게 날 선 말만 골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소안이 손정후에게 말했다.“곧 천무진 씨의 아내가 아니게 될 거예요.”그 말에 손정후는 말문이 막혔다. 차 안에 있는 천무진과 계단 위에 서 있는 고집스러운 강소안을 번갈아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손정후, 출발해.”창문이 반쯤 내려가더니 천무진의 차가운 얼굴이 어둠 사이로 드러났다.손정후가 서둘러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며 나지막이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이 혹시 실시간 검색어 때문에 화가 나신 건 아닐까요? 사모님께 부대표님의 생일 이벤트를 제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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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소안은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이유로 거절당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핑계로 거절당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이런 인적 사항은 이력서에 전부 적혀 있었다. 정말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면 애초에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켰어야 했다.“회사채용 규정이라는 게 있어서요. 강소안 씨가 기혼에 아직 아이도 없어서 입사하자마자 임신하여 출산을 준비할지도 모르잖아요. 출산휴가니 육아휴직이니 다 챙겨줘야 하는데 그럼 회사에서 강소안 씨를 뽑을 이유가 있을까요?”면접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서에게 강소안을 내보내라고 눈짓했다.강소안은 자신이 운이 없어서 면접 인원이나 채워주러 온 들러리였나 보다 생각하며 서류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거절당했다.네 번째와 다섯 번째 회사는 더욱 가관이었다. 채용이 마감되었다는 이유로 면접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안내 데스크에서부터 거절당했다.의기양양했던 기세가 꺾이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어느덧 저녁이 되어 강소안이 소윤지의 집으로 돌아갔다.현관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소윤지가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어왔다.“취업 축하해, 소안아. 앞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돼서 천무진 그 빌어먹을 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줘.”신발을 벗던 강소안이 멈칫했다. 얼굴에 우울함과 민망함이 가득 번졌다.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소윤지가 케이크를 현관 수납장 위에 내려놓고 강소안에게 다가갔다.“왜 그래?”강소안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케이크 괜히 샀네. 나 다 떨어졌어.”“말도 안 돼.”소윤지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면접까지 갔으면 합격 확률이 오십 퍼센트는 되는 거 아니야? 게다가 명문대 졸업에 공모전 수상 경력까지 있는데. 일한 경력은 없어도 감각은 타고났잖아. 다들 눈이 삔 거 아니야?”강소안이 슬리퍼로 갈아신은 뒤 소윤지를 끌고 식탁 앞에 앉았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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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빌딩이 구름을 찌를 듯이 높아 고개를 끝까지 젖혀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강소안은 목이 다 꺾일 지경이었다.지금까지 운무 그룹에 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강씨 가문이 천씨 가문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쯤은 강소안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거대한 빌딩 앞에 서서 끊임없이 드나드는 수많은 직원을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건 비할 바가 못 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비교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지금처럼 몰락한 강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예전의 전성기 시절이라 해도 천씨 가문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을 것이다.회사에 여직원들이 유독 많았는데 안내 데스크의 직원들도 모두 깔끔한 정장 차림에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어쩐지 천무진이 가정주부인 강소안을 무시하더라니, 일하는 환경이 이런데 어찌 무시하지 않겠는가?비록 그녀가 가정주부가 된 게 천무진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말이다.강소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괴감이 밀려와 숨이 턱 막혔다.그녀가 구석진 곳을 찾아 손정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모님.”“손 비서님, 저 지금 회사 밑에 왔는데요. 번거로우시겠지만...”강소안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손정후더러 천무진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할 참이었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정후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제가 지금 회의 중이라서요. 다른 사람을 보낼게요.”“아니 저...”강소안이 뭐라 하려던 그때 전화가 뚝 끊기자 어안이 벙벙해졌다.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정후의 부하가 내려와 공손한 태도로 그녀를 위층으로 안내했다.“이것 좀 천무진 씨한테 전해주세요.”강소안이 서류와 보온병을 함께 건넸다.“대표님께 전달되는 서류는 저희가 함부로 손댈 권한이 없습니다. 직접 올라가셔서 전해주세요.”부하가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강소안을 회사 안으로 안내했다. 강소안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대표실.방금 회의를 마친 천무진이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채 마디가 굵은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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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소안이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어 임효정에게 건네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두 장 찍었다.“그럼 이건 부대표님께 맡기겠습니다.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강소안은 임효정과 기 싸움을 벌일 기력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자격도 없었다.사랑받는 자는 두려움이 없는 법이다. 하지만 천무진의 눈에 강소안은 그저 하찮고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회사 안이 쾌적한 온도를 유지했으나 강소안은 등줄기가 서늘해졌고 심장 한구석에서부터 한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회사 정문을 나섰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감쌌는데도 지독한 한기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강소안이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거리 한복판에 서서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어쩌면 그들이 호텔 방을 잡고 밀회를 즐기는 건 어쩌다 한 번일 뿐이고 회사 휴게실에서 몸을 섞는 것이야말로 일상일지도 모른다.천무진이 이미 임효정과 잤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지 않았던가? 설령 그보다 더 확실하고 충격적인 증거를 두 눈으로 목격한다 해도 이렇게 또다시 아파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비참함은 요 며칠 천무진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임효정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느꼈던 고통보다 훨씬 더 맹렬했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그때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가 슬픔의 늪에 빠져 있던 강소안을 현실로 끄집어냈다. 강소안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강소안, 지금 당장 집으로 와.”아버지 강성일의 목소리에 거역할 수 없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강소안이 오후에 피아노 연주를 하러 레스토랑에 갈 예정이었고 오늘 토요일이라 면접도 없었다.어차피 할 일이 없어 혼자 있으면 숨 막히는 감정 속에 무의미하게 빠져들기만 할 것이라 흔쾌히 대답했다.“알겠어요.”사실 속으로는 그다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천무진은 회의를 미루기는커녕 오히려 앞당겨버렸다.가만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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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소안이 질책 섞인 말투로 말하면서 나무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그럼 일이 천무진과 관련이 있다면요?”“철없는 소리 좀 하지 마.”장모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훈계하는 말투로 말했다.“엄마가 몇 번이나 말했어. 남자가 밖에서 일하는 게 힘드니 헤아리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했지? 걸핏하면 성질부리고 억지 부리면 안 돼.”지난 2년 동안 천무진이 강소안에게 보인 무관심과 냉대에 대해 강소안도 원망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불만을 토로할 때마다 장모연이 늘 이런 말로 입을 막아버렸다.그럼에도 강소안이 2년을 묵묵히 버틸 수 있었던 건 천무진에게 첫눈에 반했던 마음과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마음 때문이었다.만약 천무진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강소안도 저도 모르게 장모연의 영향을 받아 장모연처럼 결혼 생활에서 한없이 비굴해지진 않았을까?장모연이 쉰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였지만 관리를 잘해 삼십 대처럼 보였다. 젊어 보이는 데다가 몸매도 좋아서 재벌가 사모님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밖에서의 얘기였다. 집안에서 장모연은 가장 발언권이 없었고 늘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였다.강소안은 남들 앞에서는 화려하지만 뒤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어머니의 삶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집에 가서 무진이한테 잘못했다고 해. 앞으로 다시는 기분 상하게 만들지 말고.”장모연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딸의 미간에 옅은 슬픔이 서린 것을 보자 답답하고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어쨌든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 장모연도 좋은 말로 타일렀다.“여자는 남자한테 의지해서 살아가야 해. 네가 지금 좋은 거 먹고 좋은 옷 입고 호강하는 게 다 무진이 덕분 아니니...”장모연의 말에 강소안은 천무진의 경멸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한 달에 용돈 1억씩 받으면서 매일 하는 일이라곤 화초나 가꾸고 나랑 자는 것뿐인데 이 정도 대우면 충분하지 않아?”그 말을 떠올릴 때면 강소안은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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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동구의 한 레스토랑.레스토랑 정중앙에 매달린 화려한 조명이 실내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천무진과 임효정이 사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종업원이 보르도산 레드 와인을 따서 디캔터에 부었다.적갈색 액체가 불빛을 받아 반짝였고 빛줄기 하나가 천무진의 날렵한 얼굴 위로 절묘하게 떨어졌다.각진 얼굴에 여유로운 기색이 묻어났고 가늘게 뜬 천무진의 긴 눈이 멀지 않은 곳에 놓인 피아노를 향해 있었다.“이상하네. 오늘 밤엔 피아노 치는 사람이 왜 없지?”임효정이 머스터드 색상의 원피스 차림에 웨이브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딱딱한 정장 차림일 때보다 훨씬 더 가녀리고 여성스러워 보였다.천무진이 눈썹을 살짝 까딱였다.“글쎄.”저곳에 앉아 피아노를 치며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꼴을 평생 곱게만 자라온 강소안이 견뎌낼 리 만무했다. 심지어 강소안이 지금쯤 이미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눈치 빠른 강소안은 천무진의 일을 방해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도 그가 바쁜 걸 알고 눈치껏 자리를 비켜준 것이라 생각했다.“제가 요리 하나 특별히 서비스로 드릴게요. 두 분한테 아주 딱 어울리는 요리인 것 같아서요.”소윤지의 당돌하고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윤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 한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서 임효정을 힐끗거렸다.“잡탕?”임효정이 화들짝 놀랐다.‘레스토랑에 웬 잡탕?’“잡탕도 요리예요.”소윤지가 싱긋 웃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잡것들한테 잘 어울리는 요리.”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소윤지는 스스로 겁이 없다고 자부하는 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천무진을 건드릴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그저 강소안을 대신해 나선 것일 뿐 천무진의 기를 확실하게 눌러버릴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 뒤 소윤지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혀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다.임효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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