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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전처 결혼식 깽판기: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강소안이 이혼에 대한 결심을 더욱 굳혔다. 하지만 지금은 강혁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기에 이혼은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강혁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운무 그룹 부대표의 반려견이 몰상식한 이웃에게 걷어차여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소식 역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두 검색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화제성 순위권을 다퉜다.사망 사고인 만큼 강혁의 사건에 대중의 이목이 쏠렸고 여론이 압도적으로 피해자 측에 기울어져 있었다.사람들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고 강혁을 할 일 없이 놀고먹는 안하무인 재벌 2세라고 평가했다.음주 운전을 했거나 도련님의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보복 운전이 부른 참사일 거라는 등 강혁에게 불리한 억측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임효정의 반려견 사건 역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반려인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개의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면 얼마나 끔찍한 폭력을 가한 거냐며 이웃의 잔인함과 몰상식함을 맹비난했다.사람들은 임효정이 그런 파렴치한 인간과 끝까지 싸워 이기기를 응원했다.강소안이 이런 기사들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바쁜 그때 장모연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안아, 네 아빠가 화병으로 쓰러져서 지금 병원이야. 혁이 일은 아무래도 너한테 맡겨야겠어...”“아빠 상태는 좀 어떠신데요?”강소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어느 병원이에요?”장모연이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아빠는 괜찮으니까 올 필요 없어. 얼른 혁이 일부터 해결해.”가족들은 입만 열면 강혁 걱정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재에 강소안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억지로 이성을 다잡고 오준섭이 일러준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경찰서 쪽은 오준섭이 맡아 처리하기로 했고 그녀는 사망자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향했다.사망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입원 중이라고 했다.강소안이 과일 바구니와 영양제를 사 들고 병실을 찾았다. 반쯤 열린 병실 문틈으로 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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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뛰어오면서 강소안을 단번에 알아본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강소안 씨, 남동생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강씨 가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부모님께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지금 유가족을 매수해서 돈으로 해결하려고 온 겁니까?”“유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합의금으로 얼마를 제시하려고 하셨습니까?”카메라가 바닥에 쓰러진 강소안의 처참하고 초라한 몰골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강소안이 고개를 푹 숙이자 검은 긴 머리가 흘러내리면서 얼굴을 절반 가렸다.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사람들이 가득 둘러싸고 있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사건의 진상은 경찰 수사가 끝나면 명백하게 밝혀질 겁니다. 제발 비켜주세요.”강소안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든 이 아수라장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간신히 한 발짝 떼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또 이어졌다.“가해자 가족으로서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사건이 터지고 지금까지 부모님은 줄곧 두문불출하고 계신데 혹시 뒤에서 아들을 빼낼 계획을 세우고 계신 겁니까? 강소안 씨가 언론의 시선을 돌리려 나온 거 맞습니까?”“강씨 가문의 인맥이면 충분히 덮고도 남겠죠. 유가족들 생각은 안 하십니까?”비난과 유도 질문이 사방에서 화살처럼 날아왔다.강소안은 귀에서 이명이 들렸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철저하게 고립되어 혼자가 된 그녀의 뇌리에 문득 천무진과 임효정이 나란히 서서 인터뷰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임효정이 그들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한 뒤로 강소안은 두 사람이 함께 참석했던 공식 석상 영상을 인터넷에서 일부러 찾아본 적이 있었다.기자들이 가끔 까다로운 질문을 건네곤 했는데 천무진에게는 감히 하지 못하고 임효정에게 했다.그럴 때마다 천무진이 나서서 임효정을 감싸줬기에 기자들도 더는 득달같이 달려들지 못했다.그는 기자들이 임효정을 괴롭히는 걸 가만두지 않았다.‘지금 천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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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강소안이 몇 초간 침묵하다가 답했다.“천무진이 변호사를 알아봐 줬어.”그녀가 천무진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소윤지에게 알려줬었다.혼인신고를 하기 전날, 소윤지가 강소안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잔뜩 취해버렸다. 소윤지가 그녀를 끌어안고 엉엉 울면서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고 했었다.그 자리에 소우민도 함께 있었기에 강소안이 천무진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그 후 소우민이 돌연 외국으로 떠났고 2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오랜만에 만나 어색함이 조금 흐른 탓에 이혼할 예정이라고 털어놓기가 껄끄러웠다. 다행히 소우민이 더 캐묻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누가 나서든 골치 아파질 거야.”“아무리 골치 아파도 혁이를 모른 척할 수는 없어.”강소안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강혁을 대신해 전면에 나선다면 대중의 질타를 한 몸에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테고 조금이라도 틈을 보였다간 세상의 온갖 비난을 받을 것이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강혁이 그녀의 하나뿐인 동생인데.이번 교통사고에 뭔가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차치하고 설령 정말로 강혁의 실수로 벌어진 사고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동생이 저지른 잘못을 대신 수습해야 했다. 절대 외면할 수는 없었다.“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우민이 손을 뻗어 문을 잡으며 강소안이 먼저 내리도록 배려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소안이 고개를 숙여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어깨에 걸쳤던 외투를 벗어 소우민에게 돌려주었다.“고마워, 오빠.”외투를 건넬 때 보니 그녀의 손목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사망자의 형에게 엄청 세게 잡혔나 보다.소우민이 손목을 잠시 쳐다봤다가 시선을 거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외투를 받아 들었다.“고맙긴. 조심해서 들어가.”강소안이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조금 전 강씨 가문의 차를 몰고 왔다. 강성일이 병원에 입원해 있어 당분간 차를 쓸 일이 없었기에 그녀가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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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이번 강씨 가문의 사건 역시 주태우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다. 오준섭에 비해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한 번쯤 도전해볼 의향이 있었다.그런데 골머리를 앓는 오준섭을 보니 천무진이 가운데서 막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무패 신화가 깨지는 건 둘째치고 강씨 가문이 재판에서 질 수도 있었다.천무진이 코웃음을 쳤다.“끊는다.”통화를 마친 천무진이 휴대폰을 낮은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강씨 가문 사건을 처리하기 시작했는데 강소안이 아직도 안 돌아왔어. 설마 내가 데리러 가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천무진의 짙게 가라앉은 안색이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손가락 사이에서 담배꽁초가 천천히 타들어 갔다.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식히다가 새벽이 돼서야 침실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침대 위에 강소안의 향긋한 체취가 배어 있었다. 강소안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물론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그리운 건 결코 아니었다. 그저 혈기왕성한 나이라 아내의 몸이 생각났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최근 들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린 강소안이 떠오르자 다시금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 거지? 언제까지 이럴 셈이야?’이튿날 운무 그룹.천무진이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했다.일정을 보고하러 들어온 손정후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로 몹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천무진이 어제 일을 따져 물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두려워한다고 해서 천무진이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어제 강소안이 돌아갈 때 별다른 말 없었어?”천무진이 손목뼈를 가볍게 주무르며 무심하게 물었다.손정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사모님께서 감사하다고 하셨어요.”“그게 끝이야?”천무진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는 건 주강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던 게 천무진의 덕분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직접 와서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고맙다는 인사까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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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강소안이 길고 까만 머리칼을 쓸어 넘기다가 멈칫했다.“못 했어. 다음 날에 해야지, 뭐.”“천무진 그 자식이 애지중지하는 여자의 개 소송을 신경 쓰느라 너랑 이혼할 시간도 없었겠지. 개 한 마리 때문에 그 난리를 치다니. 처남이 소송 중인데 매형이란 작자가 개를 위해 나섰다는 걸 남들이 알면 얼마나 웃겠어.”소윤지는 성격이 거침없었고 솔직했다. 기사를 봤을 때 정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강소안이 상처받을까 봐 밤새 꾹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강소안이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으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옅은 미소를 지었다.“잘됐네. 나도 마침 이혼하러 갈 시간 없거든.”그녀가 가방을 챙겨 들고 경찰서에 가려 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 주변의 CCTV를 조사 중이라 해서 혹시 실마리가 될 만한 게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차를 몰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장모연이었다.다급하게 울려대는 벨 소리에 강소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침에 최후통첩을 날리고 이렇게 빨리 다시 전화를 걸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장모연의 다급한 목소리에 험한 욕설이 뒤섞여 있었다.“소안아, 빨리 영산 병원으로 와. 그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우리를 때리려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그 사람들이 유가족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인터넷의 극성 네티즌들인지 알 수 없었다.강소안이 즉시 차를 돌려 영산 병원으로 달려갔다.소윤지네 집이 영산 병원과 가까워 10분 만에 도착했다.차가 병원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람들이 강성일의 차를 둘러싸고 있는 걸 봤다.그들이 날달걀과 채소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바람에 차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앞 유리창 너머로 차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강성일과 장모연이 어렴풋이 보였다.강소안이 차에서 내려 경비원에게 사람을 더 불러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강성일이 창문을 살짝 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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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도 천무진을 단번에 알아봤다.천무진이 임효정을 품에 안고 있었고 임효정의 이마에 자그마한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들 맞은편에 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가득했다.“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고소할 거라는 걸 알고는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손을 대더라고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무진 오빠가 곁에 있어 줘서 망정이지...”임효정이 가련한 표정을 지으면서 별빛이라도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무진을 바라봤다.천무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임효정을 품에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이 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그의 온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기자들은 본래 강성일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참이었다.그러다가 임효정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왔고 천무진이 곁을 살뜰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취재 대상을 바로 바꿔버렸다.강소안이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외래 병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두 눈에 흔들린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 심각한 표정을 한 천무진의 얼굴이 비쳤다.하지만 천무진의 눈에는 품속의 임효정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아무래도 돌아서 가는 게 좋겠어요.”정문이 가로막혀 간호사가 옆문으로 가자고 했다.강소안이 천무진과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 서더니 몇몇 기자들을 지나 천무진을 빤히 응시했다.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일까, 천무진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강소안이 그의 앞에서 이토록 비참하고 엉망인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볼에 긁힌 상처가 있었고 피 한 방울이 반쪽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 위에 채소가 붙어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가 옷을 흠뻑 적셨다.이젠 천무진의 두 눈에 스친 감정도 온전히 읽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혐오, 혹은 경멸이었을지도...품에 안겨 있던 임효정이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그가 이내 시선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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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소안은 천무진의 외도 영상을 보았을 때, 그리고 천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모진 말들을 직접 들었을 때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천무진이 그녀에게 안겨주는 상처에 끝이 없다는 것을. 더 깊고 처절한 아픔만 끝없이 이어질 뿐이었다.그 고통에 비하면 얼굴에 난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의사가 상처 치료를 마치고 약을 처방해주자 강소안이 감사 인사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모에게 방패막이로 버려졌다는 비참함보다 천무진이 안겨준 절망감이 아득히 컸다.그녀는 강성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살길을 위해서라면 친딸을 버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소윤지의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오자마자 장모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안아, 무사히 빠져나왔지?”강소안이 콧소리로 짧게 대답했다.“네.”“다행이다. 네 아빠도 네가 어떻게든 빠져나올 줄 알아서 그냥 두고 온 거야. 아빠한테 화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혁이 일까지 모른 척하면 안 돼. 혁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데.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해...”딸이 걱정돼서 전화한 게 아니라 강소안이 화가 나서 강혁을 내팽개칠까 봐 떠보는 것이었다.물론 강소안도 강혁을 외면할 생각이 없었다.“앞으로 제게 남은 양심은 누나로서의 양심뿐이에요.”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뒤 오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준섭이 이미 인터넷에서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른 영상을 봤다. 구경꾼들이 찍어 올린 영상이 순식간에 순위를 장악했다.“소안 씨, 당분간 외출하실 때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래도 이번 기사는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이성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선을 넘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요.”“감사합니다, 변호사님. 하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네요. 혹시 제가 더 알아봐야 할 게 있을까요?”강소안이 두 다리를 끌어안고 소파에 웅크렸다. 몸이 말라서 그런지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표정도 멍했고 두 눈도 초점을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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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강소안이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 내내 짙게 끼어 있던 마음속 먹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었다.“그건 그렇고 본가엔 웬일로 왔어?”천승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병원 일 때문에 부탁드리러 왔어요.”그녀의 설명에 천승군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거라면 무진이한테 얘기해도 되잖아.”강소안이 아무 말이 없자 뭔가를 눈치챈 천승군이 다정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모처럼 왔으니 밥이나 먹고 가. 할머니 지금 낮잠 주무셔. 안 그래도 아까 네 얘기를 하시더라.”“아니에요, 아버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천무진이 본가에 거의 오지 않는다는 걸 강소안도 알고 있었다. 최해숙이 그녀를 본다면 천무진에게 전화하여 오라고 할 게 뻔했다.천승군은 강소안이 동생 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따뜻한 위로만 건넸다.강소안이 떠난 뒤 천승군이 다시 신문을 집어 들었다. 그의 시선이 1면 헤드라인에 머물렀다.[운무 그룹 대표, 부대표의 반려견을 위해 발 벗고 나서다...]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천승군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천씨 가문 본가에서 나온 강소안은 경찰을 통해 사망자가 다녔던 직장을 알아냈다.시 외곽에 위치한 전자 제품 공장이었다.공장에 도착했을 때 기자 두 명이 경비원 할아버지를 붙잡고 인터뷰하고 있었다. 강소안은 기자들이 완전히 자리를 뜬 후에야 차에서 내려 경비실로 다가갔다.경비원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그쪽은 또 어느 신문사에서 왔어요?”“작은 신문사예요. 어르신, 이거...”강소안이 차에서 미리 챙겨 온 담배 한 갑을 쓱 내밀었다.강성일이 산 거라 꽤 비쌀 것이다. 담배를 본 순간 경비원의 눈빛이 다 반짝였다.“안혜미 씨는 작업장의 일반 직원이었어요. 사고 나기 이삼일 전부터 무단결근을 하더라고요. 우리 공장에 들어온 지도 아직 한 달이 채 안 돼서 다들 잘 알지 못해요.”비싼 담배 한 갑으로 짧은 몇 마디를 바꿨다. 경비원이 말을 마치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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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과거 강소안은 천무진이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강소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몰라.”“말을 잘 들어서. 네가 다른 여자들이랑 다를 줄 알았으니까.”천무진이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댄 채 인내심을 가지고 강소안과 얘기를 나눴다.그는 쩍하면 싸움을 걸거나 피곤하게 구는 여자를 질색했다.남자는 밖에서 일해야 하고 여자는 집에서 내조해야 한다고 여겼던 그인지라 지난 2년간 강소안이 보여준 모습이 꽤 만족스러웠다.강소안은 천무진의 행적을 캐묻지 않았고 일에 대해서도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그 역시 회사에서의 감정을 집에 가져오지 않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 역할을 충실히 했다.무엇보다 두 사람은 속궁합이 제법 잘 맞았다. 강소안의 체력이 조금 약해 천무진의 들끓는 욕구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것만 빼면 꽤 잘 어울리는 부부라고 생각했다.물론 이건 알지 못했다. 그가 남편으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건 잠자리 하나뿐, 나머지 모든 면에서는 낙제점이라는 사실을.천무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강소안이 몸을 틀어 그를 몇 초간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장모연과 강성일이 어떤 식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지 천씨 가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천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고 그녀와 천무진의 혼사 역시 할아버지 대에서 정해진 것이었다.강성일의 지독한 남존여비 사상과 파탄 난 인성 탓에 천승군과 강성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다.강소안이 장모연처럼 남편이 쥐고 흔드는 대로 질질 끌려다니는 성격일 거라고 천무진이 지레짐작한 건 아닐까?그래서 그가 밖에서 임효정과 무슨 추잡한 짓거리를 하든 간섭하지 않고 천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얌전히 앉아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살 거라 생각하여 강소안과 결혼한 것일까?“그럼 당신은 내가 왜 이혼하려는지 알아?”강소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천무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왜 이혼하려는지 관심조차 없는 건지, 아니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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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천무진이 손을 내밀어 허벅지 위에 놓인 강소안의 손을 잡았다.거칠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나랑 집에 가자, 응?”천무진의 숨결이 한층 더 거칠어졌다.농밀한 수컷의 향기가 강소안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깨어 있었다.여기서 천무진을 거절하면 은강시 병원들의 진료 기록을 손에 넣을 다른 방도가 있을지 고민해봤다. 안타깝게도 없었다.현실을 직시한 순간 강소안이 선택을 내렸다.천무진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닿아도 피하지 않았다.차 안을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뜨거운 열기로 바뀌었다.늦가을의 첫 비가 갑작스레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조등 불빛이 텅 빈 도로를 비추는 가운데 빗방울이 유리창 위로 떨어졌다가 다시 흘러내렸다.빗소리와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천무진이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는 강소안의 손을 가볍게 제압했다.며칠 동안 억눌렀던 욕망이 터져 나와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강소안을 덮치고 싶었다.아직 차 안에서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오늘 한번 시도할 생각이었다.품 안의 여자가 계속 반항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소안이 거래에 응하든 말든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어차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꽤 고집을 부리긴 했지만 주제 파악을 잘하는 그녀라 그가 던져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천무진의 예상대로 강소안은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했을 때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승낙하지도 않았다.‘내 입으로 동의한다고 말하지만 않으면 돼. 그러면 혁이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고 난 뒤에 다시 이혼을 요구해도 약속을 어겼다고 할 수 없어.’천무진이 점점 통제력을 잃어갔다. 강소안의 옷이 이미 잔뜩 헝클어졌고 정말 이곳에서 끝장을 볼 기세였다.그가 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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