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화. 길을 잃은 사람들2아침 6시.알람과 함께 눈을 뜬 희수는 밤새 쌓인 재원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네에] 23:05[주무세요~] 23:05[난 2차 중] 23:05[숙소 도착] 00:43[취해따~] 00:43[씻고 쉬다가 잘게] 00:45“하… 진짜 정확해 죽겠다… 귀여워.”희수도 루틴대로 답장을 보냈다.[나 일어났어] 06:03[취했다구? 해장 잘해~] 06:03[난 세미나 갈 준비할게!] 06:04부랴부랴 준비해 차에 탔을 때 재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설레이는 마음을 감추면서. 못만나게 되더라도 그와 함께 같은 도시에서 같은 날씨를 느끼게 되는 것은 상상만해도 기분 좋은 일이니까.[자기 나 출발~] 06:40대구 도착후.세미나 까지 3시간.끝나고 나오자, 역시 재원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으아 일어났다] 11:20[이따 오후에 미팅 있어 준비할게] 11:25희수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지금 시각, 오후 14:19분,그의 말투를 따라해보고 싶어진 것이다.[준비를 3시간이나 하나보네] 14:20‘후후, 뭐라고 할까?’예상대로 얼마 뒤, 무미건조한 답이 왔다.[아, 늦어가지고] 15:05[지금 미팅 중입니다] 15:05“…이게 끝?”희수는 볼을 부풀렸다.너는 되고, 나는 안되고? 어디보자! [예예] 15:06보낸 직후 혼자 킥킥 웃었다.예상대로 곧 재원의 반응.[말투 뭐냐] 15:10“…너도 했잖아아…”[장난입니다~] 15:13희수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세미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 대구 햇살이 기분 좋게 내렸다.잠깐은 혼자 외지의 기분을 누리고 싶어서, 이리저리 걸어다녔다.그리고 문제는 그때 시작되었다.희수는 길을 오래 걷기 시작하면 ‘절대’ 기억하지 못한다.예쁜 가게 보이면 들어가고,카페 보이면 커피 마시고,사거리 보이면 ‘저쪽이 더 예쁘네?’ 하고 걷고…그리고 어느 순간—주차했던 위치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몸이 굳고, 식은땀이 올라왔다.‘설마 또…?’
Last Updated: 2026-03-25
Chapter: 9화. 길을 잃은 사람들희수랑 재원이 연애를 시작하고 일년 남짓 되었을 때.재원을 경악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그날 청소기를 끄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희수의 휴대폰에,익숙할 정도로 정확한 시간에 재원의 루틴이 들어왔다.[나 숙소 도착했어] 19:20[임원들이랑 밥 먹고 올게] 19:30희수는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답장을 눌렀다.[웅 나 지금 가게 정리 중이야] 19:40[퇴근해서 집 가면 연락할게~] 19:41대답을 보내고 나니,문득 공기 속에 작은 허전함이 내려앉았다.일주일 넘게 못 본 얼굴이 괜히 떠올랐다.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 보는 사이 인데. 재원의 출장이 예상 밖으로 길어졌기 때문에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희수의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한 줄을 더 보냈다.[근데… 나 자기 너무 보고싶다 ㅠㅠ] 19:45희수는 재원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재원은 이런 감정 적인 문장을 그냥 흘려듣는 타입이라 생각해서 일려나,희수는 티 내는 타입, 재원은 감추는 타입.그럼 사람들은 묻는다. 그게 연애냐고.하지만 내 기준. 연애 맞다. 남들이 이해 못하는 연애여도 연애다.바로 그때,전국 애견미용사 연합 단톡방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희수는 무심코 알림을 눌렀다.‘내일 대구 세미나 오실 분?’“...어?”대구.재원이 출장 가 있는 그 도시.심장이 콩 하고 뛰었다.머릿속이 순식간에 빠르게 회전했다.일정을 잘만 짠다면 세미나 핑계 삼아 대구에 내려가 재원의 얼굴까지도 볼 수있겠다.내일은 쉬는 날이고, 세미나는 몇 시간만 들으면 되고,재원이 퇴근하기 전 잠깐이라도 얼굴만 보고 올라오면—그 다음 날 오후 1시 예약에도 문제 없다.“오...이건… 하늘이 주는 기회네.”희수는 급히 기차표를 확인했다.“…매진?”입술이 툭 나온다.그럼 차.3시간 반.갈 수 있다. 지금의 간절함이면 충분하다고 희수는 생각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재원에게 루틴 보고를 보냈다.[나 집 도착!] 20:20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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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화. 말은 시멘트인데, 행동은 진심이다.여행의 소란이 빠져나간 집은, 지나치게 고요했다.세탁기가 돌아가는 둔탁한 진동 소리만이 빈 거실을 채웠다.희수는 짐을 풀다 말고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푹신한 매트리스가 그녀의 무게만큼 푹 꺼지며 희수도 같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머릿속엔 자꾸 재원의 그 목소리만 윙윙거렸다.“…옆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 하던데요.”“…하, 진짜, 미쳤나 봐.”'내가 뭐... 자기가 옆에 있으면 뭐라도 할 줄 알았나? 뭘 바란건데 뭐!'희수는 이불을 걷어차며 몸을 일으켰다.부끄러움이 아니라, 도무지 '입력값' 과 '출력값'이 맞지 않는 이 상황이 괴로웠다.같이 자는 건 불편하다며 단칼에 거절해놓고왜 자기 옆에 와선 조용히 누워 있었던 건데?그리고 왜 아침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그러나 이게 싫다는게 아니다. 재원만의 표현이라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도 되는 방식이었다.“논리적으로 절대 설명이 안 되잖아!”머리는 따지고 싶은데감정은 괜히 말랑해져서 더 화가 났다.희수랑 재원이 썸을 타는 사이도 아니었고, 연애를 막 시작하는 사이도 아니었다.항상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건 희수였고, 재원은 희수의 사랑을 받기만 했었다.그래도 사랑하니까 안헤어지는 거겠지 하며 버텨온 시간들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설렐 일이야?이해가 안 되면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 하는 것이 희수 방식이었다.희수는 바로 메모 앱을 켰다. [❤️ J (웬수)]1. 말과 행동이 완전 다른 타입말 : 불편함 / 단호 / 시멘트행동 : 다정함 / 최적화 / 옆에 붙기예) “사람 많잖아요.” → 결국 내 옆에서 잠.결론 : 말만 믿으면 안 됨. 행동이 진짜다.2. 스킨십은 내가 먼저 해야 하는 타입자기는 절대 먼저 안 함.근데 내가 하면 절대 거부 안 함.아침에 했던 그의 말은 거의 이런 뜻.“난 네가 뭔가 할 줄 알았음.”…어이없다 정말. ...자기가 옆에 누웠으면 먼저 하던가...3. 이상한 보호자 본능펜션 도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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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화. 옆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하던데요?펜션은 이미 도착한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로 난장판이었다.통제 불가.이대로는 일정 진행이 절대 불가능했다.희수는 각종 체크리스트를 붙잡고 폭풍같이 움직였다.[자기 우리 도착했어!] 14:30약속된 이동 보고.‘정보 공백 금지’ 규칙은 단체 여행에서도 유지되었다.잠시 후 재원의 메시지가 떨어졌다.[나 일 마치고 출발] 14:40[주말 특근인데 뺐다] 14:40“오… 능력자.”희수는 인원 체크, 동선 조정하면서도10~15분마다 휴대폰을 확인했다.변수 통제가 필수였으니까.[와앙! 자기 최고야! 계획대로 되는구나] 14:51[나 짐 정리하고 동선 다시 짜놓을게~ 도착 전에 최종 연락줘!!] 14:52희수의 뇌는총무 모드 + 연애 모드 = 풀가동.반면 친구들은 도착하자마자 술 마실 생각뿐이었다.방 배정?그런 개념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았다.그 와중에—밤 10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나 도착 10분 전] 21:52그리고 현관문이 ‘찰칵’ 열렸다.재원이 들어왔다.인사보다 먼저 방 구조를 스캔했다.여자방 위치 → 소음남자방 위치 → 술판 거리화장실 동선 → 소리소파베드 → 조용한 공간그리고 딱 한 문장.“희수 거실에서 자.”“엥???? 갑자기 왜!!”“여기가 조용해.여자방은 화장실 소리 다 들리고,남자방은 시끄러워.”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또 시작이다ㅋㅋ”“얘 분석 모드 들어갔다.”그때 재원의 폭탄 추가발언.“그리고 희수 잠버릇 심함. 좁은 데서 못 자.”“자기야!!!!! 그걸 왜 말해!! 여기서 공개할 필요 없다고!!!”“그냥 사실을 말한 건데.”희수 얼굴이 새빨개졌다.근데 틀린 말이 아니라 더 열 받았다.친구들은 난리났다.“와… 이 정도면 보호자 아니냐?”“첫 여행인데 같이 자는 거 아니었음?”희수는 작은 기대를 포기 못 하고 말했다.“그러니까… 나도 다른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사람 많다고 했잖아.”재원은 또 담백하게 잘랐다.논리 백점, 로맨스 제로.아…진짜 빡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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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화. 전야제단체 여행 전날 밤.희수의 방 바닥은 이미 캐리어와 파우치, 정리 체크리스트로 보이지 않았다.철저한 준비는 희수의 기본값.특히 ‘재원과 함께하는 첫 단체 여행’이라 집중도 120%다. 허둥대는 덜렁이 처럼 보이면 안되니까.휴대폰은 계속 울렸지만, 중요한 메시지는 하나도 없었다.[MT 추진 (6)] 단톡방이었다.희수: 민지, 알코올 장본 거 영수증 꼭 챙겨. 정산해야 하니까.희수: 지용, 펜션 예약 시간 다시 확인하고 공유해. 실수 없이.총무 모드 풀가동.턱도 살짝 들린 효율의 자세.그때—재원의 야간근무 후 루틴이 도착했다.[집 도착] 00:32[씻고 쉰다] 00:33희수는 바로 답을 쓰려다,단톡에서 폭탄 질문이 올라오는 걸 보고 멈췄다.민지: 야 희수! 너 재원이랑 같이 자냐?“…뭔 소리야.”희수가 코웃음 치며 답하려던 찰나,민지: 근데 펜션 사장님이 방 구조 여자3 남자3이라고 못 박았다며?“아… 맞다. 그거…”그 부분 확인을 놓친 걸 깨닫자희수는 약간 짜증이 밀려왔다.바로 재원에게 넘어갔다.[고생했어 내자기❤️] 00:45[자기야, 우리 내일 방 어떻게 할까?] 00:45겉으론 가볍게 보냈지만,속으로는 희망이 찰랑거렸다.그러나 재원의 답은 칼같았다.[왜요?] 00:56[다 같이 가는데.] 00:56[여자방 들어가세요.] 00:56“…???”여자방… 들어가라고?희수는 화면을 들고 그대로 굳었다.이건…너무 단호한 거 아니냐? 희수는 마지막으로 감정 한 방을 넣어봤다.[우리 첫 여행인데 같이 자면 안 돼?] 00:59그랬더니 돌아온 건,전형적인 ‘재원식 냉정함’이었다.[불편하지. 사람 많잖아요.] 01:01[생각 좀 하세요.] 01:02“…하?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말은 싸늘하고,논리는 완벽하고,반박은 불가능하고…그게 더 열 받는다.희수는 베개를 끌어안고 뒤집어졌다.“아 진짜…! 감정이란 게 없냐고…!”엎어져서 침대를 팡팡 두드리며 화를 참아본다. 메세지에 쏟아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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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화. 규칙의 기원희수는 알람이 울리자 눈을 떴다.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자마자—역시나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재원의 기상 보고.[기상] 06:59[출근 준비한다] 07:00이런 루틴은 희수에게 안정감 그 자체였다.그래도 가끔은 다른 메세지도 보고싶다.하지만 오늘희수도 그의 리듬에 맞춰 보고했다.[나 지금 일어났어!] 07:00[근데 나 오늘 쉬는 날이라 좀 더 잘래~] 07:00잠시 후 도착한 재원의 답.[다시 잘 거면 폰 보지 말고 주무세요] 07:30[출근해서 일하는중] 07:30깔끔한 정보 전달.정확한 흐름.여전한 건조함.피식. 그래도 이거라도 없으면 더 삭막 할 거 같다.잠시후 일어나서 희수는 커피를 내리며, 문득 생각했다.‘이게… 당연해졌네.’‘근데 원래부터 이랬나?’아니었다.처음엔 이런 ‘방식’이 없었다.그리고 정확히 하나의 사건.그날 이후 두 사람은 ‘규칙’을 만들었다.(연애 초반)그날도 오늘처럼 희수는 평일 휴무,재원은 출근하는 날이었다.아직 둘 사이의 ‘보고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희수는 그냥 들뜬 기분으로 문자를 보냈다.[나 오늘 쉬는 날이야!! 12시에 네일 받으러 가!] 09:15그때 재원의 답장은 늘 그렇듯 점심시간 묶음 보고였다.[네일?] 12:30[네에] 12:30[밥먹고 쉰다] 12:30희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웅~ 이쁘게 받고 올게~] 12:31네일을 다 받고 난 뒤,날씨가 좋아서 공원을 좀 걷다가 집으로 가던 길.오후 3시.딱 재원 퇴근 시간.그때 전화가 왔다.희수는 경쾌하게 받았다.“자기야? 웬일이야?”하지만 돌아온 목소리는 차가웠다.— “너 아직도 네일 받아?”“아니? 두 시간 전에 끝났지. 지금 산책하다가 집 가는 중인데?”짧은 침묵.그리고 아주 낮은 톤으로 한마디.— “왜 보고 안 해?”“…어?”‘보고?’ 희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나… 쉬는 날인데?”— “…이동했잖아.”희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이 사람에게는
Last Updated: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