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MBTI로맨스 ISTJ남자 재원과 ESTJ여자 희수 둘은 STJ커플이다 T와 F의 사랑이 아닌 T끼리는 어떻게 연애할까? 말은 시멘트인데 행동은 다정한 ISTJ 남자친구. 말은 빠르고 감정은 넘치는 ESTJ 여자친구. 두 사람은 “뭐해?” 대신 기상–출근–일하는 중–퇴근–잘게 루틴으로 하루를 공유하는 T커플이다. 연애 방식도 독특하다. 말투 하나가 감정의 전부가 되고, 보고 하나가 하루의 안정이 된다. 오해는 말투로 생기고, 사랑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현실 커플의 연애 기록. 이 연애… 감정 말고 알고리즘으로 굴러간다
View More[이 연애는… 감정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굴러갑니다.]
말은 시멘트인데 행동은 다정한 ISTJ 남자친구.
말은 빠르고, 판단도 빠른 ESTJ 여자친구.
둘은 서로에게 “뭐해?”를 묻지 않는다.
대신 기상–출근–업무–이동–취침.
하루를 ‘보고서’처럼 교환한다.
오차가 생기면 갈등도 생기고,
문장 끝의 물결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한다.
이 빈틈없는 알고리즘이…
과연 언제까지 완벽하게 굴러갈 수 있을까?
***
휴대폰 진동이 미세하게 손목을 스쳤다.
새벽의 찬 공기가 이불 끝자락을 파고드는 시간.
희수는 반사적으로 눈을 떠 화면을 확인했다.
익숙한 이름, ‘재원’.
그녀의 메시지 창에는 어김없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로그(Log)가 쌓여 있었다.
[기상] 06:12
[출근 준비할게] 06:13
[출근해서 일하는중] 07:30
정확하고 간결하다.
단 1분 1초의 오차도 없는, 칼 같은 메시지들.
이것이 바로 재원의 루틴이었다.
감정이나 여운 같은 건 없고 오직 ‘정보’만 전달하는 문장들.
가끔 물결(~)표 하나가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일탈이랄까.
“아—오늘도 잘 일어났군.”
희수의 입가에 피식,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이 규칙적인 데이터 값이, 오늘도 그가 ‘정상 작동’ 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습관처럼, 재원의 다음 루틴이 찍히기 전에 그녀의 메시지가 발송되었다.
[나도 이제 일어났어! 출근 준비할게!] 08:03
새벽 6시의 재원과는 다르게, 그녀의 메시지에는 활기찬 감탄사와 느낌표가 가득했다.
밝고,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
시니컬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긍정 에너지.
그게 바로 ESTJ 희수의 기본값(Default)이었다.
세안을 하고 머리를 질끈 묶은 뒤, 화장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 도착해 휴대폰을 켠 희수는 자연스럽게 다음 보고를 전송했다.
[나 버스 기다리는 중~] 09:00
이건 둘 사이의 오랜 합의이자 굳건한 약속이었다.
✔ “뭐해?” 금지 (비효율적 질문)
✔ 서로의 위치 직접 묻기 금지 (보고된 정보로 추론 가능)
✔ 그러나 ‘장소 이동 = 즉각 보고’ (데이터 업데이트 필수)
대화는 짧지만, 정보 공유는 정확하고 투명해야 하는 관계.
팩트 기반의 재원과, 효율을 중시하는 희수에게 이 방식은 최적이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희수는 익숙한 길로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평범했던 ‘거기서’ 시작되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몰아치는 일상.
청소, 예약 손님 응대, 재고 체크, 상담, 미용 준비…
시간은 물 흐르듯 삭제되었고, 희수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줄도 몰랐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일과 손님, ‘업무 효율’만으로 가득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탁!’ 하고 강렬하게 진동했다.
평소처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재원의 점심 루틴.
[밥먹고 쉰다~] 12:30
안심하며 다음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희수의 심장이 얼음물에 담긴 듯 차갑게 식었다.
[버스를 3시간 동안 기다리나 보네.] 12:30
“…아.”
망했다.
재원이 점심시간에 폰을 확인했을 때, 희수의 마지막 보고는 오전 9시 ‘버스 기다리는 중’이었다.
ISTJ식 논리 계산은 단순했다.
9시 (버스 정류장) → 12시 (업데이트 없음) → 3시간 경과
= 결론: 아직도 버스 정류장.
설명 없이 ‘정보 공백’이 생기면, 재원은 그 공백을 그대로 ‘사실’로 확정해 버린다.
이건 명백한 희수의 ‘입력 오류’였다.
물론 아직도 버스 정류장일리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을 터, 이것은 정보 공백이 생겼으니 빨리 니 상태를 보고 하라는 재원식 표현이었다.
희수는 허겁지겁 답장을 날렸다.
[아냐!!!! 방금 봤어ㅠㅠㅠ 손님 많아서 연락을 못 했어 진짜ㅠㅠ]
10분 뒤.
재원의 말투가 떨어졌다.
[예예]
두 글자.
짧고 건조하며, 정확하게 ‘서운함’을 내포한 말투.
“…오늘 완전 꼬였다.”
재원은 화를 내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말투의 온도로만 감정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예예’는 명백한 ‘대화 종료’ 신호였다.
그 미묘한 온도 차이를 읽어내는 건 희수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복구’와 ‘유지’였으니까.
[나 일 하는 중이야~쉬다가 일해요 ^^; ]
오후 내내 정신없이 미용 작업에 몰두하던 희수의 휴대폰에는 재원의 루틴이 쌓였다.
[집도착] 15:40
[쉴게] 15:40
희수는 확인 즉시 답장을 보냈다.
[웅~ 쉬어여~ 퇴근할 때 연락할게🙂]
이후는 온전히 ‘재원만의 시간’.
이 시간엔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그는 답하지 않는다.
ISTJ 특유의 ‘혼자만의 회복 시간’이었다.
[이제 퇴근할게!] 19:08
[집 도착~ 씻고 누웠다!] 20:12
희수는 마지막 보고까지 마친 후, 폰을 내려놓았다.
잠들기 직전, 재원의 메시지가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나 잔다] 22:30
[내일보자] 22:30
평소와 같은 문장. 일정한 호흡.
희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다행이다. 그의 일정한 루틴이 도착했다는 것은 시스템이 복구 되었단 신호였다.
[나두 이제 잘게 자기야♡ 잘자~] 22:46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켠 희수는, 가장 위에 떠 있는 재원의 루틴을 확인했다.
[기상] 06:11
[출근 준비할게] 06:12
정확한 시간. 일정한 루틴.
어제의 일탈은 이미 그의 질서 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진 듯했다.
희수는 피로가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 오늘도—
루틴이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그 말은 곧,
둘의 관계도 다시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희수의 가슴에 남은 재원의 [예예] 계속 찜찜한 느낌을 희수는 그냥 넘길 순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선사할까?
월요일 저녁이었다.재원이 미용실에 데리러 왔을 때 희수는 마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재원이 들어오자마자 희수 얼굴을 봤다. 평소랑 똑같았다. 그런데 희수가 청소를 하는 동안 재원이 핸드폰을 보다가 희수가 돌아보는 타이밍에 화면을 끄는 게 보였다.희수는 그냥 넘겼다. 기분 탓이겠지.그런데 수요일에도 그랬다. 재원이 뭔가를 보다가 희수가 옆에 오면 핸드폰을 뒤집어 놨다. 희수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멈췄다."자기야, 뭐 봐?""아무것도.""핸드폰 뒤집었잖아.""습관이야."희수는 재원을 봤다. 재원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어색했다. 저 남자가 뭔가를 숨길 때 저런 얼굴을 한다는 건 이제 알았다.금요일엔 더 이상했다. 재원이 오늘은 좀 늦겠다고, 볼일이 있다고 했다. 볼일이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희수는 그냥 알겠다고 했는데, 재원이 볼일이라고만 하고 더 설명을 안 하는 게 낯설었다. 이 남자가 요즘 먼저 말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번엔 먼저 말하지 않았다.희수는 혼자 미용실 마감을 하면서 생각했다. 뭔가 있긴 한데, 뭔지 모르겠다.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이상했다.재원이 뭔가를 숨길 때는 보통 이유가 있었다. 혜리 건으로 불안할 때도 달력을 보는 행동으로 나왔고, 희수 걱정될 때는 주변을 정찰하는 행동으로 나왔다. 그 남자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이제 알았다. 근데 지금은 행동이 뭘 말하는 건지 읽히지 않았다.핸드폰을 숨기는 건 뭔가를 보고 있다는 거였다. 볼일이 있다는 건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거였다. 그게 연결되는 게 뭔지. 희수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더 지켜보기로 했다.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건 ESTJ 스타일이 아니었다. 데이터를 더 모아야 했다.---토요일 오전이었다.희수가 미용실에서 첫 손님을 보내고 잠깐 쉬고 있는데 동현한테서 문자가 왔다.'누님 잠깐 통화 가능해요?'희수는 전화를 걸었다."왜, 무슨 일이야?""누님, 저 요즘 이상한 것 같아
동현이 자료 출력하러 복사실에 갔다가 혜리랑 마주쳤다. 혜리도 뭔가를 출력하고 있었다. 둘이 좁은 복사실에서 어색하게 섰다.혜리가 먼저 말했다."오늘 저녁 뭐 먹어요?"동현이 잠깐 혜리를 봤다."왜요.""그냥요. 저 오늘 회식도 없고 혼자 먹어야 해서.""저도 혼자인데요.""그럼 같이 먹어요."동현은 잠깐 멈췄다. 혜리가 태연하게 출력물을 챙기며 말했다."부담 갖지 말고요. 그냥 밥이에요.""...그냥 밥이요.""네. 혼자 먹기 싫어서요."동현은 출력물을 챙기며 대답했다."알겠어요."복사실을 나오면서 동현은 생각했다. 그냥 밥이라고 했다. 그냥 밥이면 그냥 밥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괜히 한 번 내려앉는 건지 몰랐다.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냥 밥이다. 그냥 밥.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켜면서 동현은 또 생각했다. 혜리가 혼자 먹기 싫다고 했다. 그게 동현한테 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한 말이 아니라. 팀에 동현 말고도 사람이 있는데, 왜 동현한테 물어본 건지.동현은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생각하지 말자. 그냥 밥이다.근데 퇴근 시간이 됐을 때 동현은 자연스럽게 혜리 자리 쪽을 봤다. 혜리도 일어서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갈게요?"혜리가 물었다. 동현이 대답했다."네."둘이 어쩌다 보니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동현은 정면을 봤고 혜리도 정면을 봤다. 1층에 내려서도 같은 방향이었다. 동현이 먼저 말했다."어디 먹을 거예요?""이동현 씨가 골라요.""왜 제가요.""선배잖아요."동현이 기가 막힌 얼굴로 혜리를 봤다. 혜리는 태연하게 걸었다. 동현은 결국 고깃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냥 밥이니까. 뭐든 상관없으니까.---회사 근처 고깃집이었다.둘이 마주 앉아서 고기를 구웠다. 동현이 고기를 뒤집으면서 혜리를 흘끗 봤다. 혜리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야,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지 마요.""왜요.""같이 먹자고 해놓고 핸드폰 보면 혼자 먹는 거랑 뭐가 달라요."
희수가 미용실 마감을 끝내고 나왔을 때 재원이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희수가 옆을 들여다봤다. 메모장이었다. 항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희수가 멈춰 서서 읽었다.[처가 방문 준비 목록]1. 선물 — 과일 세트 vs 홍삼 vs 와인 (아버님 취향 확인 필요)2. 복장 — 캐주얼 vs 세미 포멀 (너무 격식차리면 부담, 너무 편하면 실례)3. 대화 주제 — 아버님 취미, 직업, 관심사 파악4. 도착 시간 — 약속 시간 10분 전 vs 정각 (일찍 오면 부담줄 수 있음)희수는 그 메모를 보며 잠깐 굳었다. 그러다가 웃음이 터졌다."자기야, 이게 뭐야.""처가 방문 준비.""D-6라고 써놨어?""일요일에 가는 거잖아.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D-6 맞아."희수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재원이 진지한 얼굴로 핸드폰을 봤다."아버님 취미가 뭐야?""등산."재원이 메모장에 뭔가를 추가했다. 희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가 처가 방문을 프로젝트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항목별로 정리하고, 변수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거였다. 재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엄마가 좋아하는 거 있어?""글쎄, 별로 내색을 안 해서.""드라마는 봐?""봐.""어떤 거.""왜 그걸 알아야 해.""대화 소재."희수는 웃으며 재원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재원이 핸드폰을 뒤로 뺐다."아직 못 다 적었어."희수는 포기하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저 리스트가 일요일까지 몇 항목이 될지 궁금했다.수요일에 재원이 또 물어봤다."아버님이 드라마 봐?""아니, 뉴스.""어느 채널.""왜 그걸 알아야 해.""대화 소재."목요일엔 또 물어봤다."어머님이 싫어하는 음식 있어?""고수.""식당 예약할 때 참고할게."희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식당도 예약해?""점심 드시고 가야 하면 근처 좋은 데 알아봐뒀어."희수는 말을 잃었다. 이 남자, 밥집까지 알아봤다. D-6에 시작한 프
밥을 먹고 나서 희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였다.희수 아빠는 동현이랑 혜리한테 말을 걸고 있었고, 재원은 희수 엄마 옆에 남겨졌다. 재원은 물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정면을 봤다. 희수 엄마도 정면을 봤다.잠깐 침묵이 흘렀다.희수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직장은 언제부터야.""입사한 지 칠 년 됐습니다.""희수랑은 언제부터야.""다시 만난 건 올해입니다.""다시?"재원이 잠깐 멈췄다. 희수가 부모님한테 얼마나 말해뒀는지 몰랐다. 근데 숨길 이유도 없었다."전에 만난 적 있었습니다. 제 쪽에서 잘못한 게 있어서 헤어졌고, 올해 다시 시작했습니다."희수 엄마가 재원을 봤다."잘못한 거 알아?""네.""고쳤어?""고치려고 하고 있습니다."희수 엄마가 잠깐 재원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희수가 집에 잘 안 와. 연락도 뜸하고. 걱정된다."재원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무뚝뚝한 사람이 저 말을 꺼냈다는 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이라는 뜻이었다."제가 챙기겠습니다."희수 엄마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재원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희수가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으며 엄마랑 재원을 번갈아 봤다."둘이 무슨 얘기 했어?""별로 없어." 희수 엄마가 툭 대꾸했다.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수는 그 둘을 보며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희수 아빠가 재원 어깨를 탁 쳤다."재원 씨, 우리 희수 잘 부탁해요. 이 녀석이 속은 여린데 겉으로 티를 안 내거든.""아빠.""사실이잖아. 재원 씨는 알아?"재원이 희수를 봤다가 아빠를 봤다."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희수 아빠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기를 집었다. 희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희수 엄마는 물을 마시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아무 말 없이도 꽤 많은 걸 담고 있었다. 나쁘지 않다는 뜻 같기도 했고,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 같기도 했다. 희수는 엄마 눈빛 해석이 원래 어려웠는데, 오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 재원의 루틴이 오늘은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12:30 / 15:40 / 18:00] 같이 칼같이 들어오던 보고였다.희수는 처음엔 “바빴겠지” 하고 넘겼다.하지만 점심시간도, 퇴근 시간도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자, 슬슬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왜 보고 안 해…?’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희수에게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선물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희수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는, 진심을 담아 길게 메시지를 보냈다.[자기 늦어도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재원이 아침부터 보내는 ‘초건조 모드’를 보며슬슬 불쾌함이 쌓여갔다.[회의들어간다] 09:30[끝났다] 10:10[밥먹고 쉰다] 12:31[일하는 중] 13:05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오늘은 유난히 ‘정보만 던지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심지어 온도도 없음.희수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나름의 감정을 조금씩 섞었다.[나 지금 밥먹었어!] 13:30[오늘 손님 많아 ㅠㅠ 지쳐어~] 14:25그런데 돌아오는 답은—[네에] 15:40[집이다 쉰다] 15:4
무릎 수술 후 회복기.희수는 여전히 두꺼운 보조기를 차고 있었다.집 안에만 갇혀 있는 게 답답해, 재활 겸 아주 천천히 집 앞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절뚝, 절뚝.걸음은 느렸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골목은 조용했다.봉지를 든 손이 조금 시리다고 느꼈을 때였다.저만치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어?’재원이었다.칼퇴근을 하고 집 근처로 온 모양이었다.반가움에 희수가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혼자가 아니었다.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직장
그날의 ‘외면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다.표면적으로는 다시 평화로운 루틴이 돌아왔다.[기상] 06:11[출근 준비] 06:12하지만 희수의 마음속에는 아직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친구들에게 하소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예상대로였다.“야, 그거 완전 나쁜 놈 아니야?”“지인한테 숨기는 거? 빼박이지. 어장관리 아니야?”“희수야, 너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같아.”친구들의 말은 논리적이었다.사생활 숨김, 차가운 말투, 감정 회피.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체크리스트와 일치했다.희수도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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