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911 - Chapter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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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1화

순간, 현장은 완전히 얼어붙었고, 숨 막힐 듯한 공기 속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용병들의 얼굴은 일제히 굳어졌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돈이었고, 그러려면 임유진과 한지영이 무사해야 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고은채를 제압하려 했지만...고은채는 미친 듯이 버텼다. 단호하게 임유진을 끌어안은 채 옥상 끝으로 몸을 몰았다.“누구든 한 발짝이라도 다가오면, 난 바로 이 여자를 죽여버릴 거야! 내 목숨이야 잃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강씨 가문의 사모님까지 함께 데려갈 수 있다면...나로서는 결코 손해가 아니지. 그런데 S 시의 강 회장님, 당신은 과연 아내를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강지혁의 얼굴은 마치 서리가 덮인 듯 한기가 흐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무겁지만 단호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해봐. 내가 정말 포기할 수 있는지 없는지.”강지혁이 다가오는 순간, 고은채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찔했다.하지만 곧 이를 악물며 단검을 임유진의 목으로 밀어붙였다.“다가오지 마! 한 발이라도 더 다가오면, 임유진은 내 손에 죽는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카로운 칼끝이 임유진의 피부를 스쳤다.순식간에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옷깃을 붉게 물들였고, 임유진은 숨을 삼키며 짧은 신음을 흘렸다.강지혁의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옆에 늘어뜨린 손이 서서히 오므라들며 관절이 하얗게 비틀렸다.그의 마음속 분노와 긴장이 그 손끝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고은채. 네가 지금 생각해야 할 건 나와 거래하는 거지, 임유진을 데리고 같이 죽는 게 아니야. 너와 네 부하들을 풀어줄 수 있어. 차량도 마련해주고, S 시를 떠날 기회도 줄 수 있지. 하지만... 내 아내에게 더 이상 상처를 내선 안 돼.”조건을 제시하는 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울렸다. 마치 악마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섬뜩했다.고은채는 비웃듯 눈을 가늘게 떴다.“하, 역시 임유진은 강 회장님한테 특별한 사람이네.”“임유진은 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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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2화

고은채의 손톱이 임유진의 상처 난 목덜미를 거칠게 파고들었다.그 고통은 차라리 칼에 베일 때보다 훨씬 깊고, 훨씬 잔혹했다.그러나 임유진은 이 악물고 신음조차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녀는 고은채가 그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꼴을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는 마음 아파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견디고 버틸수록 고은채의 손길은 더욱 잔인하게 파고들었다.“임유진, 잘난 척하며 네 친구를 위해 나섰잖아? 어때? 이제 네가 치러야 할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겠지?”고은채의 목소리는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임유진의 얼굴은 피와 땀으로 얼룩져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끊임없는 출혈과 고통이 그녀의 몸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그 참혹한 광경에 한지영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고은채! 유진이는 죄가 없어! 네가 말했잖아, 이건 나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날 상대로 해, 날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유진이는 그만 괴롭혀!”그러나 그녀의 절규는 오히려 고은채를 광기로 미쳐가게 만들었다.“그렇게 원한다면 방법이 있지. 좋아, 당장 저 아래로 몸을 던져. 그럼 우리 원한은 그걸로 끝이고, 네 친구도 풀어주지!”순간, 한지영의 어깨가 크게 떨리더니 눈동자에는 결심한 듯한 눈빛이 스쳤다.“너, 정말...”“지영아... 그러지 마...”임유진은 피투성이 얼굴로 힘겹게 입술을 열었다.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온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덮쳐왔다.“네가... 네가 정말 저 여자 말대로 한다면... 난 평생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도... 나 자신도... 더는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네가 뛰어내린다고 해서, 고은채가 날 놔줄 거라고 생각해?”그 말에 한지영의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향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다 내 탓이야. 연신 씨 믿지 못한 내 탓... 그 불신이 결국 지영이까지 이런 지옥에 몰아넣은 거야.“지영아.... 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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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3화

임유진은 문득 깨달았다.고은채는 이미 겉으로 보기에도 정상적이지 않았고, 마치 탈출을 포기한 듯 자포자기의 상태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이것 또한 또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었다.강지혁은 매섭게 고은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옷을 벗으라는 거지?”고은채는 미친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다 벗어. 한 점도 남기지 말고. 다 벗고 나면, 강 회장님 셀카 한 장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봐. 1분 안에 ‘좋아요’가 만을 넘으면... 어쩌면 임유진을 풀어줄지도 모르지!”이건 노골적인 모욕이었다. 강지혁을 완전히 조롱하고, 마치 원숭이처럼 놀리는 행위나 다름없었다.“혁아... 제발... 안 돼!”임유진의 목덜미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녀는 고통을 꾹 참으며 간신히 말했다. 하지만 강지혁은 이미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하나, 둘... 셔츠가 완전히 풀리며, 상의는 완전히 벗겨지고 얇은 속옷만이 남았다.현장은 순간 숨죽인 정적에 휩싸였고, 머리 위 헬리콥터 날갯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강지혁의 부하들은 숨죽인 채 자신의 보스가 상의를 벗고, 이제 허리띠까지 풀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혁아... 제발 멈춰... 고은채는 그냥 장난치는 거야. 진짜가 아니야...”임유진은 간신히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허리띠까지 푼 강지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은채를 응시했다.“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가 요구한 걸 다 해봐야 알 수 있어. 임유진... 솔직히 부럽네. 봐, 강지혁이 너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하네!”고은채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왜 강지혁 같은 남자가 임유진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해줄 수 있는 걸까?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히 부하들 눈앞에서 이 수모를 당한다면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게다가 강지혁은 이 도시 최고의 권력자였다.그 순간, 고은채는 마치 권력을 움켜쥔 듯 희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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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4화

공중을 선회하던 헬리콥터 중 한 대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이 저격총을 겨누고 있었다.조준선 끝에는 여전히 몸부림치는 고은채.한 발이 치명적이지 않다면, 다음 발이 그녀를 저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상태를 보니 고은채는 이미 살아남을 수 없었다.임유진은 바닥에 쓰러져 경련하듯 몸을 떨고 있는 고은채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굴러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빛이 확 변했다.그건 작은 리모컨같이 생긴 장치였다.그리고 붉은 LED 화면 위로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8... 7... 6...“타이머...?”임유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은채는 아까 주머니에서 바로 이 장치를 더듬던 것이었을까?’하지만 그게 뭐든,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그리고 그 순간 고은채는 이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피가 번져가는 바닥 위에서 몇 차례 몸을 경련하다가... 결국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그녀의 생명이 꺼져버렸음을 선언하는 듯.“유진아!”강지혁이 단숨에 달려와 임유진의 팔을 움켜쥐었다.“당장 병원으로 가자!”강지혁은 그대로 몸을 숙여 임유진을 안아 올리려 했다.“혁아, 그 타이머...!”하지만, 임유진이 말을 잇기도 전에...쾅!순식간에 굉음이 터지며 바닥이 요동치고 대지가 흔들렸으며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폭발...?!”임유진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이제야 알았다. 고은채의 주머니에서 굴러 나온 건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폭탄 기폭장치였다는 것을.“모두 철수해!”강지혁의 명령이 천둥처럼 퍼져 나왔다.그의 부하들은 이미 수많은 전장을 겪은 정예였다. 그들은 짧은 순간 만에 가장 빠른 탈출로를 찾아 움직였고, 머리 위 헬리콥터에서도 줄사다리를 급히 내려보냈다.끊임없이 폭발음이 이어지며 폐허 같은 건물은 균열을 드러냈다.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은 채 중심을 잡으며 버텼다.“지영이부터! 지영이를... 먼저 헬기로 올려!”임유진은 간신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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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5화

강지혁의 품에서 임유진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했다.그가 곁에 있으니까!그가 있으면, 마치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혁아... 또 한 번 날 구해줬네.”임유진은 피가 흐르는 목덜미의 통증을 간신히 삼키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그런데 아까... 고은채가 정신 팔지 않았다면... 정말... 다 벗을 생각이었던 거야?”분명, 지금 그녀는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목덜미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그 질문을 하고 말았다.강지혁은 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만약 그렇다고 하면?”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목소리는 단단했다.“그 여자가 끝까지 네 목숨을 쥐고 흔드는데도 내가 반격할 기회를 전혀 찾지 못했다면... 난 계속 벗었을 거야. 설령 나더러 개처럼 땅바닥에 엎드리라 해도, 널 살릴 수만 있다면 그대로 했을 거야!”임유진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남자가... 정말 자신을 위해 그 정도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까?“왜? 믿기지 않아?”강지혁이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정말 그런 짓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안 되지?”임유진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게 아니라...”“네가 믿든 안 믿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널 구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너는? 언젠가 내가 위험에 처한다면, 너도 나처럼 모든 걸 버리고 날 구하러 올 수 있겠어?”사실 그 말은 물음이라기보다 그저 자신에게 던지는 독백 같았다.그리고 그는 애초에 임유진의 대답을 기다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은 채 서둘러 헬기에서 내려온 줄사다리로 향했다.그러고는 금이 가기 시작한 바닥 위에 그녀를 조심스레 세워 두었다.그리고 직접 사다리를 끌어오려는 순간...콰아앙!!!엄청난 폭발음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은 휘청거렸고, 그들 발밑의 옥상 바닥은 금이 더 깊게 퍼지며, 건물 전체가 위태롭게 흔들렸다.그리고 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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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6화

설령 그녀가 언젠가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쳐 버린다 해도.설령 그와 결혼해 놓고 입버릇처럼 사랑한다고 말한 건 아이들을 위해서일 뿐이라 해도.설령 그녀 마음속에서 자신은 영원히 가장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고 해도...그 모든 게, 그녀와의 이별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그는 깨달았다.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오해도 상처도 다 견딜 수 있었다.하지만 단 한 가지.임유진이 떠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임유진은 쓸쓸하게 웃었다.그녀도 살고 싶었다.이 지옥 같은 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한 팔에 의지한 채 스스로 사다리를 오를 힘조차 없었고, 강지혁 역시 단 한 손으로는 그녀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어쩌면 인생은, 늘 선택을 강요하는지도 모른다.마치 그때, 바다로 몸을 던졌던 순간처럼.그때도 결국 하나를 포기해야 했으니까.콰아앙!또다시 귀를 찢는 폭발음이 울렸다.강지혁 발밑 옥상 바닥이 흔들리며 금이 번져가는 속도가 눈으로 보일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회장님! 그쪽 바닥이 곧 무너집니다!”헬기 안에서 누군가가 다급히 외쳤다.임유진은 알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자신은 그저 짐일 뿐이라는 걸.그녀만 없다면, 강지혁은 얼마든지 사다리를 붙잡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었다.“혁아... 어서 올라가. 난... 괜찮아... 알아... 넌 날 사랑하잖아. 지금까지 모든 건...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힘겹게 끊어지듯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임유진은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강지혁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만! 입 다물어! 임유진,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강지혁의 얼굴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는 어떻게든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려고 집중했다.하지만 집중할수록, 뇌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번져왔다.그리고...그 통증 속에서 낯선 장면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임유진이 차 안에 앉아 있고, 차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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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7화

임유진은 강지혁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미 금이 간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마치 고통으로 고통을 달래려는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하지만 임유진은 강지혁이 바랐던 것처럼 손을 더 꽉 잡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손은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순간, 가느다란 손목이 강지혁의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유진아, 안 돼!”강지혁이 절규하듯 외쳤고,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흐르며 임유진의 얼굴에 닿았다.툭! 툭!뜨겁고도 애절한 그 온기.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이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바친다 해도, 단 한 점 후회조차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이 세상 그 누구도, 강지혁처럼 자신을 뜨겁게 사랑해 주지는 못하리라는 것을.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혁아... 미안해... 아프게 해서... 그래도 알아줘...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잘 살아... 반드시... 잘 살아야 해...”그녀의 사랑은 깊었다.너무 깊어서, 설령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고 말 만큼.콰아앙!또 한 번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임유진은 결심한 듯 눈을 감았다.그리고 마지막 미소를 지어 올렸다.그녀는 강지혁이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 웃는 얼굴이기를 바랐다.자신의 눈 속에 가득한 슬픔만은 결코 남기고 싶지 않았다.임유진의 손목이 이미 그의 손끝에서 완전히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아마 1초, 길어야 2초 후... 그녀는 추락할 것이다.마치 그때 바다로 추락했던 순간처럼.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처럼 기적 같은 행운은 없을 터였다.5년 만에, 간신히 그의 곁으로 돌아왔는데...조금만 더.조금만 더, 그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조금만 더, 그와 함께 숨 쉬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 남자에게 주고 싶었다.이제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강지혁이 남은 생을 잘 살아가는 것.만약 자신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만약 그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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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8화

한 차례 폭발이 S 시 전체를 뒤흔들었다.폐건물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주변 건물들 또한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다.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인근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시켰다.그리고 이 사건은 순식간에 온라인 핫이슈 1위로 떠올랐다.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네티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특히 폭발 현장에 강지혁과 그의 아내 임유진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하지만 강씨 가문과 경찰은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대중이 알 수 있었던 건 단 하나.범죄자 고은채는 사망했으며, 그와 손잡았던 용병들은 모두 구금되어 검찰 기소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그 시각, 임유진은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밖에서 들려오는 혼란과 소란은 더 이상 그녀와 닿지 않았다.마치 꿈속에 있는 듯 현실감이 사라져 있었다.‘정말... 살아 있는 걸까?’마지막 순간, 모든 걸 잃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가 떠올랐다.그녀는 살아있다! 강지혁과 함께 무사히 탈출했었다!숨이 막힐 듯한 안도감이 밀려오자, 탈출 장면이 눈앞에 선명히 되살아났다.죽음을 각오했던 그 순간... 강지혁의 부하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줄을 강지혁에게 묶고,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그 과정에서 강지혁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잠시라도 손을 놓았다면, 임유진은 그대로 추락했을 것이다.기체 안에 들어서서야 임유진은 비로소 강지혁의 온몸에 난 상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붕괴된 잔해에 긁힌 상처, 피가 스며든 그의 옷과 피부.특히 상반신이 드러난 채, 거친 잔해와 바닥에 몸을 밀착시키며, 그녀를 붙잡고 사다리를 오르는 모습...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틀어막으며, 필사적으로 말했다.“유진아, 괜찮아. 내가 무슨 일 생기지 않게 할 거니까... 바로 병원으로 가자. 넌 반드시 무사할 거야!”눈물과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을 보자, 임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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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9화

임유진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졌다.마지막으로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강지혁은 괜찮을까? 많이 다치진 않았을까?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그는 무사히 곁에 있어 줄까?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셀 수 없이 많았다.한편, 임유진이 수술을 받는 동안 한지영도 각종 검사를 받고 있었다.문제는 그녀의 배 속에 아직 아기가 있다는 것.일부 검사는 아예 불가능했고, 오직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기대야 했다.이토록 긴장한 적은 없었다.자신이 다치는 건 괜찮았다.하지만, 아이만은... 아이만은 위험해서는 안 됐다.“의사 선생님... 제 아기, 괜찮을까요? 제 몸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아이만 살려 주세요!”눈살을 찌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진 의사.한지영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온몸은 초조함으로 굳어버렸다.“현재 약간 유산의 조짐이 보이긴 하네요...”‘유산.’그 한마디에, 한지영의 손과 발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유산이라고요? 제 아기... 살릴 수 없는 건가요?”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 아이는 그녀와 백연신의 아이였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했다!고은채가 했던 말들이 떠오를수록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만약... 정말 아이를 잃는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은 단지 조짐일 뿐이에요. 며칠간은 화장실에 가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말고 침대에 누워 계세요.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의사가 한지영을 안심시키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누워 있을게요. 아기... 살릴 수 있을까요?”“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임산부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돼요. 태아에게 좋지 않거든요.”그 말에 한지영은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아이만 안전하다면, 자신은 무엇이든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잠시 후, 이해영과 한종훈이 달려왔다.딸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숨이 놓였고, 배 속 아기까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제야 두 사람의 어깨가 풀렸다.“엄마, 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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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0화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한지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제가 바보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게 저예요. 연신 씨가 저와 헤어진 건, 백씨 가문을 얻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요! 그 사람은 무려 5년을 버텨왔고, 이제서야 자기 운명을 스스로 손에 쥐게 된 거예요. 그리고 날 찾아왔는데...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리 진심을 털어놔도... 전 끝내 믿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사람 몸에는 혈충까지 있었단 말이에요!”자신의 고집이 원망스러웠다.가슴속 깊이 사랑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 뒷걸음치던 자신이.심지어 마지막에는 그의 별장 앞까지 갔으면서도, 고은채가 그곳에서 나오는 걸 보고는 단정해 버렸다.‘아, 저 두 사람 아직 헤어진 게 아니었구나. 난 그냥 장난감이었어...’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 길로 돌아섰다!왜 조금만 더 믿어주지 못했을까?왜 그의 마음을 그토록 가볍게 여겨버린 걸까?“혈충? 그게 대체 뭐냐?”이해영과 한종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영은 옥상에서 고은채가 털어놓았던 이야기들을 부모에게 전부 들려주었다.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한종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결국, 우리가... 오해한 거였구나!”“백연신, 그 아이도 참... 널 위해 얼마나 희생한 거니.”이해영 역시 목이 메었다.한때는 배신자라며 원망했던 사윗감이, 사실은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니...“엄마, 아빠... 저... 퇴원하면 연신 씨를 찾아가고 싶어요. 사과도 하고 싶고... 이번만큼은 정말 노력해 보고 싶어요. 그 사람이... 저랑, 그리고 아이랑 함께할 마음이 아직 있는지...”하지만 그녀의 말끝은 힘없이 흔들렸다.자신을 차갑게 외면해 버린 그녀를... 백연신은 과연 다시 받아줄까?한지영은 조금의 확신도 없었다.그날 마지막 결별의 순간.“후회하지 않는다”라며 매정하게 내뱉던 내 말.그리고 그것을 듣던 백연신의 모든 게 무너져 내린 듯 차갑고 공허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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