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은 조용히 약병 뚜껑을 열었고, 알약 하나를 꺼내 휴지에 감싸더니, 옷방으로 들어가 조심히 보관했다.모든 걸 마치고서야 다시 침실로 돌아와, 시연을 안고 그녀의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제발, 아무 일 아니길.’...다음 날, 회사.유건은 지한을 불렀고, 알약이 담긴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이거, 좀 맡겨. 분석해서 무슨 약인지 알아봐. 최대한 빨리.”“네, 형님.”지한은 잠시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유건 표정으로 봐선, 쓸데없는 질문은 안 하는 게 낫겠구나 싶었다.사실 알약 하나 검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지한은 발 빠르게 처리했고, 점심 무렵 결과가 나왔다.“형님.”지한은 전해 받은 전자 보고서를 들고 왔다.“그쪽에서... 형님이랑 통화하고 싶답니다.”그 말에 유건의 눈썹이 무겁게 찌푸려졌다.‘보통 약이면, 굳이 직접 전화할 일은 없겠지.’“그래, 연결해.”“네.”곧 화학 연구소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유건입니다.”유건은 보고서를 훑어보며 물었다.“보고서 보니까, 수면제 성분이라고 돼 있던데요?”‘시연이한테... 불면증이 있었나? 같이 자면서도 내가 몰랐다고?’자신에게 놀란 탓에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상대편 목소리가 잠시 머뭇거렸다.“무슨 뜻입니까?”유건은 목소리를 낮게 깔았고, 얼굴빛이 점점 굳어졌다.“확실히 말씀해 주세요.”아마 그래서 연구소 측에서도 굳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일 터였다.[고 대표님, 이 약, 수면 보조제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 안에 진정제와 억제제 성분도 있습니다.]“계속 말씀하세요.”[그러니까...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과도한 불안, 공황, 혹은 심리적 억제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겁니다.]유건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이내 입술 안쪽을 세게 깨물며 생각했다.‘진정... 억제... 대체 무슨 상태길래, 이런 약까지...’[저기...]전화기 너머에서 망설이는 숨소리가 들렸다.[고 대표님, 죄송하지만 제가 더 구체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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