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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61 - Chapter 270

288 Chapters

제261화

넓은 주차장에서 강문수는 포장된 음식을 하나하나 정리해 차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 후 남지혜에게 가져다줄 생각에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이연우가 차에 올라타자 방현준이 강문수에게 지시했다.“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강 비서가 연우를 집에 데려다줘.”이연우는 놀란 얼굴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 속엔 걱정이 가득했다.“무슨 일이에요? 내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걱정했다.“별일 아니야. 난 좀 늦게 들어갈 테니까 넌 얌전히 집에서 기다려.”방현준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다독였다.그리고는 이연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은 뒤, 단호하게 차 문을 닫았다.차는 천천히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멀어져 가는 차량을 바라보던 방현준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갑고 냉혹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굳은 얼굴로 식당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식당 구석, 한 나이 든 여자가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정교하게 재단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틀어 올린 모습이었다.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곧게 치켜든 턱은 여전히 그녀의 위엄을 드러냈다.방현준은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그녀 앞으로 다가가 주저하지 않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여기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차갑게 묻는 그의 시선은 예리했고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그 이연우라는 애, 나랑 약속해 놓고도 말을 바꿔 네 곁에 붙었구나.”노세란은 미간을 좁히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이연우’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불편한 듯했다.“저랑 함께 있는 게 가장 옳은 선택입니다.”방현준은 곧게 허리를 세우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세로 단호하게 자기 뜻을 내비쳤다.“그래, 배짱은 있구나. 여기에서 잠시 즐기도록 해. F국에 돌아가면 난 네가 한씨 가문의 아가씨 말고 다른 여자를 택하는 건 절대 두고 보지 않을 거야.”노세란의 입술에 옅은 미소가 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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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통화를 마친 뒤, 방현준은 길게 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베이랜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시각, 베이랜드 안에서는 이연우가 이미 샤워를 마쳤고 온몸에서 산뜻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느긋하게 기대어 있다가 막 잠에 들락거릴 무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도 방현준이 돌아온 것으로 생각한 이연우는 급히 일어나 헐렁한 가운을 걸치고 슬리퍼를 끌며 서둘러 거실로 향했다.그러나 거실에 도착해 눈앞의 인물을 확인한 순간, 얼굴의 웃음은 단번에 굳어 버렸고 놀람과 경계심으로 뒤섞였다.그녀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거실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형빈이었다.“당신이 어떻게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거예요?”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믿기 어렵다는 듯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두 손으로 가운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연우야, 내가 너를 잘 안다고 했잖아. 네 집 문 비밀번호쯤은 당연히 알지.”심형빈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으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 탓에 그 웃음은 더욱 일그러져 보였다.온몸에서는 진한 술 냄새가 풍겼고 발걸음은 비틀거리며 위태로웠다.이연우는 경계심을 잃지 않은 채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가슴은 통제할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시선은 재빨리 주변을 훑으며 무언가 방어할 수단을 찾았다.곧바로 장식장 위에 놓인 꽃병에 시선이 멈췄다.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꽃병을 움켜쥐어 가슴 앞으로 끌어안았다.지금 순간, 그것이 자신을 지켜 줄 유일한 방패처럼 느껴졌다.“심형빈 씨, 경고하는데 다가오지 마요!”그녀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마치 적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심형빈의 흐릿하던 눈빛 속에 잠시 쓸쓸함이 스쳤다.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고 체념한 듯했다.“연우야, 네 마음속에서 나는 늘 이런 사람인가 보지?”쉰 듯한 그의 목소리에는 설명하기 힘든 피로와 허무함이 배어 있었다.이연우는 눈앞의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쩐지 평소와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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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심형빈 씨, 사람 잘못 본 거예요. 지금 당장 고수영 씨에게 전화해서 당신을 데려가라고 할 거예요.”이연우는 꽃병을 꽉 움켜쥔 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렇게 감정이 불안정한 시한폭탄 같은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다.언제 어떤 돌발 행동할지 알 수 없으니 고수영을 불러 그를 데려가게 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그녀는 다른 한 손을 슬며시 휴대폰 쪽으로 가져가 바로 전화를 걸려고 준비했다.“연우야, 너 정말 방현준이랑 만나는 거야?”심형빈의 시선은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사진으로 향했다.사진 속 이연우와 방현준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도 다정하고 행복해 보여 마치 세상에 둘만 있는 듯했다.심형빈의 눈빛에 고통과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고개를 천천히 떨구며 생각했다.그토록 오랜 세월 이연우와 함께했지만 이렇게 다정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혼인신고서에 붙어 있던 딱딱하고 어색한 사진 말고는 본래라면 당연히 찍었어야 할 웨딩사진조차 남기지 못했다.그때는 늘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하면 된다고 미뤘다.하지만 기회는 그의 무심함과 무책임 속에서 흘러가 버렸다.심형빈의 가슴에는 깊은 자책이 밀려왔고 이연우에게 너무나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어서 가요. 조금 있으면 현준 씨가 돌아올 거예요.”이연우는 그가 보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에도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왜 하필 지금 와서 이런 순애보 연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늘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과거에 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연우야, 안아 줄 수 있을까?”심형빈의 목소리에는 떨렸고 간절했다.요즘 그는 마치 끝없는 소용돌이에 빠진 듯 계속해서 이용당하고 시달리며 지쳐가고 있었다.그것들을 대응하며 그는 점점 탈진했고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지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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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그때의 이연우는 자신감 넘치고, 매혹적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방현준의 곁에 서 있었고 따스한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세상에는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 그녀의 시선은 온전히 방현준에게만 머물러 있었다.그 뼛속까지 스며든 사랑은 심형빈의 가슴에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과 쓰라림을 몰고 왔다.그녀의 세상은 이미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방현준, 앞으로 꼭 연우한테 잘 해줘야 해.”심형빈이 불현듯 말했고 그 목소리는 유독 간절했다.방현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너는 본인 일이나 잘 챙겨. 내 여자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형빈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심형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이연우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모습을 본 방현준은 곧장 그의 시야 앞을 막아섰다.그 행동은 곧 선언이었다. 이연우는 자기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심형빈이 더 이상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경고였다.심형빈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다리는 힘이 빠져 있었지만, 그는 애써 몸을 곧게 세웠다.그는 미안한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정말 미안해. 네 삶을 방해해서... 앞으로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그는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은 몹시 쓸쓸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온 힘을 짜내는 듯했다.순간적으로 나이가 훌쩍 들어버린 듯 세상에 홀로 버려진 외로운 노인처럼 보였다.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심형빈의 쓸쓸한 뒷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그때, 천둥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온 세상을 산산조각 내버릴 듯 요란했다.곧이어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바깥은 순식간에 폭우 속으로 잠겨버렸다.온 세상이 두꺼운 물의 장막에 가려진 듯했다.“심형빈에게 우산 하나쯤은 갖다줘도 돼.”방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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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사흘 뒤 아침, 햇살이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부드럽게 침실 바닥을 비췄다.오늘은 서씨 가문 어르신의 생신 연회, 성대한 가족 모임이 막 시작되려는 날이었다.이연우는 거울 앞에 서서 정성스레 자기 모습을 단장하고 있었다.그녀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절묘한 재단이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완벽히 드러냈다.은은한 색감, 정교한 단추, 그리고 치맛자락에 살짝 드러나는 전통 자수까지, 모두가 특유의 단아함과 운치를 품어내고 있었다.그녀는 한 폭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 단정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고전 미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방현준은 차분히 자신을 가꾸는 거울 속 이연우를 바라보며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감탄했다.그는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살며시 올리며 낮게 속삭였다.“왠지 널 거기로 데리고 가기 싫은데.”그의 머릿속에는 서지훈이 이연우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불현듯 떠올랐다.서지훈이 아직도 이연우를 마음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그는 내심 다행이라 여겼다. 자신이 더 일찍 마음을 전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연우는 벌써 서지훈 같은 놈에게 빼앗겼을지도 모른다.방현준 눈에는 세상 드문 보석 같은 이연우를 알아보지 못한 건 심형빈 같은 사람뿐이었다.“걱정 마요, 이번에 가면 서 대표님께 분명히 말씀드릴게요.”이연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단호하면서도 따스한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일찍이 서지훈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서지훈의 시선 속에 다른 감정이 비칠 때마다, 그는 무언가 고백하려는 듯했지만, 이연우는 슬쩍 화제를 돌려 입을 막았다.그녀는 자신에게 그에 대한 이성적인 감정은 없음을 진작에 느끼고 있었다.그렇기에 그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길을 자신이 가로막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난 충분히 자신감이 있어.”방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자신과 이연우의 사랑이 굳건하여 그 누구도 흔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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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말을 마친 방현준은 이연우의 손을 단단히 잡아 올리며 열 손가락을 꼭 맞물렸다.굳이 손을 높이 들어 서환희 앞에서 은근히 애정을 과시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세상 전체에 이연우가 자신의 사람임을 당당히 선언하는 듯했다.그 친밀한 장면을 바라보던 서지훈의 눈빛에는 잠시 쓸쓸함이 스쳐 갔지만 곧 마음을 다잡은 듯 언제나처럼 단정한 미소를 되찾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왔구나. 어서 들어와.”그러나 살짝 움켜쥔 주먹이 그의 마음속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애써 감춘 탓에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서씨 가문의 저택 안은 말 그대로 화려한 축제 같았다.찬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넓은 홀을 환히 밝히고 드레스 차림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웠는데 공기마저 활기와 열기로 가득했다.서남웅과 임도희는 이연우와 방현준을 발견하고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급히 다가왔다.두 사람은 진심으로 이연우를 좋아했다.예전에 이연우가 가문 연회에 참석했을 때 가문이 곤란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재치 있게 상황을 풀어 모두를 감탄하게 했던 일이 아직도 선명했다.그때부터 두 사람은 속으로 이연우가 며느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품어왔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이연우는 유부녀여서 그 바람을 가슴속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심형빈과 관련한 추문이 들려왔을 때 임도희는 이번이 혹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아들이 그 기회를 잘 붙잡아주기를 은근히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눈앞에 방현준과 함께 있는 이연우를 보고 있자니 두 아들과는 결국 인연이 닿지 않는 듯싶어 마음 한편이 저릿하게 내려앉았다.“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셨어요?”이연우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자세와 미소에서 우아한 기품이 번졌다.“연우야, 왜 그간 놀러도 안 왔어? 우리는 네가 자주 와주길 바랐단다.”임도희는 다정히 이연우의 손을 맞잡으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녀의 손길에는 마치 금방이라도 이연우가 사라져 버릴까 하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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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방현준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괜히 심술 난 듯 투정을 부렸다. 마치 토라진 아이처럼 삐죽거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우습고 또 사랑스럽기까지 했다.이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방현준을 바라봤다.그녀는 방현준이 또다시 어린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 얄미운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이연우는 곁에 있던 포도 한 알을 집어 들어 부드럽게 그의 입에 넣어주며 달래듯 속삭였다.“현준 씨, 착하죠? 화내지 마요.”그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다정해 듣는 이의 마음을 녹여 내렸다.“이왕이면 더 달콤한 말 해주면 안 돼?”방현준은 턱을 살짝 들고 장난스러운 눈빛을 반짝였다. 은근한 애교가 묻어나는 말투였다.“자기야, 여보야.”이연우는 주저하지 않고 다정히 방현준을 불렀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그 부드러운 호칭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진심을 담고 있었다.그 말에 방현준의 얼굴에서 화난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 미소는 봄날의 햇살처럼 눈부시고 따스했으며 그 순간 그의 눈에는 오직 이연우만이 세상의 전부처럼 담겨 있었다.멀찍이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서지훈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지고 힘이 들어간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그의 눈동자에는 질투가 불길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 속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과 분노가 끓어올랐다.그때 심형빈이 고수영을 데리고 홀 안으로 들어섰다.찬란한 불빛 아래 손님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심형빈의 시선은 곧장 소파에 앉아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는 이연우와 방현준에게 닿았다.그의 눈빛이 순간 굳어지고 곧 쓸쓸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심형빈은 이내 몸을 돌려 홀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앉았다. 심형빈은 그렇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어둠 속에 자신을 감췄다.고수영 역시 이연우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질투와 불만이 스쳤으나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심형빈에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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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고수영은 한때 자신을 세심하게 보듬어주던 심형빈이 왜 이연우와 이혼한 뒤로는 이렇게 차갑게 돌아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섞여 있었고 눈가엔 금세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맺혔다.사실 오늘 이 연회장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임금영이 억지로 심형빈에게 동행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고수영은 심형빈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다.‘결혼 당시에는 이연우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면서 왜 이혼 후에야 진심 어린 사랑을 가장하고 있는 거야?’심형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런지 정말 몰라서 물어?”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마음 깊은 곳에서 쓰라린 감정을 삼켰다.고수영과의 외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건 고수영이 그들의 불륜 영상을 직접 이연우에게 흘린 일이었다.그 일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심형빈도 사랑했던 여자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고수영은 예전처럼 얌전히 곁에 앉는 대신 턱을 치켜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그를 내려다봤다.그녀는 질투와 분노로 일렁이는 눈빛을 한 채 떨리는 입술로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내뱉었다.“원래는 더는 안 건드리려고 했어. 하지만 네가 이연우를 신경 쓸 때마다 나는 꼭 이연우를 한 번씩 괴롭혀 줄 거야. 방현준의 보복? 상관없어. 최악이라고 해봤자 다 같이 죽는 것밖에 더 있겠어?”고수영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서릿발 같은 결의가 서려 있었다.말을 끝낸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서지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 걸음 하나하나가 분노를 쏟아내는 듯 거칠고 매서웠다.심형빈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쫓을 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이연우 곁에는 방현준이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가해자인 나는 필요하지 않겠지.’고수영의 앞날이 어떤 파국으로 흘러가든 그것은 그녀가 자초한 길일 뿐이었다.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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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방현준 입니다.”서지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방현준이 먼저 단호하게 자기 이름을 내뱉었다.그 순간, 군복을 갖춰 입은 사내와 여도진의 입가에는 동시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그 미소는 부드럽고 친근하게 보였지만 동시에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묘한 기운이 서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안녕하세요, 여도진입니다.”낮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마치 첼로의 저음처럼 은은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공간을 채우며 퍼져 나갔다.그는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움직임은 유연하면서도 단정했고 그 안에는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품격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방현준은 마치 눈앞의 손길이 불쾌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이라도 되는 듯 재빨리 손을 피했다.그 무례한 듯한 행동에도 여도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방현준의 반응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여전히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했다.“현준 씨랑은 초면인데 왜 이렇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시는지 궁금하군요.”여도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봤다.말투는 여전히 평온하고 부드러워 오래된 친구와 마치 사소한 문제를 논의하듯 담담했다.“첫 만남이라... 저는 꽤 많이 뵀던 것 같네요.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예요.”그의 눈빛은 마치 불꽃처럼 날카롭게 타올랐다.그 안에는 숨김없는 도발이 담겨 있었고 마치 상대의 마음 깊숙이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매서웠다.옆에 있던 이연우는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늘 차분하고 세련된 태도를 잃지 않던 방현준이 오늘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거칠고 날이 서 있었다.‘이대로는 곤란해.’“죄송합니다, 여도진 씨. 방 대표님께서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아요.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이연우는 급히 웃음을 띠며 분위기를 수습했다.그녀는 방현준의 팔을 잡고 살짝 힘을 주어 소파 쪽으로 끌었다.자리에 앉자 이연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방현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솔직히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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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연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소란 없이 차분히 진행되었다.연회장 안은 조명이 눈부시게 반짝였고 손님들은 화려한 차림으로 오가고 있었다.대부분의 이들은 정성껏 준비한 축하 선물을 공손히 오늘의 주인공에게 건네며 그의 생신에 대한 진심 어린 축복을 표했다.이번 연회는 평소와 달랐다.속셈을 품고 일부러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없었고 은밀한 술책이나 계략도 보이지 않았다.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연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었다.연회가 끝나고 서지훈은 이연우와 방현준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큰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발걸음을 재촉해 앞으로 나아가더니 갑자기 이연우를 불렀다.“연우 씨, 정말 방현준이랑 같이 있으려는 거예요?”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고 눈빛에는 아쉬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이연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담담한 눈빛으로 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요. 서 대표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네요. 서 대표님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해요.”그녀의 눈빛은 다정하면서도 단호했고 말투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그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진서지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때 내가 좀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연우 씨를 방현준한테 빼앗기진 않았을 텐데...”고개를 살짝 숙인 서지훈은 한때의 망설임을 후회하는 듯해 보였다.“저랑 현준 씨는 빼앗고 빼앗기는 관계가 아니에요. 현준 씨가 저를 위해 한 일들은 서 대표님이 상상도 못 할 거예요.”이연우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 미소는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는 방현준이 자신을 위해 한 모든 일을 떠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졌다.서지훈은 이연우의 행복한 미소를 바라보며 자신이 완전히 졌음을 깨달았다.“연우 씨, 앞으로 방현준이 연우 씨를 힘들게 하면 저한테 기대요. 저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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