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 봐요. 선생님의 재능은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발할 자격이 충분하세요.”그날 밤, 나는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붓을 아주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이윽고 캔버스 위로 잔잔한 바다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은 첫 새벽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반짝이는 물결 위로 나의 투명한 실루엣이 가만히 일렁였다.마지막 붓질을 마치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 그림은 주도훈을 위한 것도,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작품이라는 것을.전시회 당일, 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재능이 마침내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증명된 순간이었다.나는 이것이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조용한 첫걸음이라 믿었지만, 이 ‘복귀’가 나의 평화로운 일상에 얼마나 거대한 파도를 불러올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어느 날 수업 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색채 조합을 설명하고 있었다.화실 창가로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아이들이 고요히 붓을 놀리는 모습에 공간 전체가 오랜만에 잊고 지냈던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바로 그때, 화실 문이 거칠게 젖혀지며 누군가 안으로 들이닥쳤다.“한수연!”고개를 든 나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거칠게 문을 열고 들이닥친 불청객은 어이없게도 한고운이었다. 무겁게 부푼 배를 억척스럽게 내민 그녀의 얼굴은 초췌함을 넘어선 맹렬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녀의 두 눈에는 지독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내 이럴 줄 알았어! 네가 죽긴 왜 죽어! 나를 이 지옥에 처박아놓고, 너 혼자 고상한 척 여기 숨어 있었던 거야?”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들을 등 뒤로 가로막고 차갑게 물었다.“한고운,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내 질문에 한고운의 입가에 조롱 섞인 실소가 번졌다.“어떻게 찾았냐고? 네 화풍을 내가 모를 리가 있나! 예전에 선생님이 늘 네가 나보다 잘 그린다고 치켜세웠잖아. 내가 그 세월 동안 네 그림을 얼마나 샅샅이 뒤져봤는데, 네 기법 따위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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