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혼증? 그게 무슨 병이야?”
백아윤은 처음 듣는 말에 놀란 듯 되물었다.
윤태호가 설명했다.
“실혼증은 말 그대로 혼이 빠져나간 상태를 말해요.”
‘혼이라고?’
이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으면 백아윤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미신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윤태호였기에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
윤태호는 이어서 말했다.
“<운급칠첨>이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세 개의 혼이 있고 각각 상령, 태원, 유정이라고 하죠. 또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넋, 즉 일곱 개의 백이 있는데 각각 이름도 있어요. 첫 번째는 시구, 두 번째는 복시, 세 번째는 작음, 네 번째는 탄적, 다섯 번째는 비독, 여섯 번째는 제예, 일곱 번째는 취폐라고 불러요. 삼혼칠백이 모두 온전히 존재해야 사람이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혼이나 백 중 하나라도 빠지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정신이 흐려지거나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요.”
윤태호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자 백아윤도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인간에게 혼과 백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해?”
백아윤이 물었다.
“혼을 불러들여야죠.”
이 말을 들은 백아윤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자신은 서양 의학을 전공한 박사였고 이런 귀신이나 영혼 이야기는 당연히 믿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윤태호가 워낙 진지하고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그녀가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윤태호는 옷장에서 이재영의 옷 한 벌을 꺼내 문에 걸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옷 위에 뭔가를 그리며 입으로는 조용히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도사가 부적을 그리는 듯했고 어딘가 괴이쩍어 보였다.
‘이게 진짜 치료 맞아?’
백아윤은 마음속으로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이걸로 정말 식물인간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고?’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5분쯤 지났을 무렵, 윤태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혼이여 돌아오라! 혼이여, 이리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