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By:  호안난어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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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어도 내 앞에서는 건방 떨지 마. 나 윤태호는 네 목숨을 구할 수도, 빼앗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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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윤태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욕실 안에서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참느라 진짜 곤욕이었어.”

“나 아직 샤워 중인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

쿵!

윤태호는 날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여울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장여울은 윤태호의 여자 친구였는데 두 사람은 의대 동기였고 사귄 지 2년 정도 되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함께 미주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둘 다 인턴이었다.

윤태호는 장여울이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욕실 안에서 신음이 들려오자 윤태호는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욕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안에 있는 남자가 대체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욕실 문 앞에 섰을 때 그는 우뚝 멈춰 섰다.

그 남자가 누군지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겨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윤태호는 장여울과 아주 많이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한때는 서로를 사랑했으니 마지막으로 체면을 지켜주고 싶었다.

윤태호는 심호흡을 한 뒤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때 마침 욕실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끝내요. 태호 이제 곧 퇴근해서 돌아올 거예요. 태호한테 들키면 끝장이에요.”

“들켜도 상관없어. 내가 윤태호를 무서워할 것 같아?”

윤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탓이었다.

장여울이 말했다.

“정말 못됐네요... 참, 나 정직원 시켜준다던 건 어떻게 됐어요?”

“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가 부원장이잖아. 우리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거야.”

‘이 자식!’

윤태호는 욕실 안에 있는 남자가 곽진우임을 확신했다.

곽진우는 미주 병원의 외과의였는데 아버지가 미주 병원의 부원장이라는 이유로 평소 건방을 떨기로 유명했다.

외과에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윤태호는 곽진우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많이 들었었다. 예를 들면 임신한 여자 친구를 협박해서 낙태하게 한다든가, 유부녀에게 집적거린다거나, 예쁜 간호사를 핍박한다거나...

한마디로 곽진우는 인간 말종이었다.

‘정직원이 되고 싶어서 곽진우 같은 쓰레기랑 관계를 맺다니, 그럴 가치가 있나?’

윤태호는 가슴이 아렸다.

욕실 안, 장여울이 물었다.

“그러면 윤태호는요?”

“윤태호는 가망이 없지.”

곽진우가 말했다.

“아버지한테 여쭤봤는데 이번에 정직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해. 다른 사람들은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해.”

장여울이 말했다.

“윤태호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에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게다가 백 교수님이 굉장히 아끼신다고요.”

“백 교수님이 아끼시면 뭐 해? 결정권은 우리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곽진우가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러더라. 백 교수님이 찾아와서 윤태호를 정직원으로 삼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고 말이야. 나는 백 교수님이 윤태호에게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건지 모르겠어. 설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뭔 헛소리예요? 백 교수님처럼 예쁜 분이 왜 윤태호를 만나겠어요?”

“하긴. 백 교수님은 매일 무표정한 얼굴로 은근히 사람들을 멀리하지. 딱 봐도 냉미녀 스타일이야.”

“그래서 아버지한테 누구를 정직원으로 만들지 물어보긴 했어요?”

“당연히 너지. 윤태호 걔도 참 안 됐다. 정직원도 못 되고 여자 친구가 바람까지 피웠으니 말이야.”

“왜요? 윤태호가 불쌍해요?”

장여울이 물었다.

“불쌍하긴.”

곽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윤태호도 참 멍청해. 둘이 2년 동안 사귀었다면서 한 번도 안 잔 거야? 뭐 혼전순결주의, 그런 건가?”

“됐어요. 그만 얘기해요!”

“내가 윤태호 뭐라고 했다고 그러는 거야? 그럴 만도 하지. 2년 동안 만났으니까...”

“헛소리 좀 하지 마요. 내가 걔 같은 사생아를 왜 감싸겠어요?”

장여울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문밖에 있던 윤태호는 그 말을 듣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얼굴이 벌게졌고 눈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

사생아...

아주 모욕적인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윤태호는 사생아가 맞았다.

그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그의 어머니는 집안에서 쫓겨났다. 그것은 윤태호가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비밀이었다.

그는 오직 장여울에게만 그 사실을 얘기했었다.

“윤태호가 사생아라고?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말해 봐.”

곽진우가 묻자 장여울이 말했다.

“윤태호는 지금까지도 자기 친아버지가 누군지 몰라요.”

“세상에,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진짜야?”

“네. 진짜 몰라요.”

“그러면 걔 어머니는 누구랑 자서 걔를 낳았대?”

곽진우가 말을 이어갔다.

“설령 개랑 잤다고 해도 그 개의 이름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윤태호의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윤태호는 어머니를 모욕하는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결국 분노한 그는 욕실 문을 박찼다.

쾅!

욕실 문이 벌컥 열리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꺅!”

장여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타월로 몸을 가렸고, 곽진우도 깜짝 놀라 황급히 욕조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밖에 서 있던 사람이 윤태호였다는 걸 알게 된 그는 긴장이 풀려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여울아, 누가 왔는지 봐봐.”

장여울은 문가를 보고 흠칫했다.

“윤태호, 언제 돌아온 거야?”

“꽤 됐어. 내가 두 사람을 방해했나 보네.”

안색이 어두워진 윤태호는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

장여울이 해명했다.

“태호야, 네가 오해한 거야. 사실은 말이야...”

“내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설마 내가 본 게 전부 가짜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장여울,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

윤태호가 따져 묻자 장여울은 수치심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해명하는 것을 포기하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눈이 삐었었나 봐. 너처럼 무능력하고 아무짝에도 없는 놈을 만났던 걸 보면 말이야. 너랑 2년 동안 만났는데 나한테 이딴 싸구려 팔찌나 줬잖아.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은 무슨.”

장여울은 자기가 끼고 있던 옥팔찌를 빼서 윤태호에게 던지며 말했다.

“앞으로 난 내 갈 길 갈게. 너도 네 갈 길 가. 너랑 난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

윤태호는 멍한 얼굴로 장여울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차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사랑하던 여자가 어쩌다 저렇게 변한 걸까?

곽진우는 장여울의 허리를 감싸더니 미소 띤 얼굴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고 싶어서 그래? 나랑 여울이가 보여줄게.”

“개소리하지 마.”

윤태호가 곽진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곽진우는 주먹을 맞고 코피를 흘렸다.

“감히 날 때려? 죽여버리겠어!”

곽진우가 윤태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곽진우는 190cm의 거구로 윤태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게다가 평소 꾸준히 헬스를 해서 아주 건장했기에 윤태호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윤태호는 곧 곽진우에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사생아 따위가 감히 날 때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

곽진우는 윤태호를 계속 때리다가 힘에 부쳤는지 발로 윤태호의 손을 밟아 그의 손가락 두 개를 부러뜨렸다.

“으악...”

윤태호는 크게 비명을 지른 뒤 기절해 버렸다.

“맷집도 안 좋으면서 나한테 주먹을 휘둘러? 멍청한 놈.”

곽진우는 윤태호를 향해 침을 뱉었다. 이때 그는 윤태호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피가 옥팔찌를 빨갛게 물들이는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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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윤태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욕실 안에서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동안 참느라 진짜 곤욕이었어.”“나 아직 샤워 중인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쿵!윤태호는 날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장여울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장여울은 윤태호의 여자 친구였는데 두 사람은 의대 동기였고 사귄 지 2년 정도 되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함께 미주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둘 다 인턴이었다.윤태호는 장여울이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욕실 안에서 신음이 들려오자 윤태호는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욕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안에 있는 남자가 대체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그러나 욕실 문 앞에 섰을 때 그는 우뚝 멈춰 섰다.그 남자가 누군지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겨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윤태호는 장여울과 아주 많이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그래도 한때는 서로를 사랑했으니 마지막으로 체면을 지켜주고 싶었다.윤태호는 심호흡을 한 뒤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때 마침 욕실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빨리 끝내요. 태호 이제 곧 퇴근해서 돌아올 거예요. 태호한테 들키면 끝장이에요.”“들켜도 상관없어. 내가 윤태호를 무서워할 것 같아?”윤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탓이었다.장여울이 말했다.“정말 못됐네요... 참, 나 정직원 시켜준다던 건 어떻게 됐어요?”“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가 부원장이잖아. 우리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거야.”‘이 자식!’윤태호는 욕실 안에 있는 남자가 곽진우임을 확신했다.곽진우는 미주 병원의 외과의였는데 아버지가 미주 병원의 부원장이라는 이유로 평소 건방을 떨기로 유명했다.외과에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윤태호는 곽진우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많이 들었었다. 예를 들면 임신한 여자 친구를 협박해서 낙태하게 한다든가, 유부녀에게 집적거린다거나, 예쁜 간호사를 핍박한다거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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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윤의 사무실에서 나온 윤태호는 너무 억울해서 울고 싶었다. 곽진우는 그에게서 장여울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장여울과 함께 그를 모함했다. 심지어 백아윤은 그들의 말을 믿고 그를 간호 스테이션으로 쫓아냈다.간호 스테이션에서 일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가?그건 가정부와 다름없었다.매일 환자들의 얼굴을 씻겨주고, 발을 씻겨주고, 밥을 먹여주고, 몸을 닦아주고, 옷을 세탁해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그는 의대를 다닐 때 성적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한다면 그동안 의대를 다닌 의미가 없었다.윤태호는 이 모든 게 자신이 힘도, 배경도 없는 탓이라는 걸 알았다.“내가 재벌가 자제였다면 장여울이 날 배신했을 리도 없고 곽진우가 감히 날 때리지도 못했겠지. 백 교수님도 날 이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 결국은 내가 아무런 힘도 없어서 이런 일들을 겪게 된 거지. 앞으로 꼭 성공해서 나를 무시한 놈들을 전부 짓밟아버릴 거야.”윤태호는 주먹을 힘껏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윤태호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개를 들자 곽진우와 장여울이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조금 전 장여울의 집에서 윤태호에게 맞은 곽진우는 코에 상처가 남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윤태호는 두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지 않았기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곽진우가 꼴 좋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간병인이 됐다더니 여기 있었네.”장여울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왜 어딜 가나 너랑 마주치는 거야? 짜증 나게.”윤태호는 그들을 무시했다. 그는 두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그의 태도에 곽진우는 오히려 더 화가 났다.“윤태호, 내가 그냥 넘어갈 거로 생각하지 마.”곽진우가 말했다.“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 빌어먹을 백 교수가 네 편을 들지 않았다면 넌 이미 병원에서 쫓겨났을 거야. 그랬다면 여기서 일하지도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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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쾅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곽진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천장에 달려있던 샹들리에가 마침 곽진우의 머리 위로 떨어진 탓이었다.다행히 그 샹들리에는 크지 않은 편이었다. 만약 크기가 컸다면 단순히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즉사했을지도 모른다.곽진우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악...”“진우 씨, 왜 그래요?”장여울이 황급히 물었다.“눈이 삐었어? 방금 샹들리에 떨어지는 거 못 봤어?”곽진우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사람들 앞에서 욕을 먹게 된 장여울은 억울해져서 눈물을 글썽였고, 그 광경을 본 윤태호는 냉소를 흘렸다.“꼴 좋네.”“뭐라고?”장여울은 윤태호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그를 손가락질했다.“네가 한 짓이지?”“내가 그랬다고? 네가 봤어?”“네가 그런 게 아니면 멀쩡하던 샹들리에가 왜 갑자기 떨어졌겠어?”“인과응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자꾸 없는 말을 지어내니까 천벌을 받은 거잖아.”“천벌은 무슨. 헛소리하지 마.”곽진우는 그렇게 말한 뒤 장여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뭘 넋 놓고 있어? 얼른 부축해 줘.”“아.”장여울은 그제야 서둘러 곽진우를 부축했다.바로 이때 약을 가지러 가던 간호사가 그들의 옆으로 지나가다가 발밑이 미끄러웠던 건지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졌고, 그 바람에 간호사가 손에 들고 있던 알코올 두 병이 곽진우 쪽으로 날아갔다.퍽.알코올 두 병이 곽진우의 머리와 부딪쳤고, 유리병이 깨지면서 곽진우의 머리 위로 알코올이 쏟아졌다.곽진우는 조금 전 샹들리에 때문에 머리에 상처가 생겼는데 상처 그 부위에 알코올이 닿자 죽을 만큼 아팠다.“악, 아파. 너무 아파...”곽진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고 장여울은 당황해서 간호사를 나무랐다.“어떻게 된 거예요? 앞을 보고 다녀야죠!”“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진우 씨가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장여울은 간호사를 향해 으름장을 놓더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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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윤태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윤태호의 어머니는 저녁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물에 흠뻑 젖은 윤태호의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웃으며 물었다.“태호야, 왜 온몸이 젖어 있어? 설마 연우호에 빠진 건 아니지?”“어머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아신 거예요?”“정말로 연우호에 빠진 거야?”윤태호 어머니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어서 얘기해 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윤태호는 연우호에 빠진 아이를 구했던 일을 어머니에게 얘기해 주었고, 그 얘기를 들은 윤태호의 어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그를 칭찬했다.“잘했어. 세상에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태호야, 앞으로 그런 일을 또 겪게 된다면 꼭 조심해야 해. 다치지 마.”“알겠어요.”“어서 옷 갈아입고 밥 먹어.”“네.”윤태호의 어머니 전혜란은 봄영 지역 사람이었고 윤태호는 그녀의 친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녀가 아주 좋은 집안의 딸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는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 집안을 매우 증오했다.그 매정한 집안에서 전혜란을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두 모자도 지금처럼 비참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윤태호는 그 집안보다 아버지가 더욱 미웠다.그동안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보러 온 적이 없었고 그들의 생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윤태호는 그런 무책임한 남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전혜란은 혼자 힘으로 윤태호를 키우면서 갖은 수난을 겪었고 그 탓에 40대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흰머리가 생겼다.밥을 먹을 때 윤태호는 몇 번이나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그는 아버지가 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어머니의 흰머리와 눈가에 자리 잡은 깊은 주름을 보면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태호야, 요즘에 여울이는 왜 집에 오지 않는 거니? 너희 혹시 싸웠니?”전혜란이 물었다.“싸운 거 아니에요. 요즘 걔가 좀 바빠서 그래요.”윤태호는 차마 장여울이 자신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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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조금 전에 내 흉터를 제거할 방법이 있다고 했죠? 그 말 진짜예요?”임다은이 물었다.윤태호가 대꾸하기도 전에 박윤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다은 씨, 저런 헛소리는 듣지 마세요. 비산 주술 같은 건 샤머니즘이에요. 임다은 씨의 흉터를 없앨 수가 없어요.”임다은은 박윤식을 바라보면서 덤덤히 물었다.“선생님이 윤태호 씨인가요?”박윤식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윤태호입니까?”“윤태호 씨가 아닌데 선생님이 무슨 자격으로 제 질문에 대답하는 거죠?”임다은이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윤식을 노려보며 말했다.‘헉!’박윤식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고 윤태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임다은을 바라보았다.놀랍게도 임다은은 백아윤과 아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백아윤보다 살기가 한층 더 강했다.윤태호는 문득 임다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박윤식은 식은땀을 닦으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아까 말한 비산 주술 말이에요. 그건 뭐예요?”임다은은 박윤식의 말을 무시하고 궁금한 듯 미소 띤 얼굴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표정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표정이었다.윤태호가 대답했다.“비산 주술은 아주 신묘한 주술이고 비산 주술을 쓴다면 신통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샤머니즘으로 치부하지만 잘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힘이라고 부르죠.”“비산 주술로 정말로 내 흉터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나요?”임다은이 다시 물었다.“네.”윤태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비산주술대전에는 흉터를 제거하는 주술이 적혀 있었다.그것을 사용한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흉터를 제거하여 피부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그러면 언제쯤 내 흉터를 없애줄 수 있나요?”임다은은 1년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 3년 이상이 걸린다면 큰일이었다. 그동안은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윤태호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10분 정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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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여자의 흉터가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30초도 안 돼 흉터가 완전히 사라졌다.상처 부위를 꿰맸던 실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여자의 종아리를 보니 다친 적이 없는 것처럼 피부가 흉터 하나 없이 매끈하고 하얬다.“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윤태호를 비웃던 인턴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박윤식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의사로 일해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보았다.“대체 어떻게 한 거야?”박윤식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다 보셨잖아요.”윤태호가 말했다.“진짜 비산 주술이라고?”박윤식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윤태호는 정색하며 말했다.“아까 말씀드렸지만 비산 주술은 샤머니즘이 아니라 신기한 비술이에요.”“하지만...”“적당히 하세요.”임다은이 짜증 난 목소리로 박윤식의 말허리를 잘랐다.“선생님은 여기 있어 봤자 도움이 안 되니 이만 나가보세요.”“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세요.”박윤식은 병실에서 나오기 전 싸늘한 시선으로 윤태호를 힐끗 보았다.복도 밖으로 나온 뒤 인턴들은 씩씩대며 화를 냈다.“선생님, 윤태호 씨는 우리를 농락한 게 틀림없어요. 저런 쓰레기는 병원에서 쫓아내야 해요.”“맞아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만약 임다은 씨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선생님이 책임지셔야 할 거예요.”“조용히 해!”박윤식은 그들을 향해 호통을 친 뒤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곽진우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제가 병실로 왔을 때 곽진우 씨는 간호 스테이션으로 갔어요.”한 인턴이 말했다.“알겠어. 너희는 일단 돌아가서 일해.”박윤식의 안색이 좋지 않자 인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박윤식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잠시 뒤 간호 스테이션으로 향했다....병실 안, 임다은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커다란 두 눈으로 윤태호를 계속 살펴봤고 윤태호는 불편함을 느꼈다.“윤태호 씨가 나한테 엄청난 도움을 줬는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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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따귀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고, 곽진우의 왼쪽 뺨이 순식간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감, 감히 날 때린 거야?”곽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태호를 노려보았다.지금까지 그는 윤태호를 무능력한 겁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내가 지금까지 참아온 건 당신이 무서워서가 아니야.”윤태호는 차갑게 말했다.“죽여버리겠어.”곽진우는 주먹을 쥐며 윤태호를 때리려고 했다.“감히 윤태호 씨를 건드리려고요?”임다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감히 윤태호 씨를 때린다면 내가 죽여버릴 건데.”고개를 돌린 곽진우는 임다은의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한 말인 듯했다.“임다은 씨, 당신은 대체 누구죠?”곽진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난 당신 따위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임다은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꺼져요.”그녀는 카리스마가 넘쳤다.곽진우는 잠깐 망설이다가 분한 얼굴로 주먹을 풀었다. 임다은의 신분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윤태호,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두고 봐.”곽진우는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병실에서 나갔고 드디어 병실 안이 조용해졌다.“임다은 씨, 감사합니다.”윤태호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조금 전 임다은이 편을 들어줬을 때 윤태호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임다은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곽진우 씨 뺨을 때린 기분이 어때요?”“속 시원하네요.”윤태호는 조금 전 그 따귀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원통함을 조금 풀 수 있었다.곧이어 그는 임다은에게 물었다.“임다은 씨, 저 너무 겁쟁이 같지 않나요?”“아뇨. 태호 씨는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너무 착해서 그래요.”임다은이 말했다.“태호 씨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썽을 일으키기도 싫고 감히 말썽을 일으킬 수도 없겠죠. 본인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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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타닥.윤태호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려들어 곽진우의 목을 졸랐다.“감히 우리 어머니를 모욕해? 죽고 싶어?”윤태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전혜란은 윤태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윤태호는 전혜란이 다른 사람에게 수모를 당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퍽!곽진우가 윤태호의 배를 걷어찼으나 윤태호는 밀려나지 않았고, 윤태호의 팔 힘이 너무 세서 곽진우는 도저히 힘을 쓸 수 없었다.“윤태호, 어디 한 번 날 죽여보지 그래?”곽진우가 씩씩대며 말했다.“내가 못 죽일 것 같아?”윤태호가 팔에 힘을 주자 곽진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면서 숨을 쉬지 못했다.장여울은 서둘러 외쳤다.“윤태호, 얼른 진우 씨를 놓아줘!”“꺼져!”윤태호는 싸늘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에게 장여울은 곽진우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너... 너...”화가 난 장여울은 초조한 얼굴로 황급히 전혜란에게 말했다.“아줌마, 어서 태호를 설득하세요. 진우 씨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태호는 죽을지도 몰라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전혜란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윤태호의 팔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다.“태호야, 곽 선생님을 놓아줘.”“어머니, 이 자식은 어머니를 괴롭혔어요. 전 절대 이 자식을 용서할 수 없어요.”윤태호가 고집스레 말했다.“곽 선생님은 날 괴롭히지 않았어. 내가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거야. 그러니까 얼른 곽 선생님을 놓아줘.”“싫어요.”전혜란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태호야, 이젠 내 말을 듣지 않는 거니?”고개를 돌린 윤태호는 전혜란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파 그제야 분통한 얼굴로 손에 힘을 풀었다.콜록콜록.곽진우는 한참을 기침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아줌마, 봤죠? 아줌마 아들은 대낮에 날 죽이려고 했어요. 이런 사람이 계속 병원에서 일하면 되겠어요?”장여울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윤태호를 노려보며 씩씩댔다.“윤태호, 이젠 아주 막 나가네. 대체 무슨 배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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