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윤은 속으로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회에 오지 말 걸 그랬다고 말이다. 윤태호까지 데리고 오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소민현이 더는 자신을 쫓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남자친구 행세까지 부탁했는데, 정작 소민현을 만나기도 전에 천우진에게 궁지에 몰렸다.
‘어쩌지?’
백아윤은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윤태호는 그녀가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았고, 괜한 소란도 피우고 싶지 않았다.
“누나, 연회는 누나가 참석해요. 저는 돌아갈게요.”
“하지만...”
“그렇게 해요. 밤에 일찍 들어가서 쉬고요.”
윤태호가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뒤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누구야! 태호 아니야? 여기서 다 보네.”
고개를 돌리니 용천후와 조은성이 서 있었다.
용천후는 정장을 차려입고 지팡이를 짚었으며, 조은성은 바로 곁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윤태호가 인사하려던 찰나, 천우진 일행이 재빨리 달려와 몸을 숙였다.
“용왕님, 이렇게 와 주시다니 큰 영광입니다.”
천우진이 공손히 말했다.
주성훈도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
“용왕님, 직접 참석해 주셔서 연회가 다 빛납니다.”
이지현은 손끝을 세우고 과장되게 말을 흘렸다.
“용왕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답니다.”
용천후는 호탕하게 웃었다.
“오랜만인데 다들 말솜씨가 더 늘었구나. 역시 미주 젊은이들다운걸.”
용천후의 칭찬에 세 사람 얼굴에는 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용천후는 곧 윤태호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물었다.
“태호야, 너도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이냐?”
“네, 어르신.”
윤태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나랑 같이 들어가자꾸나.”
윤태호는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돌아가려고 합니다.”
“돌아가? 연회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그래?”
용천후가 눈을 크게 떴다.
“제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집에 가서 쉬려고요.”
“누가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거야?”
용천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미주 땅에서 내 동생을 막을 사람이 어디에 있어?”
‘동생?’
그 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