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은 말을 마치고 오른손을 내밀어 전희원과 악수하려고 했다.
“떨어져요.”
전희원은 팔짱을 낀 채 두 걸음 물러서며 얼굴에 드러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이지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전희원 씨, 안녕하세요. 저는 주성훈입니다.”
주성훈이 뒤이어 말했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동물 다큐멘터리 내레이터를 연상시켰다.
전희원은 곧바로 시선이 사로잡혀 주성훈을 두어 번 훑어보았다. 그는 아직 젊었지만 침착해 보였고, 옷차림도 세련됐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탄탄한 몸은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줬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대체로 체력도 뛰어나다.
전희원의 눈이 반짝이며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그녀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주성훈은 잠시 굳어버렸다. 전희원이 먼저 악수를 청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형, 희원 씨가 악수하시잖아, 얼른.”
그가 멍하니 서 있자 천우진이 불러 깨웠다.
정신을 차린 주성훈은 서둘러 전희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전희원 씨, 반가워요.”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전희원이 웃었다.
기본적인 사회 예절상 남녀 간의 악수는 대체로 5초를 넘기지 않는다. 5초가 지나 주성훈이 손을 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전희원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어 곤란해졌다.
“주성훈 씨도 사대천왕 중 한 사람인가요?”
전희원이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저희끼리 장난으로 붙인 별명일 뿐이에요. 전희원 씨, 너무 신경 쓰지 말아줘요.”
주성훈이 겸손하게 답했다.
전희원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젊고, 세련됐고,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말투까지 겸손해. 게다가 체력도 좋을 텐데...’
그런 생각에 전희원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이어 물었다.
“성훈 씨는 미주 토박이인가요?”
“네, 맞아요.”
“그럼 미주를 아주 잘 아시겠네요?”
“그럼요, 어릴 때부터 줄곧 미주에서 자랐거든요.”
“그렇다면 작은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요?”
“말씀하세요, 전희원 씨.”
“하루 동안 제 가이드가 돼서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