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진실을 믿을 용기가 없었다.
믿어버리면 그때는 모든 게 다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만약 탁유미가 정말 기증자가 맞다면 그는 그간 정말 못 할 짓을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탁유미에게 일부러 접근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또 그녀에게 복수하겠다고 증인을 자처해 그녀를 감방에 보내버렸고 심지어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윤이도 빼앗겠다며 난리를 피웠으니까.
이경빈은 그간의 행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날 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
이경빈은 그 뒤로 몇 시간을 내리 호텔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때 벨이 울리고 그 소리에 이경빈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윽!”
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했더니 머리가 띵한 것이 조금 어지러웠다.
계속해서 울리는 벨 소리에 이경빈은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터벅터벅 호텔 방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웬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이경빈 대표님 맞으시죠? 강 대표님 아내분께서 이걸 대신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남자의 말에 이경빈이 되물었다.
“강 대표 아내가 누구죠?”
“임유진 씨요.”
이경빈은 남자의 대답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 대표와 결혼을 한 건가? 언제?’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제일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이경빈은 남자의 손에 들린 USB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USB 안에 뭐가 들었다고 하던가요?”
“음성 파일 두 개가 들어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대표님께서 궁금해하실 만할 내용이 들어있다고도 하셨고요.”
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가 궁금해할 만할 내용이라는 건...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
이경빈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USB를 건네받은 다음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불을 켜 방을 밝게 하더니 조금 허겁지겁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전원을 켤 때는 몇 초간 머뭇거렸다.
그리고 전원을 켜고 USB를 노트북에 연결할 때는 손을 덜덜 떨며 USB를 바닥에 떨구기까지 했다.
이경빈은 카펫 위에 떨어진 검은색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