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 씨가 어떻게 왔어요? 끄억!”
트림을 크게 한 하도경에게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육가희는 예전에 단역을 할 때 회식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가 육씨 가문의 손녀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그 누구도 그녀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았고, 평소 술에 관심이 없는 그녀였기에 이 술자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화가 난 육가희가 하도경에게 말했다.
“도경 씨, 내가 당신이 술 마시는 걸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많이 마신 거예요?”
하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오늘 모처럼 기분이 좋아서 많이 마신 거예요. 앞으로는 조금만 마실게요.”
“어서 가요.”
육가희가 하도경의 팔을 잡아끌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술에 취한 하도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다 안 마셨어요. 오늘 수진이가 항복하지 않으면 난 죽어도 먼저 못 가요!”
육가희가 하도경을 몇 번 더 세게 잡아당겨 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늘 끝까지 수진 씨랑 술을 마시겠다는 거야?’
육가희는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예수진을 바라보았다.
예수진도 술을 많이 마셨는지 눈빛이 흐릿해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육가희는 예수진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수진 씨, 앞으로 도경 씨랑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경 씨가 술에 취하면 괴롭거든요.”
기분이 상한 예수진도 지지 않고 말했다.
“이런 말은 나한테 말고 도경이한테 해야죠, 그리고 누구랑 술을 마시던 그건 도경이 자유죠, 가희 씨가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예수진은 진심으로 하도경과 육가희가 잘되기를 바랐지만, 육가희의 기분 나쁜 말투와 술기운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참지 않고 말을 내뱉어 버렸다.
육가희는 사실 아직 말도 몇 번 대화를 해본 적 없는 예수진이 이렇게 세게 나오자, 기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육가희는 최근 <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차분하고 유유자적한 성격의 예수진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그녀가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한 게 아닌지 의심했고 그녀가 계지원과 하도경 앞에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