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네가 뺏어갔어. 축하해. 이번에도 네가 성공했어.”소일심은 3년간 사랑했던 연인을 양보했다.그때 결심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기로. 그런데 갑자기 여섯 살 난 아들이 나타나 달콤한 말로 “집에 가자”라고 속삭였다.눈앞의 멋지고 돈이 많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인 “남편”앞에서 소일심은 말했다. “남자 때문에 아파봤으니 앞으로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아.”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이 말했다.“그런 쓰레기와 날 비교하지 마!”“......”육회장이 시크하고 금욕하여 낯선 사람들은 가까이 가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 남자가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짐승의 탈을 쓴 사람 같은 지 소일심만 알고 있다.
더 보기“좋아요.”육현경은 주저하지 않았다.이미 극한의 상태에 도달한 그였지만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내가 나오면 같이 끌고 나와요.”육현경은 자동차 창문으로 기어 들어갔다.임아영은 그 자리에서 루카스가 소이연을 구하는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육현경이 나오자 빨간 피로 얼룩진 그가 보였다.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나온 후 그는 주위 신경을 쓰지 않고 소이연만 관심했다.그의 상반신은 창문으로 들어가 창문 유리 조각을 막으며 피범벅이 된 소이연을 안아 들고 조심스레 나왔다.그녀의 몸이 조금이라도 부딪히지 않게 조심했다.유리 조각들은 모두 육현경의 몸에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임아영은 눈이 빨개졌다.그녀는 소이연에 대한 루카스의 자상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임아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육현경이 소이연을 안아 들고 조심스레 바닥에 올려놓았다.“조금만 기다려. 천우진을 데리고 나올게.”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부터 교통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 주위에서 차량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멀리서 구급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육현경은 천우진한테 많이 거칠었다.그는 몸을 숙여 천우진을 끌어 당겼다.천우진은 아무 소리 없이 아픔을 견디며 육현경에게 끌려 나왔다.그때, 누군가가 육현경의 옆으로 지나갔다.육현경은 본능적으로 천우진을 잡던 손을 풀고 소이연에게 달려갔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순간 겉옷에서 칼을 꺼내 들어 소이연의 머리로 뻗었다.소이연도 위험을 감지했으나 몸이 상처로 가득해 마비된 채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그녀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칼을 들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며 죽는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머릿속에는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육민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육현경도.그러나 예상했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는 한 손이 남성의 칼을 움켜쥐고 있음을 보았다.칼과 그의 심장의 거리는 1센치도 되지 않았다.육현경의 손은 피로 얼룩졌다.피는 칼을 지나 소이연의 몸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눈물이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갑자기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그 고통은 마음을 후벼파는 것처럼 극심했고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그녀는 고통 속에서 눈을 서서히 떴다.눈앞은 여전히 흐릿했고 그녀는 지금 꿈속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현실로 돌아온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아마도 현실인 것 같았다. 현실이 아니라면 이렇게 아플 리가 없었다.하지만 만약 눈 앞의 세계가 현실이라면 어떻게 육현경을 보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힘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소이연은 눈에 힘을 줬고 이내 빨간 피가 그의 얼굴에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 촉감은 그녀가 꿈속에서 울 때 흘리던 눈물의 촉감과 똑같았다.“현경 씨...” 소이연이 육현경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갈린 목소리로 겨우 육현경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예전 일이 생각났다.3년 전.소이연이 그때에도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그때는 심문헌과 함께 있을 때였다.그리고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역시 육현경이었다.소이연이 사고를 당했을 때마다 그녀를 구해주러 오늘 사람은 늘 육현경이었다...소이연의 눈앞이 다시 흐릿해졌다. 시야가 너무 흐릿해져서 눈앞의 육현경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육현경은 소이연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육현경”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이유를 알지 못할 아픔이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 느낌은 절대 질투가 아니었다.그냥...이상하게도 마음이 자꾸 아팠다.“육현경”이라는 세 글자는 그녀의 앞길을 비춰줄 햇빛과 같았다.육현경이 있기에 소이연도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육현경은 잠깐 동작을 멈추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이연 씨를 구해줄 테니까 두려워하지 마요.”소이연의 목구멍이 움찔거렸다. 살짝 움직여봤지만 그녀는 목구멍에 심각한 고통을 느꼈다.가볍게 침을 삼키는 것마저도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이연 씨, 깨어났나요?
그래서 소이연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눈에 뵈는 게 없을 수 있을까? 그의 건강도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의 기분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임아영은 육현경의 옆에서 그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그녀는 문뜩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소이연이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참 좋겠다.’그녀가 죽으면 다시는 누구도 임아영과 루카스를 뺏지 않을 것이니.그녀의 눈동자에는 잔인함이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육현경은 차 안으로 들어가 앞좌석을 힘껏 움직여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좌석만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옆문도 단단히 눌려 있어서 소이연을 구할 수 없었다.육현경은 숨을 길게 들이쉬며 진정했다.자신에게 긴장하고 초조해하지 말고 기필코 소이연을 구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육현경이 차 안에서 조사한 결과, 천우진의 좌석 측에서 소이연의 하반신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우선 우진 씨를 빼낼게요.” 육현경이 결단을 내리고 천우진에게 말했다.“그럽시다.” 천우진은 거부하지 않았고 더 이상 질문도 하지 않았다.루카스가 소이연을 그토록 구하고 싶어 하는데 결코 그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루카스가 먼저 천우진을 구하고 싶어 한다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육현경은 천우진의 안전벨트를 자르고 그를 짓누르고 있는 물체에서 그의 몸을 힘껏 빼냈다.천우진은 극심한 고통을 꾹 참았다.다시 자유를 되찾은 순간, 그는 즉시 차에서 나가려고 시도하지 않고 육현경과 함께 계속해서 소이연을 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소이연은 주로 오른쪽 몸이 심하게 짓눌려 있고 왼쪽 몸에는 어느 정도의 자유 공간이 있어요. 우리는 그녀의 발을 짓누르고 있는 물건들을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시키면 그녀의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겨 그녀를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좋아요, 제가 협력할게요.” 천우진이 급히 육현경의 제안에 동의했다.육현경도 머리를 끄덕이며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방금
천우진이 육현경에게 말을 건넸다.“소이연의 다리가 옆문과 앞좌석에 눌려있고 안전벨트도 잠겨있어 풀 수 없어요.”“그렇군요. 알았어요.”육현경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물었다. “칼이나 단검, 과도를 갖고 있는 분이 있나요?”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실 다들 구조를 도우려는 생각은 있지만 사고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차 안의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았고 또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기도 두려웠다.이런 상태에서 육현경이 칼을 요구하자 다들 열정적으로 칼 찾기에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엄지 두 개 정도 넓이의 과도를 가져왔다. “이걸로 괜찮아요?”“괜찮아요.”육현경은 칼을 들고 다시 차 옆으로 돌아갔다.그는 먼저 소이연의 에어백을 조금 자른 다음 그녀의 안전벨트를 힘껏 자르기 시작했다.안전벨트의 품질이 너무 좋다 보니 육현경의 자르는 동작은 1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천우진은 그의 손바닥이 붉게 변해가는 상태를 지켜봤다.육현경이 이토록 애쓰는데 그가 소이연을 싫어한다고 하면 천우진은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루카스!”육현경의 귀에 갑자기 임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차 안에서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와 육현경을 따라왔다.그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육현경이 유리 조각 따위를 신경 쓰지 않고 창문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가 진정하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었다.육현경은 임아영에게 대응하지 않았다.그는 지금 소이연을 구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찼다.‘소이연을 구해야 해. 그녀는 죽을 수 없어.’육현경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지만 자르는 동작은 멈추지 않고 더욱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루카스, 구급차가 도착할 거니까 그만해요.” 이 순간, 임아영은 육현경의 손이 다 닳아버린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하지만 육현경은 임아영의 말을
육현경은 급한 발걸음으로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했다.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세 대의 차가 충돌하여 현장은 극도로 잔인한 상태였다.육현경은 두 대의 차에 짓눌려 중간에서 이미 심각하게 변형된 차를 바라보았다.찌그러진 차 번호판을 보니...‘아니, 소이연은 차 안에 있을 리가 없어. 그녀는 차 안에 있으면 안 돼.’하지만 이 차는 천우진의 전용 차임이 분명했다.그리고 소이연은 서울에 올 때 항상 천우진의 차로 이동했다.육현경은 딴 데 신경을 쓰지 않고 그 차를 향해 신속하게 뛰어갔다.그는 창문 유리 위에 엎드려 내부의 상황을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차 유리에 주먹을 날렸다.하지만 천우진의 차는 전부 개조되어 있었다. 차 유리는 강화 방탄유리라 주먹을 날려도 전혀 깨지지 않았다.이렇게 심각한 차 사고에서도 차 유리는 깨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다.육현경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바로 주변에 주차된 차 한 대로 향해 걸어가 다급한 말투로 빠르게 말했다. “혹시 망치가 있으면 줄 수 있나요?”차 안에는 대부분 안전용 망치가 있다.운전사는 망치를 급히 찾아 육현경에게 건넸다.육현경은 신속하게 천우진의 자동차 옆으로 돌아와 유리 위치를 확인하고 세게 망치로 내려쳤다.그러자 차 창문 유리가 순식간에 와르르 깨졌다.유리가 깨지는 순간, 육현경은 소이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에어백에 꽁꽁 감싸여 있어서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육현경은 안간힘을 쓰며 차 문을 열려고 노력했다.하지만 차 문은 미동도 없었다. 자동으로 잠겨진 게 분명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상반신을 굽혀 창문 유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려 했다. 유리 파편 때문에 상반신이 여러 군데 긁혔지만 그는 소이연을 구하려고 애를 썼다.육현경은 힘을 다해 소이연을 끌어당겼지만 소이연은 뭔가에 눌려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소이연.”
방금 맞은편 차와의 충돌은 주로 차량 앞부분에 손상이 생겨 그들도 살짝 다쳤지만 지금 이 순간 소이연이 앉은 쪽으로 달려오는 차와 충돌한다면 그녀는 크게 다칠 것이 분명했다.운전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다해 급회전해 차의 방향을 비틀었다.옆에서 달려오던 차는 “쿵”하는 소리를 내며 소이연이 앉은 차 뒷부분에 충돌했다.그 충격으로 차가 격렬하게 흔들렸다.두 번의 거대한 충격으로 차 안의 에어백이 전부 터져 나왔고 차량이 심각하게 변형되었다.차 안의 세 명도 격렬한 충격을 받고 전부 기절했다.차량으로 붐비는 번화한 거리는 두 번의 엄청난 차 사고로 차들이 갑작스럽게 막혀버렸다.검은색 차 한 대가 길 중간에 멈춰 섰다.차 사고 현장은 이미 교통이 마비된 상태였다.“무슨 일이 일어났어?” 임아영이 운전사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차가 막히지?”운전사를 제외하고 임아영과 육현경만이 차 안에 있었다.그들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사실 천우진의 말대로 그들은 할아버지의 중환자실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임가 할머니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임씨 가족과 함께 각자의 차에 앉아 병원을 떠났다.“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차 사고가 난 거 같아요.” 운전사가 임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내려가서 확인해 봐.” 임아영이 운전사에게 지시했다. “우린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하니까 서둘러야 해.”“알겠습니다, 아가씨.”운전사는 급히 차에서 내렸고 임아영은 고개를 돌려 육현경을 쳐다봤다.지금 아무리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해도 육현경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임아영은 입술을 깨물었다.비록 그녀가 육현경이 그녀와 결혼하도록 강요했지만 그의 이런 무심한 태도는 그녀를 내심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오늘 육현경이 소이연과 마주쳤을 때 그가 평소에 임아영에게 보인 무뚝뚝함과 전혀 다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임아영의 눈에서 한기가 뿜어나왔다.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육현경을 소이
소이연은 천우진을 따라 병원을 떠났다.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쭉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소이연은 피식 조롱의 웃음을 지었다.전화도 걸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심지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를 바보스럽게 쳐다만 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소이연은 천우진과 함께 차에 탔다.천우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남은 일은 그냥 기다리는 일뿐이에요.”“그런 것 같네요.” 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의 계획은 매우 단순했다.바로 그 사람을 다시 손을 대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다.그 사람이 천우진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할 마음이라면 처음에 성공하지 못한 이상 분명 두 번째 기회를 노릴 것이다.그리고 현재 그들은 병원에 자기 사람들을 은밀하게 배치하고 그 사람이 손을 쓰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조심해!”천우진이 갑자기 운전사에게 소리쳤고 운전사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차 안의 세 사람은 다들 크게 놀랐다.지금은 분명 빨간 신호등인데 운전사는 자칫 그냥 지나갈 뻔했다.옆에서 차 앞으로 급속히 다가오는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방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그 오토바이와 충돌했을 것이 분명했다.“죄송합니다.” 운전사가 서둘러 사과했다.소이연과 천우진은 놀란 마음에 식은땀이 났다.천우진은 운전사를 쳐다보며 엄격하게 말했다. “운전할 때 집중해서 천천히 가.”“알겠습니다.” 운전사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했다.운전사도 초조한 기분이 들며 당황했다.방금 그 순간, 그는 몽롱한 느낌이 들면서 시야가 자연스럽게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어제 분명 일찍 자서 오늘 피곤한 상태일 수 없었는데 방금 거의 잠들어 버릴 뻔했다.지금은 큰 충격 때문에 완전히 제정신이 들었고 몽롱한 상태에서 완전히 깨었다.하지만 운전사는 방금 자기 상태를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이렇게 좋은 일자리를 허무한 실수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상태를 숨긴 채 집중해서 운전을 계속했다.
소이연은 도대체 언제 쯤에야 깔끔히 내려놓을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아마,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내려놓을 수 있을것도 같았다.소이연은 심문헌을 보내고 천우진이 안배한 차에 앉아 천씨 저택으로 돌아갔다.오늘 그녀는 육민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심문헌을 보내고 이내 집에 돌아올 것 같아서 육민이 수고스럽게 그녀를 따라다니며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뒷자리에 기대어 서울의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았다.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걸려온 번호를 힐끗 보고 이내 받았다.“심문헌을 보냈어요?” 천우진이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방금 보냈어요. 지금 저택에 돌아오는 길이에요.”“할아버지가 깨어날 것 같다는 소식을 방금 외부에 내보냈어요. 나는 곧 병원에 갈 거니까 이연 씨도 바로 병원에 오세요.” 천우진이 그녀에게 제안했다.“그럴게요.” 소이연이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그럼 잠시 후에 봐요.”“네.”그녀는 전화를 끊고 운전사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병원으로 가주세요.”“네.” 운전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소이연이 병원에 도착하자 천씨 집안의 사람들도 이미 병원에 와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은 전부 천우진 할아버지의 중환자실 앞에 모여 있었다.의사는 천우진 할아버지가 이미 간단한 의식을 되찾았고 완전히 깨어있지는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일주일 이내에 완전히 깨어날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고 천우진은 그 결론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그 소식을 듣자 천씨 집안 사람들이 자연스레 병원에 모이게 되었다.“들어가 아빠를 볼 수 있나요?” 천정엽이 흥분하며 의사에게 물었다.“환자는 의식을 약간 회복했을 뿐이지 몸은 아직 매우 허약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환자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환자가 며칠 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환자와 만나도 늦지 않을 겁니다.” 의사가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천정엽을 말렸다.“그럼 며칠만 더 기다리죠.” 그 말에 천정엽도 더
“이연 씨?”천우진은 말이 없는 소이연을 보며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사적인 일이에요. 제가 해결할게요.”“해결할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똑똑하니까요. 많은 일들에서 내가 당신에게 조언을 구해야죠. 그렇기 때문에 당신도 의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연 씨는 너무 독립적이예요. 결국 당신이 상처받을 거예요.”천우진은 소이연이 경계심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이연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모든 걸 안고 가는 것을 선택했다.일주일 뒤, 심문헌이 서울을 떠나자 소이연은 배웅하러 공항으로 왔다.소이연은 그럴 마음이 없었으나 심문헌이 다음에는 언제 만날지도 모르고 이후에 엄청 바빠질 거라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그녀는 심문헌이 이후부터 바빠질 것은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오랫동안이나 자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은 믿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그녀를 보기 위해 올 것을 잘 알았다.마음속에서는 조금 동요가 일었다.이 3년 동안 심문헌의 그녀에 대한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겉으로는 냉담하게 보아도 마음속으로는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날 그리워할 거예요?”심문헌이 그녀에게 물었다.“아니요.”소이연은 냉정하게 답했다.심문헌은 대답을 알았으나 그래도 물었다.만약에 그녀가 다른 대답을 한다면?“나는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빨리 서둘러요.”“언제 장안 시로 돌아올 거예요?”“할아버지가 깨어나면요.”“당신이 장안 시로 돌아오면...”“지금 쓸데없는 화제로 시간을 끄는 거예요? 지금 가야 해요.”심문헌은 입술을 깨물다가 갑자기 팔을 벌렸다.“안아봐도 돼요?”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심문헌은 매번 그렇다는 듯 자의적으로 웃으며 팔을 거두려 할 때 그녀는 그의 품 안에 들어왔다.소이연이 이토록 자신을 배척하는데 적극적으로 안겨 오는 그녀의 모습에 모든 것이 환각이라고 느껴졌다.그의 가슴은 빨리 뛰었고 기쁨을 이루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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