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희는 아주 훌륭한 여자다. 그녀는 더 좋은 사람이 어울린다.
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곽정희에게 말해야 할지 막막해 한참을 갈등했다.
‘됐어. 우선 비밀로 하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으니 우선은 초 치지 말자.’
나는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고 연소희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연소희는 손을 휙 젓더니 고민도 없이 로열 세트를 주문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술과 과일 그리고 디저트까지 있었다. 심지어 술들은 모두 밖에서 한 병에 수백만 원씩 하는 비싼 술이었다.
연소희는 우리더러 마음대로 먹고 놀라고 하더니 심지어 놀기 싫으면 자도 된다고 했다.
“당연히 놀아야지.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돈도 많이 썼는데 낭비하면 안 되지.”
강한나는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동안 강한나가 윤지은처럼 시크할 줄만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 충격받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심지어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혼자 그칠 줄 모르고 부르는 유형이었다.
연소희 역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강한나와 번갈아 가며 노래했다.
이런 상황이 어색한 곽정희는 말없이 과일을 먹거나 해바라기씨만 깠고, 윤지은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 모습만 보면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순간 관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관심하면 공격당할까 봐 걱정되고, 관심하지 않자니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국 한참 고미하던 나는 윤지은에게 다가갔다.
“무슨 생각 해요?”
윤지은은 나를 째려보더니 짤막한 두 글자를 선물했다.
“꺼져.”
“그래요.”
나는 두말없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곽정희는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
이에 내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정희 누나, 그만 웃어요. 안 그래도 괴롭거든요.”
곽정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윤지은 씨 사람 참 좋던데, 왜 수호 씨한테는 항상 태도가 안 좋아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분명 수호 씨가 지은 씨 기분 나쁘게 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