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은은 곧바로 나에게 긴 문장을 적어 보냈다. 그 대체적인 내용은 이러했다.
병원 원장 아들이 윤지은에게 반해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지만, 여러 번 거절당한 뒤로 앙심을 품고 매번 윤지은을 괴롭히다 끝내는 병원에서 쫓아낸 거다.
그 문자를 본 나는 곧바로 윤지은에게 답장했다.
[그런 쓰레기를 뭐 하러 무서워해요? 지은 씨는 병원에서 스카우트 해 온 사람이잖아요. 잘못한 게 없는데 병원에서 왜 마음대로 해고해요?]
[그 자식이 병원 규칙과 제도를 너무 잘 안다는 게 문제야. 강제적으로 나를 해고하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아주 비겁한 방법을 사용했거든.]
[무슨 방법인데요?]
윤지은의 대답에 내가 되물었다.
그러자 윤지은이 말했다.
[내가 받기 싫은 환자를 배정해 주고 내가 거절하니 내가 의사로서의 도덕이 없다며 꼬투리를 잡았어.]
‘젠장. 너무 악질이잖아.’
의사의 의무는 환자를 구하는 것이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적이든 모두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윤지은은 환자를 싫어하거나 가리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왜 거절했는지 의문이었다.
‘설마 여준휘인가?’
나는 곧바로 물었다.
[혹시 여준휘예요?]
[여준휘보다 더 괘씸한 사람이야.]
여준휘보다 더 괘씸한 사람?
나한테 여준휘는 이미 충분히 괘씸한 상대인데, 그보다 더 괘씸한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제가 알아요?]
[몰라.]
‘그렇다면 알아맞히지도 못하겠네.’
의사가 환자를 거절했다는 건 의도적으로 일을 키우기 충분한 사건인 데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상대가 마침 윤지은을 겨냥했다.
나도 이제 병원에서 일하는 게 아니니 마음은 굴뚝 같아도 도와줄 방법이 없어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런 병원은 더 있을 필요도 없어요. 이참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요. 지은 씨 경력과 의술이면 다들 스카우트하지 못해 안달일 텐데, 너무 괴로워할 거 없어요.]
[내가 괴로운 건 그것 때문이 아니야. 누군가한테 강제로 해고당했다는 게 분해서 그래.]
나는 윤지은의 심정을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