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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곽오
이강현은 냉철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엄숙한 표정으로 차가운 말들을 뱉어냈다. 그의 온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설이는 자신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 자식 무슨 일이지?

강 어르신보다 더 무섭다니!

게다가 이런 하늘을 찌를듯란 기세는 조금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억눌린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들어했다.

착각이요?

이 자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설이는 재빨리 차분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설이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진 아씨, 당신이 데려온 이 남자 꽤 능력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는 여기가 원씨 도련님의 영역임을 모르는 건가요?!"

진여는 엷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원용호?

그게 뭐 어때서?

이 선생님 앞에선 천하의 모든것들이 그저 작은 개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원용호는 물론이고 정중천 그 어르신이 와도 이 선생님을 만나시면 굽신거려야 할것이다.

“설이야,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빨리 우릴 데리고 가, 안 그럼 책임은 너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거야.”

진여가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건 모두 설이가 자초한것이다.

게다가 진여도 짜증이 났다. 그는 이강현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살기를 느낄수 있었다.

항상 모든 일에 침착함을 유지했던 진여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바카운터 앞에 걸어가 와인병을 들어 내리쳤다. 그러고는 설이의 목덜미에 가져다대였다.

“설이야, 나의 인내심을 도전하지 마.”

진여는 소리쳤다.

설이는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설이는 자신의 목덜미에서 한뼘 떨어진 곳에 떨어진 병쪼각을 보며 침을 삼켰다.

“진여, 너 너무 나대지 마, 여긴 원 씨 집안 영역이야, 정 씨 집안 영역이 아니란 말이야.”

설이는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진여는 손에 쥔 병을 설이 앞으로 내밀자 설이의 연약한 목덜미에 상처가 나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물을게, 어디 있어?”

이번엔 정말 설이를 놀라게 했다.

설이는 진여가 이렇게 화 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 기생 오래비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하는걸가?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백 언니!”

이때 열댓명의 망을 보고 있던 흉악한 싸움꾼들이 진여와 이강현의 주위를 둘러쌌다.

설이가 지시만 내리면 그들은 이 두 사람을 쫓아보낼수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였다. 장내는 급격하게 사늘해졌다.

그러나 열댓명에게 둘러싸인 이겅현은 냉담한 얼굴로 전혀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동공에서 불굴의 의지가 보이는듯 싶었다.

자칫하면 뿜겨져 나올듯한 그 분노는 십여명의 싸움꾼들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무서웠다.

너무나도 무서운 기세였다.

진여는 주위의 싸움꾼들을 힐끗 보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

“무리수로 이기려는 거니? 아니면 우릴 무시하는거니? 정 어르신이 말씀하셨던걸 잊지 마. 모두 비켜!”

정중천은 자신의 부하들을 괴롭히는 자는 그 사람의 아홉대의 자손을 명망시키겠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설이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분노에 차 말했다.

“물러가.”

퍽!

설이는 따귀를 날리며 소리쳤다.

“모두 물러가!”

이어 열대명의 싸움꾼들이 뒤로 물러섰다.

설이는 진여를 노려보며 말했다.

“진여, 너 정말 들어가려고 그러니? 난 말했지만 저 안에 계신 도련님은 니가 건드릴만한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설사 정 어르신이 오셨다 해도 건들지 못하실거야.”

진여는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설이의 눈치를 살폈다. 설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건 같지 않았다.

설마 안에 있는 저 사람이 정녕 까다로운 분이신건 아니겠지?

그는 이강현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럴만도 하지.

이 한성에서 이 선생님앞에서 감히 행패를 부릴 사람은 없었다.

생각을 마친 진여는 소리쳤다.

“잔말 말고 앞장서!”\

설이는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이강현이 그 뒤를 따랐다.

그는 이미 애간장이 탈 때로 타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지체했으니 고운람에게 무슨 일 생긴건 아니겠지?

모든 사람들이 그한테 사죄해야 할것이다.

이때 진여는 이미 설이의 뒤에서 슬그머니 정중천에게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이아 하우스 문앞에 도착앴다. 문 전체가 금으로 도배돼있었는데 기세가 남달랐다.

이강현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문을 향해 세게 걷어찼다.

퍽!

대문이 열렸다.

설이는 흠칫 놀랐다. 이 기생 오래비가 이렇게 무모할줄은 몰랐다. 이건 목숨을 갖다 바치는 격이 아닌가.

안에 계신 그 도련님은 원 어르신도 받드시는 분이시라는데.

룸 안은 어두컴컴했다.

이강현은 들어서자마자 사방을 스캔했다.

고운란은 어디 있지?

그녀는 어디에 있는거지?

갑자기 룸안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진여, 여긴 정 씨 집안 영역이 아니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거닐고 들어왔다는건 나 원용효는 너의 안중에 없다는 뜻인가?”

소파에는 꽤 위엄있는 남자가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국자형 얼굴에게 호랑이 눈빛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원용효, 다이아 하우스의 사장.

그는 한성 지하 형님들중 일원이기도 했다.

실력이 대단하며 수단을 가리지 않아 한성에서 십여년간 종횡무진하던 사람이였다.

그의 두눈은 진여를 주시하고 있었으며 같이 들어온 이강현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진여는 괜히 정중천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였다. 이 여인은 아주 독특했다. 그는 진여를 매우 선호했다.

원용효는 진작부터 진여와 같은 여인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상남자일수록 이런 도전적인 여인을 정복하고 싶었다.

룸안은 두개 구역으로 나뉘여져 있었다. 다른 한 구역은 병풍과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자신의 하우스에 귀한 손님이 왔다는것을 안 원용효는 직접 와서 술 시중을 들었다.

진여는 쌀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 어르신, 우린 사람 찾으러 왔어요.”

바로 이때 갑다기 처량한 소리가 병풍뒤에서 들려왔다. 억울함과 고통이 섞인 목소리였다.

“꺼져, 다치지 마, 살려주세요…….”

고운람!

이강현은 순식간에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비명소리를 향해 바라보았다. 병풍뒤에는 두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음탕한 웃음으로 가득찬 남자가 고운람에게 성폭행을 가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옷을 찢고 있었으며 곁에는 카메라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이강현은 폭주하였다.

순식간에 그는 마귀가 되여 하늘을 찌를듯한 분노를 안고 탁자위의 술병을 들어 돌진했다.

원용효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바람처럼 빠른 그림자가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간것을 보았다.

누구야?

감히 내 앞에서 손찌검을 해?

자신은 원용효였다. 한성의 원 어르신이다. 누굴 만나도 그를 보면 원 어르신이라고 인사를 올려야 했다. 헌데 이 자식은 감히 자신의 눈앞에서 손찌검을 하고 있었다.

그가 채 반응 하기도 전에 뒤에서 퍽!하고 무언가가 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강현이 들고 있던 술병이 그 남자의 머리에 부딪치자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피는 술과 함께 온 바닥에 흘렀다.

“악!”

비명소리가 룸안에서 메아리쳤다.

강상인은 머리를 쥐여싸더니 곧바로 땅에 쓰러졌다. 핏물이 그의 손가락사이로 흘러나왔다. 매우 섬뜩했다.

이강현은 한보 앞으로 다가가더니 커튼을 잡아당겨 고운람의 몸을 감싸주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했다.

“운람아, 나 왔어. 괜찮아, 나 왔어.”

다행이 늦지 않았다. 고운람은 목숨 걸고 자신의 결백을 지켰다.

고운람은 극도의 불안함에 처해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강현의 팔뚝을 물었다.

몸서리 치도록 아팠다.

이강현은 이를 악물고 참으며 고운람을 꼭 껴안았다. 마음속에서 끓어오른는 분노를 참을길 없었다.

“이……강현…….”

고운람은 목 메어 울었다. 정신은 흐리멍텅했으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있달아 기절하고 말았다.

이 장면을 본 진여는 총총걸음으로 달려오더니 조급해하며 말했다.

“이 선생, 어서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십시다.”

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운람을 안고 몸을 일으켜 떠나려 했다.

바로 이때 원용효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팽개치더니 소리쳤다.

“오늘 누가 감히 이 자리에서 떠날수 있을지 보자!”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여가 반박했다.

“원 어르신, 오늘 이 일은 정 어르신이 저한테 지시하신 일입니다. 지금 정 어르신과 한번 해보시려는 겁니까?”

원용효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감히 정중천을 건드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강성그룹 도련님이 자신의 영역에서 사람을 때렸다는 소문이 곳곳에 퍼지기라도 하면 원용효는 한성에 발을 붙일수 없었다.

“젠장! 오늘 누구도 이 룸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수 없어!”

강상인은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쥐여싸고 비틀거리며 병풍뒤에서 걸어나오더니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원용효, 이 놈들을 모두 잡아. 내가 다 죽일거야!”

원용효는 알랑거리며 달려가 그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강 도련님, 이들은 정중천의 사람들입니다.”

강성인인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제기랄, 정중천은 누군데? 난 이 놈들을 싹 다 잡아처넣을거야.”

말이 막 끝나자

퍽!

반쯤 열렸던 문이 또 다시 걷어차였다.

뒤따라 열댓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싸움꾼들이 돌진해 들어욌다.

저마다 엄숙한 표정에 한기가 뿜겨져 나왔다.

원용효는 얼굴이 굳더니 이마에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곧이어 산악처럼 우뚝 솟은 그림자들이 흰색 양복을 입고 흰색 신사모를 쓰고 금색 답뱃대를 입에 물고 성큼성큼 사람들 가운데로 들어왔다.

“누가 이 선생에게 무례하게 굴면 그건 나 정중천과 적이 되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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