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면 천벌을 받겠어요.”유명수도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분명히 거짓말이지만 이렇게 지독한 맹세를 한다니. 정말 천벌이 내려지면 어떡할 거야.’김서준은 정말로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 다행스러운 건 그는 다른 한 명의 증인이 있었다. 그래서 용미소는 즉시 고개를 돌려 물었다.“유명수 씨, 방금 예천우가 어제 자기 무술 실력을 믿고 함부로 사람을 해친다고 하지 않았어요?”그 말을 듣자 유명수는 즉시 부인했다.“아니에요. 예천우 씨는 정말 좋으신 분이죠. 우리가 그렇게 칼까지 휘두르며 손을 썼는데도 예천우 씨는 우리를 해치지 않으려고 했죠. 함부로 우리를 해쳤다는 말은 사실과 어긋납니다.”용미소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명수 씨, 지금 말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찰서는 곳곳마다 CCTV가 있어요.”CCTV라는 말에 유명수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제가 그전에 그렇게 말한 건 누가 저보고 일부러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기 때문이죠.”“일부러?”“네. 상대방은 저에게 6,000만 원을 주면서 이렇게 말하라고 했어요. 게다가 예천우가 잡혀서 나중에 감옥살이하게 되면 6,000만 원을 더 준다고 했어요.”“그렇다면 시켰다는 그 사람은 누구죠?”용미소가 캐물었다.“저도 잘 몰라요. 상대방은 알 수 없는 번호로 저한테 전화했고 돈뭉치를 인적이 드문 곳에 놓고 저더러 스스로 가지러 가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군 건 저도 잘 몰라요.”유명수는 즉시 모든 것을 말했고 연신 예천우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그러자 용미소 마음속의 화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녀는 심지어 김서준과 유명수를 위협했다.“당신들이 말한 모든 게 사실이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전 반드시 당신들을 엄벌에 처할 겁니다.”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용미소가 아무리 엄한 벌을 준다고 해도 예천우와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왜, 억울해?”용미소의 억울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고도 장 서장님은 계속하여 그녀를 차갑게 꾸짖었다.“만약 네가 정말 내 말을 듣지 않고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라면 전근을 신청해. 우리처럼 작은 경찰서에는 너 같은 대단한 사람이 있을 수 없어.”장 서장님이 이렇게 심한 말도 하자 용미소는 억울한 나머지 눈물을 참지 못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원래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요. 도대체 예천우는 무슨 신분이기에 이렇게 그를 지키려는 거죠?”“예천우 씨에게 문제가 있다고? 그러면 증거는? 증거도 없으면서 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야? 너의 말 한마디 때문에 바로 아무나 잡아 와서 심문할 수 있다는 거야?”장 서장님은 용미소가 전혀 잘못을 뉘우치려고 하지 않자 즉시 되물었다.“저는...”용미소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할 말이 없지? 앞으로 경찰서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당장 가서 예천우 씨한테 사과해. 그리고 직접 예천우 씨를 모시고 밖으로 돌려보내.”장 서장님은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용미소는 고집을 부리면서 고개를 들고 거절하고 싶었다. 그녀는 방금까지만 해도 떳떳하게 예천우와 내기를 했다.‘지금 내가 그 자식에게 사과를 하고 심지어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이게 다 뭐야.’하지만 서장님의 굳은 얼굴을 보자 용미소는 자신이 서장님의 말을 듣지 않으면 정말 경찰서를 떠나야 할 것 같았다.용미소의 아버지와 장 서장님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고 용미소도 평소에는 장 서장님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게다가 용미소의 아버지도 반드시 장 서장님의 말을 믿고 지지할 것이다.어찌 됐든 부모님의 눈에는 용미소가 아직도 너무 어린아이였다.“아직 결정을 못 내린 거야? 그래 좋아. 그러면 집에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고 언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하면 그때 다시 경찰서로 와. 내가 직접 예천우 씨께 사과드리고 그를 밖으로 모셔다드리면 되지.”“아니에요.”용미소는 그 말을 듣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제 잘못이니 당연히 제가
“알겠어요. 진작 그러셨어야죠.”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죠. 용미소 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여줬으니 저도 너그럽게 용서해 드릴게요.”“고마워요. 제가 밖에까지 바래다 드릴게요.”이건 장 서장님의 요구였다. 용미소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예천우의 수갑을 풀어주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 서장님이 즉시 다가와 말했다.“예천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 부하들이 철이 없어서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괜찮아요. 다 지나간 일이에요.”“그러시다면 정말 잘 되었네요. 미소야, 봤지? 예천우 씨는 이렇게 너그러운 분이야. 앞으로 절대 다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안 돼.”장 서장님이 경고했다.“네. 명심할게요.”“그래. 어서 예천우 씨를 집으로 모셔다드려.”“그게...”용미소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장 서장님의 눈빛을 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알았어요.”용미소가 바래다준다고 하자 예천우도 거절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차에 타서 회사로 돌아가려 했다. 방금 회사에서 왔으니 그도 회사에 돌아가고 싶었다.일단 회사에 가서 상황을 해명하지 않으면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용미소는 지금 아직도 마음속으로 화가 났기에 좀 빨리 차를 몰았고 차는 휘청거리며 앞으로 쏜살같이 달렸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용 형사님, 너무 빨리 운전하는 게 아니에요? 경찰차가 속도위반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나요?”용미소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속도를 늦추었다. 법을 알고 법을 어기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좋아요. 정말 제 말을 잘 듣네요.”“이런!”용미소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젠장, 이 나쁜 놈은 분명히 감옥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곳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니.’“또 화가 나신 거예요? 이렇게 화를 잘 내면 어떻게 순순히 제 여자가 될 수 있겠어요?”“누가 예천우 씨의 여자가 되겠다고 했어요?
“정말이에요.”용미소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계집애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분명히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 거야. 하지만 어림도 없지.’차는 한참 달려서 이내 회사에 도착했다.“도착했네요. 미소 씨, 우리 회사에서 잠깐 쉬었다 가실래요?”예천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미소 씨라는 말에 용미소는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고 예천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바로 앞으로 가서 예천우를 와락 안았다.예천우는 완전히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 계집애가 내 몸을 원하는 거야?’하지만 용미소는 이내 손을 떼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됐네요. 방금 저는 예천우 씨의 여자였어요. 하지만 제가 예천우 씨는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성도 형편없다는 걸 알고 지금은 이미 예천우 씨와 헤어진 거죠.”“헤어졌다고요?”예천우는 드디어 용미소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렸다.용미소는 예천우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고 즉시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다.‘이 나쁜 놈이 드디어 나한테 한 번 농락당하는구나. 그런데 방금 이 나쁜 놈을 껴안았을 때 왜 의외로 그렇게 싫은 느낌이 없었던 거지?’예천우는 재빨리 껄껄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헤어지면 헤어지죠. 하지만 이제 용미소 씨는 제 전 여자 친구인 게 확정되었네요.”“전 여자 친구요?”“그래요. 내일 아침에 제가 용미소 씨 사무실에 아침 식사를 배달해 드리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 씨가 제 전 여자 친구였으나 우린 이미 헤어졌다고 알려 줘야겠어요. 하지만 전 미소 씨의 완벽한 몸매에 미련이 남아서 꼭 다시 사귀고 싶다고 말해야겠어요.”“이런 파렴치한 자식 같으니라고!”용미소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 해요.”“제가 파렴치하다고요? 방금은 누가 염치가 없었던 거죠? 용미소 씨만 저를 놀릴 수 있고 저는 반격하면 안 돼요?”예천우는 웃으면서 되물었다.말문이 막힌 용
“네. 별일이 아니니 괜찮아요.”“잘됐네요. 예천우 씨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국세청 사람들이...”유현은 방금 일어났던 일을 빨리 말했다.예천우는 점점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완유는요?”“완유?”유현은 예천우가 임 대표님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역시 예천우 씨와 임 대표님은 각별한 사이었어.’“임 대표님께서도 이 소식을 알았어요. 하지만 대표님은 회사에 오시지 않고 아마도 사람을 찾아서 이 일을 해결한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예천우는 전화를 꺼내 임완유에게 전화했다.임완유는 지금 이때가 되어서야 려정수와 헤어졌다. 어찌 됐든 그렇게 큰 도움을 받았으니 려정수를 전혀 무시하고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게다가 임국종은 임완유더러 려정수와 단둘이 나가서 산책하라고 했다.이 기회를 틈타 임완유는 려정수에게 자신의 회사 영업 이사님이 사소한 싸움 때문에 경찰에게 잡혔으니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려정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이런 작은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에 그는 바로 전화해서 사람을 시켰다.하지만 려정수가 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천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천우야, 무사히 나온 거야?”임완유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작은 일이라 바로 해결하고 나왔어.”“해결했으면 됐어.”임완유는 예천우의 체면이 구겨질까 봐 자기가 그를 구해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말하면 예천우는 기뻐하기는커녕 화를 낼 수도 있었다.“회사는 괜찮은 거야? 네가 무슨 사람을 찾은 거야?”예천우가 궁금해서 물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말했다.“천우야, 화내지 말고 잘 들어. 할아버지께서 용도 친구의 손자님께서 우리 회사를 도와줬어. 그가 오늘 천해시에 온 다음 우리 집으로 왔어. 할아버지가 싫다는 나를 억지로 집까지 불러들였어. 내 생각에는 집사람들이 또 나를 그에게
예천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임완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 보니 말이야. 네가 누가 망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정말 전부 망해버렸네.”“이건 신들린 예측이라 할 수 있지.”“그래. 네 말이 맞아. 신들린 예측이야.”임완유는 웃으며 말했다. 예천우와 대화를 나누자 그녀의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비록 임완유는 려정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다고 믿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은근히 예천우를 굳게 믿고 싶었다.전화를 끊은 예천우의 눈에는 살의가 스쳤다.‘려정수야, 려정수. 송씨 가문도 모자라 이제는 감히 날 건드려? 죽고 싶어서 작정했네.’하지만 그보다 먼저 빨리 한 사람을 정리해야 했다. 예천우는 바로 황호건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천우 씨!”“말해봐요. 임연 그룹에 생긴 일은 어떻게 된 거죠?”예천우는 바로 말했고 심지어 무례한 말투로 질문했다.만약 예천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투로 황호건과 말했다면 그는 끝장났을 것이다.하지만 예천우의 이런 모습에 황호건은 화를 내기는커녕 잔뜩 긴장한 채 서둘러 상황을 해명했다.오늘 황호건은 일이 너무 바빴기에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이미 누군가가 사람을 찾아서 전부 해결했다.“알겠어요. 도준범이 이 일을 저질렀다는 말이죠?”“네!”황호건은 도준범이 일을 저질렀다는 확신이 있었다. 비록 직접 도와드리지는 못했지만 예천우와 관련된 일이기에 그는 특별히 신경 써서 자세히 알아보았다.“알겠어요. 서강빈 씨에게 시장 자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세요.”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공교롭게도 서강빈은 그때 마침 황호건과 함께 업무를 상의하고 있었다. 황호건이 멍하니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보자 서강빈은 의아해서 물었다.“황 시장님, 왜 저를 이렇게 쳐다보십니까?”“오늘 도준범이 임이면그룹을 건드린 일은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방금 알게 되었어요.”서강빈은 사실대로 말하고 있었다.“네가 방금 알았으리라 믿어. 나도 그러기 때문이
이런 상황에서 도준범이 잡혀갔으니 절대 다시 나올 수 없을 것이다.갑작스러운 큰 선물을 받자 서강빈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강빈에게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당부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천우는 서강빈을 시장 자리에 올릴 능력도 있으니 당연히 그를 끄집어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러자 서강빈은 즉시 알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바로 그가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그는 황호건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매우 즐겁게 서로 도와주며 천해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을 들은 서강빈은 예천우 같은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도준범은 자신이 이제는 끝장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닥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마도 최근에 대단한 인물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김씨 가문에 생긴 일을 떠올리자 도준범은 마침내 이 모든 건 자기 딸 도한영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도준범은 이 소식을 도한영에게 알렸다.도한영도 이 모든 것을 믿지 못했다. 지난번에 본 그 평범한 젊은이가 이렇게 무서운 실력을 갖춘 사람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도준범의 신분을 알고 있던 송미령이 자기를 버리고 함께 레스토랑을 나오지 않았던 건 어쩌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지금 이 순간 도한영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후회했다.애초에 좀 더 똑똑했더라면 혹은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 않았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도준범이 잡혀가자 도한영은 더 이상 과거의 오만한 표정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매번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도한영을 모욕하고 조롱했다. 그녀의 업신여김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녀를 밟아버리고 싶었다.도한영이 평소에 많은 사람들을 너무 얕잡아 보고 업신여겼었다. 도한영은 지금처럼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삶을 견딜 수가 없었
“예천우 씨, 오셨네요. 어서 앉으세요.”송미령은 마음이 착잡했지만 얼른 일어나서 예천우를 반겨줬다.그러자 도한영도 바로 일어나 겁에 질린 듯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이번 만남은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송미령을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 걸어가 앉으면서 말했다.“말해봐요. 무슨 일이죠?”그 말을 들은 도한영은 즉시 다가가서 말했다.“예천우 씨, 제가 예천우 씨께 사과드리러 왔어요. 미령이도 어쩔 수 없이 제 부탁을 들어줬고 마지못해 이렇게 예천우 씨를 만나게 해준 것이니 절대 미령이를 탓하지 마세요.”예천우는 그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계속해서 말하라는 눈짓을 주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아버지의 권력을 남용하여 예천우 씨를 해치고 게다가 임연 그룹을 조사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가 생각해 봐도 전 너무 지나쳤어요. 지금 제 잘못을 알았으니 예천우 씨께서 저에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우리 아버지를 놓아주실 수만 있다면 어떤 요구도 전부 들어주겠어요.”도한영은 한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고 있었다.그녀도 예천우는 자기가 한 짓거리 때문에 많이 화가 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성의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어떤 요구도 전부 들어주겠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성의였다.다른 사람들도 그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했으니 스스로 찾아온 이상 도한영은 예천우에게 순정까지 바칠 각오도 하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차갑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말 다 했어요?”“네. 다 했어요.”도한영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러면 이제는 제가 말할게요. 우선 도한영 씨가 그때 저를 그렇게 미워했다면 한영 씨는 언제든지 저에게 대놓고 복수하면 됐죠. 그러셨다면 저도 이처럼 화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도한영 씨는 절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제 옆에 사람을 건드렸죠. 게다가 저는 도한영 씨의 아버지에게 어떤 수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