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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1화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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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2화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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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3화

“김예훈 씨, 제 생각에는 현민이 옆에 잠입해 있는 놈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일은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릴게요.”김예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서 김서하는 조금 전의 도도한 표정을 거두고 부드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지금 어떤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부탁해요. 우리 넷째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해 주세요. 부디 현민이가 지금처럼 착한 아들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 뒷일은 제가 다 해결할게요.”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사모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 있어요? 사모님은 자신의 매력에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면 꼼짝 못 하는 줄 아시나 봐요. 아무렴 향수를 뿌리고 바다 구경을 좀 시켜줬다고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죠. 뭔가 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말로만 모든 것을 얻으시려는 거예요?”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김예훈 씨, 우리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하고 다시는 현민이와 대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시면 우리 사이의 원한을 깨끗이 없던 일로 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의 귀빈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게 별장과 20조를 줄 것이고 또 용전에 잠입해 있는 부하들을 모두 철수시켜 당신이 용전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할게요. 돈과 지위, 그리고 권력을 모두 줄 것이니 한 번만 도와줘요. 이 외에도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요.”김서하는 안전벨트까지 풀고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을 김예훈 눈앞에 들이댔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 어떤 남자라도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한국 용전의 사모님이 이깟 일에 자신을 희생할 거라고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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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4화

“당신...”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눈에는 누구보다도 완벽한 안동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김예훈의 눈에는 사람조차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김서하는 심호흡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김예훈을 바라보며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했다.“김예훈 씨, 당신이 얘기한 것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옛말에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현민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현민이가 성공적으로 당주 자리를 이어받으면 한국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만약 현민이가 그런 애국심과 포부가 없다면 제가 왜 밀어주겠어요? 현민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저를 믿어주시고 그것도 안 된다면 저희 용전을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용전은 나라가 외부에 대항하는 기본 조직이고 또한 우리 나라에 제일 충성하는 조직이에요. 용전은 절대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요.”김서하는 말하면서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김예훈의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어찌나 가까웠는지 서로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달콤한 향기는 그녀의 숨결을 타고 김예훈의 얼굴에 닿았는데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운 미모의 조합은 남자라면 누구나 영혼을 빼앗길만했다.“김예훈 씨, 만약 내가 제시한 조건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해 봐요. 오늘 일이 해결되어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고 현민이가 안동 김씨 가문의 일인자가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요.”김예훈은 위아래로 눈앞의 김서하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김현민의 고모가 맞는 거야? 그런데 고모가 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천하의 용전 사모님이 왜 하찮은 조카를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며 미인계까지 사용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설마 두 사람...’순간적으로 터무니없는 생각이 김예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만약 김서하와 김현민의 관계가 정말로 그런거라면 김현민은 정말로 인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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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5화

김예훈은 사라지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김서하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 조금 전까지는 박연서 사모님께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요? 쇼 타임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왜 문은 잠그는 거죠? 내가 여기에서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김예훈은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김서하를 훑어보았다.그는 오늘 김서하와 김현민 사이에 분쟁을 만들려고 김서하의 차에 탄 거였는데 김서하 역시 그를 골탕 먹이려는 계획으로 두텁지 않은 김예훈과 박연서와의 동맹을 깨려고 꾸민 짓이었다.김예훈은 김서하가 정말로 재미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흥미로웠다.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김예훈의 눈에 어린이들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박연서는 이미 멀리 떠나 쫓아갈 수도 없을 텐데 지금 제 차에서 내리면 비를 맞아야 하는데요?”김서하는 자기 자리로 돌아앉았는데 조금 전의 애교가 듬뿍 담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도도한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과연 사모님이 원하는 대로 될까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은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사이이고 그분이 저의 조건은 받아들인 이유는 병을 고쳐주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원인은 그분도 10년 전의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조금 전의 상황 때문에 박연서 사모님이 10년 전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포기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김서하가 담담하게 웃었다.“우리 넷째 언니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고 서울 박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당연히 나의 꼼수를 모를 리가 없고 또 10년 전의 일에 대한 조사도 그만두지 않겠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감정결벽증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하면 조금 전의 상황 이후로 당신은 이제 우리 넷째 언니를 만날 자격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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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6화

“증거는요?”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이 차에 탄 것이 무슨 증거라도 된다는 거예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설마 그렇게 순진할까 봐요?”“아니요. 믿을 거예요. 넷째 오빠는 비록 나를 미워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안동 김씨 가문의 명예거든요. 내가 오빠 앞에 가서 어느 겁 없는 자식이 나한테 나쁜 짓을 하고 또 언니에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하면 분명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 그리고 증거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고요. 지금 무릎 꿇고 우리 현민이의 개가 될 건지 아니면 죽을 건지 선택해 봐요.”김예훈은 자기가 홧김에 치켜든 손을 보고 또 김서하를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내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혹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사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요. 사모님 성격에 제 앞에서 모든 걸 얘기하고 화를 도발하게 했다는 것은 당신을 때리게 하려는 거죠? 설마 뒷좌석에 있는 카메라를 제가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신과 김현민 씨의 윤리 도덕을 넘어선 관계를 모를 줄 알아요?”이어서 김예훈은 김서하가 반응하기 전에 손을 뻗어 뒷좌석에 놓인 쿠션을 가져다 찢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가 나왔다.“어린 애인을 위해 정말 못 하는 짓이 없네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의 협력을 방해하려고 또 저를 도발시켜 때리게 하려고 하다니... 제가 당신을 때리기만 하면 당신은 영상을 앞뒤로 편집해서 인터넷이나 다른 방법으로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 손에 들어가게 하려는 거겠죠. 제가 당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못된 짓을 했다는 증거를 보면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과 당주는 물론이고 가문 전체에서 저를 죽이려 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너무 완벽한 계획이긴 했어요. 당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저는 죽든가 아니면 진주·밀양에서 쫓겨나겠죠. 그리고 김현민 씨는 어쩌면 특별한 시기에 정당하게 권력을 잡게 되고요?”김예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서하의 계략을 하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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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7화

“김예훈 씨, 정말로 뜻밖이네요.”김서하는 자기가 준비한 걸 모두 들키자,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김예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현민이의 부하들이 왜 모두 실패했는지 이제 알겠네요. 머리와 무술 실력은 물론이고 인내력에 운까지 모두 최상급으로 갖추었네요. 내가 이 정도까지 유혹하고 도발해도 꼼짝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평정심으로 모든 걸 알아채다니... 인정해요. 내가 당신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재미있네요. 당신이 충분히 강하고 능력이 있어야 나도 당신을 죽이는 일에 더 흥미를 느낄 테니까요.”말을 마치고 김서하는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출발하더니 순환 고속도로의 출구에서 차를 멈추고 말했다.“당장 내려요.”김예훈은 차 문을 열고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김서하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사모님을 상대할게요. 그런데 나이도 있으신 분이 저를 상대하려면 보약을 많이 드시고 몸을 잘 챙기셔야 할 거예요. 사모님께서 기력이 딸려서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쓰러질까 봐 걱정이에요.”김예훈의 나이가 많다고 한 말에 김서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김예훈은 차에서 내려 서둘러 떠나지 않고 오히려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김서하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저 궁금한 거 있는데요. 혹시 천성적으로 학대당하는 걸 좋아해요? 왜 그렇게 저한테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요?”김서하가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왜요? 아쉽게도 당신은 겁쟁이라서 기회를 줘도 때리지 못하잖아요. 김예훈 씨 당신은 겉면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겁쟁이...”“찰싹!”김서하의 말이 끝나가도 전에 김예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때렸다.아주 맑고 경쾌한 소리가 울렸고 김서하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그러고 나서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나가는 김예훈을 바라보며 순간 멍해 있던 김서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데 조금은 처량하고 또 조금은 미친 사람 같았다.김예훈의 모습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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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8화

김예훈은 대머리 택시 기사를 무심하게 훑어보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그는 머릿속으로 오늘 김서하의 치밀한 계획을 떠올리더니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의 계획을 눈치챘고 또 김예훈도 다른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때문에 결론적으로 오늘의 상황은 김예훈이 이긴 셈이다.특히 마지막에 날린 귀뺨은 참고 있었던 분노를 터뜨린 거였고 다른 의미에서는 박연서에게 자신의 명확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조금 전의 귀뺨은 김예훈과 김현민 사이를 보여준 것이고 김현민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그래야만 감정결벽증이 있는 박연서와 계속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만 이 일이 어떻게 박연서의 귀에 들어갈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는 고속도로에서 그들을 본 시각부터 박연서는 반드시 모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할 거라고 믿었다.아마 김예훈이 김서하의 귀뺨을 때렸을 때도 박연서의 부하들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만약 이 정도의 능력도 없다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자격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은 자기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잠시 생각하다가 어디엔가 전화했다.김예훈의 행동을 본 대머리 택시 기사는 라디오의 볼륨을 낮추더니 앞좌석과 뒷좌석을 가로막는 방음 유리창까지 올려 안심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김예훈은 만족하는 눈빛을 보내며 5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좌석에 꺼내 놓았는데 그때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김예훈입니다.”김예훈은 자기소개부터 했다.“조금 전에 순한 고속도로의 상황은 오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는데 사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박연서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죠?”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조금 전에 화가 치밀어서 김서하 사모님의 귀뺨을 때렸거든요. 지금쯤 아마 저를 죽이려고 부하들을 보냈을 수도 있어요. 사모님께서 저를 살려주세요.”휴대폰 건너편의 박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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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9화

김예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감히 말씀드리자면 진실 외에도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그게 뭐죠?”휴대폰 건너편의 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첫째는 안동 김씨 가문 당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10년 전의 진실에 반드시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이 관련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건 사모님도 잘 아시는 사실이잖아요. 만약 안동 김씨 가문 당주의 지지가 없다면 진실을 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잘못하다가는 사모님도 죽임을 당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후계자 대체 인력이 필요합니다. 김현민 씨가 잡힌 후 당주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있어야 안동 김씨 가문에 혼란이 오지 않을 것이고 또 사모님이 내정한 사람이어야만 사모님께서 김씨 가문을 더 잘 장악할 수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사모님은 아직 젊으시니 20년 후면 반드시 사모님의 친 아드님이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김예훈은 은근히 10년 전 사건의 진범이 김현민이라고 확신하는 듯 말했다.박연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가 지금 한 얘기는 신중하게 고민해 볼게요. 그리고 몸조심해요. 아가씨는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용전의 안주인이에요. 겉으로는 청순한 백련화처럼 보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 가면을 쓰고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죽였는지 몰라요. 부디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그녀의 손에 죽는 일은 없기를 바라요.”김예훈이 웃었다.“사모님, 감사합니다. 그 따위 계략으로 절대 저를 죽일 수 없을 거예요.”“저의 남편하고 얘기할 건데 언젠가 시간 내시면 저희 별장으로 식사 초대할게요.”박연서의 말에 김예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당주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박연서는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김예훈 씨,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저의 병을 어느 정도라도 치료해 줘요. 앞으로 며칠 동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부탁해요. 그리고 며칠 뒤 저희 아버님 생신 파티에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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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0화

김예훈이 김현민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원래 평탄했던 도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몹시 울퉁불퉁했다.김예훈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물었다.“기사님, 여기는 어디예요? 아니면 당신이 누구 사람인지 물어봐야 하나요?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앞에는 오랫동안 보수되지 않고 있는 길이었는데 길가에는 이미 많이 낡은 경고 표지판들이 가득했다.김예훈의 질문에 대머리 택시 기사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앞에 있는 경고 표지판을 뚫고 길 끝을 향해 질주했다.기사의 무모한 행동에 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어디로 가냐고? 뭘 할 거냐고? 당연히 당신을 죽이러 가는 거지.”대머리 중년이 갑자기 섬뜩하게 웃었고 입가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당신이 차에 탄 순간부터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고 이제 아무도 당신을 살려줄 수 없어. 김예훈 씨 잘 가! 사모님이 안부 전하라고 했어.”이어서 대머리 중년은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고개가 옆으로 떨어지더니 먼저 죽어버렸다.그의 오른발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기에 차는 곧바로 도로를 벗어나 바다로 날아갔다.김예훈이 고개를 저었다.김서하가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숨돌릴 시간마저 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다만 이런 하찮은 수법으로 김예훈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김서하든 김현민이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물일지 모르지만, 김예훈이 보기에 두 사람은 어디에든 내놓기 민망한 평균 이하 수준의 사람들이었다.차가 바다에 떨어지려는 순간 김예훈은 꽁꽁 닫혀 있는 차 문을 발로 차더니 차가 물에 빠지기 직전에 차에서 빠져나왔고 동시에 차는 물에 빠지면서 쿵 하는 폭발음이 터졌다.짙은 연기 속에서 수많은 철 조각이 날아다녔다.“푸!”김예훈은 바닷속 10미터 정도에 잠수했고 다시 옆으로 10여 미터 헤엄쳐 간 후에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처음부터 김예훈은 누군가 고의로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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