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선 이혼, 후 집착 / Chapter 1571 - Chapter 1580

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571 - Chapter 1580

1590 Chapters

제1571화

성진이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할아버지가 말하더군. 형은 자신을 구해준 나한테 모질게 대하지 못해 결국에는 실패하게 될 거라고. 그래서 나한테 형을 좀 봐주라고 당부했어.”성진은 한편으로는 노인의 깊은 배려를 비웃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사람의 본성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씁쓸해졌다.자신이 그저 성도윤의 이익을 아직 건드리지 않아서일 뿐이지, 성도윤이 정말로 자비를 베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역시 그렇군!”성도윤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진에게 물었다.“할아버지가 네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데?”최근 노인네는 비밀스럽게 성준이와 자주 만났고 성도윤도 어렴풋이 할아버지의 뜻을 알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무언가 잘못된 소문을 듣고 그가 지금 이사회에서 힘을 잃었으며 성진에게 완전히 눌려버린 줄로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런 몸을 이끌고 성진에게 손을 내밀어 화해하려는 거라는 걸 성도윤은 알아챘다.하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성도윤은 성진에게 밀려난 게 아니고 그는 그저 지치고 더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쓰게 되었을 뿐이며 그 때문에 더 이상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할아버지는 내게 회사 지배권을 넘겨줄 테니 형은 앞으로 그룹의 경영에만 참여하고 연말 배당만 받으면 된다고 했어.”성진의 얼굴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듯 미소가 떠 있었다.어떤 면에서는 할아버지의 통 큰 양보가 꽤 귀엽고 웃겼다.“이게 바로 네가 원하는 거 아냐?”성도윤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와 내가 싸운 지가 벌써 얼마나 되는데, 결국 그게 네 목표였잖아? 내 머리 위에서 군림하며 회사를 마음대로 다루는 거 말이지. 그래서 그 조건을 받아들였나?”“거절했어.”성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거절했다고?”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사촌 동생이 그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을 듣고 성도윤은 의외로 안도감 대신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그 실망감에 그 자신도 놀라웠다.‘이렇게 회사를 이어받기 싫어했나, 내가?’성진도 성도윤의 실망하는 낌새를 눈
Read more

제1572화

성도윤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뭔데?”그의 생각 속에서 성진이 원하는 것은 성대그룹의 지배권이었고 자신보다 위에 올라서고 그를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할아버지가 제시한 조건은 그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에 성도윤은 그가 왜 거절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는 형의 여자를 원해. 어때, 나에게 줄 수 있겠어?”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농담처럼, 그러나 진지하게 말했다.성도윤은 그 말에 멈칫하다 이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와 주저 없이 그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성진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저항하지 않은 채 입가에 묻은 피를 훔쳐내며 교활하게 웃었다.그리고 복잡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이제 형이랑 싸우지 않을게. 회사도 형한테 줄 테니 대신 형수님은 내게 양보해 줘.”“뚫린 입이라고, 안 닥쳐?”성도윤은 주먹을 쥔 채 간신히 참고 있었다.“형도 기분이 더럽지? 그런데 할아버지와 형이 나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할 때, 내 기분은 생각해 본 적 있어?”성진의 눈빛도 점차 냉혹하게 변했다.“나와 설아는 부부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차설아는 너의 형수라고, 그래서 탐내면 안 되는 거야. 전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내가 참고 있던 게 한계였어. 내가 경고하는데 더 이상 설아에게 집적거리지 마. 다시 그러면 정말 넌 가만히 안 둘 거야.”성도윤이 땅에 쓰러진 성진을 노려보며 단호한 표정으로 경고했다.성도윤은 예전부터 그가 설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성진과 차설아는 함께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성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차설아가 그의 옆에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평소에는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이제 누군가 그 얘기를 다시 꺼내면 그의 마음은 자꾸만 아프고 쓰리게 되었다.거의 반년 동안, 두 남녀는 해안시를 떠나 외딴곳에서 지내며 살았다. 그 사이에
Read more

제1573화

“제발 미친 소리 그만해. 네가 어떻게 그 눈을 가지게 되었는지 잘 알잖아. 설아는 남은 인생을 희생해서 너한테 빛을 되찾게 해줬어. 그런데 어떻게 또 가서 설아의 마음을 후벼팔 수가 있어?”성도윤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로 울부짖었다.성진과 차설아의 일에 대해서 그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겨우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눈을 그의 라이벌인 다른 남자에게 내주었다. 만약 이 일을 들춰낸다면 성도윤과 차설아의 관계는 다시 깊은 간극이 생길 수도 있었다.“알아, 내 눈이 누구 건지, 근데 형도 알잖아, 왜 설아가 내게 눈을 줬는지...”성진이 성도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게다가 형이야말로 가장 이익을 본 사람이잖아? 그러고서도 여기에 와서 이러쿵저러쿵 나한테 명령할 자격이 있기나 해? 정말 그렇게 잘났다면 내 눈을 돌려주면 되잖아!”“너!”성진의 말에 성도윤은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그도 그까짓 눈을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성도윤은 다시 그 어두운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현재 차설아에겐 그가 필요했고 그는 그녀와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만약 내가 홧김에 눈을 다시 성진에게 돌려준다면 설아와 아이들은 누가 돌볼 수 있을가?’그때는 아마도 성진의 의도대로 그는 아무런 노력 없이 그를 짓밟고 차설아를 빼앗을 것이다.성도윤은 절대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너 잘 들어. 차설아는 네 형수야.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접길 바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성도윤은 이 말을 남기고 저택을 나섰다.그전에는 그냥 ‘다 포기하고 그냥 될 대로 돼라’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성진은 성대그룹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 차설아를 노리고 있었다. 이 싸움에서 지면 차설아를 잃게 된다는 생각에 성도윤의 마음에 다시 의욕의 불씨가 타올랐다!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Read more

제1574화

“아직 할 말이 남았어?”잠시 멈춰 서서 배경윤을 바라보는 성도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요즘 그는 정말 지쳐 있었다. 성진과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고 그러면서 차설아와 아이들도 챙겨야 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었다.지금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조용한 공간에서 하룻밤 푹 쉬고 싶을 뿐이었다.“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니 설아랑 보낼 시간도 별로 없잖아. 그런데 그냥 자러 갈 거야? 설아가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실망할 거라고 생각 안 해?”배경윤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바라봤다.원래부터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오늘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차설아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배경윤은 친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차설아는 분명 아직 잠들지 않은 채 아마 성도윤이 와서 달래주길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만약 그가 오늘 밤 그냥 잠들어 버린다면 차설아는 혼자 속앓이를 하며 밤을 꼬박 새울지도 모른다.“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신경을 못 썼네.”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허 참, 이 사람 정말...”배경윤은 남자의 곧고 단단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동정심이 들었다.늘 자신만만하고 차갑고 도도하던 모습만 봐왔는데 오늘따라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는 걸 보니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졌다.성도윤은 방문 앞에 다다르자 가볍게 노크를 했다.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의 얕은 숨소리만이 퍼졌다.그는 다시 몇 번 노크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날 기다리지 않은 거지? 그럼 나 간다?”“가지 말아요...”차설아는 성도윤을 조금 더 놀리려 자는 척을 하려 했지만 그가 떠난다는 말을 듣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을 향해 말했다.“들어와요, 할 말이 있어요.”성도윤이 아이 같은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
Read more

제1575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야. 질린다고 해도 그건 내가 너한테 질리는 게 아니라 네가 나한테 질리는 거겠지.”성도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설아를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을 뜨겁게 키스했다.사실 불안한 건 차설아만이 아니었다. 성도윤 역시 그녀보다 훨씬 더 불안했다.차설아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 그녀를 탐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다정하게 서로를 안아주었다.그러다 차설아가 살짝 머뭇거리며 말했다.“저기... 할 얘기가 있는데.”“뭔데? 이렇게 비밀스럽게 굴고?”성도윤은 직감적으로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아니었으면 아까 배경윤도 그렇게 수상쩍은 태도를 보이진 않았겠지.’“서랍 열어봐요. 안에 있는 걸 보면 알게 될 거예요.”차설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첫 임신도 아닌데 오히려 처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는 기분이었다.이번 아이는 온전한 사랑 속에서 태어난 생명이었다.그래서인지 그녀도, 그리고 성정엽도 이 아이의 존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뭔데? 나 갑자기 긴장돼!”성도윤이 설레는 마음으로 서랍을 열었고 그 안에 놓인 두 줄이 선명한 테스트기를 보자마자 순간 얼어붙었다.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다급하게 물었다.“여보, 코로나 걸린 거야?”“뭐요?”“진작에 말했어야지! 지금 상태는 어때? 증상은?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성도윤이 심각한 얼굴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오늘따라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혹시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차설아는 순간 설렜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대신 성도윤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눈 똑바로 뜨고 다시 한번 봐봐요! 대체 뭔 테스트기인지!”말을 끝내자마자 홱 돌아누워 버렸다.‘그래, 이런 남자 앞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냥 빨리
Read more

제1576화

“그럴 리가 없잖아!”성도윤이 차설아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다급하게 속삭였다.“쉿,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우리 아기가 듣기라도 하면 어떡해? 나 같은 아빠 싫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아직 눈으로도 안 보이는 작은 세포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걸 들을 수 있겠어요.”차설아는 황당한 듯 웃으며 성도윤의 손을 치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한결 가벼워졌다.사실, 그녀가 아까 그런 질문을 한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현재 상황은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고 성도윤은 성대 그룹을 안정시키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거기다 두 아이까지 옆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니, 아무리 유모나 배경윤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했다.이런 와중에 또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더 정신없이 바빠질지는 뻔했다.“나 진지해요. 만약 지금 우리가 아이를 키우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지금 정리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차설아가 성도윤의 품에 기대어 조용히 말했다.“아이를 가질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거고 나는 우리가 너무 정신없고 바쁘게 살길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한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요.”이미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를 챙기느라 성도윤은 신경 쓸 일이 많았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임신까지 하게 되면 그가 더 힘들어질 게 뻔했다.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차설아를 감싸안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해? 왜 이 아이가 우리 삶을 더 바쁘고 힘들게 만들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그는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나는 오히려 이 아이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었어. 사실 요즘 너무 지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는데 이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안 순간, 갑자기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고. 내가 다시 싸울 이유가 생긴 것 같아.”“쳇, 무슨 싸울 이유에요. 그냥 부담되는 거잖아요...”차설아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가 늘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 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Read more

제1577화

문제가 있으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게 엉뚱한 추측하는 것보다 백 배는 더 현명했다.“별일 아니야.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쉬어.”성도윤은 속에 있는 불쾌한 감정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꺼냈다가 서로 더 불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분명 뭔가 있어요. 빨리 말하죠.”차설아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끝까지 듣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내가 말했잖아요. 우리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이렇게 밤을 보내는 건 원하지 않아요.”“그게...”성도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이 ‘응어리’를 솔직히 털어놓지 않으면 차설아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그 자신도 결국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빨리 말해요. 그래야 같이 편히 잘 수 있죠!”차설아가 재촉했다.“알았어, 알았어. 말할게.”성도윤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또 할아버지가 성진이랑 단둘이 얘기했어. 그래서 내가 걔한테 도대체 무슨 얘기 했냐고 물었거든. 우리가 무슨 얘길 했을 것 같아?”“그룹의 경영권?”차설아가 단번에 알아챘다.“성진 씨가 줄곧 당신과 대립하는 이유가 그거잖아요? 하루하루 그렇게 싸워대는 것도 지겹지 않나 몰라요.”그녀는 최근 외출은 하지 않았지만 뉴스를 계속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성진은 최근 회사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고 그 성과도 꽤 괜찮았다.그 덕에 성도윤의 그룹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다.‘겨우 시력을 되찾자마자 이렇게 거세게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실명 상태였을 때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어. 온 힘을 다해 도윤씨와 맞서려고 하나보네...’이렇게 생각하니 차설아는 갑자기 성도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자신의 눈을 성진한테 준 건 곧 잠자던 맹수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이제 성도윤은 물론 성대 그룹 전체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아니.”성도윤이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에서야 알았어. 그가 노리고 있던 건 회사가 아니
Read more

제1578화

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을 듣고 오랫동안 침묵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 사람... 완전히 미쳤어요.”왜인지 모르게 차설아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 두근거림은 성진에 대한 특별한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오히려, 그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무거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애초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오직 그녀가 평안하기를 바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도윤에게 골수와 각막을 이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차설아는 자신의 눈을 주고 가까스로 성진에게 진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그가 성대 그룹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듣자 묘한 압박감이 몰려왔다.“말해줘. 두 사람 해외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그 반년 동안, 매일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혹시...”“없어요!”차설아는 성도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는 단호하게 그의 의심을 끊어버렸다.그리고 성도윤의 허리를 꼭 껴안았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더욱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사랑을 절대 의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내 마음속엔 당신 외의 남자는 단 한 순간도 존재한 적 없어요. 만약 내 마음이 흔들렸다면, 애초에 도윤 씨랑 다시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알아.”성도윤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는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너의 사랑이 단단하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깨달았어. 걔가 당신을 향한 사랑이 나 못지않다는걸. 그래서 좀 당황스러워. 겁이 나기도 하고.”만약 성진이 단순히 승부욕에 의해 자신을 이기려 했다면 성도윤은 오히려 마음 편히 그에게 져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성진도 그와 똑같이 차설아를 위해 성대 그룹을 포기할 수 있었다.그에게도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건 차설아였다.성도윤이 두려운 것은, 언젠가 차설아가 자신이 아닌 성진의 사랑도 깊고 뜨겁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혹시라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Read more

제1579화

성도윤이 다급하게 말했다.“나랑 서은아는 남녀 간의 감정이 전혀 없어. 그냥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 여자가 우리에게 했던 짓을 다 알게 된 이상 이제 우리 사이엔 친구로 돌아갈 가능성조차 없어.”“어라? 근데 당신 말투에서 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걸까요?”차설아가 일부러 말을 흐리며 심각한 얼굴을 했다.“솔직히 말해봐요. 내가 해안시를 떠나 있던 동안, 도윤 씨랑 서은아 씨 같이 동거도 했었잖아요. 그래서 두 사람 어디까지 갔어요? 혹시 같이 잤어요? 솔직히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아쉬운 거죠.”“맹세해!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어!”성도윤은 억울함에 몸부림치며 급히 맹세하는 자세를 취했다.“나랑 서은아가 했던 가장 친밀한 행동이란 게... 그냥 키스뿐이야. 그 외에는 단 한 번도 그런 관계를 가진 적 없어.”“한 번도요?”차설아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렸다.“그때 둘이 꽤 다정해 보였는데, 결혼까지 할 계획이었다면 같이 자는 건 당연한 순서 아닌가?”그녀는 쿨하게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그때 당신 기억을 잃은 거라 설령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난 화 안 내요. 그냥 궁금할 뿐이니 솔직하게 말해 봐요.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리고, 만약 잔 거라면... 나랑은 뭐가 다르던가요?”“아니야! 맙소사, 정말 아니라고!”성도윤은 갑자기 터무니없는 누명을 뒤집어쓴 듯 다급졌고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그는 절박한 얼굴로 변명했다.“제발 좀 믿어 줘, 진짜야! 난 서은아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아예 내 뼛속 깊이 그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수준이라고! 잘 생각해 봐. 어떤 남자가 자기 ‘절친’한테 흥미를 느끼겠어? 설마 내가 진짜로 서은아랑 잤다면, 당신한테 숨길 것 같아? 하지만 난 안 그랬어. 그러니까 억울하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웃기시네. 세상에 그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까지 가진 여자를 그냥 ‘절친’으로 볼 수 있는
Read more

제1580화

어젯밤, 진심을 터놓고 대화한 후 성도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응어리도 깨끗이 풀리고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다음 날 아침, 그는 바로 지역에서 가장 좋은 사립 산부인과 병원에 예약을 잡고 차설아가 종합적인 산전 검진을 받게 하기로 했다.하지만 차설아는 침대에서 꾸물거리며 영 기운이 없어 보였고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듯했다.“왜 그래?”성도윤이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감지하고 다정하게 물었다.“내가 이제 겨우 임신 초기인데 이렇게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너무 이른 거 아닐까 해서요.”차설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르다고?”성도윤이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보통 임신을 확인하면 바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사실 난 어젯밤에도 바로 전문가 진료를 예약해야 했다고 생각했어.”“아무래도 너무 성급한 것 같아요... 그냥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게 어때요?”차설아는 손을 내밀어 햇빛이 손바닥에 닿는 걸 느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리 그냥 병원 가지 말고 정원에 가서 햇볕 좀 쬘까요?”성도윤이 창밖을 보았다. 정말 햇살이 따뜻한 날이었지만 차설아가 검진을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도 느껴졌다.그는 차설아의 손을 살며시 잡고 부드럽게 물었다.“솔직히 말해 줘. 뭐 걱정되는 거 있어? 아니면, 혹시 말하기 어려운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하아... 역시 눈치챘네요.”차설아가 멋쩍게 웃으며 성도윤 쪽으로 몸을 기댔다. 그리고 살짝 풀이 죽은 듯 말했다.“내가 지금 이런 상태로 밖에 나가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도윤 씨한테 창피 줄까 봐 걱정돼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조적인 감정이 서려 있었다.그동안 차설아는 여러 번 상처를 입었다.슈퍼에서 아이에게 모욕당하고 악성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조롱당하고... 그 일들로 인해 그녀의 자존심과 자신감은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차설아가 검진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게 너무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