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완전 대마왕이 따로 없지.’윤하경은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강현우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봐?”강현우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자 윤하경은 움찔해서 얼른 시선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윤하경은 대충 둘러댄 뒤, 핸드폰을 들어 보여주며 말했다.“우리 기사 벌써 실검에 올랐어요. 혹시 기사 좀 내려달라고 할까요?”강현우는 피식 비웃듯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이미 강현우가 괜찮다고 하니 윤하경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일에 본인이 신경 쓸 이유도 없었으니까.차가 막 건물 앞에 도착해서 멈췄을 때, 윤하경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강현우는 먼저 내려서 앞장서 걸어갔고 윤하경은 잠시 멈춰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외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익숙한 하병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그래, 오늘 네가 강현우하고 결혼한다고 기사가 떴더라. 네가 강현우 때문에 납치당했다는 소문도 돌던데 그 일 사실이냐?”하병철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고 딸 같은 손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윤하경은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기사야 늘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말이잖아요. 괜찮아요, 별일 없으니까 이렇게 전화받는 거잖아요.”사실 하병철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몸도 예전 같지 않으니 더더욱 그렇다.하병철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다른 건 몰라도 저번에 강현우가 결혼 준비한다고 하던데 날짜는 정해졌냐?”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무심코 앞서가는 강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요즘 들어 강현우는 결혼식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윤하경 역시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요즘 사정이 복잡해서요. 현우 씨 집 쪽도 일이 많고 최근에 장례도 치렀잖아요. 그래서 아직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하병철은 약간 불만스러운 듯 콧소리를 냈다.“그래도 신경 써야지. 넌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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