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는 강현우가 자신을 바라보는 줄 알았다.하지만 그 눈길은 단 한 순간뿐.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린 강현우는 처음부터 그녀를 본 적도 없는 사람처럼 태연했다.박소희는 가슴이 쿡 하고 찔렸다. 강현우는 여전히 사람을 눈에 두지 않는 오만하고 차가운 태도 그대로였다.그런데도 그 얼굴만 보면 마음이 흔들렸다. 분명 예전 그 모든 일이 있었는데도 보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자신이 한때 그의 약혼녀였다는 건 온 강성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였다.그러나 결국 강현우의 어머니 손에 끌려 고향으로 쫓겨났을 때, 세상의 조롱은 모조리 그녀를 향했다.넘볼 수 없는 나무를 바라보다 추락한 여자.사람들의 비웃음이 쏟아졌고 한동안은 집 밖조차 나설 수 없었다.겨우 그 치욕의 그림자를 걷어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강현우와 윤하경을 동시에 마주하다니 자존심이 바닥까지 짓밟히는 듯했다.박소희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오빠 박정훈을 찾아갔다.박정훈은 몇몇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성난 동생이 다가오자 눈썹을 살짝 올렸다. 곧 잔을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실례합니다, 잠시만.”신사적인 인사를 남기고는 곧장 박소희 앞으로 걸어왔다.“누가 우리 소희를 이렇게 화나게 했어?”말투는 농담 같았지만 눈빛만큼은 진지했다.박정훈은 언제나 박소희를 애지중지하며 지켜왔으니까.박소희는 눈물이 터질 듯 울먹였다.“오빠... 강현우랑, 그 여자가 왔어. 여기에.”그 말을 듣는 순간, 박정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그 여자라니 누구?”“누구긴, 윤하경이지!”박소희는 발을 구르며 이를 갈았고 눈물이 금세 쏟아질 듯 흔들렸다.주변을 둘러본 박정훈은 동생을 데리고 한적한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마침, 강현우와 윤하경이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분홍 드레스를 입은 윤하경은 우아하게 강현우의 팔을 잡고 있었다.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 박소희의 시선에서 불꽃이 튀었지만 두 사람은 아예 그녀를 보지조차 않았다.복도의 적막 속에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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