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가 거의 끝날 무렵, 갑자기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나는 콘서트장이 아닌 바깥에 서 있었다. 안의 조명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나는 텅 빈 어두운 거리 한가운데 우산도, 차도 없이 서 있었다.빗줄기는 마치 장막처럼 쏟아졌고, 맞으면 따끔할 정도였다. 나는 천천히 멀리 있는 큰길 쪽으로 발을 옮겼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하며 화면이 켜졌다. 윤사희라는 이름이 보였다.전화 너머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백정오, 지금 어디야? 이 시간까지 집에도 안 들어오고, 이게 말이 돼?”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그녀를 더욱 불만스럽게 만든 듯했다.“말 안 해? 벙어리 됐어?”“콘서트장에 있어.”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 사람, 정작 자기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곧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위치 보내, 최대한 갈게.”사실 그녀를 부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폭우에 시야도 나빠진 탓에 순간 방심한 사이 자전거를 탄 사람과 부딪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온몸이 흙탕물 범벅이 됐고, 발목을 접질린 데다 다리에는 선명한 상처가 몇 줄이나 생겼다.위치를 보낸 후, 간신히 길가의 좁은 처마 밑을 찾아 홀로 빗속에서 기다렸다.시간이 흐르고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다행히도 한 친절한 기사가 지나가다 나를 호텔까지 태워다 주었다.정리한 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 윤진호의 소식을 확인했다.그의 최신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서 그는 윤사희,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곳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보아하니 윤진호의 집이었다.폭우 속에서 쓸쓸히 서 있던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그들이야말로 진짜 가족 같았고 남편인 나는 그저 이방인일 뿐인 것 같았다.망설임 없이 윤진호를 삭제했다. 그리고 곧바로 윤사희까지 연락처에서 지웠다.7년의 결혼 생활, 수많은 다툼과 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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