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601 - Chapter 610

620 Chapters

제601화

보아하니 사무실에서 제대로 한바탕해보려는 모양이었다.하지만...사람들은 여전히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몰랐다.이미 각자 작은 행복을 누리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서진우는 사무실 안에서 그 모든 걸 똑똑히 보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서로를 격려하고 자발적으로 자리로 돌아가 일하기 시작한 것만 봐도 이미 전체의 60퍼센트는 이긴 셈이었다.이런 광경은 정말 처음이었다.그도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이제서야 서진우는 깨달았다.역시 전까지는 자신이 너무 게을렀던 탓에 회사가 이렇게 된 거였다.만약 자신이 그렇게 나태하지 않았다면 뒤이어 벌어진 일들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더 일찍 회사에 들어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회사를 더 일찍 그에게 물려줬을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이 든 서진우는 커튼을 닫고는 의자에 기대앉아 누군가가 자신에게 제안하러 오기를 기다렸다.처음엔 이런 방식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하지만 곧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아주 잘 반응하는 것이었다.그래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하자 서진우는 꽤 만족스러웠다.직장인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조금의 혜택만 주어진다면 금세 움직이는 법이다.서진우는 이 좋은 소식을 심서아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심서아는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모습을 본 서진우는 그대로 굳은 채 멍하니 꺼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도무지 무슨 상황인 건지 파악하지 못했다.‘심서아가 왜 갑자기 전화를 끊는 거지?’다시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혹시 심서아가 정말 무슨 일로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시 전화를 거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조급한 마음을 잠재웠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심서아 쪽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서진우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지? 서아가 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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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심서아는 여전히 전화를 받자마자 그대로 끊어버렸다. 그러자 서진우의 참을성이 완전히 바닥났다.‘심서아는 도대체 뭐 하는 걸까?’한편, 심서아는 한문수와 뜨겁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휴대폰 벨 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한문수를 밀어내고 전화를 받으려 했다.하지만 한문수는 그것을 눈치채고 휴대폰을 집어 들어 그대로 통화를 끊어버렸다.심서아는 눈을 크게 뜨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당신 뭐 하는 거예요? 왜 내 전화를 끊어요?”‘이 사람은 왜 이렇게 무례한 거야?’한문수는 심서아를 와락 끌어안으며 입가에 위험한 미소를 띠었다.“지금 상황에서 그 사람 전화를 받아서 우리가 뭐 하는지 들려주려고 그러는 거야?”그 말을 듣자 심서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하는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그 모습을 보고 한문수는 흡족한 듯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지고 심서아를 밀어 침대 쪽으로 넘어뜨렸다.심서아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고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사실 한유라를 만난 이후 한문수와 첫 관계를 맺은 뒤로 그녀는 그와 꽤 잘 맞는다고 느꼈다.특히 한문수는 지금까지 돈을 요구하지 않는 이런 여자를 처음 봐서 신선하다고 느꼈고 심서아 역시 그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자유로운 타입이라 흥미로웠다.게다가 그는 한유라의 오빠이자 윤해준의 절친이었다.그래서 안다혜 쪽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그런 점도 그녀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여러 가지를 종합해볼 때 심서아는 한문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주 이득이라고 판단했다.지금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연인 관계였다.그리고 그녀와 서진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문수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외국에서 오래 지낸 탓인지 그는 그런 일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심서아는 처음엔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한문수가 여러 번 설득하고 달래주자 이제는 점점 그런 관계에도 익숙해지고 마음을 내려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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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심서아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한문수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있잖아요. 나중에... 당신이 안다혜 쪽에 조금 손을 써서 아예 깨어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한문수는 그 말에 놀라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그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서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왜 이렇게 윤해준을 두려워하는 눈치지?’그녀가 본 한문수는 전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남녀 사이의 일에서는 항상 능숙하고, 대담했으며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겁먹은 사람처럼 위축되어 있었다. 이건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한문수는 얼른 화제를 바꾸려 말했다.“됐어,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쪽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그 말과 함께 그는 다시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다.심서아도 이미 분위기에 취해있었고 천천히 입술을 다물었다.하지만 그때, 또다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한문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고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휴대폰을 집어 든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또다시 서진우였다.심서아도 표정이 굳었다. 분위기 좋게 끝낼 수 있었는데 또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는 게 언짢았다.“네 다른 남자가 또 전화 왔네.”한문수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바로 끊고 그대로 휴대폰을 심서아 쪽으로 던졌다.이어서 그는 벌떡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방해받으니 더 이상 흥미가 사라졌다.평소 여자를 좋아하던 그였지만 이제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정말 김빠지는 일이었다. 심서아도 옷을 챙겨 입으며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서진우는 단순히 전화를 건 것뿐만 아니라 문자도 여러 개 남겨두었다.하나같이 다 그녀를 추궁하는 내용이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서아야, 지금 뭐 하고 있어?] [무슨 일 있어? 휴대폰은?] [왜 아직도 안 받아? 어디야?] [나 그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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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이 대낮에 정말 그랬다는 거야?”서진우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심서아는 가볍게 기침하더니 일부러 쑥스러운 척하며 말했다.“다 너 때문이잖아.”그 말을 들은 서진우는 더더욱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지? 내가 뭘 했다는 건가?’그는 분명히 심서아를 두고 회사를 나간 뒤 바로 다음 일을 처리하러 갔는데 어떻게 이게 자기 탓이 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분명 심서아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둘러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 생각이 들자 서진우는 점점 화가 치밀었다.그는 확신했다. 심서아는 지금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이 여자는 끝까지 책임을 자기한테 돌리려는 것이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야?”서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그러자 심서아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네가 너무 심했잖아. 날 가만두지 않는데 몸이 어떻게 안 아프고 버티겠어? 겨우 좀 쉬고 있는데 전화를 걸고 막 잠들었는데 또 전화가 오고. 네가 나라면 화나지 않겠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서진우의 속에서 타오르던 불이 한순간에 물을 뒤집은 듯 꺼져버렸다.생각해보니, 그녀 말도 틀린 게 아니었다.만약 그게 자기 입장이라면 자기도 충분히 짜증 났을 것이다.그렇게까지 몰아붙였는데 또 전화를 걸었다면 누구라도 화낼 만한 일이었다.서진우의 목소리는 점점 부드러워졌다.“서아야, 정말이야?”“당연하지.”심서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요. 있는 그대로 말한 건데 왜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해? 네가 믿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나를 믿지 않는데 내가 뭘 어떡하겠어.”그 말을 들은 서진우는 저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미안해, 서아야. 잘못했어. 다음엔 그러지 않을게. 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어떤 일 있어도 괜히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게.”심서아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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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하지만 서진우는 심서아가 했던 말을 떠올리더니 곧 마음을 바꿔 먹었다.진짜로 바빠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자기가 가서 도와줄까 물어보려고 했지만 지금 보니 심서아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자 서진우의 마음속엔 묘하게 허전함이 느껴졌다.예전에는 심서아가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자신에게 의지했는데 지금은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서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어차피 앞으로 못 볼 사이도 아니니 지금 일이 바쁘다면 일이 우선이었고 나중에 다시 만나도 됐다.그녀가 안전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한편, 심서아가 전화를 끊자마자 한문수는 곧장 다가와 그녀를 안았다.그의 턱이 심서아의 목덜미에 닿았고 그녀에게 기댔다.“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오래 통화했어?”누가 봐도 질투가 섞인 말투였고 심서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요, 질투하는 거예요?”그녀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본 한문수는 심서아가 일부러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그게 아니면 저런 여유로운 말투가 나올 리 없었다.그는 씩씩대며 심서아의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못됐어.”그리고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됐어, 나도 그만할게. 시간이 늦었으니까 난 가봐야겠다.”그 말을 들은 심서아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둘 다 어른인데 괜히 감정 섞인 말들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예전처럼 감정에 매달리기만 한다면 자신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와 마찬가지였다.“그래요, 당신 일 보러 가요.”심서아는 차분하게 말했고 붙잡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 말에 한문수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고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붙잡지도 않아?”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나 이렇게 쉽게 보내도 괜찮아?”심서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손길에 기대며 말했다.“당연하죠. 우리 다 성인인데 내가 당신을 너무 구속하면 오히려 질리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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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민씨 가문의 두 어른은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딸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도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민초연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다.“아빠, 엄마, 제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지금 제 가장 친한 친구가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감정적으로도, 이치로도 그건 옳지 않아요.”민초연의 엄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민초연과 안다혜의 사이가 아주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자매처럼 지내왔으니 그 정이 얼마나 깊은지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가 위급한 상황에 놓였는데 민초연한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그건 부모로서도 말이 되지 않았다.게다가 두 가문 사이도 오래전부터 왕래가 깊었기에 민초연이 직접 병문안을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두 어른의 마음도 조금은 놓였다.결국 민초연을 말릴 이유가 없었다.“그래, 좋아. 하지만 꼭 조심해야 해.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우리에게 연락해.”민초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더 말할 필요는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엄마. 도착하면 바로 전화할게요. 무슨 일 생기면 곧장 말씀드릴 거예요.”그제야 부부는 안도한 듯 딸을 현관까지 배웅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계속 조심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그 외에는 그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딸의 선택을 막지 않는 게 곧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지였다.민초연이 병원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도 김미진에게 물어봤기 때문이었다.한편, 김미진 역시 집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딸을 만나러 해외로 가야 하나,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쌓여만 갔다.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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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이어서 김미진은 급히 이 집사를 불렀다.“이 집사, 얼른 가서 초연이 먹게 딸기 좀 가져와요.”“네, 알겠습니다.”이 집사는 대답을 마치자마자 곧장 부엌으로 가서 과일을 씻기 시작했다.민초연은 김미진 옆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아줌마, 지금 다혜 상태가 어떤가요? 전에 한 번 병원에 갔을 땐 아직 깨어나지 못했는데 지금도 그대로인가요?”사실 민초연은 이미 그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안다혜가 깨어났다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연락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없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고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김미진의 얼굴에는 바로 슬픔이 번졌고 그 표정을 본 민초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지? 왜 아줌마 얼굴이 이렇게 어두워 보이지? 혹시 안다혜 쪽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걸까?’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민초연은 점점 자책감에 사로잡혔다.‘내가 이러고도 친구야? 이렇게 될 때까지 다혜의 상황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니.’김미진은 그런 민초연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금 다혜는 해외로 갔어.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그 말을 듣자 민초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듯했다.“아줌마, 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이제야 말씀하셨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이쪽 병원 의사들은 다혜의 몸 상태를 이유로 이동하는 것을 절대 반대했었다.그런데 윤해준이 끝까지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데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민초연은 속에서 분노가 치미는 동시에 의아했다.평소의 윤해준이라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언제나 이성적이고 신중했으며 무엇보다 다혜를 진심으로 아꼈다.그런 윤해준이 이런 판단을 내리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김미진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정말이야. 요즘엔 나한테 전화도 한 통 없고 무슨 상황인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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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아줌마, 여기 오래 머물지 못할 거 같아요. 집에 가서 짐 좀 챙기고 항공편도 알아봐야 해서요.”김미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연신 당부했다.“그래, 그래. 초연아, 꼭 조심해야 한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제일 중요한 건 네 안전이야. 그걸 꼭 기억해야 해.”민초연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줌마. 반드시 조심할게요.”그 말을 남기고 민초연은 곧장 돌아서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반드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도착하면 바로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그 말이 김미진의 마음에 딱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이었다.잘 아는 지인이 직접 가는 게 훨씬 나았다. 그렇게 하면 예상 밖의 일이 생길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김미진은 문 앞에 서서 떠나가는 민초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속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이제 아이가 다 컸구나.’이젠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왔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김미진의 마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맴돌았다.그때, 이 집사가 딸기가 담긴 접시를 들고 김미진 뒤에 다가왔다.그의 표정은 어딘가 어두웠고 복잡했다.그는 아까 김미진과 민초연이 나눈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있었다.처음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곱씹어 보니 뭔가 이상했다.‘김미진이 지금 하는 말이 단순한 부탁일까? 결국은 민초연을 이용해 안다혜를 보러 가려는 게 아닐까?’이런 일은 사실 김미진이 얼마든지 사람을 시켜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런데 굳이 어린 애 같은 민초연을 보내다니, 이건 뭔가 석연치 않았다.이 집사는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만약 훗날 민초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순진한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상처받을까 생각했다.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왜 이제야 눈치챘을까. 사모님이 이렇게 속이 깊은 분이었다니.’아니면 그동안 자신의 앞에서는 절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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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그렇게 하면 마치 자신이 남자에게 매달려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그녀에게도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한 남자에게 집착하며 시간을 낭비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알겠어요. 진짜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거예요.”호흡을 가다듬은 허종혁이 낮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말해봐. 무슨 일인데, 자기야.”허종혁의 목소리는 원래부터 낮고 묵직했고 안소현은 그 음성을 늘 마음에 들어 했다.그래서 그가 ‘자기야’라고 부를 때마다 그녀는 그 말 한마디에 쉽게 마음이 녹아내렸다.순간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였다.“나 곧 해외에 좀 나가려고요.”“같이 갈까?”안소현은 눈이 반짝였다.“네, 바로 그거예요.”혼자 가면 여러모로 불편할 수도 있지만 허종혁이 함께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그는 어떤 일이든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옆에 두면 외롭지 않았다.일도 보고, 심심함도 달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허종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근데 왜? 갑자기 왜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거야?”그는 반대하는 마음은 없었고 단지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었다.물론 그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허종혁의 시선이 천천히 방 한쪽으로 향했다.그곳에는 꽁꽁 묶인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이연서가 있었다.그녀의 입에는 수건이 꽉 막혀 있어 입 밖으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이건 지난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조치였다.그는 한 치의 허점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안소현이라는 여자를 그는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자였다.그런 존재를 포기한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남자란 본래 그렇다. 모든 걸 다 가지려는 욕심, 두 여자를 다 놓지 못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허종혁의 물음에 안소현은 김미진 집에서 들은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그리고 자신의 추측도 덧붙였다.“사실 이 일, 난 전에 엄마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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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원래는 삶에 대한 의욕조차 잃고 있던 이연서였다.그런데 허종혁이 해외에 나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눈빛이 번쩍였다.‘허종혁이 출국한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여기 없는 동안엔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하지만 그 미묘한 표정을 허종혁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얼굴이 굳어지며 분노가 치밀었다.허종혁은 성큼 다가와 이연서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며 낮고 날 선 목소리로 내뱉었다.“뭐야, 내가 떠난다고 하니까 그렇게 기분이 좋아?”그의 손끝이 점점 힘을 주며 턱을 죄었다.“잘 들어. 나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알겠어?”이연서는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가 없는 날들을 상상하니 그때야말로 진짜 자유일 것 같았다.이 남자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역겨웠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고 토할 것만 같았다.“꺼져. 나한테서 사라져.”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허종혁은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그는 이를 악물며 손에 더 힘을 줬다.그녀에게 먹을 것도, 잘 곳도 제공해줬는데 왜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는 건지 그는 혼란스러웠다.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연서, 넌 정말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야. 이렇게 오래 잘해줬는데 왜 하나도 변한 게 없지?”그 말에 이연서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잘해줘? 웃기지 마. 넌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비열한 인간일 뿐이야. 지금 날 가둬놓고 있으면서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허종혁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엔 광기와 살기가 뒤섞여 있었다. 손끝의 압박이 점점 더 강해졌다.“내가 아니었으면 넌 진작 죽었을 거야. 내가 널 산속에서 주워 왔고 네 목숨은 내 거야.”그 말을 들은 이연서는 온몸이 굳었다. 허종혁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 목숨을 나한테 되돌려주고 싶다면 방법이 없진 않지.”그는 일부러 말을 끊었고 예상대로 이연서의 눈빛이 흔들렸다.턱을 누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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