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시아는 은산과 함께 하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따뜻한 음식 냄새가 시아의 마음을 포근히 감쌌다. 노하숙의 사랑을 늘 받았지만 부모 없는 빈자리는 언제나 있었고, 그 결핍이 이 집에서는 채워지고 있었다.가끔은 하늘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빼앗아 간 게 있으면, 다른 곳에서 채워주는 법이었다.“여보, 돌아왔어?”시아의 잠시 멍해있던 시선이 은산의 활기찬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고개를 들자, 은산은 이미 자유를 향해 달려가 있었다. 자유가 돌아온 걸 반기는 그 열정적인 모습은 오래 떨어져 지낸 부부 같았다.시아는 그 자리에 선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형님은 정말 별종 중의 별종이네.’자유는 은산에게 와락 끌려 안겼으나 눈빛에는 당혹스러움이 비쳤다. 주변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고, 안영은 오히려 시아를 흘겨보며 말했다.“뭐 하러 멍하니 서 있어? 너도 네 형님처럼 남편한테 좀 다정하게 굴어.”시아는 핀잔 아닌 핀잔에 할 말을 잃었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던 지호는 덩달아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여보, 나도 안아줘.”그 광경에 시아는 말문이 더 막혔다.자유는 지호만큼 뻔뻔하지 않았기에 난처하게 은산을 떼어내더니, 은근히 여자가 만졌던 자리까지 정리하듯 손끝으로 털어냈다.아주 미묘한 동작이었지만 시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시아는 확실히 알았다. 자유는 은산에게 단 털끝만큼의 감정도 없다는 것을.그러나 은산은 전혀 굴하지 않았다. 본래 은산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만큼,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난처하게 만드는 데 능했다.“여보, 당신이 안 돌아오면 내가 직접 찾아갈 뻔했어요. 여기서 이렇게 오래 기다리니까 너무 지루했잖아요.”자유는 가볍게 헛기침했다.“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만 연기해.”“후후.” 은산이 웃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어머니. 저희가 이렇게 달콤하게 지내는 거 보니 보기 좋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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