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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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내가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도 네가 안 들은 거잖아. 그럼 그게 내 잘못이야?”연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연나가 듣고 싶어 할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말투에도 감정은 실리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물을 뿐이었다.“네가 하준이를 좋아하면, 하준이도 널 좋아해야 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어?”연훈은 연나에게 현실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받아들이게 할 수밖에 없었다.“연나, 너랑 하준이가 이어질 사이였으면 진작에 됐어.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하준은 너를 없는 사람처럼 대했잖아.”“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야. 그런데 네가 포기를 안 하니까 괴로운 거야.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연훈은 형편없이 굳어버린 연나의 얼굴을 보며 결국 다시 한번 달래듯 말했다.“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가질 수 없는 걸 억지로 붙잡지 말고, 내려놓는 법도 배워야 해. 그래야 얻지 못한 것 때문에 네 인생을 소모하지 않게 돼.”“부연나, 기억해. 너 자신이 제일 중요해. 하준이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람 때문에 네가 불행해진다면 그건 가치가 없어.”하지만 그런 말들은 예전에도 연나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오히려 연나는 이미 익숙한 말들을 들은 순간, 갑자기 차분해졌다. 그리고 비웃듯 냉소를 흘렸다.“오빠는 내가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하잖아. 그럼 조이람은 분수를 알고 그래? 비서 주제에... 그것도 이혼까지 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하준 오빠 옆에 서 있는데?”“집안도 없고, 능력도 나보다 못한 주제에... 조이람은 무슨 낯짝으로 오빠랑 하준 오빠 주변을 얼쩡거려?”연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연나는 이람 씨보다 나이도 많은데, 사람 대하는 태도나 처신은 오히려 이람 씨만도 못해. 가끔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순진해.’“왜 그런지 알고 싶어?”연훈이 말했다.연나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눈을 부릅떴다.“말해 봐!”“하준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몰라.”연훈은 은테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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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이람은 이런 이야기를 또 듣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막상 알고 나니 전혀 놀랍지는 않았다. 하준은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했다.그리고 이 일을 꺼내는 하준의 차가운 태도만 봐도, 그가 연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건 분명했다.만약 좋아했다면, 하준은 이람이 아닌, 연나를 여자친구로 삼았을 것이다.“부연나 씨와는 오늘 초면이예요. 저희가 가짜 연애 중이라는 것도 아직 아무도 모르는데, 왜 부연나 씨는 저한테 그렇게 적대적인 걸까요?”하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마 예전에 우리를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이람은 잠시 생각했다.‘그럴 수도 있겠네. 부연나 씨가 내 이름을 정확히 불렀으니까.’‘그래도 너무 심한 질투 아닌가? 설령 부연나가 우연히 나를 일방적으로 본 적이 있다 해도, 밖에서는 하준 씨랑 내가 친밀한 행동을 한 적도 없는데...’‘그 정도로도 질투를 하고,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 걸까?’‘게다가 나 때문이 아니잖아. 부연나가 좋아하는 건 서하준인데...’‘봐야 할 건 서하준의 태도지... 서하준 옆에 있는 여자만 노려보는 건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거잖아.’‘서하준 주변에 있는 여자가 나 하나뿐일 리도 없고... 여자 하나 나타날 때마다 상대하려면 부연나도 정말 피곤하지 않을까?’‘더군다나 부연훈 부대표는 서하준의 절친이고, 서하준이랑 부연나 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둘이 사귀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면 진작에 됐겠지. 지금처럼 혼자 마음앓이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 거야.’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람의 마음이 갑자기 묵직하게 가라앉았다.마치 과거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다른 점이 있다면, 서하준은 철저히 무관심했지만, 강제헌은 나랑 결혼하는 데 동의했고, 나한테 많은 희망을 줬다는 거지.’그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람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마침 하준이 말을 꺼내자, 이람의 생각이 끊어졌다.“불편해요?”이람은 그 말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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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하준은 흠잡을 데 없이 그럴듯한 명분을 하나 만들어 냈다.“남 실장한테 들었어요. 이람 씨가 퇴사한다면서요. 왜 저한테는 말을 안 했어요?”이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는 놀라지 않았다.“말씀드릴 틈이 없었어요.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준 씨를 못 뵀거든요.”그리고 이람은 퇴사 이유를 담담하게 덧붙였다.“제 커리어 계획이랑 관련이 있어요. 앞으로 민서랑 같이 창업하려고요. 민서가 저를 3년이나 기다렸거든요. 이제는 민서랑 함께 해볼 생각입니다.”민서와 이람은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일을 벌이기 시작한 셈이었다.이람은 이혼 이후,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집중력을 전부 자기 자신에게 쏟고 있었다.잃어버렸던 열정을 다시 찾았고, 더 많은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몸 안에 에너지가 넘쳐흘렀고, 써도 써도 남아도는 기분이었다.이런 감각은 난생처음이라 할 만큼 좋았다.확실히 몸이 먼저 말해 주고 있었다.자신은 제헌과 맞지 않았다고.“하준 씨 회사에 딱 3년 있었네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 묘해요.”민서가 말했듯, 그렇게 여유 있는 회사들이 많았는데도, 이람은 왜 하필 하준의 회사를 선택했을까?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모든 일도 없었을 것이다.하준 역시 이람이 언젠가는 퇴사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녀의 능력이라면, 평생 비서로만 머무를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이람 씨에게는 잘 된 일이네요.”“감사해요.”이람이 말했다.“하준 씨가 더 놀라실 줄 알았어요.”하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그럼, 처음에는 왜 제 비서가 된 거예요?”그는 지금까지 이 질문을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이람은 잠깐 말을 멈췄다.그건 제헌과 얽힌 과거였고, 제헌과 함께했던 시간의 디테일이었다.그런 이야기들은 이람 스스로도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이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준은 대충 짐작한 듯했다.“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사실 하준 역시 듣고 싶지 않았다.이람이 입을 열기만 하면, 제헌을 향한 질투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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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하준은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올 뻔했다.‘강제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이번에는 또 어린 남자애야?’‘설마 이람 씨는 이건이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어린 쪽을 좋아하는 건가?’‘아니면 왜 상황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이놈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오려고 했겠어.’‘심지어 나보고 먼저 돌아가라고까지 했잖아. 혼자 오려고.’그 생각들이 하준의 머릿속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하준은 지난번 바에서 진결과 스쳐 지나간 기억을 떠올렸다.그때는 이름조차 몰랐던 남자였다.이람이 굳이 이 남자를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때문에 하준은 진결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하준의 깊고 날 선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진결을 훑었다.그리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이름이 뭐야?”서늘한 시선에 온몸이 훑어지자, 진결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버렸다.이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 반가워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감격해서 울컥할 뻔했지만, 지금은 웃는 표정조차 감히 지을 수 없었다.진결에게 서하준이라는 존재는 인상이 너무 강렬했다.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데도, 압도적인 위압감이 있었다.본능적으로 겁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지난번에는 잠깐 마주치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떴지만, 지금은 이런 외딴곳이라 도망칠 수도 없었다.솔직히 말해, 여기서 한 대 얻어맞고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겁에 질려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진결은 이람을 한 번 보고, 다시 하준을 보며, 가슴속의 공포를 억지로 누른 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서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전에 한 번 뵌 적 있어요.”진결은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하준의 성이 ‘서’라는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차라리 안 만났으면 좋았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람은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고, 하준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걸어나왔다.하준은 티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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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이람은 진결을 안심시키듯 말했다.“걱정하지 마. 서 대표님은 너한테까지 뭐라 하실 분 아니야.”이람은 하준의 반응을 애써 무시한 채, 진결의 감정을 달래는 데 집중했다.하준은 무심코 손을 한 번 움켜쥐었다가 풀었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차갑게 진결을 바라봤다.진결은 하준과 눈을 마주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하지만 그 시선에 담긴 위험함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진결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저, 정말... 정말 괜찮은 거죠?”이람은 진결이 하준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었다.대기업 대표 특유의 강한 기세,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서하준을 보고 겁먹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었다.이람은 하준을 힐끗 바라보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어린 대학생을 그렇게 무섭게 빤히 보지 말아요. 애가 너무 긴장될텐데.’하준은 입술을 더 단단히 다물었다.‘나야말로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안 했는데...’‘도대체 주진결이 왜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 거지?’그런데도 이람은 진결의 반응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이람은 진결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에 엉켜 있는 풀잎을 보고 나서 먼저 상황부터 물었다.“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진결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도 났고 웃기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공포와 두려움이었다.너무 겁먹은 모습을 보이면 창피할 것 같아서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어제 단역 오디션을 봤어요. 사극에서 호위무사 같은 작은 역할이었는데, 1차는 붙었고 오늘 2차였어요.”“감독님 반응이 좋아서 거의 확정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경쟁이 너무 심했어요. 조연 하나에도 사람들이 달라붙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를 노린 것 같아요.”거기까지 말하던 진결은 뒤늦게 공포가 밀려왔는지 잠깐 목소리가 굳었다가, 이람을 보며 말을 이었다.“면접 장소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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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이람은 하준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다.하지만 그녀는 진결을 믿었다.진결은 평소에도 SNS를 자주 올렸다.학교 생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보는 일상 같은 것들.하루 동안 뭘 했는지 기록하는 브이로그도 찍었는데, 배우 지망생이라서인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촬영했고, SNS 팔로워 수도 많지 않았다.그 모든 기록은 조작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살아 숨 쉬는 한 사람의 일상이었다.이람은 진결을 단 한 번밖에 직접 본 적이 없었지만,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신뢰가 생겼다.이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진결이 급히 말했다.“제가 말씀드린 거 전부 사실이에요. 거짓말 하나도 없어요!”하준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물었다.“왜 하필 이람 씨한테 연락했어?”이람은 진결을 믿었고, 하준이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 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결의 눈을 보고 있었다.사람의 시선은 많은 걸 말해 준다.진결의 눈에는 거짓이 없었다.하준 역시 느끼고 있을 것이다.이렇게 순진한 풋내기가, 자기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늘어놓을 배짱은 없다는 걸.‘왜 이렇게까지 캐묻지? 오늘따라 유난히 조심스러운 건가?’이람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진결은 시선을 피하며 더듬거리듯 말했다.“상황이 너무 급해서요. 그래서 이람... 누나한테 연락했어요.”하준은 진결이 이람을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이람이 진결을 보며 말했다.“내가 여기까지 왔잖아. 숨기지 말고 말해.”그 말에 진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저...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여기엔 친척도 없고,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어요. 친구들한테 말하면, 농담으로 들을 것 같았고요. 다들 각자 바빠서...”진결은 고개를 들어 이람을 한 번 바라봤다.“이람 누나는... 처음으로 저를 무시하지 않은 손님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한 번 연락했어요.”“누나, 이런 일은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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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람은 진결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진결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이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호스트바에서 일할 때의 능숙한 눈빛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지금의 진결은 뻔뻔하지도 못했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조심스럽고, 위축돼 있었다.“난 너 믿어. 우리랑 같이 가자.”하준의 시선이, 진결의 어깨에 올려둔 이람의 손 위에 멈췄다.하준은 다가와서 아무렇지 않은 듯 이람의 손을 떼어 냈고, 그 과정에서 무심하게 진결을 한 번 훑어봤다.이람은 하준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보고, 다시 하준을 바라봤다.하준도 그 시선을 느끼고 이람을 마주 봤다.이람은 남자의 눈에서 아주 희미한 불쾌함을 읽었다.‘서하준이 왜 진결이한테 이런 미묘한 적대감을 보이지?’‘보통 대기업 대표라면, 진결 같은 애는 아예 신경도 안 쓸 텐데... 감정이 움직일 이유조차 없잖아. 서하준... 왜 이러지?’하준은 이람의 손을 놓았다.그 순간, 진결은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이 길은 포장이 안 된 흙길이라 울퉁불퉁했고, 균형을 잃은 진결은 그대로 넘어지며 엉덩이를 작은 돌에 부딪쳤다.“윽...”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얼굴을 찡그렸다.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지경이었다.진결은 자신도 모르게 넘어진 게 너무 창피했다.이보다 더 망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제발 아무도 못 봤으면...’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이람과 하준의 시선이 그대로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진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그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이람과 하준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옆으로 선 채 입을 다물었다.마치 벌서는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하준은 조금 안심이 됐다.‘내가 너무 예민했나 보네. 주진결은 이건이만큼 영리한 애도 아니야.’이람은 하준을 돌아보며 물었다.“아직도 진결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세요?”하준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차 쪽으로 걸어갔다.젊은 애 하나와 더 엮일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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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이람은 문득 이건이 떠올랐다.‘이건이 내 앞에서 이렇게 울기라도 하면, 그건 해가 서쪽에서 뜨는 날이겠지.’“울기까지 해? 하하, 울지 마. 오늘 주말이잖아, 우리 그렇게 급한 일도 없고. 일단 촬영장부터 가 보자.”“이번에 기회가 아니어도 다음이 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지, 운이 좋을 수도 있고.”진결이 우는 걸 보자 이람은 자연스럽게 걱정하고 다독였다.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물이라는 영역에서는, 하준은 확실히 젊은 사람을 이길 수 없었다.하준은 아주 어릴 때부터, 울지 않는 사람이었다.진결도 울고 싶어서 우는 건 아니었다.너무 창피했고, 스스로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도저히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차에 타고,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에서야 진결의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리고 공포가 가신 뒤에는, 뒤늦은 후회와 두려움이 밀려왔다.법치 사회에서 질투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정말로 큰 해를 입히지는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무서웠고, 억울했고, 이해되지 않았다.지금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지...진결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오디션을 볼 때마다 연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하지만 누군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 진결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가볍게 빼앗아 갔다.공정한 경쟁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런데 이람은 확실한 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결을 데리러 와 줬고, 진결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며 조금 더 멀리 돌아가더라도 촬영장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진결의 불안과 초조, 좌절은 이 순간, 이람에게 단단히 받쳐지고 있었다.심지어 가족조차도 진결에게 이런 배려를 베픈 적은 없었다.이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이런 선의가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어린 대학생에게 얼마나 귀하고, 얼마나 큰 의미인지...그리고 진결이 이람에게 얼마나 깊이 감사하고 있는지도.이람은 진결에게 이렇게까지 해 줄 의무가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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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하준은 이람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아주 짧은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이람과 관련된 일 앞에서는 하준은 더 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언제나 감정이 먼저였다.그림도 그랬고, 진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진결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게다가 울기까지 하는 애였다.그런데도 하준은 이유 없이 진결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이람이 자신을 배려하는 순간, 진결의 존재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마치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이람 앞에서 그동안 하준의 마음을 짓누르던 우울이 단숨에 사라진 것처럼.그는 왜 일주일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는지도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이람이 곁에 있기만 하면, 하준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가끔은 심장 박동이 빨라서 어지러울 정도로.예를 들어, 이람의 사소한 한마디 걱정에도 하준은 묘하게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람은 시간이 촉박해서 차를 빠르게 몰았지만, 운전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었다.진결의 눈에 비친 이람은 정면만 바라본 채 극도로 침착하게 핸들을 제어하고 있었다.흔들림 없이, 깔끔하고 단정하게.이건 주관적인 호감이 아니라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멋’이었다.남자든 여자든, 한 번 보면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진결은 무의식적으로 이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선을 느꼈다.놀라서 고개를 들자 백미러 너머로 하준의 눈과 마주쳤다.진결은 갑자기 온몸이 굳었다.등에 식은땀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그제야 진결은 깨달았다.‘이람 누나랑,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서 대표님은 같이 온 거였지.’‘지난번 술집에서도 서 대표님을 봤고.’‘두 분... 연인인 걸까? 그런데 또 연인치고는 너무 담담해 보이는 사이인데...?’궁금했지만, 이람도 하준도 아무 말이 없었기에 진결은 더 묻지 않았다.그건 분명히 사적인 영역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큰길로 접어들었다.도로가 평탄해지자, 이람은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이제 안 흔들릴 거야. 속도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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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상진은 한눈에 하준과 이람을 알아봤다.‘저 두 사람은... 유재원조차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잖아.’상진은 예전에 롤스로이스 상류층 초청 연회에서 재원을 알게 됐다.그날 브랜드 측에서 상진을 홍보용 얼굴마담처럼 불러 세웠고, 그 자리에서 재원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수십억짜리 차를 계약하는 모습을 봤다.그렇게 상진은 재원을 알게 됐다.재원의 집안은 은행을 운영하는 가문이었다.몇 대에 걸쳐 쌓아 온 자산이 얼마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돈도, 자본도, 권세도 모두 갖춘 사람.태어날 때부터 권력과 지위, 부를 손에 쥐고 태어난 J시의 황태자였다.상진은 운 좋게 한 작품이 크게 터지면서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재원 같은 사람 앞에서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상진은 재원의 인맥이 어떤 세계에까지 닿는지도 직접 봤다.그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의 배경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컸다.재원조차 고개를 낮추는 인물이라면, 상진이 멍청하게 관계를 관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상진은 직접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우회해서라도 연결고리를 만들어 둘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상진이 매니저에게 물었다.“방금 뛰어들어간 애, 누구야?”매니저는 역시 소문에 밝았다.“주진결. 어제 우리 작품 오디션 봤던 애야. 연기 진짜 좋았어. 감독님이 꽂혀서, 오늘 재오디션만 보면 바로 붙을 분위기였는데...”“뒤에 빽 있는 리소스 배우의 못난 아들이 질투 한대. 같은 역할 경쟁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배 아파서... 주진결 잘되는 꼴을 못 본 거지. 그래서 사람 시켜서 외딴 데다 버렸대. 지지리 운도 없지.”사실 이런 일은 업계에서는 아주 드문 일도 아니었다.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은 훨씬 더 다양했다.연예계는 겉으로 다 드러나는 명백한 욕망의 장이었다.경쟁은 극심했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암투에선 누구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밀려났다.딱 하나 크게 터지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그때부터는 주변에 전부 ‘좋은 사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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