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조이람이 아이를 잃던 날, 강제헌은 첫사랑의 귀국을 축하하고 있었다. 남편을 위한 3년간의 헌신과 함께 한 시간. 하지만 제헌이 내뱉은 말은 잔인했다. “그냥 집안일 하는 가사도우미였을 뿐이야.” 그날, 이람은 모든 미련을 버리고 이혼을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조이람은 미련 덩어리야. 절대 못 떠나.” “형수님? 늘 그랬던 대로 하루면 돌아오겠죠.” “...” “하루는 무슨, 반나절이면 충분해.” 제헌은 웃으며 확신했다. 하지만 이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복귀하고, 꿈을 좇고,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 안에 이람의 흔적이 사라져갔다. 그제야 제헌은 깨달았다. 그녀가 진짜로 떠났다는 현실을.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업계 행사장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눈부시게 웃고 있는 이람을 다시 마주했다. 질투, 후회, 분노.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온 순간. “조이람,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그 순간, 한 남자가 이람 앞을 가로막는다. 냉랭한 눈빛, 단호한 목소리. “네 형수 건드리지 마.” 서하준이었다. 처음엔 사랑이 아니었다. 그러나 뒤늦게 사랑하게 됐을 땐, 이미 조이람 곁에 강제헌의 자리는 없었다.
View More“내 남자는... 너보다 강하니까.”제은은 알고 있었다. 이건은 진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제은의 집안이 좋고, 제은이 재벌가 막내딸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거나 떠받들 사람이 아니었다.이건이 누군가에게 잘해 준다면, 바로 상대의 진심을 느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이건이 왜 그렇게 제은의 접근을 질색했겠는가?제은에게는 온갖 문제가 있었다. 가치관도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그런 제은은 천천히 이건에게 끌려 나오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제은이 달라진 건 이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은 스스로 달라지고 싶어 했다.제은은 여전히 자신이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과 함께 있는 일은 제은에게 더 나아지는 기회였다. 이건과 함께 있으면 제은은 더 좋은 방향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그게 좋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장점이었다.제은은 이건을 좋아하게 된 것이 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제은처럼 비뚤어진 사람들하고만 어울렸다면, 제은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고를 쳤을 것이다.제은은 지금의 모든 것이 좋았다. 이건과 사귀기 시작한 뒤에도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집에서 지냈다. 아직 같이 살지는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 생활 방식의 차이 때문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까 봐 조금 걱정했다. 이건도 동거에 대해 따로 말한 적이 없었다. 아마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대신 두 사람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여행을 갔고, 때로는 제은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두 사람은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다. 어디를 가든 인증 사진을 남기고, 날짜와 장소를 기록했다. 전부 제은이 원해서 한 일이었다.제은은 원래 그런 의식 같은 것을 좋아했다.이번 주말에는 원래 가까운 해외에 나가기로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모진과 모연을 본 지 오래되어, 결국 둘이 아이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제은이 이건과 사귀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함께 이람의 집
이건은 건민을 한 번 바라보았다.“같이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야.”건민은 꽤 놀랐다. 조이건이라는 사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건민은 이건이 겁이 많아 다치는 걸 두려워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이건은 그런 것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건민이 다시 물었다.“그럼 너희 사이는 언제 공개할 생각인데?”이건이 대답했다.“흘러가는 대로.”제은도 곧바로 맞장구쳤다.“알아야 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난 일부러 뭘 꾸미는 거 싫어.”건민은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결혼할 때쯤 되서 집안에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다만 전제는 제은이 갑자기 제정신이 아닌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너무 젊었다. 지금은 결혼 같은 먼 이야기보다는 연애가 훨씬 현실적이었다.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식사가 끝난 뒤.건민은 제은을 따로 불러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왜 갑자기 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한 거야?”제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나도 마음잡고 연애하는데, 너도 이제 좀 크고 철들어야지.”“웃기네. 나 원래 성숙하거든?”건민은 눈을 굴렸다.‘나도 단지 조금 게으를 뿐이야.’접대 자리에서 어떻게 굴어야 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건민은 이미 너무 잘 알았다. 사업을 하고 계약을 따내는 일도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게 많았다.건민이 일을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지금은 그저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클 뿐이었다.제은이 건민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제은이 한 말은 더 이상했다.건민이 제은을 가늘게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해.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제은은 건민에게 괜히 뜸 들이지 않았다.“있긴 해. 근데 아직 확실한 소식은 아니야.”건민의 태도가 조금 진지해졌다.“나랑 크게 관련 있는 일이야?”“당연하
그 말이 나오자마자 건민과 수범은 당장이라도 식탁을 엎고 나가고 싶은 표정이 됐다.반면 영미는 완전히 달콤한 장면을 목격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제은과 이건을 관찰하고 있었다.제은은 이건을 돌아보았다. 이건이 제은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트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거리는 지나치게 가까웠다.이건은 무의식적으로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진짜야.”이건은 잘생겼다. 하지만 남자 특유의 허세가 없었다. 어디서든 멋있는 척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 건민처럼 존재 자체에서 허세가 넘치는 타입도 아니었다.그런데도 이건은 멋있었다.심지어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멋있었다. 제은은 그런 이건이 퍽 마음에 들었다.이건은 제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물었다.“나 못 믿어?”제은은 아낌없이 칭찬했다.“아니. 너한테 반했어. 방금 너무 잘생겨서.”이건은 잠시 멈칫했다.수범은 제대로 큰 충격을 받았다.“이런다고?”수범은 곧바로 건민을 붙잡고 말했다.“야, 하 이사도 말해 봐. 이거 못 봐 주겠지?”건민은 수범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난 모태 솔로가 괜히 여기서 시샘하는 것만 보이는데.”“하 이사, 나가.”건민은 뻔뻔하게 버텼다.“내가 왜 나가? 근데 지 대표 마음은 이해해. 계속 보면 확실히 버티기 힘들긴 하다.”건민은 다시 제은을 보며 말했다.“연애하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긴 하네.”건민은 제은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빠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제은이 이건과 함께 있는 모습은 예전의 연애 흉내와는 달랐다. 어쩌면 두 사람은 정말 오래 갈지도 몰랐다.‘나이 먹으면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나?’하지만 건민은 아직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가 일을 많이 맡겨 예전보다 조금 바빠졌을 뿐, 마음가짐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그런 건민에게 제은의 변화는 꽤 낯설었다.물론 건민과 친구들은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제은이 바로 한마디 던졌다.“너도 아네?”건민은 괜히 삐딱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네 친구인 거 잊지 마라. 이럴 때 괜히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고.”“사실을 말했을 뿐이야.”제은은 이건에게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았다.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 단단하고 믿음직한 사람. 남자친구로도 잘 어울렸고, 남편감으로도 꽤 괜찮았다.이건은 제은이 자신을 두둔하는 말을 듣고 당연히 기분이 좋아졌다. 테이블 아래에서 이건은 드물게 먼저 제은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을 감싸 쥔 채, 엄지로 가만히 쓸었다. 유혹하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연인 사이의 작은 친밀감이었다.제은이 고개를 돌려 이건과 눈을 맞췄다.건민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됐다, 됐어. 이런 자리에서까지 티 내지 마. 밥맛 떨어진다.”이번만큼은 수범도 건민 편이었다.“나도 동의. 아직 밥 제대로 못 먹었다.”영미는 건민과 수범이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연애하면서 조금 티 내면 어떤가?게다가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사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영미가 보기에도 제은과 이건은 외모만 놓고 봐도 무척 잘 어울렸다.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눈길이 가는 조합이었다.제은은 대놓고 들이대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다. 그런 사람들은 목적이 너무 뻔히 보여서 오히려 긴장감이 없었다.하지만 이건의 행동은 담백한 집밥 같았다. 가끔 맛보면 묘하게 오래 여운이 남는 그런 것.다른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손을 잡는 건 별것 아닐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이 이렇게 하니, 제은은 이상하게 달콤했다.제은이 입을 열었다.“내 소원은 말이지.”제은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건을 보았다. 이어 다른 사람들도 한 번씩 둘러보았다.“너희는 절대 못 맞힐걸?”건민이 바로 말했다.“그럼 그냥 말해.”이건도 조용히 말했다.“듣고 싶어.”수범과 영미는 재촉하지 않고 제은이 말하기를 기다렸다.제은은 혀를 차듯 짧게 웃었다. 갑자기 조금 민망해졌다.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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