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조이람이 아이를 잃던 날, 강제헌은 첫사랑의 귀국을 축하하고 있었다. 남편을 위한 3년간의 헌신과 함께 한 시간. 하지만 제헌이 내뱉은 말은 잔인했다. “그냥 집안일 하는 가사도우미였을 뿐이야.” 그날, 이람은 모든 미련을 버리고 이혼을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조이람은 미련 덩어리야. 절대 못 떠나.” “형수님? 늘 그랬던 대로 하루면 돌아오겠죠.” “...” “하루는 무슨, 반나절이면 충분해.” 제헌은 웃으며 확신했다. 하지만 이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복귀하고, 꿈을 좇고,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 안에 이람의 흔적이 사라져갔다. 그제야 제헌은 깨달았다. 그녀가 진짜로 떠났다는 현실을.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업계 행사장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눈부시게 웃고 있는 이람을 다시 마주했다. 질투, 후회, 분노.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온 순간. “조이람,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그 순간, 한 남자가 이람 앞을 가로막는다. 냉랭한 눈빛, 단호한 목소리. “네 형수 건드리지 마.” 서하준이었다. 처음엔 사랑이 아니었다. 그러나 뒤늦게 사랑하게 됐을 땐, 이미 조이람 곁에 강제헌의 자리는 없었다.
더 보기친구들은 다들 원래부터 관계가 좋았다.남진이 말했다.“이람 씨랑 진 대표님이 먼저 가버리니까, 휴가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서 대표님도 잠깐 있다가 결국 못 참고 당신 보러 가자고 해서요. 저희도 그냥 같이 돌아왔고요. 장 대표님이랑 나솔 씨는 아직 휴가 중이에요.”연훈은 임영에게 바로 용건을 꺼냈다.“병원 검사 결과 나왔어요?”임영은 바로 이람의 서류를 내밀었다.“이건 조 대표님의 혈액 검사 결과고요. 이건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 목록입니다.”연훈은 서류를 받아 들고 임영에게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연훈은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연훈은 서류를 하준에게 건넸다.하준은 꼼꼼하게 확인했다.다행히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일은 애초에 이람이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이었다.그리고 만약 조금이라도 더 위험한 상황으로 흘러갔다면...이람이 다치는 것 자체를 하준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준은 서류를 다시 임영에게 돌려주었다.임영에게 하준이 남긴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 너무 강렬했다. 임영은 하준에게 예의를 갖추는 동시에 깊은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무서웠고,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해서 대표님께 누가 될까 조심스러웠다.그런데도 임영은 분명히 느꼈다. 하준이 이람을 정말로 아끼고 있다는 걸.그는 외모도 눈에 띄게 뛰어났고, 분위기도 단단했으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세심했다. 임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하준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친구들 모두가 이람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임영에게는 괜히 기분 좋게 다가왔다. 해리가 ‘한번 만나기만 하면 이람의 ‘친정 식구들’은 다 하준 편이 된다’라고 했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임영도 실제로 보니 딱 그 말 그대로였다.이람은 하준의 상태를 느끼고 있었다.그래서 더 말하지 않았다.이람은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한 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한 뒤 하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가는 내내 하준은 이람의 손을 놓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이람이
지후는 순간 멍해졌다.“형?”그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제헌이 형이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서하준을 형이라고 부르다니.’어릴 때부터 쭉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후는 이 형제 둘이 이런 방향으로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난 유재원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은데...’‘그런데 제헌 형이랑 서하준이 ‘형제 우애’ 같은 걸 한다고?’‘말도 안 되지.’지후는 확신했다. 제헌은 진짜로 미쳐 있었다.하준은 입술을 단단히 다문 채 시선을 제헌의 뒤통수에 고정하고 있었다.제헌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하준을 한 번 바라봤다. 눈빛은 날이 서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걸려 있던 그 웃음은 차가웠다. 방금 내뱉은 ‘형’이라는 호칭에 좋은 뜻을 담았을 리 없었다.제헌은 말을 마치고 나서 이람을 깊게 한 번 더 바라본 뒤, 그대로 돌아섰다.기성은 경호원에게 이끌려 함께 자리를 떴다.지후와 윤정도 제헌을 따라갔다.하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굳게 쥔 주먹은 여전히 그대로였다.재원은 지후에게 몇 마디라도 더 해보려 했지만, 지후가 너무 빠르게 가버렸다.분위기가 이미 최악이라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재원이 입을 열었다.“강제헌 미친 거 아냐? 하준아, 너희 둘 무슨 얘기했어? 갑자기 왜 형이라고 불러?”재원은 이미 이람에게서 이번 일이 제헌과는 무관하다는 걸 들었다. 형제끼리 몸싸움이 안 벌어진 것도 이해는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헌이 갑자기 하준을 형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꽤 놀랄만한 일이었다.이람도 고개를 끄덕였다.제헌의 입에서 그 ‘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으니까.하준이 아까 안으로 뛰어 들어간 건 기성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하지만 제헌이 떠나며 남긴 그 한 마디는... 분명 형제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팽팽한 힘겨루기였다. 너무 오래 알고 지냈고, 너무 깊이 얽혀 있었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
제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준의 말을 들었지만,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알 수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웠다.“난 뭐든 네 손을 한 번 거쳐서, 그다음에 내 차례가 되는 게 싫어.”하준은 낮게 말했다.“강제헌, 원래 난 먼저 가질 수도 있었어. 그냥 네 운이 유난히 좋았던 것뿐이야.”하준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기성 쪽으로 옮겼다.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난 미리 손에 쥐는 걸 더 좋아해. 선후? 이번엔 내가 먼저야.”기성은 하준이 제헌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하준은 갑자기 손목에 차고 있던 고가의 기계식 시계를 풀었다. 시곗줄을 손안에 감아쥐고, 그대로 주먹을 말았다. 시계는 그대로 너클처럼 변했다.그리고 하준은 기성에게 다가왔다.그제야 기성은 알아차렸다.‘아... 이 인간, 지금 뭘 하려는 거지.’공포로 동공이 거의 점처럼 줄어들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애원할 틈도 없었다.복부에 충격이 들어왔다.아까 이람의 경호원들에게 맞았던 두 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배 안쪽이 전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장기가 망가지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기성은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하준은 단 한 번만 때리고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시계를 다시 손목에 찼다. 방금 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기성을 붙잡고 있던 경호원 두 명도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준이 손을 거두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얼굴에는 충격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하준은 고개를 돌려 제헌에게 말했다.“다시는 H시에 이 자식 안 보이게 해.”제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제헌은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 기성은 그걸 알고도 이런 짓을 저질렀다. 그러니 여기에 더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다만 제헌은 하준과 이렇게까지 뜻이 맞는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하준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기성을 봤다.‘저 인간이구나.’기성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극도의 공포 속에 있었는데, 하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순간, 남아 있던 이성마저 무너졌다. 얼굴은 더 이상 창백해질 수도 없을 만큼 질렸다.제헌에게 맞는 건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준은 달랐다.‘이건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눈이 아니잖아...’하준의 시선은, 마치 이미 죽은 존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온기가 전혀 없었다. 그 차가움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제헌은 그런 하준을 보고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눈에는 오래 쌓인 감정이 그대로 떠올라 있었다.“못 올 줄 알았는데...”제헌은 낮게 말했다.“그래도 결국 늦었네. 쓸모없는 놈.”하준은 제헌을 바라봤다. 시선은 깊었고 목소리는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처럼 낮았다.“이 일, 너랑은 상관없지?”“있다고 하면?”제헌은 다시 한번 비웃었다.하준은 제헌을 몇 초 더 바라봤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일에 제헌은 직접적으로 얽혀 있지 않다는 걸.“그럼 넘겨.”하준은 짧게 말했다.“이 사람이... 나한테.”기성은 그제야 하준의 말 속 ‘이 사람’이 자기라는 걸 깨달았다. 공포가 한꺼번에 터졌다.“대표님, 제발... 살려주세요...”제헌은 아직 기성에게 풀지 못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하준에게 바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그래, 넘길 수는 있지.”제헌은 천천히 말했다.“근데 뭐든 순서가 있는 거 아냐?”기성은 제헌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제헌이 하준과의 관계 때문에 자신을 잠시라도 감싸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그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대표님... 진짜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제발 한 번만...”제헌은 시끄럽다는 듯 기성을 내려다봤다.“지금 죽기 싫으면, 입 다물어.”기성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 상황이 주는 압박은 기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이제야 느껴졌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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