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야, 만약 재스민의 운영 업무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전문 팀을 구해줄게. 예전에 민지현 팀을 불렀던 것처럼 말이야. 앞으로 넌 오직 그림에만 전념해. 넌 내가 지켜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면 돼.”송남지는 입술을 가볍게 떨며 고민에 빠졌다.‘이대로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만 머물러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벽을 넘지 못해 영영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고 마는 걸까.’잠시 후, 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가를 덮고 있던 따뜻한 수건을 걷어냈다. 그리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하정훈을 돌아보았다.“정훈 씨, 나 조금만 더 도전해 볼래요.”‘결국 일은 사람이 하기 나름이야. 남들도 다 해내는 일을, 나라고 못 해낼 이유가 어디 있겠어?’하정훈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송남지가 그림 외의 일에 계속 매달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망설이고 있었다.오늘 같은 좌절을 그녀가 또 겪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하정훈이 신중하게 입을 뗐다.“남지야, 사실 나는 지금 네가 그림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어.”송남지는 의아한 듯 조금 낙담한 기색으로 물었다.“왜요? 내 실력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하정훈은 송남지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목소리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한없이 부드러웠다.“네 실력을 믿어. 다만 네가 상처받는 걸 더는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하정훈의 눈에 송남지는 한 송이 순백의 치자꽃 같았다.그는 그녀가 티 없이 피어날 수 있도록 영원한 여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그래서 이 하얀 치자꽃이 추운 겨울 속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못내 마음 아팠다.송남지는 입술을 깨물며 숨을 크게 내뱉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사실 저 어릴 때 성적은 평범했거든요. 이웃들은 여자애가 예쁘기면 하면 됐지, 공부는 그저 덤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죠. 그땐 어려서 그 말이 정답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고 속삭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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