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쓴 남편

가면을 쓴 남편

By:  은지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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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애와 3년 결혼 생활. 송남지는 평생 윤해진과 함께할 거라 믿었다. 비행기 추락 사고 소식이 들려왔을 때 죽음조차 둘을 갈라놓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너무도 잔인했다. 윤해진은 죽은 게 아니라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 있었다. 송남지가 믿어온 사랑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송남지는 끝내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스스로 이 어리석은 사랑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집안에서 정해준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경 상류 사회의 중심, 하씨 가문의 장남 하정훈이 이혼녀를 아내로 맞았다는 소식은 곧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송남지조차도 생각했다. 하정훈이 자신을 택한 건 단지 몸에 병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치른 것이라고 말이다. 하씨 가문에서 원하는 걸 얻은 만큼 송남지는 아내로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당신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 하나 입양하죠. 제가 당분간 몸을 숨기고 지내다가 세상에는 제 친자식이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 말에 하정훈은 송남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낮게 웃었다. “그렇게 원하면 그냥 솔직히 말해. 자기가 원하는 걸 내가 못 들어줄 이유가 없잖아.” 주변 사람들은 잘나가는 재벌 도련님이 왜 굳이 아내에게 매달리며 자신을 낮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수군거렸다. 하지만 하정훈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입꼬리를 비웃듯 올리며 말했다. “아내한테 매달려서 뭐가 나빠?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다 얻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하정훈을 조롱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온 짝사랑이 얼마나 쓰라린 기다림이었는지 그리고 그 끝에 마침내 손에 넣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길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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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조금만 살살해. 강현 씨... 더는 못 버티겠어.”

옆방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신음과 침대 머리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송남지의 귀를 찢듯 들어왔다.

송남지가 손을 꽉 쥔 나머지 손바닥에 손톱이 박혔고 살이 쑤시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도 가슴속에서 울리는 통증에는 미치지 못했다.

송남지는 가슴이 한 움큼씩 조여 오는 듯 숨이 막혔다.

오늘은 원래 송남지가 목숨을 끊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이었다.

49일 전, 윤씨 가문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남편 윤해진과 첫째 윤강현이 탄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윤강현은 돌아왔지만 윤해진은 그 비행사고에서 죽었다고 했다.

그날 밤, 송남지는 울다가 실신했다.

윤해진이 떠난 지 49일이 되자 그 뒤로 송남지가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졌다.

송남지는 한 달이 넘도록 수면제를 모았고 그래도 윤해진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다고 느꼈다.

그래서 수면제를 들고 윤해진의 묘 앞으로 가려던 그날, 윤씨 가문의 정원에서 시어머니 손윤영과 장남 윤강현의 대화를 엿듣고 말았다.

“해진아, 너 말이야. 한 달이 넘었는데 상미는 아직 임신하지도 않았어. 혹시 상미 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네가 형인 척해서 우리 가문에 씨를 남겨주려고 한 건데 상미는 기운도 없고 별다른 반응이 없어. 이러면 곤란한데... 원래 네 아내도 임신이 잘 안되는 체질이었으니... 우리 윤씨 집안도 참 애나구나.”

그 순간, 송남지는 정원에서 쓰러질 뻔했고 화단에 손을 짚은 채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흐려진 나머지 송남지는 자기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했고 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그래서 송남지는 윤해진이 사실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윤강현이었고 결혼 몇 년 동안 송남지가 아이를 못 낳자 윤씨 가문은 더러운 수단을 쓴 것이다.

송남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줄곧 함께 살았던 남편 윤해진이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과연 시어머니가 윤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한 짓일까?’

하지만 윤해진이 입을 열자 송남지의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엄마, 상미는 몸에 문제 없어요. 임신도 시간이 필요한 거고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이라니.’

윤해진은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그는 거의 밤을 새며 쉬지 않고 아이를 만드느라 노력했다.

처음에는 사고 후 부부가 서로를 달래는 애정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피도 안 마르는 역겨움만 남았다.

윤해진은 곧이어 말했다.

“엄마, 앞으로는 집 안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만에 하나 상미가 들으면 견디지 못할 거예요. 원래 연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 형이 죽었다는 걸 알면 못 버틸 수도 있어요.”

그제야 송남지는 깨달았다.

윤해진은 절대 누구한테 강요당한 것이 아니었다.

윤해진은 스스로 허상미를 걱정하고 그녀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송남지는 화단 옆에 털썩 주저앉아 쓴웃음을 지었다.

‘허상미가 윤강현의 죽음을 알게 되면 못 버틸지도 모른다니... 이게 말이 돼? 그렇다면 정작에 나 자신은 어쩌란 말이야. 허상미가 연약하고 겁이 많아 못 버티는 사람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누가 들으면 웃고 마는 이야기였다.

이게 바로 송남지가 매일 맞이해온 남편의 진짜 얼굴이었다.

자신이 윤해진의 묘 앞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송남지는 얼굴을 꼬집고 싶어졌다.

혼자 다른 세상에서 쓸쓸히 외로워할까 봐 걱정했던 자신과 반대로 윤해진은 형수의 심신을 걱정했고 처자식을 위해 자신이 대신하려 했다. 사실 어쩌면 윤해진은 원래부터 그렇게 비정한 선택을 한 사람이었다.

송남지의 눈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손에 쥔 수면제 병을 더욱 꽉 쥐었다. 과거 윤해진과 함께했던 달콤한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때 윤해진이 손으로 재생기를 꺼버린 듯 모든 기억이 단번에 멈춰 섰다.

송남지는 몰래 그들이 함께 지냈던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 옆 서랍 위에는 그들이 유럽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송남지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지금의 웃음과는 너무도 달랐다. 지난 한 달 동안 송남지는 그 액자를 안고 있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정말 우스웠다.

송남지는 그 액자를 내던져 깨뜨렸고 동시에 윤해진과 6년의 연애와 3년의 결혼 생활도 산산조각났다.

바로 그때 송씨 가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고 이후 송남지의 어머니는 매일 밤 전화를 걸어 위로했고 딸이 혹시라도 무너질까 봐 걱정하며 챙겨왔다. 오늘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어머니의 말투가 어딘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엄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하세요. 우리는 모녀 사이인데 숨길 필요 없잖아요.”

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최미경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남지야, 해진이가 떠난지 49일이 지났는데... 엄마가 이런 말 꺼내는 거 네가 마음 상할까봐 망설였어. 근데... 오늘 하씨 가문에서 연락이 왔어. 예전에 약속했던 걸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송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예전에 약혼을 한 사이였다. 다만 송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더는 하씨 가문에 손을 내밀지 못했었다. 송남지는 자유 연애로 윤해진을 만나 결혼했으니 집안 사람들도 더는 하씨 가문에 그 일은 들추지 않았다.

최미경은 말을 이으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엄마는 네가 당장 회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남지야, 엄마도 널 억지로 몰아붙이지는 않을 거야...”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송남지는 최미경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

“엄마, 저 결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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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조금만 살살해. 강현 씨... 더는 못 버티겠어.”옆방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신음과 침대 머리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송남지의 귀를 찢듯 들어왔다.송남지가 손을 꽉 쥔 나머지 손바닥에 손톱이 박혔고 살이 쑤시는 듯 아팠다.하지만 그 아픔도 가슴속에서 울리는 통증에는 미치지 못했다.송남지는 가슴이 한 움큼씩 조여 오는 듯 숨이 막혔다.오늘은 원래 송남지가 목숨을 끊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이었다.49일 전, 윤씨 가문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남편 윤해진과 첫째 윤강현이 탄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윤강현은 돌아왔지만 윤해진은 그 비행사고에서 죽었다고 했다.그날 밤, 송남지는 울다가 실신했다.윤해진이 떠난 지 49일이 되자 그 뒤로 송남지가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졌다.송남지는 한 달이 넘도록 수면제를 모았고 그래도 윤해진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다고 느꼈다.그래서 수면제를 들고 윤해진의 묘 앞으로 가려던 그날, 윤씨 가문의 정원에서 시어머니 손윤영과 장남 윤강현의 대화를 엿듣고 말았다.“해진아, 너 말이야. 한 달이 넘었는데 상미는 아직 임신하지도 않았어. 혹시 상미 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네가 형인 척해서 우리 가문에 씨를 남겨주려고 한 건데 상미는 기운도 없고 별다른 반응이 없어. 이러면 곤란한데... 원래 네 아내도 임신이 잘 안되는 체질이었으니... 우리 윤씨 집안도 참 애나구나.”그 순간, 송남지는 정원에서 쓰러질 뻔했고 화단에 손을 짚은 채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다.의식이 흐려진 나머지 송남지는 자기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했고 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그래서 송남지는 윤해진이 사실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죽은 사람은 윤강현이었고 결혼 몇 년 동안 송남지가 아이를 못 낳자 윤씨 가문은 더러운 수단을 쓴 것이다.송남지는 믿을 수가 없었다.줄곧 함께 살았던 남편 윤해진이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과연 시어머니가 윤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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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최미경은 귀를 의심한 듯 다시 물었다.“남지야, 정말이니?”송남지는 바닥에 흩어진 액자의 잔해를 바라보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윤해진은 제 마음속에서 이미 죽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라도 열심히 살아야죠.”그 말에 최미경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딸의 마음속에는 남편이 죽었으니 나도 살아도 소용없다는 생각만 가득했으니 이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그래. 맞아. 살아 있는 사람은 제대로 살아야지. 제대로... 씩씩하게 살아야지.”최미경은 목소리가 떨려 나올 만큼 기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날 밤, 옆방에서는 한층 더 적나라한 소리들이 흘러나왔다.날카로운 신음과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무딘 칼날처럼 송남지의 가슴을 찢어댔고 그 고통은 한밤중 내내 멈추지 않았다.간신히 잠들었을 무렵, 새벽녘 갑자기 울려 퍼진 구급차 사이렌이 윤씨 저택을 뒤흔들었다.문을 열고 나서자 송남지는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윤해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허상미를 품에 안은 채, 그 눈빛에는 극도의 불안이 서려 있었다.윤해진은 단 한 번도 송남지를 돌아보지 않았다.윤해진을 오래 지켜봤던 송남지조차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여유 있던 그가 저토록 허둥대는 건 낯설고 충격적이었다.아래층에서는 가정부들이 수군거렸다.“큰며느님이 아침부터 속이 안 좋다며 토하셨대. 그걸 보고 큰 도련님이 완전히 놀라서 곧장 구급차를 불렀다지 뭐야.”또 다른 가정부가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어젯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아래층에 있는 우리 방까지 다 들렸어. 한 달 넘게 그 난리를 쳤는데도 임신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송남지는 계단 난간을 움켜쥔 채, 값비싼 목재에 손톱으로 깊은 흠집을 남겼다.곧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송남지를 직접 오라고 불러낸 것이었다.송남지는 역겨움에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손윤영은 부드럽게도 때론 날카롭게도 송남지를 압박했다.“남지야, 해진이가 갔다고 해도 네가 윤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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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윤해진은 오늘 송남지가 평소와 좀 다르다는 걸 계속 느꼈다.평소 송남지는 뭐든 의욕이 없는 듯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어딘가에 가시가 돋친 듯 예민해 보였다.하지만 윤해진이 그런 생각을 곱씹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허상미의 뱃속 아이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그 아이만 지켜지면 윤해진은 송남지의 곁으로 돌아가 잘못된 모든 것을 다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제수씨,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성급했어. 인정할게. 근데 지금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 부탁이야. 제발 백주현 선생님을 좀 모셔줘. 송씨 가문에서 좀 힘을 써줘.”송남지 입가의 쓴웃음은 멈추지 않았다.결혼한 지난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크고 작은 병원에 다니며 애썼지만 백주현을 찾는 일도 송씨 가문에서도 생각은 해보았다.하지만 인맥과 은혜는 갚기 어려운 것이었고 송씨 가문이 몰락했던 동안 못 갚은 은혜는 많고도 많았다.송남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처지를 헤아려 백주현을 직접 찾을 생각을 꺼렸다. 그건 오히려 빚을 더 늘리는 일이었다. 윤해진은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송남지는 윤해진의 배려와 사랑이라 믿어왔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런 배려는 송남지의 착각일 뿐이었다.이제 윤해진이 허상미의 뱃속 아이를 지키기 위해 송남지를 곤란에 빠뜨리고 있었으니 말이다.송남지가 한참 침묵하자 윤해진은 초조해졌다.“제수씨, 만약 상미의 뱃속의 아이만 지켜진다면 제수씨 아버지의 일은 우리가 최고의 변호사를 찾아서 해결해 드릴게.”그 말에 송남지는 피식 웃음이 나오려다 삼켰고 입안에 쓴맛이 돌았다. 송남지는 이미 윤해진에게 아버지 문제로 여러 번 도움을 청했지만 예전에는 늘 애매한 대답만 돌아왔다.그런데 이제 허상미의 아이 하나를 지키기 위해 윤해진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니 송남지는 더 마음이 쓰라렸다.송남지는 이를 악물고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알겠어요.”송남지가 최미경에게 전화를 걸자 최미경은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 사실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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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송남지는 병원 청소 직원에게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깨끗한 병상에 누워 있었고 간호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진료기록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보호자 불러서 옷 좀 갈아입혀 달라고 하세요. 가족분이 오셔야 합니다.”송남지는 천장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제가 남편은 죽고 형님은 임신했는데 온 식구가 형님만 챙기느라 저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나 보네요.”그 말에야 간호사 얼굴에 겨우 동정이 스쳤다. 간호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기다려요. 제가 바로 사다 드릴게요.”간호사가 물건을 사 오면서 동료에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료는 수다스럽게 말했다.“아까 응급실 옆에서 진짜 대단한 시어머니 봤어. 큰며느리가 임신했는데 둘째 며느리는 전화도 안 받고 와서 축하해 주지도 않는다며 싸가지가 없다고 욕했어. 정말 집안이 다 막장이야. 남자도 아내 주변을 떠나지를 못하더라. 물 한잔 따라도 먼저 온도부터 확인하고...”송남지는 힘없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더니 전원이 꺼져 있었다. 방금 간호사가 말한 싸가지 없다고 지적받은 둘째 며느리가 바로 자신일 게 분명했다.간호사가 사다 준 새 바지를 걸쳐 입은 뒤 송남지는 건네받은 돈을 돌려주고 조용히 병원을 떠나려 했다.그런데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허상미의 병실 밖에서 송남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손윤영과 마주쳤다.손윤영은 송남지를 보자마자 분노와 책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다그치며 손을 잡아끈 채 허상미 병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어디 도망간 거야? 전화도 받지 않고... 상미가 임신했다는데 와서 보지도 않고 왜 그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거야!”송남지는 막말로 몰아붙이는 손윤영에게 거칠게 꾸지람을 들었다. 손윤영은 평소 그렇게 막무가내로 체면도 없이 대놓고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최소한 체면은 차리던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가문의 체면도 내팽개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유가 무엇인지 송남지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손윤영이 한참 소리를 지를 동안 병상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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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송남지는 극심한 복통을 참으며 허상미의 병실을 나섰다.문을 나서자마자 조심스레 전복죽을 들고 있던 윤해진과 마주쳤다. 그의 손에는 허상미가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이 담겨 있었고 그 뒤를 따라온 손윤영은 손수 매실을 들고 있었다.윤해진의 눈길은 오직 허상미에게만 머물렀다. 그는 송남지를 스치듯 지나치며 일부러 문가 쪽으로 그녀를 밀쳐버리듯 지나가더니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전복죽이 입맛에 맞을지 몰라. 다음 주에는 조수를 시켜서 제대로 된 걸 사 오게 할게.”허상미는 조금 전까지의 분노를 감춘 채, 눈웃음을 지으며 윤해진을 올려다봤다.“당신은 나를 점점 더 아껴주네. 이러다가는 내가 버릇 되겠어.”윤해진은 병상 곁에 앉아 허상미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바보 같기는... 지금은 여보가 임신했는데 내가 여보를 아껴주지 않으면 누구를 아껴주겠어.”손윤영은 곁눈질로 송남지를 흘겨보며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남지야, 표정이 그게 뭐니? 형님이 임신했으니 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사실 손윤영은 오래전부터 송남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송남지와 윤해진이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자 손윤영은 여러 번 백주현에게 진료를 받아보라 권유했지만 송남지는 늘 피해 왔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손윤영은 송남지가 일부러 부부 둘만의 세상을 더 즐기고 싶어 아이를 미루는 거라 여기며 집안 대를 이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송남지는 복통 때문에 말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웠고 벽을 붙잡은 채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은 옷깃을 적셔 내려갔다.하지만 이 모습조차 손윤영 눈에는 불만과 질투의 표현으로 보였다.‘씨 없는 수박 같은 년... 그런 주제에 뭘 질투까지 해?’손윤영의 속마음은 이미 차갑게 굳어 있었다.송남지는 힘겹게 벽에 몸을 기댄 채, 윤해진의 눈길이 순간 자신에게 스치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가 모를 리 없겠지만 윤해진은 침묵을 선택했다.송남지는 이마를 찌푸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저... 조금 몸이 안 좋아서요.”손윤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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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윤해진은 허상미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밤마다 뒤척이며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잘 됐어... 정말 잘 됐어... 이제 형에게 씨를 남겨줬으니 나는 다시 남지 곁으로 돌아갈 수 있어.’손윤영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는 이유로 허상미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언제든지 의사를 부를 수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배 속의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컸고 기대가 지나쳐 밥상머리에 앉아서는 날마다 가정부들과 수다를 떨며 은근히 뽐내고는 했다.“이 반찬은 좀 더 새콤하게 만들어야지. 신 걸 찾는 건 아들이라는 징조라잖아. 우리 귀한 며느리가 아들을 가진 게 분명해. 잠시 뒤에 제육볶음도 챙겨가야겠어.”그 사이 송남지는 심한 생리통으로 밥을 두어 숟가락 뜨지도 못하고 그만 내려놓았다.“먼저 올라가 쉴게요.”자리에서 일어서자 윤해진이 긴장한 기색으로 눈을 돌렸다.“왜 그래? 두 입도 안 먹고... 입맛에 안 맞아?”송남지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을 다 하다니 참으로 가소로웠다.손윤영의 비위를 맞추려는 가정부들이 음식마다 신맛을 한껏 넣어냈으니 어찌 제대로 삼킬 수 있겠는가. 원래도 달콤한 걸 좋아하는데 하필 통증이 심한 날 이런 음식만 놓이니 차라리 안 먹는 게 나았다.누구보다 송남지의 입맛을 잘 아는 윤해진이면서도 모르는 척 물어보는 그 태도조차 역겨웠다.‘보기 싫은 놈은 밥상머리에서도 눈에 띈다더니... 딱 저 꼴이네.’“먹고 싶으면 아주버님이 그냥 더 먹어요.”차갑게 말끝을 남긴 송남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남은 자리에는 불만이 어린 윤해진과 손윤영만이 남았다.“흥, 상미가 임신한 게 배 아파서 누구든 찔러대고... 점점 윗사람을 무시하는구나.”손윤영은 직접 제육볶음을 챙겨 담으며 송남지를 흉보는 한편, 윤씨 가문에 드디어 대가 끊기지 않을 날이 올 거라는 상상에 입가에 주름이 늘어날 정도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윤해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더는 먹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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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허상미의 날카로운 비명은 곧장 손윤영과 윤씨 가문의 가정부들을 불러 모았다. 이윽고 방문 앞은 삽시간에 북적거렸다.송남지는 분노에 치를 떠는 허상미에게 목이 눌려 침대에 꽉 짓눌린 채 숨이 막혀 왔다. 호흡이 끊길 듯한 절망 속에서 멀찍이 밀려나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윤해진을 바라보며 간신히 입술을 열었다.“살려...”그러나 모깃소리 같은 목소리는 끝내 윤해진의 귀에 닿지 못했다.손윤영이 인파를 헤치고 다가오자 송남지는 잠시 기대를 품었다. 혹시나 자신을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었다.손윤영은 허상미의 팔을 붙잡으며 애지중지 그녀를 달랬다.“상미야, 네 몸이 원래도 불안정한데 괜히 화내다 아이까지 잃으면 어쩌려고 그래? 이까짓 일에 신경 쓰지 마.”송남지의 얼굴은 피가 몰려 새빨갛게 물들었고 목구멍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손윤영은 허상미의 배만 감싸 쥔 채 끝내 송남지의 상태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숨이 막히는 순간, 송남지는 눈앞이 아득해져 쓰러질 듯했을 때야 윤해진이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달려왔다. 그는 허상미를 번쩍 안아 침대에서 내려놓았다. 허상미를 품에 꼭 안은 윤해진의 모습은 마치 배 속의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칠지 두려워하는 듯했다.손윤영 또한 허겁지겁 곁에 붙어 허상미를 의자에 앉히며 불안한 얼굴로 연신 물었다.“괜찮니? 배가 불편하진 않지?”송남지는 겨우겨우 숨을 고르며 가늘게 시선을 들어 윤해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눈길은 오로지 허상미에게만 닿아 있었다.손윤영의 물음에 정신이 돌아온 듯, 윤해진 역시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상미야, 정말 괜찮아?”허상미는 붉어진 얼굴로 눈을 치켜뜨며 송남지를 향해 손가락을 내질렀다.“감히 강현 씨를 꼬셔? 세상에 이렇게 뻔뻔한 년은 처음이야! 만약 내 뱃속 아이가 잘못되면... 그건 전부 네 탓이야!”끝내 울음을 터뜨린 허상미는 몸을 떨며 윤해진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녀의 울음은 방 안을 찢을 듯 처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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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송남지의 말이 끝나자 허상미는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윤해진은 다급히 허상미를 끌어안으며 송남지를 향해 매서운 시선을 쏘았다.“제수씨, 왜 이렇게 철이 없는 거야?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해야지!”송남지는 두 눈썹을 세게 찌푸리며 어이없을 때 사람이 웃는다는 말을 떠올렸다.“제가 철이 없다고요? 제가 잘못했다고요? 좋아요. 좋아!”송남지는 좋다는 말을 연거푸 세 번을 내뱉은 뒤 이를 악물고 말했다.“전부 제 잘못이라 치죠! 그러니 이제 제 방에서 좀 나가주실래요?”손윤영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남지야, 사과하려면 사과다운 태도가 있어야 네 형님도 마음이 풀리잖니.”윤해진도 역시 불안에 휩싸였다.허상미가 병원에 있다가 느닷없이 돌아올 줄은 몰랐고 더구나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만약 배 속의 아이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그동안 해 온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송남지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상미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자 윤해진은 어쩔 수 없이 눈빛을 더욱 매섭게 굳혔다. 그 눈길은 송남지에게 차갑고도 위협적으로 다가왔다.한때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던 그 눈빛이 어쩌다 이렇게 독기 어린 파편처럼 변해버린 걸까.송남지는 더는 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으로 침대를 짚었다.“나가지 않을 거라면 제가 나갈게요.”문 쪽으로 몇 걸음 옮기자 허상미가 서럽게 울부짖었다.“어머니, 강현 씨... 남지 씨의 태도 좀 보세요. 분명히 잘못해 놓고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잖아요. 아이가... 배가 아파요!”윤해진은 허둥지둥 송남지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제수씨의 아버지 일은... 기억하지?”윤해진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협박이 묻어 있었다.송남지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윤해진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결국 아버지 일을 빌미로 자신을 굴복시키려는 것이었다.‘참으로 인정도 의리도 없는 집안이구나.’송남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일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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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허상미는 송남지가 물러선 줄로만 알았다. 겁을 먹은 거라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허상미는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고 아예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윤씨 저택에서 태교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그 결과 윤씨 가문의 윗사람부터 가정부들까지 모두 허상미를 신처럼 떠받들었다. 자연히 비교되는 송남지는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갔다.송남지는 그럴수록 담담했다. 어차피 곧 윤씨 집안을 떠날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송남지는 친정에서 마중 나올 날만 기다리면 됐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손을 잡아주었던 것처럼 이제 떠나는 것도 떳떳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이 이야기가 윤해진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잔뜩 긴장했다. 이후 기회만 나면 송남지와 대화를 나누려 했으나 지난번의 사건 탓에 송남지는 윤해진을 피했고 그가 있는 곳은 애써 외면했다. 더는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피한다고 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어느 날 윤씨 저택의 작은 정원에서 윤해진은 뒤에서 송남지의 손목을 붙잡았다.“상미가 한 말을 들었어. 제수씨, 송씨 가문으로 돌아갈 거야?”‘상미?’입에 착 달라붙는 그 부름은 송남지를 역겹게 만들었다. ‘혹시 침대 위에서 부르던 습관이 몸에 밴 게 아닐까.’송남지는 격렬히 손을 뿌리치며 날카롭게 말했다.“제가 친정으로 돌아가든 말든 아주버님과는 상관없습니다.”일부러 아주버님이라는 호칭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제 윤해진은 허상미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그 말은 곧장 윤해진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되었다. 윤해진은 끝내 손을 놓지 못하고 억지로 송남지를 붙잡았다. 정원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2층 발코니에 서 있던 허상미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허상미는 손을 부르르 떨며 난간을 움켜쥐었다. 낮게 새어 나온 목소리에는 독이 서려 있었다.“송남지, 넌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는 년이구나.”정원에서 윤해진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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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허상미는 실제는 득을 보았지만 정작에 마치 본인이 억울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송남지는 허상미가 자신 앞에서만큼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억울하다고? 허상미가 어디 억울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윤씨 가문은 송남지가 애초에 떠나야 할 집일 뿐이었다.송남지는 몇 분 만에 짐을 다 챙겼다. 본래 욕심이 크지 않아 산 물건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윤해진과 관련된 것들이라 도무지 가지고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윤해진은 송남지의 작은 캐리어를 보고 잠시 불안해졌다.“제수씨, 친정에 한동안 머물 수도 있는데 이거밖에 안 가져가?”그러나 허상미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송남지가 당장 떠날 마음이 없고 잠시 친정에 머물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라고 의심한 것이다.허상미는 일부러 힘없는 척 몸을 기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강현 씨, 나... 아랫배가 너무 아파.”윤해진은 곧장 시선을 송남지에게서 거두고 다급히 허상미를 붙잡았다.“상미야, 어디가 불편해? 지금 당장 의사 부를게!”윤해진은 서둘러 가정의를 찾느라 분주히 뛰어다녔다. 윤해진이 멀어지자 허상미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한 오만한 미소가 번졌다.허상미는 송남지의 캐리어를 흘겨보며 비아냥거렸다.“짐이 고작 이게 다야? 며칠 친정 갔다가 그냥 돌아올 셈이지? 헛된 꿈은 꾸지 말라고. 송남지 씨.”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짐가방을 들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고 허상미와 말 한마디 더 주고받는 것도 피곤했다. 하지만 침묵하는 태도가 오히려 허상미 눈에는 죄책감처럼 보였다.“아직도 이곳에 미련이 남은 거야?”허상미는 격해진 듯 달려와 송남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송남지는 손목이 아릴 정도로 힘껏 잡힌 채 돌아서야 했다. 허상미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친정에 잠시 갔다 오는 게 남주 씨 자신을 위한 계략이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넌 진짜 끝을 봐야만 정신 차리는구나.”그 순간,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윤해진은 벌써 의사와 함께 올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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