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희생과 배려를 당연한 걸로만 알았던 주재윤은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목숨을 깎아내며 자신들을 품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아아악!”주재윤은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끔찍한 여자를 당장이라도 목 졸라 죽일 듯 달려들었지만, 이내 경찰들에게 거칠게 짓눌렸다.경찰서를 나섰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주재윤은 갈 곳 잃은 강아지처럼 차가운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내 묘비 앞이었다. 묘비 속 사진의 나는 여전히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얼음장 같은 묘비는, 그날 눈밭에 버려졌던 내 체온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서연아, 미안해...”“내가 미안해...”주재윤은 미친 사람처럼 그 말만 되풀이하며 오열했다. 내가 죽고 나서야, 이 남자는 비로소 뒤늦은 눈물을 쏟아냈다.임서우는 인체 장기 불법 매매 및 살인 미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 의사 역시 응당한 죗값을 치렀다. 내가 임서우에게 넘긴 집과 차, 예금, 그리고 내 10년 피땀이 서린 등산용품 브랜드까지, 모든 재산은 법원을 통해 전액 환수되었다. 서지민은 그 돈으로 ‘임서연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하며, 내 이름을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남겨준 것이다.반면, 한때 내 가족이었던 자들은 구제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임주환은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누군가의 수발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민효정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전신이 마비된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이웃들의 멸시와 손가락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은 번듯한 집을 팔고 낡은 빌라로 쫓겨났다. 평생 체면을 목숨처럼 여기던 자들이, 하루하루 밑바닥을 기면서 연명하는 버러지 신세가 된 것이다.주재윤 역시 회사에서 쫓겨났다. 아내를 죽음으로 몬 살인 용의자를 받아줄 회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일용직을 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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