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쌍둥이 동생, 임서우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늘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폭설로 산길이 막혔던 그날, 구조 헬기에는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암 말기 진단서를 움켜쥔 채 임서우에게 마지막 구조 기회를 양보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서우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어지럽다고 소리를 질렀다. 가족들은 쏜살같이 달려들어 임서우를 헬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남편 주재윤은 부러진 내 팔을 툭 건드리면서 무심하게 내뱉었다. “서연아, 넌 다음 헬기 기다려.” 내 딸 주도아마저 나를 향해 눈덩이를 던지며 악을 썼다. “이모가 더 급해! 엄마, 왜 뺏으려 그래!” 헬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나는 창가에 앉은 동생을 보았다. 임서우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자신이 승리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어지럽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된 이후 내게 남은 시간은 단 3일. 생의 마지막 3일, 나는 내 모든 것을 쥐어짜서 가족들의 애정을 구걸해 보기로 결심했다.
view more내 희생과 배려를 당연한 걸로만 알았던 주재윤은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목숨을 깎아내며 자신들을 품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아아악!”주재윤은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끔찍한 여자를 당장이라도 목 졸라 죽일 듯 달려들었지만, 이내 경찰들에게 거칠게 짓눌렸다.경찰서를 나섰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주재윤은 갈 곳 잃은 강아지처럼 차가운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내 묘비 앞이었다. 묘비 속 사진의 나는 여전히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얼음장 같은 묘비는, 그날 눈밭에 버려졌던 내 체온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서연아, 미안해...”“내가 미안해...”주재윤은 미친 사람처럼 그 말만 되풀이하며 오열했다. 내가 죽고 나서야, 이 남자는 비로소 뒤늦은 눈물을 쏟아냈다.임서우는 인체 장기 불법 매매 및 살인 미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 의사 역시 응당한 죗값을 치렀다. 내가 임서우에게 넘긴 집과 차, 예금, 그리고 내 10년 피땀이 서린 등산용품 브랜드까지, 모든 재산은 법원을 통해 전액 환수되었다. 서지민은 그 돈으로 ‘임서연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하며, 내 이름을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남겨준 것이다.반면, 한때 내 가족이었던 자들은 구제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임주환은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누군가의 수발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민효정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전신이 마비된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이웃들의 멸시와 손가락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은 번듯한 집을 팔고 낡은 빌라로 쫓겨났다. 평생 체면을 목숨처럼 여기던 자들이, 하루하루 밑바닥을 기면서 연명하는 버러지 신세가 된 것이다.주재윤 역시 회사에서 쫓겨났다. 아내를 죽음으로 몬 살인 용의자를 받아줄 회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일용직을 전전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임서우였다.온 가족에게 떠받들려 살던 공주에서, 하룻밤 사이에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늘 자기 편이 되어주던 가족들마저 그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재윤 오빠. 나 좀 믿어줘.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임서우는 눈물로 모든 것을 되돌려보려 애썼지만, 이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주재윤은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임서우를 바라보았다.“서우야, 이 와중에도 거짓말을 하겠다는 거야?”바로 그때, 서지민이 가장 치명적인 세 번째 선물을 경찰서로 보냈다.내가 수술실에 숨겨두었던 소형 카메라가 결정적인 증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상 속 의사는 임서우와 태연하게 흥정을 벌였다.[임서우 씨, 이 신장이 최정상급 운동선수의 것이긴 하지만, 지금 최상의 상태는 아니라서요. 암시장 시세로 6억 정도 받겠네요.][6억은 너무 적잖아요. 우리 언니가 명색이 등산 세계 챔피언인데, 최소 10억은 받아야죠! 그리고 신장 손상하고 이식 수술 기록도 위조해 주세요. 수익은 반반씩 나누고요.]경찰에 소환되어 함께 영상을 보던 민효정과 임주환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아악!”민효정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이성을 잃고 임서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임서우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이 짐승만도 못한 년! 네가 어떻게 친언니 신장을 내다 팔 생각을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임주환 역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임서우를 향해 덜덜 떨며 손가락질만 할 뿐,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더니 이내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꼿꼿하게 쓰러졌다.주재윤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렸다.자신이 그토록 오랜 세월 사랑하고 지켜왔던 여자가, 돈 때문에 친언니의 장기마저 팔아 치우는 악마였다니. 그리고 자신은 그 악마의 눈과 귀가 되어준 가장 멍청한 공범이었다.거대한 회한과 구역질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주재윤은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인 채 피를 토하듯 구토를 해댔다.
서지민은 말을 마치고 등 뒤에 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빈소 한쪽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며 곧장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배경은 구조 헬기 내부였다.화면 속 임서우는 창가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에는 조금의 불편한 기색조차 없었다. 창밖 눈밭에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며, 혀를 내밀고 조롱하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순식간에 빈소 전체에 정적이 감돌았다.조문객들은 일제히 눈을 크게 뜨고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서 있는 임서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화면 속 천진난만한 표정과 눈물범벅이 된 지금의 얼굴, 그 차이는 끔찍할 정도였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어지럽다고 해서 먼저 구조된 거 아니었어? 왜 저렇게 멀쩡해?”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임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아니야... 저거 다 가짜야!”임서우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 스크린을 끄려 들었다. 상황을 파악한 민효정 역시 서지민을 향해 달려들었다.“이 미친년! 어디서 조작된 영상을 들고 와서 우리 서우를 모함해! 내가 널 가만둘 줄 알아!”주재윤은 스크린 속에서 혀를 내미는 임서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머릿속에서 이명 소리와 함께 사고가 정지되었다. 주재윤은 지금껏 임서우를 한없이 순수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속내가 검은 쪽은 나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영상은 주재윤의 확신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주재윤은 난생처음으로 낯선 시선으로, 자기 품에 안겨서 바들바들 떠는 임서우를 내려다보았다.장례식은 아수라장이 된 채 끝이 났다. 그 영상은 지인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자, 꾹꾹 눌러왔던 주재윤의 감정이 끝내 폭발했다.“그 영상,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주재윤은 핏발 선 눈으로 임서우를 추궁했다. 임서우는 화들짝 놀라며 눈물을 터뜨렸다.“재윤 오빠, 오빠는 대체 누구 말을 믿는 거야? 죽은 사람의 악의적인 조작보다 내 진심이 더 가벼운 거야?”임서우는
주재윤은 중얼거리며 황급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A시의 병원마다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여보세요, 혹시 오늘 오후에 그쪽 병원에서 임서연이라는 환자가 사망했습니까?”[네, 선생님. 임서연 환자분은 말기 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오후 3시 15분에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하셨습니다.]세 번째 병원에서 확답을 듣자마자, 주재윤의 손에서 핸드폰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는 온몸에 힘이 풀린 듯 카펫 위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비로소 내 죽음을 실감한 모양이었다.민효정은 넋이 나간 주재윤을 보며 안타까운 듯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가 달래는 건 주재윤의 품에 안긴 임서우였다.“서우야, 그만 울어. 네 언니는 원래 우리가 맘 편히 사는 꼴을 못 보는 애잖니.”민효정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마치 내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살아서도 사사건건 너랑 기싸움을 하더니, 죽어서까지 재를 뿌리네! 정말 재수 없게!”임주환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이미 죽은 사람 얘긴 꺼내서 뭐 해.”“지금 당장 중요한 건 우리 서우 몸 챙기는 거지. 이렇게 큰 충격을 받았으니 절대 덧나게 해선 안 돼.”이 사람들 중 내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걱정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임서우뿐이었다.주재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두 눈에는 난생 처음 보는 막막함과 고통이 서려 있었다. 그는 내가 병실에서 던졌던 질문을 떠올린 게 분명했다.‘만약 내가 이번에 설산에 갔다가 죽어버리면, 당신들은 후회할까?’그때 주재윤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제 그 우스갯소리는 현실이 되었다. 나는 내 죽음으로 이 사람들의 뺨을 가장 후련하게 갈겨준 셈이다.“후회?”주재윤의 목소리는 끔찍할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전 내 모든 재산을 빼앗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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