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술이 약한 데다 안좋은 몸상태 눈앞의 시야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웅성거리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수중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해졌다.설아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간신히 버텼다.‘버텨야 해.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설아의 시야가 가파르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테이블 건너편의 공기는 잔인할 만큼 다정했다.서진은 설아가 독한 위스키를 삼키는 순간조차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니, 돌리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눈앞의 대화에 가려 정말 보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철저하게 외면당한채 설아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었다.수현은 그런 설아의 하얗게 질린 안색을 놓치지 않았다. 서진의 시선이 아주 잠깐이라도 맞은편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그녀는 더욱 자극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수현이 묵직한 크리스탈 글라스에 빛깔이 아주 짙은 위스키를 새로 따랐다. 얼음도 섞이지 않은, 스트레이트 잔이었다."유서진, 우리 옛날에 학회 마감 끝내고 밤새 마셨던 거 기억나? 그때 네가 나한테 완패했었잖아."수현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잔을 서진의 눈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술잔 너머로 수현의 집요한 시선이 서진의 눈에 꽂혔다."오늘 그때 복수할 기회 줄게.“서진의 시선이 수현이 건넨 잔으로 향했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수현의 노련한 말솜씨와 눈앞을 가로막은 독한 술잔 때문에, 서진의 세계는 순식간에 수현이 짜놓은 판 안으로 좁혀졌다. 맞은편에서 힘겨워하는 설아의 존재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내가 너한테 졌다고? 기억을 왜곡하네, 박수현.“서진이 피식 웃으며 수현이 건넨 잔을 받아 들었다.두 사람의 잔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순간, 수현은 만족스러운 듯 설아를 향해 힐끗 시선을 던졌다. '내 말이 맞지? 넌 여기 끼어들 자리가 없어'라고 속삭이는 듯한, 조롱 가득한 눈빛이었다.설아는 당장 그 숨 막히는 방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쓰러져 버릴
最後更新 : 2026-06-18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