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서 온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진민정의 SNS 피드가 새로 올라왔다.[요즘 핫하다는 밀크티 영접. 내 남사친이 나 마시게 하려고 한 시간 넘게 웨이팅해서 사다 줌. 근데 맛은 쏘쏘라 한 입 먹고 남은 건 ‘누군가’에게 배달 예정.]사진 속에서 렌즈를 향해 은은하게 웃고 있는 그 ‘누군가’는 명백히 내 남친인 주천우였다.나랑은 빨대 하나도 같이 쓰지 못하던 유난스러운 결벽증 환자가 다른 여자의 입술이 닿은 음료를 서슴없이 받아 마시다니.나는 가볍게 실소를 터뜨리며 ‘좋아요’를 눌렀다.그리고 곧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심 대표님, 저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 해외 프로젝트, 지금이라도 제가 맡을 수 있을까요?”수화기 너머에서 뜻밖의 소식에 놀라면서도 이내 깊이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마음을 잡았구나! 그 프로젝트만 잘 끝내고 돌아오면 단숨에 두 직급은 초고속 승진이야. 게다가 기간도 딱 1년뿐이잖아. 내 말을 믿어.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면 1년의 공백 따윈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아.”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사실,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는 이미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느긋하게 온수 샤워를 마쳤다.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진민정의 SNS 피드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속으로 조금 실소가 나왔다. 알고 보니 진민정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뻔뻔하게 버틸 배짱은 없었던 모양이었다.그때 갑자기 주천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나는 조용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너 일부러 누구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내 전화는 안 받고 문자도 씹더니, 민정이 피드 밑에 가서 깽판을 쳐놔?”그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했고,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상대방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피로가 쏟아졌다.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한 달 내내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버텼는데, 결국 나에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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