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화가 났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봤자 이미 늦었다.자신의 소중한 딸이 열여섯에 자신의 옆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아니다. 그럴 리 없어…”임혁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직 시신을 못 찾았으니 설아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맞습니다. 설아는 분명 살아있을 겁니다.”김유준도 임혁진과 함께 스스로를 속이려고 했다.“설아가 어릴 때부터 날 얼마나 따랐는데, 설아가 날 떠날 리 없어. 우리가 너무 속상하게 해서 나한테 화가 나서 이러는 걸 거야. 설아야, 지금 우리를 벌하고 있는 게지?”김유준은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은 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넋을 놓은 채 횡설수설했다.“우리가 너무 못되게 굴어서 설아가 화가 난 거야. 설아야, 내가 잘못했다. 제발 내 앞에 나타나다오. 용서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다시 한번만 만나게 해다오. 어머님, 아버님,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김유준은 절망해서 거의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빌어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어머니는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는 것 같았다.몸을 돌린 어머니는 더 이상 두 사람을 보려하지 않았다.“어머니!”임혁진은 고집스럽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른 대답을 들으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임혁진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네가 임청아를 선택했으니 앞으로 나는 네 어머니가 아니다. 설아가 죽었으니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거라. 나는 네가 설아랑 함께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등을 돌리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임혁진은 눈시울을 붉혔다.영당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상기가 펄럭이는 소리만 들렸다.임혁진은 커다란 관과 그 앞에 놓여있는 내 위패를 보다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설아야, 오라버니가 잘못했다.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을 내걸어도 좋다. 그러니 돌아오거라.”김유준은 영당 문 앞에 서서 혼서를 꽉 잡은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설아야, 내 돌아와서 너와 혼인하겠다고 했는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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