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약 한 병을 사서 아빠가 예전에 살던 곳으로 갔다.아빠 사진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워 농약을 마시려던 순간, 나는 다시 멈췄다.이대로 죽어서 발견되면 경찰 아저씨들에게 분명 폐를 끼칠 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유서를 한 장 써서,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남겨두었다.농약은 쓰디썼고, 마치 불길처럼 혀끝에서부터 위까지 타들어 갔다.나는 금세 의식을 잃었다.‘아빠, 나 왔어!’시간이 흐른 후,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에 나는 토했고, 그제야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기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아빠’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강유리와 눈이 마주쳤다.강유리는 흰 가운을 입은 채 내 앞에 서 있었고, 손에는 내 유서를 쥐고 있었다.강유리의 손끝은 잔뜩 힘이 들어간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내 유서를 내 얼굴에 내던졌다.“너 정말 대단하구나. 이제는 죽는 걸로 우리 관심까지 끌려고 해?”“죽을 거면 좀 멀리 가서 죽지, 왜 하필 거기야? 네 아빠 집까지 더럽혔잖아.”나는 강유리에게 호되게 혼나며 어쩔 줄 몰랐다.사실 네 명의 엄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건 의사인 강유리였다.강유리는 의학 전문가로, 한의학과 양의학 어느 쪽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평소에도 강유리는 내게 의학 지식을 가르쳐줬고, 침술도 직접 가르쳐줬다.다정하고 재미있는 강유리는 네 엄마 중에서도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한때 나는 강유리가 정말 내 친엄마인 줄 알았다.윤현준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강유리는 다른 세 엄마처럼 윤현준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대신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민호야, 너는 나의 하나뿐인 아들이야. 누가 나타나도 네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그러던 어느 날, 윤현준이 갑자기 쓰러졌다.강유리는 윤현준의 뒤통수에서 침술 바늘 하나를 뽑아냈다.강유리가 윤현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윤현준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형, 내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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