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시계 바늘이 막 오후 7시를 넘겼을 때, 엘린은 머뭇거리는 걸음걸이로 저택의 중앙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오후 욕실에서 데이브와 끝없는 정열을 나눈 탓에 몸은 깊은 피로감으로 젖어 있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일부러 느릿하게 움직였다.거실 소파에서는 빅토리아가 레이몬드에게 다정하게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남자는 오늘 밤도 저택에서 머물 생각인 듯했다. 이토록 호화로운 집임에도 엘린에게는 이 분위기가 지극히 기괴하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저택의 하녀들과 경호원들 대부분이 이미 빅토리아와 레이몬드에게 막대한 돈으로 매수당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모두 두 사람의 명령을 따르는 자들이었다. 궁전 같은 이 집에서 그들 편이 아닌 사람은 엘린, 오직 그녀뿐이었다."빅-빅토리아 마님…" 엘린이 두 사람의 친밀한 대화를 막아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빅토리아가 고개를 돌려 나른하고 짜증 섞인 시선을 던졌다."이번엔 또 뭐야, 돼지야? 네 일은 위층에 있는 저 살아있는 시체나 간병하는 것 아니었어?"엘린은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조물거렸다."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마님. 저… 단지 앞 매점에 잠시 다녀와도 될지 허락을 구하려고요. 생리대가 다 떨어졌는데, 오늘 밤에 생리가 터질 것 같아서요."레이몬드가 엘린의 실루엣을 위아래로 경멸스럽게 훑어보며 비열한 웃음을 터뜨렸다."야, 통구이 돼지도 생리를 다 하는 모양이지, 어?" 그가 잔인하게 비꼬았다.빅토리아는 코방귀를 뀌더니 업신여기듯 손을 저었다."됐어, 얼른 다녀와. 지체하지 말고. 그리고 명심해, 네가 없는 동안 저 살아있는 시체가 자기 침에 숨이 막혀 죽지 않게 잘 해두고!""네, 마님. 감사합니다." 엘린은 급히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저택의 거대한 문을 들어서는 순간, 엘린은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짓말이었다. 생리 따위는 전혀 시작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가슴을 짓누르는 긴장감 속에 갇혀 있었기에, 몸은 이미 너무나 지쳐 있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