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동료들은 내가 나서서 선처를 부탁한 걸 무척 고마워했다.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 무렵이었다.천천히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음식 냄새가 훅 풍겨 왔다.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부모님은 식탁에 앉아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두 분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시선은 먼저 내 머리에 감긴 붕대로 향했다가, 이내 깁스를 한 오른쪽 다리에 멈췄다.엄마가 놀라 달려왔다.“정희야! 이게 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곧 울먹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아빠랑 내가 너한테 전화를 열 통도 넘게 했는데 왜 한 번도 안 받아!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안 그래도 지금 병원으로 가서 너 찾으려던 참이었어!”붉게 충혈된 부모님의 눈을 보는 순간, 내내 억누르고 있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졌다.코끝이 찡해지더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나는 부모님을 꽉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울었다.울먹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더듬더듬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부모님은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아빠는 그대로 현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당장이라도 강영서와 병원에 따지러 갈 기세였다.“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아빠가 이를 악물었다.“우리 딸이 환자 살리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사람을 죽인 의사로 몰아? 이걸 어떻게 그냥 넘어가!”나는 황급히 손을 뻗어 아빠를 붙잡았다.“아빠, 가지 마. 강영서는 이미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어. 이제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그제야 부모님의 흥분도 조금씩 가라앉았다.부모님은 다시 나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등을 토닥여 줬다.바로 그때 응급의학과 과장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병원에서 3개월간 유급 병가를 승인했으니, 몸을 충분히 회복한 뒤 복귀하라는 내용이었다.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그제야 마음을 짓누르던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나도 모르게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후 수사와 재판 절차가 이어졌다.얼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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