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해.’
양시연은 연정훈과 수없이 얽혀 있었던 소현주를 더 이상 그의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고 소현주의 절박한 부탁도 양시연은 그냥 무시했다.
양시연은 할 말을 이미 다 했고 소현주가 살고 싶다면 알아서 처신하는 게 소현주에게도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양시연은 임성원에게 모든 절차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차에 올라타자 양시연은 뒷좌석에 몸을 기대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녀는 불룩해진 배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속삭였다.
‘아기야. 이제 집에 가자. 바보 같은 아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차가 출발해서 집에 도착했을 때 연정훈은 이미 집에 있었다.
그는 방금 접대를 마치고 돌아온 듯 약간 술에 취한 상태로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양시연을 기다렸다.
양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연정훈의 뒤로 다가가 귀를 살짝 꼬집었다.
연정훈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성숙하고 근엄한 표정 사이로 미묘한 놀라움이 흘러나왔다.
그가 오후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양시연은 차갑게 굴었는데 돌아왔을 때 그녀의 태도가 달라져 있어 그는 의아했다.
양시연은 연정훈의 순수하고 어리숙한 눈빛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연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두 걸음 빠르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안았다.
“어디 갔다 왔어?”
양시연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임성원 씨가 말 안 했어요?”
연정훈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물어봤는데 아주 단호하게 알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양시연은 피식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말도 안 돼요. 당신 부하가 감히 당신한테 그렇게 말해요?”
“예전엔 내 부하였지. 지금은 당신 사람이 되었으니 나한테도 눈치 주는 게 당연한 거지.”
연정훈은 능청스럽게 말을 돌리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고 양시연은 콧소리를 내며 식탁에 앉아 오렌지 하나를 들어 그의 손에 쥐여줬다.
“빨리 까줘요. 우리 아가가 먹고 싶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