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만의 진료실을 갖게 되었다.
비록 고작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는 이걸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곳은 그가 훌륭한 의사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장소였다.
책상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켜고, 흰 가운을 갈아입고 모든 준비를 마친 윤태호는 진료를 시작하려고 호출기를 켰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장여울이 씩씩대며 들어왔다.
그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윤태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왜 정직원 전환된 게 너야? 뭐가 잘났다고!”
“당연히 내 실력으로 됐지.”
윤태호는 차분하게 말했다.
“웃기지 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실력이 다야? 솔직히 말해, 어떤 더러운 수 쓰고 부원장한테 굽신거린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난 실력으로 된 거야.”
윤태호는 더 이상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아 냉정하게 말했다.
“딱히 볼 일 없으면 나가. 나 지금 진료 시작해야 해.”
“뭐? 나를 내쫓는 거야?”
장여울은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
“그 정직원 자리는 원래 내 거였어! 내 거였다고! 네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난 이미 정직원이었어! 내가 정직원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알지.”
윤태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노력이란 게 곽진우랑 잔 거잖아.”
“맞아, 잤어!”
장여울이 외쳤다.
“근데 그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힘 있고 아버지가 부원장쯤 되는 집안이었으면 내가 그런 짓까지 했겠냐고!”
윤태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장여울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정말 매번 나의 상식을 갈아엎네.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걸까?’
“됐어, 장여울. 우린 이미 끝났어. 이제 나가줘.”
“또 나를 쫓아내? 너 같은 사생아 주제에, 뭘 믿고 날 내쫓아! 감히!”
장여울은 완전히 폭주했다.
예전의 윤태호는 그녀의 앞에서 항상 고개를 숙이고 제대로 말도 못 했지만 이별 후의 그는 이제 다르게 변해 있었다.
“여긴 내 진료실이니까. 그 이유면 충분하지 않겠어?”